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정원에는 코끼리가 산다
마이클 모퍼고 지음, 마이클 포맨 그림, 김은영 옮김 / 내인생의책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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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정원에는 코끼리가 산다

(  An Elephant in the Garden  )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시작하라.

용기 속에 천재성과 힘과 마법이 있다. 지금 시작하라."

 

    누군가가 자신의 집 정원에 코끼리가 산다고 말한다면, 그 말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아프리카나  동물원에서 있어야 할 코끼리가 사람이 사는 집 정원에 살 수 있다는 건지 의아하기만 할테니 말이다.  나이가 들어 요양원에서   살아가는 '리지'할머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집 정원에  코끼리가 살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모두 정신이 이상한 할머니라고만 생각할 뿐, 아무도 할머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리지 할머니가 계신 요양원에  시간제 간호사로 근무하는 엄마를 둔 칼은 방학이 되어 자주 엄마의 직장에 따라와 지내게 되는데,  칼은 할머니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진심이라고 믿으며 여러가지 궁금한 뒷이야기를 묻곤 한다.  그리고 할머니는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고 정신이 나간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다른  사람들과 달리,   칼이 자신의 이야기를 믿어주자  칼에게, 그리고 이제 간호사인 칼의 엄마에게  자신이  십대 중반의 소녀 시절에  겪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 집 정원에는 코끼리가 산다]라는 제목을 처음 접하면서  어떤 내용일까 많이 궁금했다.  책을 만나기 전에 책에 대한 소개 글을 통해  '나치와 히틀러 시대를 재 조명한 '마이클 모퍼고'의 걸작!'  이라는 글을 통해  2차 대전이 끝나갈 즈음의  독일에서 벌어진 전쟁과 관련된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사춘기 딸아이와 함께 읽기에 좋겠다 싶어 호감이 갔다.  처음에는 코끼리에 대한 호기심과   히틀러 시대의  독일의 전쟁 상황을 다룬 내용이라는 것에  색다른 기대가 되기도 했었다.  소설은 리지 할머니가  칼과 칼의 엄마에게  과거  자신이 칼과 비슷한 시기에 겪었던 전쟁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당시는 1945년 2차 대전이 막바지 이르고, 독일이  점점 패색이 짙어가는 시기에  독일인들이   미국과 연합국의 공격을 피해  피난을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안네의 일기]의 경우 유태인이 히틀러에게  전쟁 당시 어떤  고통을 겪어야 했는가를  다루고 있다면,  반대로  이 이야기는 히틀러가 지배하던 당시  전쟁을 일으켰던  독일이라는 나라 안에서  독일인이 중심이 되어  진행된다는 점이 매우 색다르다.  한 장씩 책장을  넘기면서  왜 리지 할머니가 코끼리와 함께 살아야 했는지?  코끼리와 함께  피난을 가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전쟁의 참혹함은  어떠했는지 ?  과연  전쟁을  치르는 과정이나 결과를 통해  생각할 때,   패자와 승자의 차이는 무엇인지? 등  전쟁이  가져다 주는  안타까운 일들을  여러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하나씩  생각해보게  된다. 

 

"칼리. 저 사람들이 우리를 미워한다면, 그건 우리도 똑같이 저 사람들 나라의 도시를 폭격했기 때문일 거야.  얘들아,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 세상은 완전히 미쳐가고 있단다. 상대방을 죽이기에만 혈안이 된 잔인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 여기엔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돼."( 본문  92 쪽 )

 

   리지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이며,   어리석은  행위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지  느끼게 되고,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아군과 적군. 내 편과 네 편을 나눌 수 있단 말인가.  오랜 시간 가슴에 품었던 이야기를  리지 할머니는  자신이  그 일을 겪었던 나이 또래인 칼에게 들려주면서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생애에  벌어졌던 전쟁의  상처와  그것이  주는  무의미함에 대해   일깨워준다.  초등학교 고 학년부터 사춘기 아이들이나  어른까지 누구든   전쟁의 무의미함이나,  아픔,  다툼에 대해  일깨워 줄 수 있는  안타깝지만, 결과적으로는   매우 정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피터가,  마를렌이,  엄마와 칼리가, 그리고 백작부인이  보여준  각각의 다른  입장과 위치에서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행동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은,  지금 우리가  서로에게 대립하고,  악의를 갖는 일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  반성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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