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 질문 과학적 대답
김희준 지음 / 생각의힘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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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인 질문을 과학적으로 답한다는 제목만으로도 대단히 흥미로웠다. 철학적 질문을 어떻게 과학적으로 대답한다는 말인가? 과학적으로 철학적 사유를 다 이해할 수 있고 인간의 궁극적인 의문에 답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만큼 과학이 발달하여 신의 영역을 탐구할 수 있게 되었단 말인가? 책을 읽게 된 동기는 이런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차례를 보고 호기심이 더 커졌다. 중제목으로 채택한 .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 우리는 누구인가? .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를 보고 인류의 모든 역사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특히 의 첫 번째 소제목이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인 걸 보고 순간 깜짝 놀랐다. 앞의 중제목에 달린 소제목 중에 칸트‘, ’도법자연등의 동서양 사상이 가진 문제에 답을 한다는 것은 십분 이해가 되나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를 가지고 과학적으로 답을 시도한다는 것은 참으로 기발한 착상이고 대단한 발견이 아닐 수 없었다.

과학적인 이론을 아주 쉽게 써서 읽는 이가 과학의 원리를 이해하길 바라는 작가의 의도를 십분 이해하지만 몇 군데는 비과학도로서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분자, 원자, 수소, 산소등의 근원에 대한 설명이나 우주의 크기나 지구와의 거리 등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노자와 칸트의 통찰력을 과학적 측면에서 분석하는 능력은 너무도 훌륭하여 김희준씨 같은 깊이 있는 과학자 외에 누구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읽을수록 다시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 건 바로 이 때문일거다.

들어가기에서 필자는 고갱의 그림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를 화두로 삼았다. 앞으로의 이야기를 이 세 가지를 갖고 할 것이라는 암시를 깔았다. 여기의 첫 질문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는 과학의 빙뱅이론을 통해 필자는 그 해답을 구했고 우리는 누구인가는 우주 진화의 산물이라는 관점으로 풀어서 설명한다. 마지막 질문인 어디로 가는가역시 우주 가속 팽창의 발견을 통해 우주가 어디로 가는가를 설명할 수 있다고 하였다.

처음 질문과 두 번째 질문에 필자는 명확한 답을 내놓았지만 세 번째 질문은 간단하게 처리하였다. 마지막 세 번째 장이 상대적으로 분량도 작았다. 의문이 생겼다. 이 책은 첫 질문과 두 번째 질문에 많은 비중을 두었고 세 번째 질문은 더 정리해서 후속 저서에서 답을 내 놓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추측은 어디로 가는가라는 식의 예언적인 물음은 과학의 영역보다는 철학이나 점성술의 영역에서 다룰만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세 번째 장이 특이한 것은 (1) 국화 옆에서 - 서정주 (2) 불과 얼음 -로버트 프로스트 (4) 집으로 - 로버트 스티븐슨 의 시로 과학적인 대답이라기보다 철학적인 대답으로 끝을 냈다. 미래의 지구나 우주에 대한 예측은 과학보다 철학이나 문학에서 더 깊은 성찰을 한 것일까.

빅뱅에서 시작하여 여러 화학물질로 이뤄진 인간이 생겨나서 살다가 다시 자연의 원리에 따라, 우주의 운행에 따라 자연으로, 흙으로, 먼지로 돌아가는 세상과 그 속의 인간 그리고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한 권의 책이 나를 에워싼 우주의 거대한 힘을 펼쳐 보여준 것만으로도 이 책은 참으로 귀하다.

재독, 삼독을 할만한 책이고

두고두고 한 구절씩 곱씹을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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