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 수채화 컬러링북 - 새콤달콤 쉽고 즐거운
홍희수 지음 / 밥북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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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수채화컬러링북#밥북#컬러링북#수채화#디저트
지친 마음에 전해지는 달콤한 위로의 디저트 파티. 조각케익을 음미하듯, 마카롱과 카푸치노를 마시듯 눈으로 행복해지는 시간이다. 다양한 쿠키와 빵 그리고 음료들을 수채화로 따라할 수 있도록 담아낸 컬러링 북을 만났다. 맛있게 먹으면 살이 안찐다는 진리의 디저트들을 그림으로 먹을 수 있으니 더욱 효과만점일것 같다.
주말 오후, 낯설지만 수채화 컬러링 북을 펼쳐보는 용기를 냈다. 출판사 서평 이벤트 덕분에 다양한 시도를 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새콤달콤 쉽고 즐거운
디저트 수채화 컬러링북
홍희수

모든 것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세상 속에서 잠시 멈춰서 천천히 음미하는 시간만으로도 위로를 얻는다. 카페에서 여유롭게 즐기는 디저트 한 조각의 달콤함을 책으로 옮겨왔다.

수채화 컬러링을 위한 준비물부터 채색법까지 꼼꼼하게 알려주어서 초보자도 따라하기 쉽다. 사실 눈으로 볼 때는 다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이 단순해 보이는 게 함정이다. 그러면서 슬그머니 물감을 꺼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은근히 중독성있는 컬러링 북이다.^^
하..보기만햐도 군침도는 비주얼의 디저트들

한쪽 면에는 그림 도안이 색칠되어있어샘플로 볼 수 있고 다른 한쪽 면에는 밑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보면서 따라 색칠할 수 있다.
지난 번 색연필로 따라 그리는 컬러링도 재밌었는데 수채화만의 매력이 물씬 풍긴다.

물 조절과 색조절 요령을 익히면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같은 색상을 나오게 하기에는 어렵지만 비슷하게 따라 색을 입히다보니 시간도 잘가고 즐거운 힐링 타임을 보냈다. 완성되는 그림을 보니 뿌듯한 성취감도 있고 달달한 디저트를 그림으로 먹어보는 신기한 체험을 했다. 내가 하는 것을 보더니 딸도 하고 싶은 모양이다. 후훗^^

마카롱을 따라서 색을 칠하다 보니 너무 먹고 싶어진다. 비슷한 색상을 찾아내는 것이 살짝 고민스러웠지만 캘리할 때 사놓은 고체물감과 붓을 꺼내 즐거운 색칠공부를 하며 휴일 오후를 보냈다. 종종 다른 페이지도 색을 입혀보고 싶어졌다. 두번째로 펼친 페이지에 색을 칠해 본 한라봉 쥬스~~^^

나른한 오후 달달한 디저트가 생각난다.
수채화를 배우고 싶거나, 취미로 따라 하고싶은 분들에게 즐거운 책이 될 것 같다. 혼자서도 조금씩 따라하다보면 맛있는 그림이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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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하우스
욘 포세 지음, 홍재웅 옮김 / 새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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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안감은 견딜 수가 없고
그것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다.

뭔지 모르는 불안함으로 시작하는 소설이었다. 어떤 일이 벌어지기에 이토록 불안해하며 글을 쓰고 있을까? 그저 소설 속의 화자일 뿐인데 걱정도 되고 궁금해졌다.

작가 욘포세는 노르웨이의 작가이자 극작가로 노르웨이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수많은 상을 수상했으며 최근 몇 년간 노벨문학상 수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라고 한다. 100명의 살아있는 천재들 리스트 83위에 올랐다니..이런 놀라운 작가의 작품이라 그런지 추천사부터 남다른 극찬이 쏟아진다.

"살아있는 천재
작가들의 작다 욘포세
그의 날 것 그대로의 문체와 묘사를 느낄 수 있는 초기작이자 대표작!!"

천재작가의 작품세계는 나의 감성과는 달라서인지 조금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전개였다. 노르웨이 피오르라는 공간적 배경이 주는 문체들이 특이한 작가의 성향을 알 수 있다는데 잡힐듯 말듯 잡히지않는 소설이었다.

<보트하우스>에 등장하는 이름없는 화자는 사람과의 관계에 무능하기 그지없다. 인간관계를 기피하며 어머님의 집 다락방에 실던 화자는 어떤 불안감에 사로잡혀 지난 여름에 일어났던 사건들을 글로 써 내려간다.

"나는 더 이상 밖에 나가지 않는다. 불안감이 엄습하여 나는 밖에 나가지 않는다. 이 불안감이 엄습해 온 것은 바로 지난 여름이었다."

어린 시절 친했던 친구가 고향에 오면서부터 그들 사이에 미처 풀지 못했던 10대 시절의 문제가 다시 떠오른다. 그 이후로 벌어진 사건들은 화자의 불안을 가중시킨다. 글을 쓰는 행위는 화자가 자신의 불안감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유일한 수단이기에 강박적으로 글만 쓴다. 독특한 문체와 이상하리만큼 반복되는 문장들은 편집이 잘못된건가 의심쩍일 정도로 자주 나온다. 같은 문장과 장면의 반복들이 포세작품의 특징이라는 것을 알기 전에는 익숙하지 않은 기법이었다.

서른이 넘어서도 마땅한 직업없이 어머니 집에 얹혀살고 있는 나는 어린 시절 친했던 친구지만 이제는 멀어진 친구 크누텐을 우연히 만난다. 그는 어엿한 음악 교사가 되어 아내와 두 딸을 데리고 고향에 휴가를 온 것이다. 나는 낯선 기분과 불편함 그리고 원인모를 불안감에 휩싸인다. 친구 아내의 매력적인 유혹을 친구도 알고, 나도 알면서 아슬아슬한 심리적인 줄다리기가 진행된다. 나의 입장에서 밀어내며 지난 시절 함께 밴드활동하던 친구와의 추억에 잠긴다. 보트하우스라는 특이한 공간에서 사춘기 시절을 회상하는 두 친구 사이에는 아내가 있다.
가정을 둔 남녀는 왜 이토록 불안감을 조성하게 된 것일까?
기묘한 상황이지만 있을법한 이야기와 섬뜩한 분위기, 미로같은 인물들의 복잡한 심리들이 마치 바다에서 함께 낚시를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나는 우리가 정말 좋은 밴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집으로 걸어간다. 지난 여름 나는 크누텐과 다시 마주쳤다. 그는 음악교사가 되었고, 결혼했으며, 아이가 둘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내 삶에는 별로 이룬 것이 없고, 이제 나는 매일 저녁 이 곳에 앉아 있다. 그리고 나는 두렵다. 불안이 엄습해온다. 어째서 내가 이런 불안감에 시달리는지 모르겠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은 이 불안감 탓이다.

가독성은 뛰어나고 쉽게 읽히는 스토리였지만 색다른 반전이나 사건없이 잔잔했다. 한때 친했던 친구가 연락이 끊겼다가 다시 만나게되면 겸연쩍은 상황도 일어난다. 거기에다 친구는 사회적으로 자리잡고 가정을 이룬 상태이고 반면에 나는 아무것도 이룬것이 없을 때 무겁고 불편한 분위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한 모양이다. 결혼한 부부의 위기상황에 오래전 고향친구가 끼어들어 미묘한 분위기를 만든다.

이 불안감으로 처음부터 글을 써나가는 나는 글을 쓰는 것외에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친구 크누텐은 의혹의 눈길로 아내와 친구를 쉬지않고 그의 시선으로 따라간다. 그리고 수없이 상상을 하고 넘겨짚게 된다.
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과 친구 크누텐의 시선과 마음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확연히 다르다. 사람들은 누구나 한 가지로 통일된 마음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라 기대하지만, 어떤 일이든 다양한 시선과 오해가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친구와 아내 사이에 불편한 상황들이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모양이다. 아마도 마지막, 그 끝을 감지라도 하는 듯 심리의 불안함과 간당간당함은 궁금해서 끝까지 읽고 싶어졌다.
학창시절의 아지트같은 공간 보트 하우스를 떠올리는 추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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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자매의 빵빵한 여행 : 유럽 편 - 빵이라면 죽고 못 사는 빵 자매의 유럽여행 빵 자매의 빵빵한 여행
박미이.복혜원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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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으로 만나 빵으로 친해진 빵자매의 아주 특별한 유럽여행

나도 빵을 좋아했으면 빵을 위해 유럽여행 아니면 국내여행이라도 떠났으려나..
책을 좋아해서 집에서 책만 보고 있다.
역시 사람은 무엇을 보고 사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빵은 아니지만 초콜릿을 좋아하는데 세상의 모든 초콜릿을 먹어보고 싶은 소망이 생긴다.
아..나도 여행가고 싶어진다~^^

빵자매의 빵빵한 여행
박미이. 복혜원

다음에 해당한다면 빵 투어를 떠나도 좋습니다. ​
밥보다 빵이 주식인 빵 덕후
일하면서도 빵생각이 나는 직장인
어떤 빵이든 편식하지 않는 빵랑자
늘 먹던 빵이 아닌 새로운 빵에 도전하는 사람
유럽의 빵을 한번도 못 먹어 본 예비 여행객

유럽에서 오랜 시간 유학을 다녀온 분을 만났던 적이 있다. 그 곳에서 갓 구운 빵은 정말 맛있고 속도 편한데 우리 나라에서 빵을 먹으면 소화가 안된다고 하셨다. 조금은 유난하신건지 예민하신건지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직접 먹어본 적은 없지만 당연히 그럴 것이라 여겨졌다. 유럽에서는 밀이 현지에서 생산되어 바로 만든 신선한 빵과 재배가 되지 않아 수입한 밀가루로 만든 우리나라 빵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다보니 그 때에 들었던 말이 실감나고 유럽 여행하면서 먹어보는 여러 가지 빵의 맛이 궁금해진다.
유럽 여러 곳의 풍경과 빵과 카페 그리고 빵에 대한 지식까지 골고루 알게 되어 읽는 것만으로도 배부른 책이다.

추로스는 밀가루 반죽으로 만들어 기름에 넣고 튀긴 에스파냐의 전통요리로 주로 아침 식사나 간식으로 먹는다. 추로스는 포루투갈 대항해 시대에 중국 명나라를 방문하면서 탄생하였다고 전해진다. 중국의 아침 식사로 밀가루 반죽을 튀겨 두유에 찍어 먹는 오우티아오를 발견하면서 추로스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다. 유럽으로 돌아와서 그들만의 방법으로 별 모양의 단면을 가진 걸쭉한 반죽을 튀겨 만들었던 것이 오늘날의 추로스다.

프랑스에는 '초승달'이라는 뜻의 크루아상이 있다면 이탈리아에는 '작은 뿔'을 뜻하는 꼬르네또가 있다. 다른 점이라면, 꼬르네또는 크루아상보다 달걀, 설탕이 더 들어가는 대신 버터는 적게 들어가서 바삭함은 덜하지만 좀 더 부드럽고 안에 크림, 잼 등이 충전되어 있다.

비스코티는 이탈리어로 '두 번 굽는다'라는 뜻으로 영국에서는 비스킷, 미국에서는 쿠키라고 한다. 사각형 모양으로 반죽한 뒤 한 번 구운 다음 원하는 크기로 잘라 두 번 구워 만든다. 두 번 구워 바삭한 식감에 고소한 아몬드 가루향이 더해져 한 번 맛보면 멈출 수 없을 정도로 가히 환상적이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 의외로 고생하는 경우가 있다. 빵이라면 그런 걱정은 사라질 것 같다. 다양한 식사 대용의 푸짐한 빵이나 달콤한 디져트 빵들을 먹으면 특별히 거슬리는 맛은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우리 나라에도 유명한 빵집들이 많은데 굳이 유럽까지 가서 빵을 먹을까 싶지만 책을 읽다보니 색다른 풍경에서 만나는 사람과 빵의 절묘한 조합이야말로 여행을 다니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 같다.

아침식사로 먹는 현지인 모닝빵의 종류와 한 끼 식사로 든든한 빵들을 다양하게 소개한다. 이탈리아 아침식사 꼬루네또와 카푸치노, 벨기에 와플의 종류, 겉바속촉의 대명사 파리바게트, 향긋한 크루아상, 포르투의 샌드위치 프란세지냐, 와인과 함께하는 점심 파니니, 독일의 식탁을 채우는 호밀빵, 형제의 나라 터키의 시미트...

더불어 디져트의 종류는 더욱 다양해서 빵 좋아하는 분들은 당장 여행을 가고싶어질 것같다. 여행이 좋아서 빵을 만난건지 빵이 좋아서 여행을 떠난 건지 모르지만 언제나 여행은 부럽다.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원없이 여행을 다니고싶다.
내가 못한 꿈을 딸에게 전해본다.
딸아, 너는 다니고 싶은 곳을 마음껏 다니렴.^^

**이담북스 서포터즈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2월의 테마는 '여행의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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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친구와 있어도 불편할까? - 누구에게나 대인불안이 있다
에노모토 히로아키 지음, 조경자 옮김 / 상상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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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눈치 보느라 내 마음은 뒷전인 당신에게

책제목을 읽고 나서 쉽게 공감을 하지 못하고 갸우뚱했다. 함께 있어도 불편하다면 과연 친구일까? 왜 불편하다고 느낄까?하는 궁금증을 갖고 책을 읽었다.
대화 중 자꾸 친구의 반응을 살피게 된다면?!
동의하지 않는 말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 편이라면?!
어색한 침묵이 싫어서 아무말 대잔치를 한다면?!
하나씩 뜨끔거리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나역시 어색한 침묵이 정말 불편하다^^;

"인간은 일어난 일이 아니라
일어난 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때문에 불안해진다."
에픽테로스(로마의 철학자)

대인불안은, 상대방에게 잘 보이고 싶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커진 나머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기 전 지나치게 불안해하는 감정이다. 대화가 끊기거나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서 억지로 떠들다보면 하지 않아도 되는 말까지 해서 후회하는 순간도 겪는다. 남들을 위해 분위기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지나친 수다를 떨다보면 졸지에 오히려 가벼운 사람으로 오해받거나, 실없는 농담을 잘하는 사람으로 각인되기 십상이다.
일본의 소설가 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에는 이런 인물이 극단적인 형태로 묘사되어 있다.

학교 바로 옆에 살면서도 아침 종이 울리는 것을 듣고 나서야 뛰어서 등교할 정도로 어지간히 게으른 중학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익살로 나날이 반에서 인기를 얻어 갔습니다. (...)연기력은 실로 숙쑥 늘어서 늘 반 친구들을 웃겼습니다. 선생님도 이 반은 오바만 없다면 참 좋은 반인데, 라고 말로는 탄식하시면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으셨습니다. ---소설<인간실격>중에서

풍경에도, 스쳐지나가는 사람에게도 눈을 떼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의식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었숩니다. 함께 인생길을 걸어가면서 이 사람운 '보는 사람'이 아니라 '보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내가 쓴 <회상 다자이 오사무> 에세이 중에서

내가 거절한다고해서 무조건 상대방이 상처받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상대방이 거절한다고 해서 그게 내가 싫어서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거절을 잘 못했던 나는 힘들어도 부탁을 들어주는 편이었다. 단호한 거절도 필요한 법을 배우고 난 뒤에는 적당히 둘러대기도 하고 안된다는 말을 제대로 하는 연습을 한다. 이것이 관계를 해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도 나와 같이 대인불안울 품고 있다. 서로의 불안을 진정시키고 싶다면 용기를 내보자. 용기나 시도는 대개는 보답을 받게 된다. 마음이 더욱 편해지고 좀 더 즐거운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됨은 물론이다.
대인불안에도 나름의 장점이 있다. 불안함을 느끼는 덕분에 신중해져서 실례가 되는 말과 행동을 하는 경우가 적어지고, 상대의 모습도 제대로 관찰할 수 있으므로 사람들과 좀 더 잘 지낼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을 너무 드러내도 주변에서 공격당하기 쉽고, 자신을 너무 숨겨도 수근거린다. 자신을 적당히 잘 드러내면서 주위 사람과 무난하게 어울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좋은 점은 이런 쓸데없는 일에 쉽게 흔들리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남들의 시선을 덜 의식하고 살아가는 현명해지는 법을 배워간다. 너무 남의 시선에 상관없이 살아도 문제이지만, 너무 주위를 의식하고 살아도 예민해진다.

동양의 문화가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양보와 배려, 그리고 '관계의 문화'때문인데 대개 나보다 남을 곤란하게 만들면 안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내가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상대의 의도나 입장까지 배려하여 판단하게 된다.
예를 들어 식사메뉴를 고를 때 내가 먹고 싶은 것을 고르는게 편치않다. 함께 나눠 먹을 수 있는 것을 고르거나 상대에게 메뉴 결정을 양보한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른 것은 아니지만 내가 우선인지 상대가 우선인지에 따른 관점에서 늘 피해를 본다면 자기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타인의 시선에 불안해하지 않고 나 자신을 지켜가는 방법들을 알기 쉽게 풀어놓은 심리학책이며, 남의 눈치보지 않고 나를 챙길 수 있는 마음 사용 설명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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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과 탄광
진 필립스 지음, 조혜연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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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읽으면서 추억을 떠올리는 일은 즐겁다.
다소 충격적인 사건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찾는 미스터리함과 동사에 색다른 인간미가 있다. 가족간의 따스함이 곳곳에 숨어 있고 사람냄새 풍기는 평범한 주말 드라마 같았다. 우물과 탄광이 어떤 맥락으로 얽히는지 궁금해서 문학동네 출간 이벤트에 신청했던 책이다. 집마다 없으면 안되는 식수의 근원지였던 우물의 주변은 딸 테스가 좋아하는 공간이기도하다. 탄광은 그 일대 주민들이 일하는 장소로 소설의 배경이 된다.

"어떤 여자가 우물 안으로 아기를 던져 버렸어."

하얀 목화밭과 검은 광산이 공존하는
1930년대 미국의 탄광 마을이 배경이다.
우물물처럼 잔잔한 가족의 일상에
균열을 일으킨 미스터리.

책 표지가 이뻐서 여러번 찍었다.
띠지를 벗겨내면 잡지화보같은 느낌이다.
우물과 탄광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처럼
어두운 표지가 아니라서 좋았다.

이 소설은 친절하다. 시점이 바뀔 때마다 말하는 주인공을 다르게 내세워 이야기를 한다. 누가 하는 이야기인지 정확히 알고 읽을 수 있고 진솔한 서술을 통해 마음을 드러낸다. 아마도 이 책의 주인공은 한 사람이 아니라 1인칭으로 서술하는 모든 사람들이 되는 것 같다.

한 사건을 직접 보게 된 아이의 입장에서 밤마다 악몽을 꾸며 그런 일을 누가 왜 하게 되었는지 의문을 갖는 테스, 그리고 그의 언니 버지, 남동생 잭과 아이들의 변화를 시시때때로 감지하고 걱정하며 사랑으로 양육하는 부부 리타와 앨버트.

사건을 둘러싼 이야기들 뿐 아니라 앨버트가 관리자로 일하는 탄광의 이야기 속에는 백인과 흑인의 인종차별도 다루고, 가족과 고향, 참된 노동의 가치 등을 마을과 구성원들의 삶 속에서 그려낸다. 큰 여운보다는 잔잔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이 소설은 평화로운 일상의 일면 속에 등재하는 두려움과 언제든 덮치는 가족이나 이웃의 비극적인 일은 언제나 우리 주위에도 도사리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 같다.

내 인생 중 절반을 땅 속에서 무언가를 끄집어내는 일에 썼다면, 나머지 절반은 땅 속에 무언가를 심는 일에 썼다. 탄광 아래로 계속 길을 파고 들어가면서도 무사히 땅 위로 올라갈 수 있기를 기도했다.
집 근처의 땅뙈기에는 우리가 직접 농사를 지었다. 촉촉한 땅의 냄새은 온통 검은 바위뿐인 척박한 땅의 냄새와 달랐다. 싱그러운 녹색 식물들이 쑥쑥 자라나는 냄새를 가슴 가득 들이마시면 기분이 무척 좋았다. 늘 질식할 것 같은 상태에서 유독가스나 질식가스 사이로 들이마실 공기가 남아 있는지 조심스레 조금씩 호흡하다가 콩과 호박, 그리고 흙의 냄새를 가득 마실 수 있는 이 때가 정말 행복했다. 콩을 따느라 여전히 허리를 굽혀야 했지만 그래도 여기선 내가 원할 때 펼 수 있었다. 그 작은 자유가 통증을 잊게 했다.
p.64

광부들은 아침에 커피 한잔 마시는 일만큼 일터에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탄광사고로 이미 몸이 성치않은 앨버트지만 관리자로서 책임감과 인종에 대한 차별없이 직원들을 돌볼 뿐 아니라 자식들을 가르침에 있어서도 선한 본보기를 보이는 멋진 아빠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불현듯 추억속의 어떤 부분들이 떠오르곤 했는데 이 부분에서는 <젊은이의 양지>라는 오래된 드라마가 한몫했다. 이종원, 하희라, 배용준, 전도연, 허준호 등이 나오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였는데 강원도 탄광촌이 배경이었다. 탄광굴로 들어가는 선로도 기억나고 얼굴에 검은 가루를 묻혀가며 눈만 반짝이며 석탄을 캐내던 광부들도 떠올랐다. 깊은 굴로 들어가 탄가루를 마신다고 생각하니 내 호흡이 블편해지는 기분까지 들었다. 그렇게 가족을 지켜내던 광부들이 삶이 드러나는 문장을 한참 읽었다. 땅도 같은 땅의 느낌이 아니었던 것이다.

" 엄마는 가끔 그랬다. 다친 곳을 어루만져 주다가도 그 상처를 전보다 더 아프게 건드렸다. 엄마는 우리 중 누구에게도 화를 내지 않았지만 엄마의 실망한 모습을 보는 건 아빠에게 열 두번을 매맞는 일보다, 심지어 벨트로 맞는 일보다 우리를 더 아프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엄마가 말을 멈출 때까지 잭은 계속 눈물울 흘렸다. 엄마는 잭을 안아올리고 그 무게 때문에 살짝 끙하는 소리를 내며 침대로 데려다 주었다. 그러고선 이불을 덮어준 뒤 이마에 뽀뽀룰 해 주고 잭이 울음을 그치고 잠들 때까지 지켜보았다."

엄마 리타의 훈육은 아빠의 그것과 다르다. 일관성있는 엄격함과 단호함 속에 사랑이라는 근간이 있어야 가능한 꾸지람이지만 아직 어린 테스나 잭에게는 그저 무섭고 아픈 잔소리일 뿐이다. 아이들을 혼내는 기준과 정도를 일관되게 하는 것이 참 어렵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상처를 서로 덜 주고 받으며 해결하고 싶지만 애매한 말로 오히려 상처가 될 때가 있다. 마음의 아픈 상처가 오래 남지 않기를 바라지만 아이들은 좋은 기억보다 아픈 가억을 오래 갖고가기 마련인가보다.

우리 집에는 화초를 좋아하시는 아빠 덕분에 화단에 꽃나무가 많았다. 특히 5월이면 덩쿨장미가 담장 밖에까지 뻗어나가서 멀리서 골목으로 보이는 우리집을 알 수 있었다. 장미가 울타리 너머 보이는 우리집이 아빠의 정성으로 가꾸어진 뜰이었음을 나이들면서 알게 되었다.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나 당연하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

"아빠에게 선함이란 손으로 잡을 수 있을만큼 아주 구체적인 것이었다. 석탄 암석처럼 단단하고 확실한 무엇, 무게를 달고 길이를 재보고 처음과 끝을 구분할 수도 있는 것. 아빠에게 누구든지 사람을 혐오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른들에게 대답할 때 우리는 공손해야했다. 엄마가 부탁하지 않아도 먼저 돕는게 원칙이었다.
이런 확실한 도덕적 관점은 아빠가 우리에게 어떤 것을 원하고 기대하는지, 그리고 어떻게하면 실망할지를 알게 한다는 점에서 좋았다. 하지만 자신의 도덕적 관점이 확실한 대신 남의 도덕적 관점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에 아빠와는 그 어떤 의견 조율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아빠는 스스로에게 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댔다."

"가끔 아빠와 엄마를 보면 석탄 대신 용광로에 들어가도 그 안에서 타버리는 것 대신 오히려 더 단단하고 강해져 절대 흔들림없는 무언가가 될 것 같았다."

"잭은 병원 침대에 누워서도 늘 활짝 웃었고 깁스와 멍자국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겼다. 내가 아이를 그렇게 만든 것이다. 고통이 영광의 트로피라도 되는 듯, 가까운 친구라도 되는 듯 그렇게 생각하도록.
언젠가는 나도 일 앞에서 무릎을 꿇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튼튼해 보이지만 허약하고 지긋지긋하지만 그래도 소중한 이 몸이 언젠가는 고삐에서 벗어날 날이 올 것이다. 내 삽으로 미끄러져 들어오는 이 석탄들처럼 무너지고 타버릴 것이다.
탄광에서는 내내 추웠다. 등이 땅에 흠뻑 젖었어도 몸은 늘 부들부들 떨렸다. 하지만 나는 계속 일했다. "

우물에 버려진 아이를 둘러싼 사건으로 시작해서 사춘기 두 자매의 엉뚱한 상상력과 가족을 위해 탄광에서 일하는 가장의 삶, 어린 동생이지만 탄광에서 사고로 다친 아버지를 대신해 가장이 될 마음의 준비를 하는 속깊은 꼬마 동생 잭. 그리고 묵묵히 가정을 꾸리는 사랑받는 엄마 리타. 주변의 동네이야기들과 사회의 주변 문제들을 가족사에 녹여냈다. 각자의 다른 생각들이 다양한 시선들을 담아 서로의 입장을 좀 더 즉각적으로 알 수 있다. 사건으로 인해 서서히 벌어지는 가족 간의 균열도 보이지만 그냥 가족끼리 둘러앉아 서로의 얘기도 듣는 기분이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잘 지켜내고 온힘을 다해 버티며 살고 있는 모습은 흡사 우리의 가족들과 비슷했다.
어떤 기억들은 우리 마음 어느 창고 속에 저장되어 있다가 이렇게 하나씩 서랍을 열고 나오듯 툭툭 올라온다.

"잭은 나보다 더 일찍
그 사실을 알아챈 모양이다.
정답이 동시에 여러 개일 수 있다는
삶의 진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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