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주식시장을 이기다 - 상위 1%만 알고 있는 투자 철학의 비밀
장박원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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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문학에서 다루는 여러 이야기를 주식시장의 원리나 생리에 맞춰서 글을 적었다. 3파트로 나눠서 1파트 19, 2파트 12, 3파트 8편 도합 39편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먼저 인문학과 주식시장을 결합시켜 글을 적고자 한 저자가 본서의 제목에 동의를 하였는지 의문스럽다. 인문학을 주식시장에 접목시킨 발상은 기발하고 높이 평가할 부분이나 이 둘이 서로 대적관계에 놓여 있다는 가정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다. 왜 대결양상으로 이 둘을 묶고 있을까. 인문학이 주식시장을 이긴다는 말은 문이 무보다 강하다(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라는 속담이 생각나고 작가 김훈이 말한 칼은 당연히 자신이 강하니 펜에게 내가 더 강하다라고 할 필요가 없고 펜은 약하니 말로라도 칼보다 더 강하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열등한 자의 자기보호 본능에 기초한 말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이 둘을 적대시하지 말고 서로 상보관계로 설정하면 어떨까. 주식도 자본과 뗄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있어 인문학만큼이나 중요한 문명기제가 아닌가.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이 책은 인문학, 주식시장을 만나다라는 정도로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2쪽에서 3쪽 안팎으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인문학 영역의 소재를 주식시장의 원리와 결합시켜서 이야기하고 있다. 각 이야기의 끝에는 스토리 에센스라는 요약문을 달고 있다. ‘스토리 에센스...‘핵심 포인트’, ‘핵심 내용뭐 이런 종류를 스토리 에센스라고 적고 있다. 이것도 너무 영어를 남발하는 것 같아 보기가 안 좋다. 영어를 안 쓰면 촌스럽고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강박관념을 알게 모르게 출판계나 글쓴이들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씁씁하기도 하다. 어찌 되었던 중요한 것은 책의 내용이고 책을 읽는 독자인 내가 느끼는 감상이니 넘어가자.

 

스티븐슨의 작품 모비딕(Moby Dick)’을 인용하면서 보이지 않는 거대한 고래를 찾아 사투를 벌이는 모습이 주식시장에서 개인이 주식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것이나 비슷하다고 하는 부분이나 15-17세기 유럽의 신대륙을 찾으러 떠나는 배에 대해 투기를 하는 것에서 주식이 태동하였다고 이야기하면서 오늘날 기업이 공모주를 발행할 때도 그때와 같이 배가 들어오면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저자의 내공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서 장세를 바라봐야 한다는 일반 투자자세부터 삼성주같이 모바일에 크게 의존하는 대장주는 위험할 수 있으니 장기보존은 하지 말라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압축적인 설명을 단 한편 한편의 내용이 보면 볼수록 정감이 갔다. 다시 말해 한편 한편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할 수 있었고 처음부터 읽는 부담없이 아무 곳이나 펼쳐서 하루동안 곰곰이 생각해보면 좋을 책이었다.

 

전체적으로 죽 읽으면서 빠르게 훑었지만 다 읽고난 후에 다시 곰곰이 새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언처럼 한편의 이야기를 하루의 테마로 삼아 꼭꼭 씹어서 소화하면 좋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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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질문 과학적 대답
김희준 지음 / 생각의힘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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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인 질문을 과학적으로 답한다는 제목만으로도 대단히 흥미로웠다. 철학적 질문을 어떻게 과학적으로 대답한다는 말인가? 과학적으로 철학적 사유를 다 이해할 수 있고 인간의 궁극적인 의문에 답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만큼 과학이 발달하여 신의 영역을 탐구할 수 있게 되었단 말인가? 책을 읽게 된 동기는 이런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차례를 보고 호기심이 더 커졌다. 중제목으로 채택한 .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 우리는 누구인가? .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를 보고 인류의 모든 역사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특히 의 첫 번째 소제목이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인 걸 보고 순간 깜짝 놀랐다. 앞의 중제목에 달린 소제목 중에 칸트‘, ’도법자연등의 동서양 사상이 가진 문제에 답을 한다는 것은 십분 이해가 되나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를 가지고 과학적으로 답을 시도한다는 것은 참으로 기발한 착상이고 대단한 발견이 아닐 수 없었다.

과학적인 이론을 아주 쉽게 써서 읽는 이가 과학의 원리를 이해하길 바라는 작가의 의도를 십분 이해하지만 몇 군데는 비과학도로서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분자, 원자, 수소, 산소등의 근원에 대한 설명이나 우주의 크기나 지구와의 거리 등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노자와 칸트의 통찰력을 과학적 측면에서 분석하는 능력은 너무도 훌륭하여 김희준씨 같은 깊이 있는 과학자 외에 누구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읽을수록 다시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 건 바로 이 때문일거다.

들어가기에서 필자는 고갱의 그림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를 화두로 삼았다. 앞으로의 이야기를 이 세 가지를 갖고 할 것이라는 암시를 깔았다. 여기의 첫 질문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는 과학의 빙뱅이론을 통해 필자는 그 해답을 구했고 우리는 누구인가는 우주 진화의 산물이라는 관점으로 풀어서 설명한다. 마지막 질문인 어디로 가는가역시 우주 가속 팽창의 발견을 통해 우주가 어디로 가는가를 설명할 수 있다고 하였다.

처음 질문과 두 번째 질문에 필자는 명확한 답을 내놓았지만 세 번째 질문은 간단하게 처리하였다. 마지막 세 번째 장이 상대적으로 분량도 작았다. 의문이 생겼다. 이 책은 첫 질문과 두 번째 질문에 많은 비중을 두었고 세 번째 질문은 더 정리해서 후속 저서에서 답을 내 놓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추측은 어디로 가는가라는 식의 예언적인 물음은 과학의 영역보다는 철학이나 점성술의 영역에서 다룰만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세 번째 장이 특이한 것은 (1) 국화 옆에서 - 서정주 (2) 불과 얼음 -로버트 프로스트 (4) 집으로 - 로버트 스티븐슨 의 시로 과학적인 대답이라기보다 철학적인 대답으로 끝을 냈다. 미래의 지구나 우주에 대한 예측은 과학보다 철학이나 문학에서 더 깊은 성찰을 한 것일까.

빅뱅에서 시작하여 여러 화학물질로 이뤄진 인간이 생겨나서 살다가 다시 자연의 원리에 따라, 우주의 운행에 따라 자연으로, 흙으로, 먼지로 돌아가는 세상과 그 속의 인간 그리고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한 권의 책이 나를 에워싼 우주의 거대한 힘을 펼쳐 보여준 것만으로도 이 책은 참으로 귀하다.

재독, 삼독을 할만한 책이고

두고두고 한 구절씩 곱씹을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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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만드는 메이저리그 인생
이인권 지음 / 지식여행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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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인권씨는 영어로 만드는 메이저리그 인생을 통해 영어를 현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무기로 삼아라고 강변한다. 경쟁사회에서 영어 없이는 살아갈 수 없고 영어를 잘해야 출세할 수 있다고 한다. 영어의 중요성을 글로 정리하고 있는 이 책은 70평생을 살면서 뼈저리게 느꼈고 자신의 경험으로 체화한 사실을 서술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생존 경쟁이나 행복 추구를 위해 소중히 여기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이런 소중한 것은 타인이 볼 때보다 자신이 볼 때 더 커 보인다. 그러나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도 소중하냐는 물음은 되새겨 볼만하다.

일어나 독어의 매력을 느껴 거시적 관점에서 일어나 독어가 사용되는 범위와 미래 발전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은 분명 일어나 독어가 현대에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요소로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사용역이 넓거나 좁은 것은 현시대 환경에 맞춰 얼마든지 변할 것이며 결과로 나타나는 중요도도 바뀔 수 있다. 이 말은 그 중요성이란 것은 상대적이란 말이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신자유주의가 열렸고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하는 신제국주의 국가들은 다양성이라는 허울로 거대 권력과 자본을 가지고 인간경험과 사태를 덮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자본의 지배를 위해 세계 재편을 강행했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이념과 사상을 퍼트렸다. 이러한 세계 흐름에 반공과 애국을 모토로 한 대한민국의 위정자들은 자연히 권력과 자본을 갖기 위해 줄을 서야 했고 그들의 언어를 배워야 했다. 그 언어가 영어이다. 이쯤되면 대한민국에서 영어는 상품가치와 생존도구로서 모국어보다도 더 중요한 것일 수 밖에 없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필자는 영어가 너무도 중요한 언어이고 영어가 있으면 분명 메이저 리그인생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이인권씨에게 붙여 드리고 싶은 애칭은 영어 전도사이다. 그는 영어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영어에 최우선 순위를 매겼다. 삶의 가치, 행복, 성공을 보장하는 것을 말하라면 그는 서슴없이 영어라고 한다. 영어를 취미로 삼아 즐기라고 한다. 이를 위해 그는 국제화와 세계화를 구분하기까지 한다. 지리적 개념인 국제화가 아닌 공간적 개념인 세계화는 교류가 중심이라고 주장한다(53). 이 대목은 그의 인생 항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한 나조차도 도를 넘은 생각임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왜냐하면 지리적인 측면이나 공간적인 측면이 다를 수 없기 때문에 이처럼 국제화와 세계화가 다르다는 주장은 교류’, ‘소통을 위한 수단으로 영어를 강조하기 위한 아전인수식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이런 논리는 책을 읽어가는 중에 동어반복적으로 나타난다. 파트1‘21세기 세상을 지배하는 콘텐츠파트2 ‘영어가 지식 정보 시대 리더십의 핵심 자질이다’, 파트3 ‘영어는 웃으며 도전하는 자에게 트로피를 안긴다등에서 보듯 글로벌 시대에 영어를 못하면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다는 말을 계속 하고 있다.

책을 읽기 난 후에 난 후 읽기 전의 난 무엇을 생각했는지 다시 생각했다. 영어가 국제어로서 일부의 가치를 지닌 21세기에 살기 때문에 영어의 장점을 인정하고 영어를 소통의 한 부분으로 인류의 소중한 자산이라는 공감대를 전제로 하고 난 다음을 기대했다. 수비적인 복습이 아니라 공격적인 예습을 원했다. 아니면 도움이 될 만한 영어표현이나 시각의 전환을 꾀할 수 있는 작은 사상을 원했다. 지금 나는 나의 욕심이 과했다는 걸 느낀다.

그의 책 영어로 만드는 메이저리그 인생을 읽고 마이너리그 언어는 잔인할 정도로 매장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듯하여 참으로 아찔하였다.

이런 나의 생각은 그의 책이 문제가 아니라 나의 바람이 되도 않게 거창한 게 문제인가 싶다.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 책과 저자 이인권씨를 만난 게 행운이라고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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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난나 - 사랑의 여신
무라트 툰젤 지음, 오은경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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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문학을 대한 적이 없던 터라 무라트 툰젤의 '이난나'를 읽고 좁게는 터키, 넓게는 오스만 제국의 일면을 볼 수 있어 좋았다. 한 권의 소설을 통해 터키 문화와 그 속에서 살았던 인간을 이해하기는 역부족이지만 서양 중심의 세계관에 수평 조정 추를 하나 놓을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의 책읽기였다.


그리스 신화의 사랑과 전쟁의 신인 아프로디테의 전신인 이난나는 명성(明星. 金星)을 어원으로 하는 수메르 신화에 나오는 미와 연애, 전투의 여신이다. 이난나라는 신이 19세기를 전후해서 멸망의 길로 들어선 오스만 제국의 이야기에서 어떤 의미로 등장하고 있는지 궁금하였다. 그리고 툰젤은 왜 이 소설의 제목을 '이난나'라고 했을까.


책을 처음 읽을 때부터 난 이난나를 만나기를 기대했었다. 소설의 인물이나 배경이 어떤 맥락에서 '이난나'와 연결되어 있으며, 그들 터키 독자들은 이난나와 이야기의 주인공인 젤밀과 빌랄을 어떻게 접목시킬지 궁금했었다.


이교도 여자를 사랑하게 되어 성에서 추방당한 제밀과 군대(예니체리)에 강제로 입영되어 어머니와 이별해야 하는 빌랄을 중심으로 두 편의 이야기가 서로 번갈아 전개된다. 소설기술 방식부터 기존의 소설과는 달랐다. 하지만 두 편의 이야기는 떠남-순례-투쟁과 갈등-사랑이라는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고 있다. 때로는 수채화를 보듯 인간의 여정과 사랑이 아름다웠고, 또 때로는 인간 군상들이 바로 옆에서 구린 입김을 솟아내듯 비루함이 배어나와 사람 사는 데는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였다.


처음 장면에서 무르트 둔젤은 나의 관심을 한껏 끌어들였다. 홀수 번호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이교도를 사랑한 작은 도련님인 젤마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성주와 신하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면서 시작한다. 성주 남편이 작은 아들을 추방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하겠다고 하자 성주의 부인이자 젤마의 어머니인 쉐흐나즈는 차마 아들을 추방할 수 없고 만약 그를 추방시키면 자신은 별채에서 절대 나오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 선언 후에 성주와 가신들의 토론이 이어졌고, 마침내 추방이 결정된다. 추방되어 떠나는 젤마 일행에는 충실한 부하와 부인(술타나)과 이교도 첩(쉬메이라)과, 며칠 동안 먹을 수 있는 일용품들이 있었다. 터번이나 히잡을 쓰고 말을 올라 탄 젤마 일행의 모습은 실크로드를 통해 동양으로 장사를 하러 온 아라비아 상인들이나 파울로 코옐로의 ‘연금술사’에서 긴 여정을 떠나는 산티아고와 비슷했다. 여러 성주를 만나서 도움을 얻는 과정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의 진미이다. 중반 이후부터 등장하는 유스프 성주가 돌보고 있는 아시아의 등장 또한 눈여겨볼 대목이다. 쉬메이라 뿐 아니라 아시아 역시 이난나의 또 다른 모습이다.


짝수 번호 이야기는 빌랄이 얼음 속에서 구조되어 치료를 받는 장면으로 시작하며 의식을 회복한 빌랄이 어릴 때 군인들에게 강제로 끌려서 집을 떠나는 순간부터 젤마가 개최한 경주에 나가서 얼음이 깨지는 바람에 사경을 헤매게 된 과정까지의 여정과 사랑을 담고 있다. 이교도들을 잡아다 혹독한 훈련을 시킨다는 이슬람 군대인 예니체리에 들어간 빌랄은 장군의 첩(누르하알)을 사랑하게 되며 그에게 누르하알은 여신 이난나이다.


첫 3분의 1을 읽는 동안 이슬람 문화의 생경함 때문에 이야기 중심을 잡기가 다소 힘들었다. 그러다 3분의 1선이 넘어가면서 속도가 나지 않고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쌓이면서 더 산만해지면서 이야기의 흥미는 급격히 떨어졌다. 다소 지리한 묘사장면도 문제지만 속도를 늦춰 읽었던 것도 문제가 되었다.


소설가는 작품을 통해 사라진 역사나 사라져가는 현재의 사실을 복원하는 기술자이다. 작가 둔젤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사실보다 더 사실적인 과거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여러 가지를 독자에게 알려주고자 한 작가의 열정이 독자의 입장에서는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손실을 가져왔다. 성주 아들 젤마의 여정이 사랑이야기와 중첩되면서 끝까지 읽지 않은 상황에서는 중심을 잃게 되는 단점을 가져왔다. 여기에는 두 명의 주인공을 한 편의 소설에 집어넣은 둔젤의 독창적 서술방식도 한 몫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다 읽고 난 후에는 그의 진가가 드러나고 소설구성과 이야기 내용의 탄탄함을 볼 수 있다는 진흙 속의 진주를 만나게 된다.


이야기 전개구성과 여러 가지 터키의 과거와 관련된 내용이 신선한 충격으로 와 닿은 소설이다. 한꺼번에 다 읽었지만 차후에 부분적인 내용을 음미하면서 읽어 봐야 할 훌륭한 책이다. 무리트 둔젤을 더 알기 위해 또 다른 그의 소설을 읽고 싶은 맘이 든 것을 보면 이슬람 세계가 서양의 소설에서 보아왔던 서양 중심의 세계보다 우리의 정서와 더 맞다는 생각을 갖게 한 즐거운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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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을 파하라 - 대한민국 No.1 크리에이터의 파격적인 창의창조론
송창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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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은 ‘송창의’이다.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그의 책 ‘격을 파하라’의 파트1-1의 제목이 ‘창의는 습관이다’이다. 홍대클럽을 일주일에 2-3번 간다는 그는 오락프로의 귀재이자 새로운 형식을 쫓아 창의가 없거나 열정이 없으면 사람을 감동시킬 수 없다는 매스미디어 시대의 특출한 인물이며 사람 사는 세상에 재미가 빠지면 앙코 없는 찐빵이라는 철학을 가진 사람이다.


현재 tvN의 본부장으로 일하면서 ‘롤러코스트’나 ‘택시’, ‘막돼먹은 영애씨’등을 연출하여 오락프로 부문에서 부동의 선두에 서 있는 송창의는 창의, 열정, 창조를 위해 태어난 인물이며, 만약 매스미디어 쪽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다면 음악가로서 인생을 보냈을 인물이다.


이번에 읽은 ‘격을 파하라’는 전형과 인습적인 틀을 창의로 갈아엎고 열정으로 거름을 주어 창조의 신화를 만들라고 목쉬게 외치는 책이다.


자서전 형식으로 쓰인 본서를 읽으면서 나는 ‘송창의’라는 사람을 통해 ‘나’를 생각하였다. ‘나’는 이미 3/4정도 규정되어 있으며, 그의 식대로라면 ‘격’의 틀이 다소 굳어있는 사람이다. 그는 ‘격’을 파하고 창의와 열정으로 새로운 인생의 이정표를 세우라고 말한다. 그가 주문하는 이상적인 인간형은 움직임을 통해 현재의 틀을 무참히 깨부수고 ‘다름’을 지상의 과제로 삼아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말과 주장은 번드르하게 멋지고 이상적이다. 문제는 말과 주장이 아무리 좋고 훌륭해도 ‘아무나’, ‘누구에게나’ 통하는 가치가 아닐 수 있다는데 있다. 선택의 문제로 정(正) 아니면 오(誤)가 강요되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기호’와 ‘결정’의 문제로 봐야한다. 누군가의 주장이 아무리 훌륭하다 할지라도 ‘나’의 삶의 궤적과 불일치하면 득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는 법이다.


최근에 읽은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긍정의 배신’이 생각났다. 긍정적인 사고나 긍정적인 태도는 그 자체로 보편타당하며 거부할 수 없는 진리이다. 하지만 적확한 판단력을 흐리게 하며 장밋빛 청사진만을 끌어안고 부정과 관련된 모든 것을 매도, 매장한다면 진정 긍정이 바라는 결과를 얻지는 못한다. 자기개발서에서 실패와 실수를 그냥 끌어안고 사는 게 더 나은 인생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가. 이런 점에서 이 책의 함정이 숨어 있다. 즉, ‘나’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면 누구나 복종과 맹신의 노예가 될 수 밖에 없다. 누가 ‘창의’보다 ‘현상태 지속’을, ‘열정’보다 ‘현실 안주’를 얘기할 수 있겠는가. 창의와 열정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세우고 현재의 관점을 180도 돌려 무에서 유가 나와야 진정한 인간이라고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외친다. 난 은근히 딴지를 걸고 싶다. 그의 ‘창의’는 ‘창의’를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의 말이며 현상태를 지속시키고 관리하는 게 더 깊은 인생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굳이 그의 말대로 따라할 필요 없이 현재의 삶 자체의 아름다움을 이야기 할 수도 있다. 창의나 열정, 창조가 모두 선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다양성’이 보장된 세계에서는 송창의 식으로 ‘격을 파’하기보다 ‘격’과 ‘지속’이 적절히 공존하면서 서로 인정하는 순환 메카니즘을 지상과제로 삼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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