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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덜너덜해진 사람에게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 작성일
- 2009.07.17 19:38
1.대마농가의 신부
2.사형
3.둥근파꽃
4.오사비시 섬
5.Little baby nothing
6.너덜너덜해진 사람에게
★벅스에서 친구 기다리는 동안 앉은채로 홀딱 읽어 버렸다.
특히 Little baby nothing은 무척 공감가는 이야기이다.
내 마음을 읽어낸 듯한 책을 발견했을때의 짜릿함이란 정말 최고다.
자신의 마음을 100% 표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것의 수단이 말이 되어던 글이 되었던 말이다.
때로는 말이 글보다 편할때가 있고, 말보다 글이 편할때가 있지만 어쩐지 내겐 둘다 불편한 수단일 뿐이다.
내 서투름과 비겁함의 증거이겠지.
* 밑줄 긋기
그건 딱히 이 녀석들뿐만 아니라 다른 놈들도 대부분 그렇다.
내게는 특별한 상대라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고, 뭔가 그런 리얼한 면은 은근슬쩍 넘어갈 수밖에 없는 거고, 그런 건 깊이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그래도 딱히 하루하루가 최악인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름대로 재미있는 일도 있고 가슴이 후끈해지는 때도 있다. 단지 그게 그저 평범한 듯한 감이 들고 좀 더 엄청난 놈들이 있다느니 어떻다느니 하는 것도 지겨울 만큼 잘 알고 있다. 노력이라
느니 꿈이라느니, 그야 뭐, 말로 하기는 쉽지만 그걸 들이대 볼 방향조차 모르겠으니 도무지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나보다 한심한 놈도 있지만 그놈들과 나의 차이가 어디에 있는지 좀체 보이지 않는다. 친구나 여자친구가 있어도 결국 내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서로 사귀고 도와주고 위로하고, 그저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도무지 아무 것도 없으니.
사고방식이나 생의 방식을 바꾸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단 한장의 레코드나 한 편의 영화 때문에 헤까닥 변해버리는 일까지 있는 것이다. 여기 이 세 녀석처럼 그저 살아있다는 것 말고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놈들이라도 날마다 온갖 다양
한 것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깨닫기도 하고 감동하기도 하고 때로는 참회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항상 머릿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다. 영향을 받고 가슴이 뜨거워지고 반성하고 상상하고 꿈을 꾸고 다
시 잠을 잔다. 결국 다시 똑같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다.
진짜 어려운 일은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생활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머릿속과 입 끝만으로 이러고저러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내 몽뚱이를 움직여 생활 그 자체를 바꿔나가는 수밖
에 없다.
하지만 그게 가장 어렵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열심히 일하고 착실히 공납금을 내면서 시간을 보내기.
엄청나게 따분하고 흥미 없는 일거리로 하루의 대부분을 써버리고, 그리고서 남은 작은 시간을 얼마나 유효하게 쓸 것인가를 연구하는 생활. 그것이 그들로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하루였다.
딱히 하는 일도 없는 주제에 뭔가 자신에게 흥미가 없는 일에 시간을 쓴다는 게 지독히 아깝게 느껴졌다. 가진 것이라고는 시간뿐이면서 지금껏 그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생각하기도 한심할
정도다.
세 녀석도 잘 알고 있었다. 무언가를 붙잡기 위해서는 생활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하지만 그것은 귀찮은 건 둘째 치고 몹시 두려운 일이었다. 그러다가 사회의 흐름에 흡수되어 그저
살아가는 것뿐인 인간이 되는 것이. 그리고 자신들이 그렇게 되기 쉬운 약해빠진 인종이라는 것을 아플 만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