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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는 어른이 될 줄 알았다 - 흔들리는 어른을 위한 단단한 심리학의 말
구마시로 도루 지음, 정혜주 옮김 / 샘터사 / 2019년 1월
평점 :

내가 생각한 어른의 기준은 사회에서 성인이라고 이르는 딱 20세가 되는 때였다. 20살만 되면 나도 어엿한 어른이 되어 합리적인 사고를 하고 정직하고 올바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주 대단한 착각이었다. 19세였던 12월 31일에서 새해를 맞아 20세가 되는 순간은 지극히 평범한 시간의 흐름 중 일부였으며 내겐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원래 철딱서니가 없으니 서른살이 되면 진정한 어른이 되려나보다 생각하고 누구보다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며 20대를 즐겼다. 그렇게 계속 어른이 될 날을 기다리며 마냥 청년으로 살고 있다.
<마흔에는 어른이 될 줄 알았다>는 청년의 끝자락에 서서 어른도 아닌 것 같고 애는 더더욱 아닌 나와 같은 독자가 읽기에 딱 좋은 책이다. 물론 그 이상의 연령대가 보아도 진정한 어른이 되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더 어린 연령대가 보기에도 인생공부 책으로 좋다. 청소년부터 어르신까지 누가 봐도 좋을 책이다.
저자 구마시로 도루는 정신과의사로 전공은 적응 장애영역이다. 분명 저자도 그렇고, 책에서 나오는 지명이나 예시를 든 것도 일본문화지만 사회현상이나 사람사는 모습은 비슷한 것 같다. 마치 국내도서처럼 느껴질 정도로 공감하는 내용이 많다.
제1장 '청춘 지향'에서 '성숙 지향'으로
청년이 읽고 공감할 내용이 많은 부분이다. 언제까지 젊은 채로 살아갈 수 없음을 깨닫고 그저 청춘만 고집하지 말고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올바른 어른이 무엇이냐는 어려운 질문에 저자는 "세대나 입장에 다른 사람에게 그 차이를 바탕으로 대하는 것" 이라고 한다. 성숙한 어른이 되었을 때 지금껏 생각못한 행복과 기쁨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세지도 남겨있다. 나부터도 일단 내가 살고 보자는 이기적인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는데 앞으로 저자가 어떤 식으로 나와 같은 청년을 설득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제2장 어른이 되었다고 실감하기 어려운 시대
여기서는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에 그동안 무관심하게 살았던 사회적 문제점을 인식하게 된다. 청춘 시절 좋았던 것만 유지하고 보려고 하는 우리의 태도가 올바른 어른이 되는 길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것과 어른이 되기를 어떻게든 미루려고 하는 현대사회 청년들의 상황을 즉시하게 되었다. 나역시 어른이 되기를 의도적으로 미루고 미루는 청년 중 하나라는 사실을, 그게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확실히 인지하게 되었다.
제3장 '어른 정체성'으로의 연착륙
어린 시절부터 청년시기까지 나의 정체성을 찾기위해 많은 경험과 노력이 따른다. 그런데도 나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 채 어른이 되기도 한다. 나이를 어른이 되는 기준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춰 정체성을 찾는 데 좀 더 집중한다면 진정한 어른이 되는 데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한다.
제4장 상사나 선배를 바라볼 때
주변에 나와 비슷한 일이나 생활패턴을 가진 상사나 선배를 보고 배우는 것이다. 앞으로 나의 인생을 살게 되면서 먼저 살았던 인생선배의 삶을 통해 대비할 것은 대비하고 잘못된 것은 바로 고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아직 내 인생에 롤모델을 못찾은 것 같다. 꼭 롤모델을 찾지 않더라도 '반면교사'를 찾아 부정적인 부분을 고치는 것도 필요하다.
제5장 후배나 부하를 대할 때
나이가 든다면 확실히 청년보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게 당연해보인다. 이럴 때 청년을 그저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보고 배울 점을 간파하는 것 역시 진정한 어른이 되는 길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나 이상으로 발전할 청년을 위해 어른의 보살핌이 꼭 필요하다고 한다. 이 보살핌에 대해 여지껏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나또한 부모님을 비롯한 많은 어른들의 보살핌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제6장 청년의 연애, 어른의 결혼
나의 인생에서 가장 큰 난제이다. 안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마음이 초조해진다. 저자는 훌륭한 '전우'를 얻으라고 말하면서 그 방법도 구체적으로 일러준다. 저자의 말이 공감되면서도 생각을 바꾸진 못했다.
제7장 취미와 함께하는 삶
내가 특히 공감했던 부분이다. 나는 원피스 덕후인데 지금 이 나이에 아직도 애니를 보고 굿즈며 피규어를 산다. 핑계를 대자면 내가 어릴 때 나왔던 만화가 아직도 연재 중인데.. 나이는 나만 먹었는데 어쩔 수 없다. 아무리 힘들고 지치는 일이 있어도 루피가 해맑게 웃는 수배서(?)만 봐도 기분이 풀리는데 어떻게 끊을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상황을 두고 괜찮다고 나는 이해했다. 취미도 필요없다면 내가 중년이 된 어느 시점에서 그만 둘 것이란다. 사실 그것보다도 지금의 취미생활이 그걸로 괜찮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제8장 나이 듦의 허무함을 극복하기 위해
예전에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썼던 글을 보면 나또한 무수히 많은 흑역사를 양산해냈다. 저자는 그런 흑역사마저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저자 역시 10년 뒤 이 책또한 자신의 흑역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 부분이 참 재미있다.
아무리 개인주의가 팽배해도 결국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도 사람과 사람 사이 인연을 소중히 하는 것이다. 내가 올바른 어른이 되어 다음 세대를 보살피는 작은 행동이 모이고 모여서 인류 역사를 이룬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언제 어른이 될지는 몰라도 적어도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 무얼 해야할지 가닥은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