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너무 사랑한 남자 - 책 도둑과 탐정과 광적인 책 수집가들에 대한 실제 이야기
앨리슨 후버 바틀릿 지음, 남다윤 옮김 / 솔출판사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책을 너무 사랑한 남자

 

  누구 못지 않게 책을 좋아하고 낡아버린 예전 책도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이리저리 이사를 할 때마다 가지고 다니곤 하는 나도 나름 책을 무척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늘 책과 가까이 지내고 그 시간이 가장 편안하고 행복하다.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오래 전 책을 책장에서 만나면 책과 함께 10년 전, 20년 전 그 당시의 추억이 함께 떠 오르곤 한다.  문명은 점점 발달하고 이제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 과정과 함께 종이 책의 종말이 오래 전부터 예견되곤 했지만, 나도 여전히 종이 책 읽기만을 고집한다.  새 책은 새 책대로, 오래된 책은 또 그대로 종이 책이 주는 책 냄새가 좋다.  그리고 한 장씩 넘기며 차곡 차곡 읽어 마지막 장을 덮을 때의 그 감동이 너무 좋다.  그래서 학창시절 부터  아이들이 자라고 중년이 된 지금까지 책은 내 많은 시간,  친구가 되어주고  삶의 길을 이끌어 주는 그런 존재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많다.   그저 읽는 것이 좋아서, 혹은   한 권씩 새로운 책이 쌓여가는  기쁨으로,  주변에도 많은 사람들이 책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 번에 읽은 책은  그동안 잘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내용의 책에 관한 책이다.  [책을 너무 사랑 한 남자]는 제목부터,  책에 대한 소개를 읽으면서 무척 흥미를 느낀 책이다. 더군다나 소설이 아닌 실제 이야기를 써 나간 글이어서 색다른 작품이었다.  여러가지  물건들을   모으는  수집가들이 많고 나름 그 분야에 푹 빠져들어 상상이상 많은 것들을 모으는 사람들이 보게 된다. 하지만 책을 수집하는 사람, 그것도 갖고 싶은 책을 살 능력이  없으면 그것을 훔쳐서라도 꼭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 있다.

 

  희귀도서를 훔치고 그 분야에서는 이미 이름이 알려진 전과자 책 도둑 '존 길키'.   자신이 갖고자 하는 책이 있으면 어떤 수단을 가리지 않고 그 책을 손에 넣기 위해 모든 것을 건다.  자신이 일하는 상점에서 손님들의 카드번호를  도용해 그것으로  희귀서적을 구입하기도 하고,  때로는 도서관에서 초판본이나  관심을 두던 책을 슬쩍하기도 한다.  그저  그것을 다시 팔아  경제적인 가치를 목적으로 책을 훔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소장하고 거기에서  그 만의  행복감과  충만감을 느낀다.  때로는  감옥에  갇히기도 하고,  희귀서적 상 들에게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되어  마음대로  서점 가를  드나들지도 못하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의 목록을 만들고, 그것들을 훔치기 위해  이런 저런 방법과  나름의  책에 대한 가치를 부여하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며  책을  방법에 상관없이   갖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책 도둑 '길키'를  쫓는 희귀도서 판매상인  '캔 샌더스'는  그를  희귀도서를 취급하는  모든 곳에서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한다.  희귀도서상이나 관련된  업계 사람들에게  길키의  일거수 일투족은 물론 그에게  물건을 팔았거나  잃게 된  경위 등을 수시로 알린다.  그리고  이 책의 집필을 위해 그들을  찾아 나선  저자 '앨버트 후버 바틀릿'이 있다. 책 도둑인  '길키'와  그를 쫓는 '캔 샌더스'를 번갈아 가며  인터뷰하고  각자의 이유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이야기를  다시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소설이 아니면서도 소설보다 흥미롭고,  한 장씩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들이 찾는 희귀도서들이  대부분 이미 이름이 알려진  명작들이 대부분이어서  읽고 싶은 책이나 관심이 가는 책 목록이 자꾸 추가되는 재미도 있다.  내게 책 읽기가 멈추지 못하는 나름의  습관이 되었듯이,  그리고 그 속에서 나만의 즐거움을 찾아냈듯이,  길키 역시  올바른 방법은 아니지만 그만의  책을 훔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왜 그렇게  죄를 지어가면서 책에 집착해야 하는가? 그는  왜  책을 계속 찾아  나서야 하는가?  그리고 많은 책 수집가들은 또 왜 그렇게  책에 광적으로 빠져들어 있는가?  읽으면서 책이라는 것에 대한 정의에 대해서도,  책을  갖고자 하는  심리에 대해서도  깊이 느껴볼 수 있어서  꽤  색다른 작품이고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수집은 단순히 소유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바라보는 한 가지 방식으로 바라봄 자체가 일종의 열망이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바라보게 되면 사로잡혀서 몰입하게 된다.' ( 본문 90 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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