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불안감은 견딜 수가 없고그것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다. 뭔지 모르는 불안함으로 시작하는 소설이었다. 어떤 일이 벌어지기에 이토록 불안해하며 글을 쓰고 있을까? 그저 소설 속의 화자일 뿐인데 걱정도 되고 궁금해졌다.작가 욘포세는 노르웨이의 작가이자 극작가로 노르웨이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수많은 상을 수상했으며 최근 몇 년간 노벨문학상 수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라고 한다. 100명의 살아있는 천재들 리스트 83위에 올랐다니..이런 놀라운 작가의 작품이라 그런지 추천사부터 남다른 극찬이 쏟아진다."살아있는 천재작가들의 작다 욘포세그의 날 것 그대로의 문체와 묘사를 느낄 수 있는 초기작이자 대표작!!"천재작가의 작품세계는 나의 감성과는 달라서인지 조금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전개였다. 노르웨이 피오르라는 공간적 배경이 주는 문체들이 특이한 작가의 성향을 알 수 있다는데 잡힐듯 말듯 잡히지않는 소설이었다. <보트하우스>에 등장하는 이름없는 화자는 사람과의 관계에 무능하기 그지없다. 인간관계를 기피하며 어머님의 집 다락방에 실던 화자는 어떤 불안감에 사로잡혀 지난 여름에 일어났던 사건들을 글로 써 내려간다."나는 더 이상 밖에 나가지 않는다. 불안감이 엄습하여 나는 밖에 나가지 않는다. 이 불안감이 엄습해 온 것은 바로 지난 여름이었다."어린 시절 친했던 친구가 고향에 오면서부터 그들 사이에 미처 풀지 못했던 10대 시절의 문제가 다시 떠오른다. 그 이후로 벌어진 사건들은 화자의 불안을 가중시킨다. 글을 쓰는 행위는 화자가 자신의 불안감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유일한 수단이기에 강박적으로 글만 쓴다. 독특한 문체와 이상하리만큼 반복되는 문장들은 편집이 잘못된건가 의심쩍일 정도로 자주 나온다. 같은 문장과 장면의 반복들이 포세작품의 특징이라는 것을 알기 전에는 익숙하지 않은 기법이었다.서른이 넘어서도 마땅한 직업없이 어머니 집에 얹혀살고 있는 나는 어린 시절 친했던 친구지만 이제는 멀어진 친구 크누텐을 우연히 만난다. 그는 어엿한 음악 교사가 되어 아내와 두 딸을 데리고 고향에 휴가를 온 것이다. 나는 낯선 기분과 불편함 그리고 원인모를 불안감에 휩싸인다. 친구 아내의 매력적인 유혹을 친구도 알고, 나도 알면서 아슬아슬한 심리적인 줄다리기가 진행된다. 나의 입장에서 밀어내며 지난 시절 함께 밴드활동하던 친구와의 추억에 잠긴다. 보트하우스라는 특이한 공간에서 사춘기 시절을 회상하는 두 친구 사이에는 아내가 있다.가정을 둔 남녀는 왜 이토록 불안감을 조성하게 된 것일까?기묘한 상황이지만 있을법한 이야기와 섬뜩한 분위기, 미로같은 인물들의 복잡한 심리들이 마치 바다에서 함께 낚시를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나는 우리가 정말 좋은 밴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집으로 걸어간다. 지난 여름 나는 크누텐과 다시 마주쳤다. 그는 음악교사가 되었고, 결혼했으며, 아이가 둘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내 삶에는 별로 이룬 것이 없고, 이제 나는 매일 저녁 이 곳에 앉아 있다. 그리고 나는 두렵다. 불안이 엄습해온다. 어째서 내가 이런 불안감에 시달리는지 모르겠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은 이 불안감 탓이다.가독성은 뛰어나고 쉽게 읽히는 스토리였지만 색다른 반전이나 사건없이 잔잔했다. 한때 친했던 친구가 연락이 끊겼다가 다시 만나게되면 겸연쩍은 상황도 일어난다. 거기에다 친구는 사회적으로 자리잡고 가정을 이룬 상태이고 반면에 나는 아무것도 이룬것이 없을 때 무겁고 불편한 분위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한 모양이다. 결혼한 부부의 위기상황에 오래전 고향친구가 끼어들어 미묘한 분위기를 만든다.이 불안감으로 처음부터 글을 써나가는 나는 글을 쓰는 것외에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것일까.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친구 크누텐은 의혹의 눈길로 아내와 친구를 쉬지않고 그의 시선으로 따라간다. 그리고 수없이 상상을 하고 넘겨짚게 된다. 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과 친구 크누텐의 시선과 마음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확연히 다르다. 사람들은 누구나 한 가지로 통일된 마음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라 기대하지만, 어떤 일이든 다양한 시선과 오해가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친구와 아내 사이에 불편한 상황들이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모양이다. 아마도 마지막, 그 끝을 감지라도 하는 듯 심리의 불안함과 간당간당함은 궁금해서 끝까지 읽고 싶어졌다. 학창시절의 아지트같은 공간 보트 하우스를 떠올리는 추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