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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역사 - 지혜란 무엇인가? 지혜로운 이는 어떤 사람인가?
트레버 커노 지음, 정연우 옮김 / 한문화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나에게 이렇게 유혹적인 책 제목도 없을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은 열망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 중 한 사람이지만 아직 노력이 부족한 탓인지 나의 지혜는 늘 제자리 걸음인 것 같다. 지혜의 역사를 알면 당연히 지혜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거기서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힌트를 얻지 않을까 싶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서문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지혜의 세계로 들어가는 안내서로 보면 된다. 사실 지혜를 너무 깊이 들어가도 머리 아파 완독이 어려울 것 같다. 각 분야에서 소개하는 정도로 그쳐 이해하는 게 한결 수월하지 않았나 싶다. 나는 그리스와 로마 신화에 관심이 많고 세계사를 좋아하다보니 간혹 눈에 익은 이야기가 나올 때가 있는데 이런 분야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너무 방대한 내용에 지칠 수도 있을 것 같다. 가끔 이슬람 문화권에 인물이 나오면 어리둥절한 상태로 두 번, 세 번 같은 내용을 읽기도 했다.
1장 신과 지혜
처음부터 아주 흥미로운 소재가 나와 신나게 읽었다. 다양한 문화권과 시대에 나온 신과 지혜를 소개하고 있는데 신화를 좋아하는 나는 대부분 익숙한 이야기였다. 지혜와 연관지어 설명된 부분을 참 유익하게 읽었다. 따로 따로 알던 신을 사실 같은 신을 의미하거나 몰랐던 부분에 대해 살을 붙이는 재미가 있다. 특히 '지적설계 논쟁'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과연 창조주는 존재하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지혜롭게 설명하는 부분인데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질문이다.
2장 신화와 전설 속의 지혜
2장은 특히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지혜를 바탕으로한 이야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 중 하나로 중국의 팔선과 오제, 로마의 일곱 현인처럼 잘 알고 있는 이야기도 있다. 동방박사 세 사람에 대한 정체를 밝히는 부분이 기억난다.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문화영웅과 트릭스터는 잘 몰랐던 이야기인데 교활한 것과 지혜로운 것의 차이를 생각해본 계기가 되었다.
3장 역사 속의 지혜
이 장에서는 실존 인물을 대상으로 지혜로운 자를 소개하고 있는데 유럽의 통치자 중 지혜로운 10명을 소개한 부분이 유익하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소개된 다섯 현자 중 여성인 라비아가 가장 먼저 소개되어 놀라웠다. 남녀 차별이 심하다고 하여 이슬람에 대해 편견이 작용했는지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라비아와 관련된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았다.
4장 문학과 지혜
지혜는 결코 글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렇지만 글로 전달되는 지혜의 일부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장에서 소개하는 교훈문학은 문학 장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내가 유일하게 즐겨읽을 수 있는 글이다. 짧은 글이지만 곰곰히 생각하면 큰 뜻이 담겨 있는 그런 교훈문학이 참 재미있다. 교훈문학의 대표적인 책과 그 일부를 소개하며 문학을 통해 지혜를 전달하는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5장 점술과 지혜
언뜻보면 점술과 지혜는 전혀 연관성이 없어보이는데 뜻밖이었다. 점술 방법을 설명하고 특히 신탁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하면서 지혜와 연관지어 설명한다. 점술이라는 것은 과학이 발달하지 못한 시대에 행해졌던 옛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날까지 행해지는 점술이 있어 놀랍다. 세상의 이치를 이해하면 일부를 통해 전체를 알 수 있다는 말을 통해 직관력도 지혜의 일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6장 철학과 지혜
철학과 지혜는 아주 끈끈한 연대가 있을 것 같은데 철학자 중에는 지혜에 관심조차 없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나는 철학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이 부분을 통해 철학의 윤곽을 잡을 수 있었다. 고대 철학과 현대 철학,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을 골고루 설명하고 있다. 세계 여러 철학자들이 생각한 지혜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장이다.
7장 신비주의, 마법과 지혜
어쩌면 점술보다 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펼쳐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신비주의라는 개념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마법과 신비주의가 각각 다른 의미라는 것도 말이다. 나처럼 신비주의와 마법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지만 한 때 많은 사람들이 믿고 영향을 미친 만큼 아주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 점에 대해 이 장에서 설명하고 있다.
8장 속담과 지혜
교훈문학과 비슷한 의미를 담으면서도 더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속담이다. 속담의 특징을 짧은 문장, 훌륭한 식견, 세련된 표현이라고 보고 그 속에 담겨 있는 지혜에 대해 설명한다.
9장 오늘날의 지혜
정작 오늘날 화자되고 있는 지혜에 대해 너무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뉴에이지 운동에 대해 나는 전혀 몰랐다. 현대의 지혜 연구는 지혜의 정의뿐만 아니라 측정법에서 관심을 쏟고 있다고 한다. 개인의 지혜를 측정할 수 있는 39개 항목의 질문지가 있다니 한번 나의 지혜도 측정해보고 싶다. 물론 절대적인 지표가 되지는 못한다. 여전히 지혜에 대해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며 좀더 과학적인 방법으로 발전하고 있어 앞으로 더욱 흥미롭고 유용한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책을 읽고나서 나의 지혜가 업그레이드 되었다기보다 지혜의 일면을 더 알 수 있었다는 점이 보람있게 느껴진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한 방법을 굳이 나열하지 않아도 지혜의 역사를 알면 은연 중에 느끼는 것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책에서 언급된 수많은 지혜로운 인물들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지만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넓고 크게 보는 마음을 가지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부록에서 지혜의 격언 백선과 책 속의 책을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어 지혜를 탐구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