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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 - 상처받기 쉬운 당신을 위한, 정여울의 마음 상담소
정여울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10월
평점 :
문학은 문학대로 철학은 철학대로 문화는 문화대로 자신의 영역에 머물든 시대는 지나갔다. 하나를 갖고 하나에 만족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21세기는 앞 시대와 달라도 매우 다르다. 21세기는 복잡다단한 시대이고 여러 분야와 접하면서 사고를 팽창하는 시대이다. 여기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융합과 시너지 효과의 시대에 사는 현대인으로 단순하였던 옛 시대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정여울 작가의 ‘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는 지금 시대 인간이 겪는 아픔을 치료하기 위해 철학, 문학, 영화의 세 장르를 앙상블 시켜서 내놓은 처방전이다.
책을 읽고 나서 잊혀지지 않는 단어가 ‘셀프self’이다. 프로이드의 ‘이드’-‘에고’-‘슈퍼에고’는 듣고 알고 있는 분석심리학의 근본 용어였지만 융의 ‘셀프’라는 용어는 처음 들었다. ‘셀프‘는 자기 개성화를 위해 필수 불가결하다는 말에 공감하였다. 이드와 에고, 슈퍼에고를 적대적인 관계로 정의하고 파악하는 게 아니라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들로 설명한다. 나는 부딪히는 충돌이 생기면 늘상 이분법 논리를 적용하여 하나가 하나를 물리쳐야 비로소 문제가 해결되는 것으로 알고 살았다. 정여울 작가는 이러한 논리에 반격을 가한다. 에고와 셀프의 결합을 의식과 무의식의 결합으로 보고 기존의 에고가 트라우마(혹은 방어기제)를 물리치고 셀프를 회복하여 ’자기‘를 만나게 되고 ’개성화‘를 이룰 수 있다고 하였다. 이것을 파울로 우첼로의 <성 제오르지오와 용>이라는 작품을 통해 이야기한다.(45)
(방어기제인 용을 물리친 에고(의식)인 왕자는 셀프(무의식)인 공주를 구한다. 이 둘의 결합이 ’자기‘를 이루게 된다)
‘셀프’를 찾기 위해 트라우마를 남겼던 이드와 슈퍼에고를 극복하자는 이야기는 나에게 숲속의 길처럼 환하고 밝은 깨달음을 주었다. 특히 트라우마를 부정적인 경험으로 보는 게 아니라 대면해서 극복해야 할 통과의례로 작가가 설명할 때 내 안의 의식이 깨지는 경험을 하였다.
투사를 통해 트라우마를 제대로 인지하여 극복하여야 에고가 셀프와의 결합이 이뤄진다는 이야기는 다른 장에서도 드러난다. 9장과 10장이 그러하다. 9장은 내향성과 외향성, 10장은 아니마와 아니무스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여성성을 대표하는 내향성과 아니마와 남성성을 대표하는 외향성과 아니무스는 작가의 말대로 이분법으로 나눠서 정의하면 안 된다. 어느 사람이든 내향성과 외향성을 둘 다 갖고 있으며 타인에 대한 배려와 외부를 향한 적극성을 다 갖고 있다. 나 자신을 들여다봐도 마찬가지이다. 필자가 지적하듯 하나로 정의한 자신을 그대로 인정하고 살다가는 언제가 내면의 자아가 폭발하여 자신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 작가는 이러한 심리적 현상을 영화 '더 와이프'를 통해 설명한다. 내면성의 소유자이며 남 앞에 나서길 꺼리는 아내는 자신의 남편을 통해 자신의 문학능력을 발휘한다. 극도한 외향성의 남편과 극도한 내향성의 아내, 이런 엄마, 아빠 속에서 살고 있는 자녀들 모두 불행의 씨앗을 키우고 있다. 자기 발견으로 폭로가 들춰지려 할 때 남편은 심장마비로 자신의 고통의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고 아내와 자녀들도 불행한 삶을 이어가야 한다. 이렇게 자기 자신을 억압하였을 때의 결과는 참담한 비극일 수밖에 없다.
여기서 이야기하듯 자신 내면의 두 성향이 하나에 기울어지면 안 된다. 작가가 말하듯 페르소나에 갇혀서 자신의 에고가 원형적 이미지에 사로잡히게 내버려두는 사람들이 현대에 얼마나 많으며 나 자신도 예외가 아니다. 항상 마음 속 양면을 적절하게 배합시키면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과 자신의 에고와 셀프가 결합이 되도록 늘 자신을 돌아보는 습관을 지녀야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