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을 파하라 - 대한민국 No.1 크리에이터의 파격적인 창의창조론
송창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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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은 ‘송창의’이다.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그의 책 ‘격을 파하라’의 파트1-1의 제목이 ‘창의는 습관이다’이다. 홍대클럽을 일주일에 2-3번 간다는 그는 오락프로의 귀재이자 새로운 형식을 쫓아 창의가 없거나 열정이 없으면 사람을 감동시킬 수 없다는 매스미디어 시대의 특출한 인물이며 사람 사는 세상에 재미가 빠지면 앙코 없는 찐빵이라는 철학을 가진 사람이다.


현재 tvN의 본부장으로 일하면서 ‘롤러코스트’나 ‘택시’, ‘막돼먹은 영애씨’등을 연출하여 오락프로 부문에서 부동의 선두에 서 있는 송창의는 창의, 열정, 창조를 위해 태어난 인물이며, 만약 매스미디어 쪽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다면 음악가로서 인생을 보냈을 인물이다.


이번에 읽은 ‘격을 파하라’는 전형과 인습적인 틀을 창의로 갈아엎고 열정으로 거름을 주어 창조의 신화를 만들라고 목쉬게 외치는 책이다.


자서전 형식으로 쓰인 본서를 읽으면서 나는 ‘송창의’라는 사람을 통해 ‘나’를 생각하였다. ‘나’는 이미 3/4정도 규정되어 있으며, 그의 식대로라면 ‘격’의 틀이 다소 굳어있는 사람이다. 그는 ‘격’을 파하고 창의와 열정으로 새로운 인생의 이정표를 세우라고 말한다. 그가 주문하는 이상적인 인간형은 움직임을 통해 현재의 틀을 무참히 깨부수고 ‘다름’을 지상의 과제로 삼아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말과 주장은 번드르하게 멋지고 이상적이다. 문제는 말과 주장이 아무리 좋고 훌륭해도 ‘아무나’, ‘누구에게나’ 통하는 가치가 아닐 수 있다는데 있다. 선택의 문제로 정(正) 아니면 오(誤)가 강요되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기호’와 ‘결정’의 문제로 봐야한다. 누군가의 주장이 아무리 훌륭하다 할지라도 ‘나’의 삶의 궤적과 불일치하면 득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는 법이다.


최근에 읽은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긍정의 배신’이 생각났다. 긍정적인 사고나 긍정적인 태도는 그 자체로 보편타당하며 거부할 수 없는 진리이다. 하지만 적확한 판단력을 흐리게 하며 장밋빛 청사진만을 끌어안고 부정과 관련된 모든 것을 매도, 매장한다면 진정 긍정이 바라는 결과를 얻지는 못한다. 자기개발서에서 실패와 실수를 그냥 끌어안고 사는 게 더 나은 인생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가. 이런 점에서 이 책의 함정이 숨어 있다. 즉, ‘나’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면 누구나 복종과 맹신의 노예가 될 수 밖에 없다. 누가 ‘창의’보다 ‘현상태 지속’을, ‘열정’보다 ‘현실 안주’를 얘기할 수 있겠는가. 창의와 열정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세우고 현재의 관점을 180도 돌려 무에서 유가 나와야 진정한 인간이라고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외친다. 난 은근히 딴지를 걸고 싶다. 그의 ‘창의’는 ‘창의’를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의 말이며 현상태를 지속시키고 관리하는 게 더 깊은 인생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굳이 그의 말대로 따라할 필요 없이 현재의 삶 자체의 아름다움을 이야기 할 수도 있다. 창의나 열정, 창조가 모두 선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다양성’이 보장된 세계에서는 송창의 식으로 ‘격을 파’하기보다 ‘격’과 ‘지속’이 적절히 공존하면서 서로 인정하는 순환 메카니즘을 지상과제로 삼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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