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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8.12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8년 11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 벌써 맺음달 12월호라니...
말도 안된다고 고개를 저으면서도 받아드릴 수 밖에...
샘터 맺음달은 마지막까지 시시한 구석 하나 없이 알차다.
이번호는 집근처 새로 난 산책길을 걸으며 읽어보았다.

나도 나이가 들었구나... 생각들 때, 바로 식습관이 변했을 때 확연히 느껴진다.
피자, 치킨만 좋아하던 입맛도 어느 덧 할머니의 소소한 한식 밥상을 더 찾는다. 세상에...
'할머니의 부엌수업'에서 최희옥 할머님의 된장오리탕이 소개되었다. 된장만 30년째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직접 담그셨다고 한다. 그럼에도 배움의 자세로 마을 기술센터 된장학교를 다니며 배운 방법을 올해 새롭게 시도할 계획이시다. 나는 집에서 된장을 담그기는 커녕 한번도 본적이 없다. 최희옥 할머님의 밥상 이야기를 들으며 정성과 노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달 이맘 때쯤 특집 주제를 보고 내 마음속 난로는 무엇이 있나 떠올려보았다. 적당한 소재가 있으면 나도 한번 공모해볼까 생각했지만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내심 매마른 감정상태에 반성만 하게 되었다. 특집글을 읽고 보니 세상 마음 따뜻하게 하는 난로는 내가 다 가지고 있더라. 든든한 아버지, 친구같은 엄마, 오빠같은 남동생, 오매불망 나만 바라보는 우리 루피, 최근엔 살갑게 챙겨는 올케까지. 맨날 따뜻함 속에 살다보니 그게 따뜻한 줄도 모르고 살았구나.

나역시 나무늘보를 보고 매우 궁금했던 점이 있다. 저렇게 느려터진데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나의 일상에서 느림의 미학이란 단 1도 없다. 동시에 두가지 이상의 일을 해야 하고 되도록 빨리 실수없이 해야한다. 꾸물대는 사람을 보면 (특히 일할 때) 참을 수가 없다. 줄이 길게 늘어선 곳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아무리 필요한 곳이라도 과감히 뿌리친다. 이런 나에게 나무늘보가 살아가는 방식은 꼭 빨리 하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라고 알려주었다.

취미생활을 직업으로 종사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긍정적이다. 얼굴이 잘생기고 예쁜 걸 떠나서 환한 인상을 준다. 반면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하는 사람들은 대게 부정적이고 일도 오래 지속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7년간 직업상담사로 일하면서 관찰한 결과다. 롱보더 이주애씨 역시 얼굴에 생기가 돈다. 30대 초반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다. 일과 취미를 잘 연동시켜야 이주애 씨처럼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고민거리다.

언젠가는 꼭 가야지 하면서도 전남 담양 가는 길이 참으로 멀다. 내가 사는 곳과 거의 대각선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다 보니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는 것도, 자차를 가지고 이동하는 것도 꽤 부담스러운 곳이었다. 담양에 가고 싶었던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메타세콰이어길을 보고 싶어서이다. 또 죽녹원 역시 꼭 가보고 싶었다. 다른 지역을 여행할 때 나무가 바뀌면 여행하는 기분이 확 와닿곤 했다. 평생 소나무만 보고 자란 탓인가보다. 소나무 외에 다른 나무를 보면 무척 신기해했고 마치 다른 나라에 있는 기분이 들곤 했다. 그런 탓에 담양이 너무나 가보고 싶었는데 송강 정철의 자취가 남아있는 곳이라고 하니 더욱 가보고 싶다.
2018년 하반기 동안 샘터와 함께 하며 좋은 글과 멋진 사진을 보고 감동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정작 샘터를 만들어 주신 분들에게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십자말풀이' 문제 출제를 놓고 독자와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펼친다는 편집장님의 글을 읽고 나역시 샘터를 만들어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한 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내년 샘터도 잘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