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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양 박해와 서초동 십자가 - 조국 사건, 집단폭력과 희생양 매카니즘
이범우 지음 / 동연출판사 / 2020년 10월
평점 :
밝은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개개인이 나서서 힘을 모으기도 하지만, 밝은 세상에 필요한 규범이나 법치를 올바르게 세우기에 역부족이 되는 경우도 많다. 더욱이 기존 규범과 법치 혹은 몸에 맞는 역사전통에 따라 편한 옷을 입고 편하게 살아가려고 할 수도 있다. 이런 맹신, 맹목을 깨뜨릴 수 있는 게 문화 변화이다. 올바른 문화는 무작위로 개인, 혹은 집단의 생각을 맹신하고 따라가는 개인의 그릇된 판단을 고쳐 나가는 역할을 한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생각과 이론, 주장에 아주 많이 공감했다. 특히 희생양 박해 문제를 르네 지나르 인문학자의 주장을 바탕으로 과거의 풍습을 현대에 그대로 적응시키는 저자의 능력에 놀랍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두려움도 느꼈다. 지난 선거에서 보수 카르텔의 힘을 대변하는 현재 야당과 보수 언론, 극우 보수 기독교 집단에 국민이 등을 돌렸지만 그들은 여전히 대한민국의 중심은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검찰 또한 보수카르텔을 이용하여 자신이 우두머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집단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조국 장관이 희생양 매커니즘의 제물이 된 과정은 너무 가슴 아픈 일이다. 박해자들이 그들에게 가한 터무니없는 집단살해를 르네 지나르는 ‘초석적 폭력’이라고 정의한다.
‘고대 사회의 희생양 집단 살해는 일시적으로 사회적 위기를 진정시키고 공동체에 평화를 가져온다. 르네 지나르는 이것을 초석적 폭력이라고 부른다.’ (85)
나에게 결과적으로 슬픔을 안긴 초석적 폭력이 너무도 처절하지만 ‘적을 알아야 백전백승’이라는 말을 생각하면서 여러 가지 상황 전개 과정을 살펴봤다. 욕망이 불러오는 모방과 경쟁으로 만들어지는 폭력은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주관적인 인간의 그늘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작가가 이야기한 장난감을 가진 아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큰 의미를 지닌다. 자기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것으로 즐기면 되는데 한 아이가 다른 아이의 장난감을 뺏으려 하는 순간 모든 평화가 무너지고 폭력이 난무하게 된다.(147) 단순한 이 이야기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욕망을 지닌 채, 학력, 명품, 재력 등을 가지려고 안간힘을 쓰는 현대의 여러 사건과 똑같은 논리에 속한다.
내재한 집단폭력 속성은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 ‘악마는 스스로 속이는 존재‘(319)라고 한 말처럼 ‘난 다른 사람과 달라’라고 하기보다 ‘나도 폭력과 욕망의 지배를 받는 사람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늘 해야겠다. ‘거짓과 비난은 스스로 속이고 남을 속임으로써 상대적으로 완벽함을 추구한다.’(319)는 말처럼 가식적인 행동은 무조건 억제하려 해야겠다.
작가가 말하듯이 희생양 메커니즘은 거짓된 신화에 기초하고 있기에 결국 박해자의 신화는 깨어지게 되고 진실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들 보수카르텔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 원인이 역사의 무지에 있다(327)고 한 말, 또한 진리이고 명심해야 할 말이다. 특히 가슴에 와닿은 주장은 희생양 전도라는 현상으로 희생양에 대해 신성화하는 일이 있으면 안 된다고 한 것이다. 희생양을 절대적 존재로 변하게 하여 모든 주장이 진실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인상적이였다. 희생양을 동원한 새로운 형태의 박해는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 저자가 말하는 ‘희생양의 보호를 통한 전반적인 이권의 신장’과 ‘희생양 구조 위에 토대를 두고 있는 사회의 모든 양식을 정화하고 구조 자체를 해체시켜 나가는 것이 현대 사회에서 주어진 인류사적 임무’(338)라고 한 말을 명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