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없는 세계
미우라 시온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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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없는 세계​ /미우라 시온 장편소설

이 소설은 어떻게 소개를 해야할지 모르겠다. 조금은 특별하고 묘한 설정 그리고 순수한 로맨스를 절묘하게 버무린 서사에 흠뻑 빠져 읽었다. 식물들과 바닷 속을 연상시키는 푸른 빛이 어우러지고 매끈하게 반짝이는 표지가 예뻐서 요리 조리 사진을 찍게 만든다.
정감넘치는 작은 식당에서 요리를 만들고 손님을 행복하게 만드는 요리사를 꿈꾸는 후지마루. 그리고 T대학교의 대학원 식물학 전공의 대학원생 모토무라가 만나면서 소설이 전개된다.
첫 만남에 그녀는 입술 모양의 그림 티셔츠를 입고 있다. 궁금해서 물어보니 식물과 사랑에 빠진 나머지 잎의 기공을 현미경으로 확대해서 프린트한 옷을 입은 것이다.
T대 연구실에 배달 주문이 올 때마다 후지마루는 가슴이 설레고 모토무라와 함께 연구실에 있는시간이 즐겁다.

지난해 여름 딸과 함께 들었던 조지타운대 최영은 교수의 강의가 떠올랐다. 동물의 발생학과 유전학을 통해 여러 가지 질의응답을 했었다.
사람의 손가락의 길이는 왜 다를까?같은...
이 책을 읽으면서 비슷한 질문으로
단풍잎의 잎은 왜 길이가 다를까?
은행잎과 단풍잎의 잎 모양과 색은 왜 다를까?
유전학과 변이, 그리고 염색체의 배열 등에 궁금함이 생겼다.
이런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연구가 시작되는 것이겠지.

"마치 아른거리는 꿈 속에 있는 것 같다. 눈에 보이는 세계가 다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작은 잎사귀 안에 초롱초롱 펼쳐져 있는 세포의 우주. 후지마루가 지금까지 요리해 온 채소와 고기, 생선 속에도 같은 세계가 펼쳐져 있다.
"내 몸을 현미경으로 보면 어디나 모두 세포가 가득 늘어서 있다는 거네요."
기분 나쁜 것 같기도 하고, 고귀한 것 같기도 한 느낌이 든다. 식물도, 동물도, 채소도, 인간도, 모두 알알이 가득 찬 세포를 필사적으로 일하게해서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는 거구나 하고 생각하니 왠지 가엽다는 생각도 든다.

매커니즘에 대해 자세히 알 수는 없었지만 세포의 상태를 더 쉽게 관찰할수 있도록 하기 위해, DNA가 복제되는 동안에 세포가 빛을 내도록 장치를 해놓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후지마루는 한번 더 현미경을 들여다봤다. 생명활동의 증거를 빛으로 발하고 있는 죽은 세포들의 무리. 작은 잎 안에 존재하는 아름답고 쓸쓸한 은하."

내가 물을 못키우는 똥손에서 조금 탈출하면서 느낀 것은 타고난 똥손이 아니라 관심과 사랑이 부족했다는 것을 느꼈다.
그만큼 식물에 대해 지식과 정보로 접근해서 햇빛의 양과 물을 주는 양과 온도등을 각각 다르게 해 주어야 하는 것이 초록 식물들이다.
게다가 식물을 연구하는 일이라면 얼마나 더욱 정성을 들여야 하는 일일까?
현미경으로 관찰한 잎의 세포를 이렇게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니!!^^
어려운 과학이 아니라 정말 식물과 사랑에 빠질것만 같다.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언어도 없고, 기온이나 계절이라는 개념조차 없는데도, 식물은 정확히 봄을 알리고 있다. 온도계나 일기장을 사용하지 않고도, '이건 초겨울의 날씨가 아니라 진짜 봄이다. 슬슬 여느 해와 같이 활발하게 생명활동을 할 시기가 왔다.'라고 판단하고 기억한다.

반대로 인간은 뇌와 언어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있는 건지도 모른다. 고뇌도 기쁨도 모두 뇌가 내놓는 것이고, 그것에 휘둘리는 것은 물론 인간이기에 맛볼 수 있는 묘미겠지만, 관점을 바꿔놓고 보면 인간은 뇌의 포로라고 할 수도 있다. 실은 화분의 식물보다도 더 좁은 범위에서밖에 세계를 인식할 수 없는 자유롭지 못한 존재."

요리에만 몰두하던 열혈청년 후지마루에게 찾아온 로맨스는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서서히 모토무라와 발걸음을 맞춰 나간다.
다만 후지마루의 감정의 양에 비해 모토무라의 모든 과심은 식물에만 있다. 새로운 논문과 발표과제를 위한 연구때문에 한치도 들어갈 공간이 없다. 후지마루는 사랑 앞에서 기죽지 않는 모습이다. 상대는 대학원 식물학 박사과정이고 자신은 작은 식당에서 요리를 하는 사람이지만 순수한 사랑으로 모토무라 편에서 응원하고 사랑한다.

"이해는 사랑과 비례하지 않는다. 상대를 알면 알수록 사랑이 식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모토무라에 대한 후지마루의 마음은 그것과는 반대였다. 이해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사랑하는 마음도 늘어가기만 했다. 후지마루는 후회는 하지 않았다. 후지마루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 사람, 식물을 사랑하는 여자와 사랑에 빠진 것을."

"방충망 너머로 올려다본 하늘에 달이 떠있다. 이제 곧 보름달이 되기 직전의 살찐 달이다. 선인장만이 아니라 맞은편 집 무궁화도 달빛을 받아 어둠 속에 하얗게 떠올라 있다.
우리는 모두빛을 먹고 살고 있다. 언젠가 죽어서 흙이나 재가 되어도, 인류가 멸종되어도 지구 위에서 분명 앞으로도 빛을 먹고 사는 생명의 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정말로 신기하다. 각각의 생명체가 갖고 있는 정묘한 매커니즘이. 식물이나 동물은 왜 태어나는지. 태어났는데 왜 또 모두 죽음을 맞이하는지.
그리고 가는 길에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데도, 왜 모두 어둠이 아니라 빛을 식량으로 삼아 살아가는지"
작가가 말하는 사랑없는 세계란 무엇일까?
사람과 사람간에서 사랑이 무너진 관계와 비정한 사람들이 모여든 세계일까?
표지가 블루 계열이지만 식물들의 어우러짐이 따스한 느낌을 준 것처럼, 막상 책을 읽다면 사랑이 넘실거려 안온한 기운이 감돈다.

읽으면 읽을수록 식물학에 빠져드는 이 책에서 남녀의 열정적인 사랑 이야기는 없다. 다만 오로지 식물을 향한 열정과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들간의 인간미가 넘실거린다. 모토무라가 식물의 일거수일투족에 정신을 빼앗긴다면 후지마루는 오직 모토무라의 모든 일에 눈을 떼지 않는다. 그리고 함께 미지의 세계였던 식물의 세계로 함께 들어간다. 사랑은 없지만 땅을 뒤덮는 식물의 세계를 사랑하기로 한다.

연구실의 리얼한 묘사와 연구과정의 실패와 성공을 보면서 사랑에 관심이 아니라 나도 모르는 사이 뜬금없는 식물학 공부에 빠진다.
보통의 연애소설은 아니지만 식물을 매개로 한 두 청춘의 로맨스가 설레고 세번째 고백을 기대하고 응원하게 된다.

일반 소설에서 볼 수 없는 고루하고 어려운 과학 이야기
식물의 유전자 변이를 소재로 다양하게 연구하는 사람의 심리를 알 수 있도록 깊이 묘사한 부분이 놀라웠다.
서정적인 글맛을 유쾌하게 살려낸 번역가의 힘도 큰 것 같다.
곧 다가오는 봄에 식물과의 로맨스를 즐겨보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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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한잔, 유럽 여행
권경민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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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는 와인 소믈리에처럼 비어 소믈리에가 있는지 몰랐다. 그러고보면 세상일에 너무 문외한인가 싶다.
저자 권경민은 한국 비어 소믈리에 협회 상임고문으로 독일 되멘스 비어 소믈리에, 대한민국 주류대상 맥주부문 심사위원, 국내 최대 커뮤니티 네이버 (맥주야 놀자) 운영자 등으로 활동하며 '맥'빠지지 않는 길을 걸어 왔다. 나는 맥주보다는 소주를 마시는 편이라 맥주 맛은 잘 모르지만 맥주에 대한 상식도 많이 알게 되었다.

맥 빠지지 않는 여행을 꿈꾸는
아주 평범한 여행자를 위한
맥주 한잔, 유럽 여행--글 사진 권경민

독일의 클로스터 호프는 관광객들은 찾지 않고 현지인들이 즐겨찾는 독일 요리와 맥주를 즐기는 곳이다. 유럽에서는 안주없이 맥주만 마시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어 우리의 음주문화와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인터넷의 글을 보면 외국에서 마시는 맥주가 차갑지 않다는 불만아닌 불만을 종종 본다.
사실 외국에서는 우리 나라만만큼 맥주를 차게 마시지 않는다.
맥주를 너무 차게 마시면 맥주 본연의 맛과 향을 제대로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 대형 양조장의 경우 특별한 풍미나 향이 없기에 오로지 빨리, 차갑게 마실 수 있는 마케팅을 오랫동안 펼쳐온 탓이다.
마케팅의 페해였다니..

탄산을 강하게 주입하여 톡쏘는 맛을 강조하고 밋밋한 맛을 감추기 위해 더 차갑게, 더 빨리 마시게끔하는 마케팅을 한 탓에 맥주 본연의 맛을 느껴볼 기회조차 없었다는 사실은 안타까웠다.
유럽에서 우리나라에서 상상할 수 없는 미지근한 온도의 맥주 맛을 느껴보면 소맥을 말아왔던 수많은 이들이 맥주에도 맛이 있다는 걸 절실히 느끼게 된다고 한다.
외국에서 마시는 제대로 된 맥주 맛이 궁금하지만 어차피 나는 배불러서 맥주는 한 캔을 다 못마신다. ^^;;

독일맥주의 자존심 바이에른의 뮌헨에 가면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양조장인 바이엔슈테판 양조장이 있다. 이 곳은 독일 국영 앙조장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이다.

부담스럽지 않게 즐길 수있는 개방된 음주문화는 부럽다. 근무중 점심시간에도 맥주 한잔 즐길 수 있는 생활의 활력소, 부어라 마셔라 죽어보자고 덤비지 않는 느린 음주가 하루의 비타민같은 존재처럼 느껴진다.

우리 나라의 잘못된 맥주시음 하나 더 추가요~^^
"맥주잔을 냉장고나 냉동실에 넣어 맥주를 따랐을 때 살얼음이 얼 정도로 아주 차갑게 마실 수있게 잔을 보관한다. 하지만 맥주가 얼 정도로 잔을 차게하면 맥주가 얼면서 수분과 맥주의 다른 성분이 분리되어 맛의 밸런스가 깨져 맥주의 참맛을 느낄 수가 없다. 맥주잔을 수돗물로 헹구어 적당히 차가운 온도로 식혀주고, 또한 잔의 내부에 물을 묻혀서 맥주를 따를 때 과도하게 거품이 생기는 것을 막기위한 것이다. 맥주의 거품은 맛있게 즐기기 위한 아주 중요한 요소이지만 과한 거품은 맥주 내부의 탄산을 너무 많이 기회시켜서 탄산감이 떨어지는 김빠진 맥주가 될 수 있기에 이를 조절하기 위해서 잔을 물로 헹구는 것이다."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로 넘어가 유럽 전통이 있는 곳에서는 최상의 모트와 홉을 사용한다. 현대의 양조설비를 이용하여 전통적인 방식으로 다른 첨가물 없이 발효시 발생되는 탄산가스만으로 인위적인 탄산주입없이 맥주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그리고 충분한 발효와 숙성시간을 거쳐 더욱 안정적인 맥주 맛을 유지한다. 오랜 기다림으로 만들어낸 거칠고 투박한 식감은 기본에 충실한 조화가 주는 감동이다.

누구나 꿈꾸는 유럽여행에 맛난 음식과 맥주가 함께 한다면 색다른 기억이 될 것 같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네덜란드, 벨기에 등의 다양한 안주와 여러 가지 맥주들을 소개하고 경치까지 곁들여 지루하지 않은 책이다.

맥주에 대한 상식까지 얻게 되었지만 우리 나라 양조방식으로는 여전히 차가운 맥주를 먹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아쉽다. 어디를 여행하든 현지인들의 정서가 녹아든 문화는 색다른 감동을 준다.
비어 소믈리에가 전하는 세계의 맥주 맛에 기분좋게 취하는 느낌!! 눈까지 즐거운 여행 에세이였다.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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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의 완벽한 고백 브라운앤프렌즈 스토리북 1
이정석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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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귀염뽀짝한 라인타운 브라운앤프랜즈 스토리 북은 사랑스럽고 유쾌한 소설 시리즈이다. 아르떼의 책은 이쁜 감각의 표지들과 감성적인 도서가 많은 것 같다. 이 책도 브라운 캐릭터 표지에 끌려 신청했던 도서^^
그저 그런 캐릭터만을 강조한 가벼운 스토리에 불과할 것이라는 얄팍한 나의 생각과 달리 진한 우정과 위로하는 방법에 대해 잔잔히 알려주는 은근한 감동을 주는 책이었다.

책표지가 예뻐서 카페갈때 챙겨가길 잘했다^^
마침 브라운 캐릭터모양의 미니케익이 있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브라운은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말주변이 없다보니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친구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걸 도와주면 좋아할 것 같은 것들. "

브라운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 친구들의 마음에 예민한 브라운처럼 사람의 마음을 감지하는 레이더가 내게도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런 마음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었다.

브라운처럼 친구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다보면 그들의 마음과 진심을 읽어낼 수 있다. 나이들수록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 듣는 귀와 마음을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요즘에 딱 가슴에 꽂히는 말이다.
세심한 브라운의 레이더의 감지능력은 특별한게 아닌 자연스러운 것...!
친구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날 것같은 듬직한 브라운의 매력에 퐁당 빠진다.

"브라운은 알 수 있었다. 괜찮은 척 억지로 버티던 시간은 어느 새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린다는 것을.
그리고 초코는 브라운 덕분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가끔은 들키는 것이 괜찮아지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나의 치부가 들켜버리는 날이 있다. 그렇게 숨기고 싶었던 일이 막상 드러내놓고 보면 별게 아닌데..그런 친구하나 있어서 자다가 눈곱을 붙이고 만나도 편하고 밥을 먹다가 나가도 아무렇지 않은 이름..친구
살아가면서 친구에게 기대고 의지하고 힘을 주고 받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친구의 의미는 나이 들수록 동갑내기를 초월하는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의미한다는 것~♥
최고의 친구 브라운에게도 못하는 것이 하나 있으니 부탁을 거절하는 법이었다.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거절하는 하루를 보낸 브라운은 익숙하지 않고 지치기도 했지만, 그래도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을 하나 배웠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해줄 수 있는 도움은 남모를 두려움도 극복할 수 있게 만든 다는 것. 친구들을 배려하고 필요한 것을 가장 잘 알아주는 브라운도 한편으로 허술하기 짝이없다. 누구나 남의 일에 끼어들어 조언이나 충고를 하는 것은 쉽지만 막상 자기 일에는 빈틈 많은 구석을 보이기 마련이다.
즐거운 캐릭터 친구들과 일상 속 에피소드를 일러스트와 함께 만나는 생동감 넘치는스토리 북이다. 다른 캐릭터의 이야기들도 궁금해졌다.
우리 집에 커다란 쿠션이 있을 정도로 브라운이 제일 친근하다. 역시 오리지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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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코스모스 - 우주를 향한 새로운 질문
데이비드 아이허 지음, 최가영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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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고 꿈을 키운 '칼 세이건 키즈' 데이비드 아이허는 천문학으로 진로를 정한 뒤부터 우주에 관심을 갖고 천문학에 대한 공부를 시작한 것이 열 다섯살이라고 한다. 그 때부터 칼 세이건 교수와 메일을 주고 받으며 연구에 매진한 일화들은 어린 나이부터 꿈을 발견하고 실현해 나간 한 사람의 의지가 보여 존경스러웠다.

내가 살고 있는 작은 공간도 제대로 모르는데 지구와 행성과 더더구나 우주에 관해서는 별로 관심을 갖지 못했었다. 단지 태양이 점점 뜨거워지고 나이들어감에 따라 수명이 단축되고 있다는 정도의 지식과 달빛과 별빛이 아름다워 하늘은 밤낮없이 자주 올려보는 낭만이 있을 뿐이다.

"새로운 기술과 최첨단 장비로 가속도가 붙은 천문학지식으로 재정의된 책"이라는 설명이다.
이 책은 우주에 관한 최신 정보를 균형잡힌 시각으로 설명하면서 코스모스의 새로운 세계로 안내한다.


「코스모스」이후 새롭게
다시 느끼는 우주의 깊은 울림.
코스모스와 인간의 위대한 만남

대부분의 은하에서 블랙홀은 처음에는 활동이 매우 왕성했다가 먹잇감이 부족해지면서 기력을 잃어 일종의 수면 상태에 들어갔다. 우리 은하의 중심에 있는 블랙홀도 마찬가지다. 그러는 동안 학자들은 근본적인 고민에 빠졌다. 우주 자체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관한 고민이었다. 1960년에 학계가 빅뱅이론을 정설로 받아들이면서 "우주는 어떻게 끝날 것인가"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이다. 질문의 답은 우주의 질량 에너지, 밀도, 팽창 속도 등 여러가지 인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화성은 오랜 세월 베일에 가려져
SF의 단골주제가 되곤 했지만
매리너 4호가 50년 전 접근에 성공한 이래로
수차례의 우주탐사를 통해
이 붉은 행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크게 개선됐다.

화성과 맞먹는 또 하나의 미스터리는 지구의 자매 행성이라 불리는 금성이다. 금성은 지구와 다른 점이 거의 없다. 크기도 비슷하고 변화무쌍한 날씨가 존재한다. 그러나 지구와 달리 금성은 무려 섭씨 480도가 넘는 열지옥이다. 무쇠도 녹는 온도다. 게다가 기압이 지구보다 90배 이상 높아서 만약 우리가 금성에 간다면 뼈가 다 으스러져 버릴 것이다.

한마디로 인류는 현재 청장년이 된 중간 체중의 흰색별을 1억 5000만 킬로미터쯤 떨어져서 맴돌고 있다. 하지만 빛과 온기를 선사하는 태양의 비호를 받아 화려하게 번성한 우리의 지구 생태계가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주조차도 말이다. 태양이 늙어가면서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칠레 파라날에 있는 유럽 남방 천문대에서
별들이 자취를 남긴 밤하늘 위로 레이저 한 줄기가
가스와 별들이 밀집한 우리 은하 중심을 비추고 있다.
레이저를 발사한 천체 망원경은 이 천문대가 보유한
8.2미터짜리 망원경 사청사 중 하나인 예푼(Yepun)

가장 밝지만 밝지 않은 것
내가 여태껏 들어본 블랙홀에 관한 표현 가운데 가장 멋진 것은 이론물리학자 킵손의 말이다. 그는 2011년에 개최된 제1회 스타무스 페스티벌에서 블랙홀을 이렇게 표현했다.
"블랙홀은 우주에서 가장 밝지만
빛나지 않는 것이다."

이 짧은 한 문장은 블랙홀의 기묘한 성질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블랙홀은 한마디로 중력이 너무나도 커서 빛조차도 빠저나올수 없는 무엇이다. 블랙홀은 아마도 아마추어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주제일 것이다.

보이저1호가 목성의 달 에우러파의 사진을
처음 보내왔을 때, 칼세이건은 얼음의 균열이 이 천체에서 바다와 어쩌면 생명까지도 찾을 실마리가 아닐까 생각했다.

우주는 어떻게 생겼는지, 태양은 언제까지 타오를 수 있는지, 지구는 어떤 종말을 맞이할 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비밀, 그리고 나아가 우주에서 생명이 갖는 의미라는 주제를 쉽고 흥미롭게 플어냈다.

35년전 「코스모스」에서 그 시절 기술로는 밝히지 못했던 새로운 지식들을 추가하며 컬러사진은 우주에 관한 관심을 높여준다.
칼 세이건의 고전 「코스모스」도전에 실패했던 기억이 있는데 업데이트된 천문학 지식과 눈부신 발전을 이룬 행성학에 대한 것을 제공하는 책 「뉴코스모스」을 읽고 소장하게 되어 개인적으로 영광이다.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화성에 관한 탐사와 최근 위성사진 등은 경이로운 우주를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

또한 지금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조차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를 비롯한 행성과 우주의 신비로부터라고 생각하니 감사한 마음과 더불어 현재 지구의 파괴들이 불안해진다. 역시 다방면에 관심을 가져야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것같다. 단순한 지식만으로는 풍부해질수 없다.

어떤 면에서 지구 생태계 종말의 열쇠는 온실가스가 쥐고 있다. 1980년대 초에 지금으로부터 1억 년 뒤에는 암석의 화학적 풍화작용 때문에 대기중 이산화탄소가 고갈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태양 복사가 점점 강해지지만 동시에 이산화탄소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당분간은 저울의 수평이 아슬아슬하게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대기 중 이산화탄소 수치를 낮추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산화탄소가 너무 적으면 식물이 광합성을 할 수가 없다. 그렇게되면 생태계를 유지하는 되먹음 고리가 끊어지고 말 것이다.

우주는 어마어마하게 매우 몹시 넓다. 그래서 우주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더라도 깨닫는 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구는 적어도 인간에게는, 매우 특별한 곳이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의 터전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들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지구가 우리의 유일한 고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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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모든 밤은 너에게로 흐른다
제딧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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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밤은 너에게로흐른다#제딧#사랑에세이#이별#감성에세이#에세이선물

당신으로 수놓인 이 밤하늘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100만 독자가 기다린 일러스트레이터 제딧의 신작도서라는 소개를 보니 꽤 유명한 일러스트 작가인데 내가 몰랐던가 싶다.

그림이 동화처럼 아름답고 글은 사랑하는 연인에게 편지대신 선물해도 좋을 만큼 달달하다. 양장본의 사랑스러운 표지와 도톰한 책장은 값비싼 그림책을 보는 듯 고급스럽다.

하태완의 에세이<모든 순간이 너였다>와 비슷한 느낌이면서 일러스트가 더 짙고 풍부하다. 글밥이 많지 않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부담없는 에세이다

내가 좋아하는 눈 일러스트가 많아서 그림으로라도 실컷 겨울을 만끽했다. 역시 겨울은 따뜻한 사람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우체통에서 편지를 기다리며 서로의 마음을 전하는 프롤로그가 낭만적이다. 게다가 밤하늘에 뜬 이쁜 초승달 그림까지 설렌다. 낮달이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손잡은 연인의 모습이 사랑으로 물들어 가는 듯 표현되었다.
다시 젊음으로 돌아가 연애를 한다면 이렇게 순수한 사랑으로 따스하게 감싸고 자신만의 색으로 기억하는 사랑을 전할 수 있을까.
사랑하면 사소한 감정들도 더욱 소중해지는 마법에 걸리므로 어떤 순간도 함께하고 싶고 놓칠 수 없다. 감정이 너무 익숙해지지 않고 인생에서 빛나는 시간 속에 잠시 기대어 서 있는 나를 만난다. '우연'

참 신비로운 말입니다.
우체통이 우연히 내 눈에 들어왔듯이,
우연히 쏟아지는 별을 보게 되었듯이,
누군가 내 마음에 들어오는 것도
그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도
어쩌면 예기치 않은 순간,
우연한 기회로 찾아올 지 모릅니다.
당신을 만날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돌고 돌아 결국 만나게 될 거예요.
아주 '우연한 기회'에 말입니다.
만나지 못했다면
그건 아직 때가 아닌 것뿐입니다.
당신과 나에게 찾아올
'우연'이 기다려집니다.
그것은 분명
커다란 기쁨을 선물해 줄 것입니다.

그 기쁨의 우연한 기회. 나도 기다려진다.ㅋㅋ
애틋했던 감정과 그리운 감정들을 수없이 넘나들던 사랑의 기억들. 순수했던 시간들이 시계바늘처럼 똑딱거리며 다가온다.
그러다 어느 순간 희미하지고 잊어가며 살아가고, 그렇게 흘려버린 시간들을 모아서 글로 전할 수 있다면 이런 책이 나오지 않을까. 서로의 마음을 아끼지말고 확인해주며 살라고 말해주는 책이다. 더불어 연애세포를 깨워주는 위험한 책이라 혼자 있는 사람은 읽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부록으로 책 뒤면에는 일러스트 엽서 몇 장이 선물처럼 함께 있어서 당장 엽서에 손편지를 쓰고 싶어진다. 발렌타인 데이를 겨냥해 출판되는 이 책은 젊은 연인들이 좋아할 아기자기한 작가의 감성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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