코로나에 걸려버렸다 - 불안과 혐오의 경계, 50일간의 기록
김지호 지음 / 더난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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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흐름이 신경을 누를 정도로 복잡하거나 난해하지 않다. 행동과 사고가 보일 정도로 글이 쉽고 부드럽다. 머리에 잘 들어온다. 작가적 감각을 갖춘 저자인 김지호씨와 탁월하게 편집을 한 더난콘텐츠 출판사 편집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먼저, 내용 감상에 앞서 글 전체 구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이 책은 1부, 2부로 나뉜다. 1부는 '50일간의 입원 생활'이고 2부는 '기다리던 퇴원, 그리고 일상으로의 복귀'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다. 저자의 경험이 코르나19 확진되기 전 과정, 코로나19 확진 판정과 입원, 입원 후 주변사람들과의 통화와 심경표현, 퇴원 직전의 상황과 퇴원과정에 든 생각, 가족과의 만남과 자신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원망과 미안함 등으로 글이 이어진다. 

누구나, 어디서든, 언제든 코로나에 걸릴 수 있는 세상이다. 유럽과 미국은 9개월 전 코로나가 시작된 후 봄-초여름에 코로나 절정 상태를 맞았다. 그후 코로나가 진정되고 모든 사람들이 일상으로 복귀하여 예전생활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 때의 절정이 절정이 아니었다. 10월 말인 지금 추위와 함께 코로나의 절정이 다시 찾아왔다. 우리나라도 100명 전후(대부분 100명 이하이지만)로 코로나대전은 끝나지 않았다. 어제(2020 10 27) 코로나 감염 전문가들이 진단한 코로나 사태 전망에서 코로나가 없는 세상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예전 일상은 없어졌다. 예전 일상과 같은 일상을 볼 수도 누릴 수도 없다. 생활의 일부로 코로나를 대해야 한다. 코로나를 감기의 한 종류로 생각해야 한다. 근데 문제는 백신개발이 올해 말, 내년 초 등등의 시각에 나올 수 있다고는 하지만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백신이다. 안정된 백신은 내년 말에야 가능하다고 한다.

위 문단에 기록된 이런 상황은 어느 정도 코로나 지식을 갖추고 하는 말이다. 저자가 코로나에 감염되었던 때는 늦은 봄-초여름의 코로나 초기 유행 때이다. 모든 사람들이 코로나의 전염과 확산을 두려워하였다. 코로나에 걸리면 마치 죄인이 된듯한 분위기였기에 코로나 확진자 중 자신의 동선을 숨기려는 사람도 종종 나타났다. 저자는 할머니 장례식에 참석한 친구들이 고마워서 식사대접를 하다 클럽에 다녀 온 친구로부터 전염된다. 다른 친구들은 감염되지 않고 혼자 감염되었다. 외부사람들은 확신된 저자의 코로나와 선을 긋기 위해 칸을 지른다. '내가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저자는 괴로워한다. 누구나 그럴것이다.   

'억울하지만 아무도 관심 없을 내 사정을 누구에게까지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할까? 힘들고 겁에 질린 건 난데, 그들은 나를 계속 추궁한다. 그냥 내가 간 곳이 있다면 거길 방역하면 되는 것이고, 내가 접촉한 사람이 있다면 찾아서 검사를 받게 하면 되는데, 내가 어디까지 전화해서 그들을 안심시켜야 하는 것인가 싶었다.' (43쪽)

회사에서도 확진전화를 받고 저자와 멀리 하려는 행동이 암암리에 진행된다. 같은 건물 다른 층의 사업체에서도 위로 전화가 아닌 동선을 따져 묻는 전화를 한다. 역학조사로 저자가 다닌 바bar와 미장원의 직원 중 근접 접촉한 사람을 자가격리시키기도 한다. 카톡으로 원망을 한 헤어디자이너는 자신이 격리되어 생활비를 벌지 못했다고 원망했지만 저자가 퇴원하고 난 후, 상황이 마무리되고나자 서로를 이해하고 일상으로 복귀한다. 

전염된 사람은 전염시킨 사람을 원망한다. 자신의 일상이 보름, 혹은 저자의 경우는 50여일의 시간을 일상과 격리된 채 살아야 하기에 이해가 된다. 하지만 전염된 사람도 전염시킨 사람 누구도 의도를 갖고 전염되고 전염시킨 것은 아니다. 대구의 신천지 집단 신도들이나 광화문 집회 참석한 기독교 일부 단체들 사람들이 다소 무분별한 행동을 통해 코로나 방역을 방해하는 행동을 한 게 문제이다. 나약한 인간이기에 이기주의가 발동하고 이타주의는 사라진다. 저자도 이런 부분을 퇴원 후 절감한다. 

'개인이 사회 속에서 온전히 자리하기 위해서는 타인이 존재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타인을 이해할 때 비로소 '나'라는 존재가 성립되고, 그때 우리에게 '이타심'이 작동한다. 이타심은 인간의 이기심의 정반대에 서 있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동시에 이기심과 공존한다. 이타심은 타인에 대한 나의 이해에서 비롯되는 마음이고, 이기심은 타인에 대한 나의 결핍이 만들어내는 마음이다. 즉 타인에 대한 결핍으로 인해 자신만을 위한 마음이 커지는 것이다. 이것이 본디 인간이 가진 이기심의 본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262쪽)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과 사회를 생각했다. '나'가 중요하지만 '너'가 없다면 아무 가치가 없다는 것과 '나' '너'가 '우리'가 되어 사회, 문화를 세워 나가지 않으면 '삶'의 진정한 가치나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공유와 느낌을 위해 생각날 때마다 다시 이 책을 읽어야겠다.

마지막으로 저자도 여러 번 적은 간호사와 의사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 말하고 싶다. 그들의 희생정신이 없다면 이렇게 체계적이고 안정된 방역시스템을 구축할 수가 없다. 그들을 대할 때 더욱 더 겸손해야겠다.

'그들도 무서웠을 것이다. 두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용감하고 담대하게 매일 수많은 환자들을 만났고, 바이러스에 무너져가는 환자들에게 용기를 주었고, 나를 살려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환자를 살려내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끈질긴 바이러스와의 전쟁의 최전방에서 누구보다 가장 용맹하고 숭고하게 싸워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간호사실을 나서는 순간, 가슴이 벅차올라 진심을 다해 선생님들께 인사를 드렸다.' (1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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