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페미니스트 - 불편하고 두려워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록산 게이 지음, 노지양 옮김 / 사이행성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엄청 읽고 싶은 책은 아니였다. 매년 회사에서 주는 포인트로 교보에서 20만원어치 책을 살 수 있는데 여러 개를 놓고 가격을 맞추다 보니 이 책이 들어 왔다. 잘한 선택이다.
최근에 페미니즘에 관한 책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어려운 공부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안 봤는데 이건 그렇지 않다. 페미니스트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작가는 록산 게이라는 흑인 여성인데 시원시원하게 이야기 한다.
처음엔 책이나 드라마, 뉴스, 음악같은 대중 문화에서 여성이 어떤 모습으로 그러지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또 여성 혐오가 얼마나 이 사회에 깊게 뿌리 박혀있는지를 알려주며 비판하기도 한다. 책에는 강간 농담, 여성의 배를 만지고 재밌어하며 깔깔대는 저급한 방송인들도 나오는데 그런 미친짓이 그리 놀랍지도 않았다. 비슷한 일들이나 더 한 것들이 많아서 면역이라도 생긴걸까. 생각해보면 더 끔찍한게 이거다. 너무 만연한 일에 정신 차리지 않으면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게 되는 것.

강간 관련 기사에는 피해자가 없는 내용이 나온다. 글을 쓴 기자는 집단 성폭행범들이 학생이며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없게 될지 모른다고 말 한다. 가해자에 대해서는 마치 안쓰럽게라도 여기는 듯한 기사를 쓰고 피해자인 여학생에 대해서는 옷을 어른스럽게 입었다는 이야기만을 한 줄 쓰는 것이다.
우리 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강간 사건에 대한 기사가 나오면 밤 늦게 돌아다녀서 그렇다, 술을 많이 마셔서 그렇다, 옷을 헤프게 입어서 그렇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자들이 꼭 있다. 여성이 그런 행동을 해서 피해를 입는 것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대체 그런 천박한 생각은 어떤 머리에서 나오는걸까.

책이나 드라마, 영화등에 관한 리뷰가 책의 전반에 걸쳐 나오는데 여성인 동시에 흑인으로 살며 겪은 삶의 문제들과 생각이 이런 리뷰를 통해 잘 드러난다.
작가는 특히 흑인 인종 차별에 대해 관심이 많다. 책의 절반 가까이를 할애 한다. 크게 공감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들이 미국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는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백인보다 더 노력해야 하고 흑인 아이들은 백인 아이들과는 달리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은 현실을 살고 있다는 점을 말이다.

마지막은 다시 페미니즘으로 넘어가서 페미니스트가 남성을 증오하거나 공격적이고 정치적인 여성을 말하는게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 시킨다.
작가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개X 같은 취급을 받고 싶지는 않다고 말 하면서 페미니스트가 아닌것 보다는 차라리 나쁜 페미니스트가 되겠다고 하며 글을 마친다.
세상엔 참 똑똑하고 당당하게 자신을 주장을 펼치며 사회에 이로운 기여를 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내가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는게 아닌가. 고마운 일이다.

우리 여성들은 이상하고 무서운 시대에 살고 있다. 여성은 언제나 이상하고 무서운 시대에 살았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현대 여성은 더 이상하고 무섭다고 느낀다. 왜냐하면 사회는 급격히 변하지만 여성을 대하는 방식에는 발전이 없기 때문이다. p36

임신은 사회와 공공 개입을 유도하는 경험이고 여성의 신체를 대중적인 담론으로 끌어올리게 되는 경험이다. 여러 면에서 임신은 여성의 삶에서 가장 덜 개인적인 경험이 되어 버린다.
외적 개입은 별게 아닐 수도 있고 불쾌한 경험이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당신의 부풀어 오르는 배를 만지고 싶어 하는가 하면 원치 않는 육아 조언을 하기도 하고 .……생전 처음 보는 사람도 당신이 임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정보를 알아낼 권리가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내가 감히 나서서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여성 혐오 문화를 인식하고 각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 곧바로 페미니스트 딱지가 붙는다. 앞서 나온 다니엘 토쉬와 강간 농담에 대한 글이 살롱에 실렸을때 나는 악플이 두려워 거의 보지 않았지만 우연히 하나는 보고 말았다. 나에게 "화만 내는 여자 블로거"라고 했는데 이것은 "화만 내는 페미니스트"라는 말이나 맞는 말이다. 페미니스트들에게는 늘 ‘열렬한‘보다는 ‘화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p358

페미니즘의 어깨에 너무 무거운 짐을 지우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이 운동의 일차적 목표는 모든 분야에서의 성 평등임을 잊지 말자. p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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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3 01: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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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3 12: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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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3 13: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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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3 18: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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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3 22: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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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3 22: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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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5 15: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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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3 23: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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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7 19: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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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7 20: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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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스 찾기 2017-01-17 20:30   좋아요 0 | URL
보시고픈 영화가 있으시면 언제든,,,

이러면 영화발전에 기여하진 못하겠지만, 이래저래 공짜표가 많이 생겨서,,,

쉐기쉐기몽쉐기 2017-01-17 20:32   좋아요 0 | URL
ㅋㅋ 감사합니다. 이미 기여하고 계신듯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