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전야
산도르 마라이 지음, 강혜경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 열정" 을 읽고 산도르 마라이에게 반해 그의 책들을 모조리 주문했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편식하는 습관이 있는지라, 주문한 책을 쌓아두고 무엇을 먼저 읽을까 행복한 고민도 했다.

힘들게 두번째 책으로 "이혼전야" 를 고른 건, 단 하루를 책 한권으로 묘사할 수 있는 그의 능력에 감탄하기 때문이다..

"열정"을 읽었을 때도 그러했지만, "이혼전야"를 읽고도 난 한참을 생각한다. 이 알수없는 공허함, 설명할 수 없는 슬픔에 대해.

산도르 마라이는, 심리묘사에 있어서는 내가 아는 그 어떤 작가보다도 더 섬세한 능력을 지녔다.

단 하루뿐인데, 한 사람의 인생을 이렇듯 절절히 풀어놓을 수 있다니..

며칠동안은, 이 책의 여운에 푹 빠져야겠다. 조금 우울해질지도..

그리고나서는 씩씩하게 다음 책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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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 이 하잘것없는 진실, 썩어 없어진 육신의 비밀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조란 무엇이고, 우리는 사랑한 여인에게서 무엇을 기대했던가?

나는 살 만큼 살았고, 이것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네. 정조는 가공스러운 이기주의가 아닐까?

인간이 좇는 대부분이 그렇듯이 허영심의 산물이 아닐까?  

우리는 정조를 요구하면서, 과연 상대방이 행복하길 원하는 것일까?

상대방이 정조라는 것에 구속되어 행복할 수 없는데도 정조를 요구한다면, 우리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의 사랑이 상대방을 행복하게 하지 않는데도 정조나 희생같은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일까?

죽음을 앞둔 이제는 사십일년 전 그때처럼 감히 이러한 문제들에 단호하게 대답할 용기가 없네."

 

죽음을 앞둔 두 노인의 41년만의 해후와 하룻밤의 대화로 이루어진 책. 열정.

 

이 책을 읽으며 사실 확실한 전모가 드러나길, 두 노인의 언성이 높아져 사실을 낱낱이 캐는 스토리이길 바랬다.

그러나 작가는 끝끝내, 인생의 굴곡을 겪어본 노인들에게만 나올 수 있는 차분한 어조로 담담하게 책을 마무리 짓는다.

 

책을 덮으며 가슴이 답답하여 참을 수가 없었다. 길을 걷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책의 내용이 아른거린다.

왜일까? 왜 나를 이렇게 자극하는 것일까?

 

우정이라는, 사랑이라는 감정과 진정한 인간관계에서의 신뢰와 불신.

오해와 변명과 거짓말, 사실과 눈속임.

모든 지저분한 감정 앞에 이 책을 감히 추천하고 싶다.

 

 이유는 없다. 아직도 가슴이 쿵쾅거리는 묘한 매력이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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