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을 훔치다
몽우 조셉킴(Joseph Kim)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이중섭을 훔치다

 

  화집이나 그림과 관련된 책이나 전시등을 좋아한다. 여러가지 화집을 나름 열심히 읽은 편이지만 이번에 읽은 김영진( 몽우 조셉킴) 님의 이 책은 정말 흥미롭고 한 인물에 대해, 아니 '이중섭'과 '몽우조셉킴'이라는 두 인물에 대해 많은 공부가 되는 시간이었다.  화가인 한 사람이 자신이 너무도 닮고 싶은 또 다른 화가에게 빠져들어 초등학교 시절부터 온통 그에게 미쳐있었다는 사실은 책 장을 넘길 때마다 너무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그에 대한 글을 쓰고, 그림을 모사하고, 때로는 그 그림을 자신의 방식으로 다시 표현하기도 하면서  저자는 이중섭이라는 인물에 대해 정말 많은 공부를 하게 된다. 어떤 일이든 그 일에 미치지 않고,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그것에 대해 제대로 파악할 수도 자신의 것으로 다시 재탄생 시킬 수도 없다.  이중섭이라는 화가에 대해 그동안 여러 책에서도 많이 접할 기회가 있었고, 교과서에도 자주 등장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현대화가로 주로 소그림이나 아이들 그림을 많이 그린, 그러며서 일찍 세상을 떠난 화가라고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읽었던 어떤 책에서도 알지 못했던  그에 대해 이번에 정말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를 훔치고자 했던  바보화가 몽우에 대해서도  너무 감동적인 시간이었다.

 

  오빠가 그림을 전공하고  오래도록 화가의 길을 걷고 있어 나름 예술가들의 삶에 대해 조금은  알고있다.  물론 지금과 과거 이중섭이 살았던 시대와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올곧게 자신의 작품세계를  만들어가는 예술가들에게는 그들만의 색깔이 있다. 이 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이중섭이야말로 뼛 속까지 예술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저자의 말에서 세계가 천재화가라고 부르는  피카소가  그를 후원하고 이름을 알렸던 '칸 바일러'라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면 과연 그가 지금처럼 세계적인 화가가 되었을까? 또한 이중섭이 그 시대에 '칸 바일러' 같은 사람을 만났더라면... 그의  실력이라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인 화가로  더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말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피카소를 천재화가라고 부른다. 이중섭 역시 그에 못지 않은 천재화가이다. 다만 피카소에 비해 이중섭은  세계적으로 알려지지 못했을 뿐이다.  그의 조국과 환경이 어렵고 고단하였다.' ( 211 쪽 )

 

  이중섭의 그림 복원 작업을 하면서, 어린 시절부터 미쳐있던 이중섭의 그림 묘사 방법에 대해 , 그리고 그의 그림이 어떻게  변해가는지에 대해 미술 기법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는 저자는 이중섭이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도자기에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고 미술 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분석한다.  가난했던 그는 담배 갑 속의 작은 은지에 못 등으로 그림을 그리고 그 곳에 물감을 입혀 닦아내는 방식으로  그만의 독특한  그림을 탄생시켰다.  만약 그가 넉넉한 상황에서 그림을 그렸다면 '은지화'라는 말조차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그의 일본인 여성과의 결혼과  떨어져서 생활해야 했던  환경이 '군동화'라는 그림을 탄생시켰고, 자신의 두 아이들을 향한 무한한  그리움과 사랑이 그림 곳곳에 묻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더 실감하게 되었다.

 

"아직 수양이 덜 된 그림입니다. 나중에 더 좋은 그림으로 바꿔 드리겠습니다.' ( 61 쪽 )

 

  전쟁 후 첫 개인전에서 자신의 그림을 사는 몇 안되는 사람들에게 이중섭이 했던 말이 그의 인격이나 성품을 너무도 잘 느끼게 한다.  자신이  그린 그림에 대해  수양이 덜 된 그림이니 나중에 더 공부를 해서 좋은 그림으로 바꿔 주겠다는 말을  과연 어떤 화가가  할 수 있을까.  화가가 아닌 한 인간으로도 그가 너무도 존경스럽고 점점 빠져들게 된다.  왜  이 책 [이중섭을 훔치다] 의 저자인  화가 몽우가 이토록 그에게 빠져들어 미쳐버리게 되었는지  이중섭이라는 사람을 알면 알수록  나도 조금씩 빠져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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