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나는 당신 안에 머물다 - 그리며 사랑하며, 김병종의 그림묵상
김병종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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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나는 당신 안에 머물다
 
*'이 세상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신속하게 지고 사라지게 마련이니 붙들려 하지 말라는 것이야말로 창조의 또다른 섭리가 아닐까 싶다.'-72쪽- 마주했던 그림들마다 너무 편안해서 작가와 함께 그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었다.  넓게 펼쳐진 초록, 보랏빛 바다가 눈 앞에 펼쳐져 반짝인다. 거기에 화가의 솜씨가 더해서  너무도  따뜻하고 밝고 화사 하다.  그림 하나 하나가 참 순수하고 예뻐서 다른 이들처럼 나도 한 점 가까이 하고 싶어진다. 정말  두고 두고 들여다보면  늘 마음이 정화될 것만 같다. 저자의 말처럼 집에 걸어 두면 정말 좋은 일들이 생길 것만 같기도 하면서.  참 많은 직업이 있지만, 화가라는 직업이 갑자기 참 부럽다는 생각을 해본다. 훌쩍 떠나고 싶은 곳을 찾아서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화폭에 담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나도 여행을 좋아하지만 여건상 훌쩍 떠나는 것도 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니고, 그림을 좋아하지만 재주가 없어 그리지 못하는지라 이렇게 그림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 너무도 감동적이다. 천천히 맛난거 아껴가며 먹는 기분으로 화가의 여행 길을 함께 해본다.  가끔 정말 힘들 때 두고 두고 나는 이 그림들을 보면서 편안한 묵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겠다. 

 
*배신을 밥 먹듯 하는 부박한 인간 군상들을 향해 주고 또 주고 마침내 피 흘려 목숨까지 주고 가신 그분만이 완전한 교사였다. -151쪽- 화가의 눈에 늘 퍼주기만 하고 모두의 상처를 감싸주시는 그 분은 바보였다. 참 다른 그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때로는 피 흘리고, 눈물 흘리고, 흑색이기도 하면서......그동안  봐왔던 예수의 모습과 너무도 다른 모습들이 오히려 더 공감이 되고 감동이 되어 다가온다.  화가의 그 분을 향한 마음이 그림 속에, 글 속에 그대로 담겨서  그것을 보고, 읽는 동안이나 한참 시간이 지난 이후까지 많은 생각에 빠진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왜 그분은 그토록 슬퍼 보이는지, 정말 바보처럼 보이는지 나 또한 마음이 아프고 슬퍼지고 그래서 부끄럽다. 그 분처럼 우리도 더 많이 베풀고 사랑하라 그림이 그렇게 속삭이는 것만 같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김병종'님의 그림세계에 푹 빠져서 시간을 보냈다.  꽃같은 그림 속에는 환한 빛이 느껴진다.  아파하는 예수의 모습에서 부끄러운 자화상을 발견한다. 그러면서 제목처럼 내 안으로 깊이 묵상의 시간을 가져본다.  그동안 그저 아무 생각없이 스쳐 지나쳤던 많은 것들에게 따뜻한 눈길로 얘기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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