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어안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정지아 외 지음, 문실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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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교육에서 여러가지 테마소설 시리즈를 내놓고 있는 중이다, 우정을 테마로 한 단편 소설 7편을 엮은 <함께 걷는 소설> 백수린, 이유리, 강석희, 김지연, 천선란, 김사과, 김혜진 작가 7인이 들려주는 우정과 친구에 대한 이야기다.
단편 소설을 읽는 동안 내가 지나온 학창시절과 친구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친구의 범주를 '나이가 비슷하거나 동갑인 사람'으로 좁게 보는 경우가 있지만,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우정을 엽소하게 생각하게 된다.

<함께 걷는 소설>속의 작품에서 청소년들의 고민과 방황, 추억과 친구, 인종차별적인 환경에서 연대와 성장, 친구를 향한 그리움, 함께 일하는 사람들 간의 동료애 등 다양한 우정을 그려내고 있다.

**백수린<고요한 사건>

서울의 소금고개라는 곳으로 이사온 날들의 기억을 더듬으며 친구 해지와 무호와 이야기를 나즈막히 들려준다.
재개발이 되면 아파트가 들어서고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살기 위해 무작정 판자촌 소금고개로 이사온 나의 가족들,
무더위보다 더 무서운 악취와 싸우면서 공부를 하는 나와 친하게 지내는 친구 해지와의 학교생활,
그 외의 소소한 일상과 재개발을 찬성과 반대하는 어른들의 분쟁 속에서 길고양이들의 죽음을 보게된다.

어떤 이익이 오고 가는 현실과 가장의 결단에 따라야 하는 아이들의 고단함이 안스럽게 다가왔다
그런 현실을 견딜 수 있거나, 잠시나마 도피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가까운 친구와의 우정이다.
우리는 그렇게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또 누군가와 맺는 관계를 이어가면서 살아간다

소식이 끊어진 학창시절의 친구들이 보고싶고 궁금해지는 상큼한 우정테마소설이 미소짓게 만든다.


<함께 걷는 소설>이 우정을 테마로 한 소설이었다면 <끌어안는 소설>은 오늘을 살아가면서 각자의 온도로 서로를 끌어안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엮었다.

정지아, 손보미, 황정은, 김유담, 윤성희, 김강, 김애란 우리가 사랑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번에 읽을 수 있다. 각자의 시선에서 다양한 가족의 삶을 그려내며 서로를 끌어안는 마음을 전한다.

오늘날 가족이 내포하는 진실한 의미와 가족의 가치를 돌아볼 수 있는 소설이다

"당신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요?"

사회가 급변하면서 가족의 모습 역시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가족이 그러하듯 저마다의 다른 이유로 고민하고 갈등하며 살아간다. 소설을 읽으면서 다양한 가족의 형태 속에서 희노애락과 다채로운 감정을 느끼고 드러나지 않는 인간의 본성도 깨닫게 된다. 가족의 갈등과 화해, 상실과 치유의 과정을 함께 나누며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정지아<말의 온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 없는 집에서 허리안좋은 어머니가 걱정되어 큰오빠의 등쌀에 떠밀려 귀향을 하게 된 나는 어머니와 시간을 보낸다. 함께 밥을 해먹으면서 알게된 어머니의 식성은 내가 알던 엄마의 식성이 아니라 오로지 아버지의 입맛을 위한 식성이었음을 알게 된다.


_아버지가 가고 내가 모신 뒤로 속병이 사라진 걸 보면 식성에 맞지 않은 음식이 문제였다. 아버지 식성대로 맵고 짠 것만 먹고 살았으니 위장병을 달고 살 수 밖에.
잘해 먹여서 그런게 아니라 엄마 식성에 맞는 걸 먹어 그렇지. 엄마는 어떻게 아버지 입맛에 맞추고 살았어?

이혼한지 15년이 넘도록 아무도 모르게 쉬쉬하며 지내온 어머니의 속내는 부끄러움이 아니라 흉잡혀 구설수에 오르내릴 것을 염려한 모정이었다.


_재혼은 생각도 말그라. 애딸린 에미가 재혼은 무신! 새끼 팽개치고 남자 바꾸는 것이 워디 사램이다냐!
그리 야멸차게 굴었으면서 어머니는 내가 남자도 없이 혈혈단신으로 자식 키우고 사는 게 안타깝고 안쓰러워 눈물로 날을 지새웠다.

아들은 아들로서, 딸은 딸로서의 인생을 살아가지만 엄마의 마음을 알아주는 자식은 달랐다. 딸인 내가 모르는 엄마가 젤 좋아하는 음식도 오빠는 알고 있었다.
어머니와 말을 하다가 목이 메이고 심장이 저려오는 대목에 공감이 되었다.




어머니도 우리의 엄마가 아니라, 외할머니의 귀한 딸로 살아가던 시절에는 마음껏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며 투정을 부렸을 것이다, 어머니가 딸이던 시절을 떠올리며 엄마와 나누는 따스한 말 속에서 봄을 맞는다.

꽃을 멀라고 나가서 볼 것이냐. 눈 앞에 젤로 이쁜 꽃이 있는디.
낼모레 환갑인 딸을 보며 어머니는 환하게 웃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부모가 되어서야 부모님의 마음이 헤아려진다. 그렇게 늦게 철이 들어 정신차리면 곁에는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살아생전에 효도하라는 말이 그냥 있는 말이 아니듯 서로의 희생과 사랑으로 끌어안는 가족의 따사로움이 전해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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