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처음 만나보는 줄리언 반스의 책.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제목에서 부터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나의 선택을 받기 까지 책장에서 꽤 오랜 시간을 대기하긴 했지만...

읽기 시작하고 부터는 내 손에서 오래 머물지 않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을 수 있었다.

 

시간,기억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져주기도 하는 이 소설은 내가 보냈던 시간들과 내가 가지고 있던 기억들... 나의 과거들에 대해서 내내 반추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해주었다.

 

어떤 경험에 대해 분명 나와 그 시간에 함께 있었음에도 내가 생각하는 그때의 기억이 타인이 생각하는 그때의 기억과는  달라서 쉽게 의견이 좁혀지지 않을때가 있었을 것이다.

어떤 경험을 하고 거기에 시간이 더해졌을때 우리의 기억은 진실과 멀어질 때가 얼마나 많을까.

그 잘못된 기억이 정말 진실인 것처럼 여겨지는 것들은 또 얼마나 많고!

 

이 책을 읽고서 줄리언 반스에 다른 책을 검색해보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마지막 것은 내 눈으로 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국 기억하게 되는 것은, 실제로 본 것과 언제나 똑같지는 않는 법이다.

시간에 박차를 가하는 감정이 있고, 한편으로 그것을 더디게 하는 감정이 있다. 그리고 가끔, 시간은 사라져 버린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의 삶을 지켜봐온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우리의 인간됨과 우리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는가를 증명해줄 것도 줄어들고, 결국 확신힐 수 있는 것도 줄어듦을 깨닫게 되는 것. 부단히 기록-말로,소리로,사진으로-을 남겨두었다 해도, 어쩌면 그 기록의 방식은 엉뚱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젊을 때는 서른 살 넘은 사람들이 모두 중년으로 보이고, 쉰살을 넘은 이들은 골동품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시간은,유유히 흘러가면서 우리의 생각이 그리 크게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해준다. 어릴 때는 그렇게도 결정적이고 그렇게도 역겹던 몇 살 되지도 않는 나이차가 점차 풍화되어간다. 결국 우리는 모두 `젊지 않음`이라는 동일한 카테고리로 일괄 통합된다.

어쩌면 이것이 젊은 사람과 나이 든 사람의 차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시절에는 자신의 미래를 꾸며내고, 나이가 들면 다른 사람들의 과거를 꾸며내는 것.

기쁜 기억 못지않게 슬픈 기억도 그리울 수 있다고 본다.

우리는 살면서 우리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얼마나 자주 할까. 그러면서 얼마나 가감하고, 윤색하고, 교묘히 가지를 쳐내는 걸까. 그러나 살아온 날이 길어질수록, 우리의 이야기에 제동을 걸고, 우리의 삶이 실제 우리가 산 삶과는 다르며, 다만 이제까지 우리 스스로에게 들려준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우리에게 반기를 드는 사람도 적어진다. 타인에게 얘기했다 해도, 결국은 주로 우리 자신에게 얘기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십대에는 자신의 목표와 목적이 혼란스럽고 확신이 서지 않는다 해도, 인생자체와, 또 인생에서의 자신의 실존과 장차 가능한 바를 강하게 의식한다. 그후로... 그후로 기억은 더 불확실해지고, 더 중복되고, 더 되감기하게 되고, 왜곡이 더 심해진다. 젊을 때는 산 날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온전한 형태로 기억하는 게 가능하다. 노년에 이르면, 기억은 이리저리 찢기고 누덕누덕 기운 것처럼 돼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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