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각본집
곽재용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를 보다 보면 과거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오래전 순수했던 마음이 몽글몽글해져 특별한 기억으로 다가왔다.

『클래식 각본집』에는 영화에서 느끼지 못했던 장면을 따라가며 자세히 인물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주인공의 내밀한 감정의 묘사가 잘 드러나 있고,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밀도가 높은 책이었다.

첫사랑이 주는 진한 감정이 묻어난다. 어머니와 딸의 이어진 사랑이 마치 우연이라도 마주친 듯 운명이라는 이름이 포개어진다. 그런 마음이 연결되는 것이라고 느꼈다.

사랑은 매우 추상적인 대상이지만 마음으로 느끼고, 바라보며, 상대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분명해지는 것이 그런 마음이 아닐까 한다. 사랑은 오래도록 지켜가는 믿음 속에 굳건해진다. 영화 <클래식>에서 봤던 준하와 주희의 사랑이 그랬다. 간절함과 기다림 속에서 우리의 마음을 흔드는 그러한 순간이 이러한 사랑이 주는 본연의 깊은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각본집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신 50번 도서관 앞에서 지혜와 상민이 함께 비를 맞으며 뛰어가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웃는 모습에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단순한 장면 같지만, 이 장면을 봤던 사람이라면 분명히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좋아하는 마음을 들킨 것처럼 내 마음이 드러날까 숨기는 그런 모습에서 우리는 공감한다. 가까이서 보는 장면처럼 숨죽이고 지켜보게 된다.

영화와 각본이 주는 선명한 차이는 바로 상세함에 있다고 본다. 영화는 관객에게 보여주기 방식을 통해 인물의 감정표현을 직접 드러내는 것이라면, 각본은 인물의 감정표현에 대한 자세한 표정 연기와 묘사를 통한 설명을 통해 구체화하여 드러내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점이 각본집을 읽는 내내 영화에서 생략된 여운에 대한 설명을 들려주듯 천천히 장면 하나하나가 내 마음으로 들어왔다. 장면을 복기하다 보면 소중한 인연의 의미는 그만큼 소중한 일이라고 마음으로 느낀다.

평형 세계로 이어주는 구성처럼 준하와 준희, 지혜와 상민은 서로 과거와 현재의 시점에서 사랑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며 나타낸다. 이는 결국 사랑은 어느 시대든 본질적인 애정과 순수함을 보여주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흐릿해지는 기억 속에 문득 지난 사랑을 떠올려본다면 그것은 나에게 가장 소중한 기억이라고 생각한다. 잊힌 것은 반드시 사라지지 않는 고유성을 지닌 사랑이니까.

“오랜 세월 이어지는 사랑을 진심으로 다해 썼기 때문에, 촌스럽다고만 여기지 말고 클래식하다고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으니까요. 당시에는 제 필모그래피에 <클래식>이라는 제목의 작품이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감독님과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영화 <클래식>이 제작되기까지의 과정을 이해하고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던 소중한 작품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작지만 하나같이 소중한 기억으로 영화에 보이는 주인공의 사랑의 마음과 닮아있음을 알게 해 준다. 보내는 시간과 닮아 있
클래식이라는 영화 제목을 지은 이유에 대해 감독님은 위에 적은 말처럼 그렇게 말하고 있다. 고전적인 의미로서 지나간 시대라고 뒤떨어진 대상으로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오래도록 각자 기억된 사랑의 마음이 지속되고 오래 남도록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했던 것이라고 느꼈다.

지금의 순수함이 담긴 사랑의 의미가 점차 퇴색하고 있는 거 같아 안타까울 때가 있다. 외적인 조건에만 몰두하는 사랑, 인스턴트식의 짧은 사랑 등 무가치한 소모의 가치는 관계에 대한 마음을 어려움 속에 빠지게 된다.

사랑의 가치는 온유하며 오랜 보물처럼 가치 있는 기억의 선물이다. 각본집을 읽으면서 지나온 첫사랑의 순간이 우리에게 각자 어떠한 의미로 받아들이고 기억되는 시간이었는지를 소중한 독서의 시간이었다. 같이 함께한 시간 속에서 사랑은 오래도록 품어내고, 품었던 사랑은 오래도록 우리의 가슴에 머무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밤의 교실 - 개정증보판
김규아 지음 / 북스그라운드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밤의 교실>을 읽는 동안 잔잔한 바람이 일렁이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한 편의 이야기는 가족과 사랑, 삶의 희망을 갖게 하는 용기와 다짐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정우에게는 시력에 문제가 있어 검사받은 후 나중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보이지 않는 불편함은 자신이 보고 하는 모든 것이 차단됨을 의미한다. 특히 좋아하는 것을 눈으로 보고 느끼지 못하면 엄청 불편할 거라는 것을 정우 역시 알고 있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옆의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지 못함이 얼마나 슬펐을까.


그 사실을 알게 된 정우는 복잡한 마음을 얻게 되지만 이내 친구인 송이, 부모님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 초등학생으로서 겪게 되는 부모님의 헤어짐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는 장면에서는 그러한 모습이 아이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는 다시금 관계를 회복해가며 단절된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를 이어가게 된다는 점이 참 좋았다.


정우 곁에는 부모님, 친구들, 송이의 편지, 늑대 선생님이 건네는 마음처럼 든든한 사람들이 있다. 서로를 통해 기억하며 앎의 순간들을 마주한다. 내가 가진 상황에 얼마큼 그것을 받아들이냐에 따라 삶의 방향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바다로 가는 여정에서 정우에게 변화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 느꼈다. 탁 트인 바다의 모습을 보며 걸어가는 마음은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순간이 아닐까 상상해봤다.

 


“살면서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특별한 경험이야. 정우는 아주 조금 더 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 것뿐이야….”

 

정우는 안대를 끼고 잠이 들었다. 아버지는 정우의 모습을 보고 옆에 안대를 끼고 누웠다. 이 장면에서는 자신이 처한 암울한 상황 역시 힘들더라도 맞게 되는 일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임을 정우 스스로 알게 하는 그런 장면이라고 느꼈다.

 

늑대 선생님을 통해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알려준다. 어려운 문제라고 여기는 일에도 선생님도 역시 선글라스를 끼고 살아가는 방식에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체득하고 음악을 통해 삶의 의미를 자신의 지평대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누구에게나 곁에는 소중한 사람이 있다. 가족과 친구 등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힘듦에도 서로에게 버틸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어 준다. 버팀목과 같은 존재가 바로 우리 곁의 사람이다. 정우는 천천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힘을 얻었을 것이다. 늑대 선생님이 선사해 준 음악처럼 세상을 바라본다는 삶의 의미는 성장해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혼자서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며 정우는 “지금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해야지. 나는 열 번도 넘게 그렇게 다짐했다.”라는 표현처럼 앞으로도 행복힌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바다로 가는 여정에서 정우에게 변화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 느꼈다. 탁 트인 바다의 모습을 보며 걸어가는 마음은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순간이 아닐까 상상해봤다.

 

소망하는 마음은 어쩌면 용기를 통해 변화되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다. 여기서는 가족에 대한 마음에 대해 독자는 공감하게 해 준다. 격주로 만나는 어머니와의 만남은 정우에게는 가장 큰 기쁨으로 기다리는 시간이다. 평소에는 잦은 출장으로 어머니와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러한 일에 대한 어머니의 미안함이 정우에게는 어머니와 함께하고 싶은 시간을 마련하고 싶었을 것이다.

 

김규아 작가의 그림책은 항상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지는 따뜻함의 여운을 잘 표현한다. 책에 나오는 <문나이트 세레나데>, <문라이트 버몬트> 두 곡의 재즈는 이 책에서 잘 어울리는 음악이었다. 정우가 늑대 선생님이 내준 과제처럼 눈을 감고 다양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머릿속으로 그려낸 것을 나중에 연주회 때 멜로디언으로 연주한다. 어두운 밤에도 환히 밝히는 빛처럼 우리 역시도 좋아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을 잘 표현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정우가 우리 마음속에 함께 있는 것 같아 기분이 따뜻한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나의 하느님 - 시로 쓴 주기도문 ㅣ 어떤 하루의 그림책 5
베아트리체 제르비니 지음, 소니아 마리아 루체 포센티니 그림, 김지우 옮김 / 이온서가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려운 순간을 맞닥뜨리게 될 때 먼저 마음을 평온하게 갖도록 기도한다. 하나님에게 나가는 마음을 가지는 일. 기도하는 일은 마음 한구석 편안함을 안겨 준다.

평소 아는 주기도문이 아닌 새롭게 시와 그림으로 해석한 주기도문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의 하느님 : 시로 쓴 주기도문>을 읽을 때 떠오른 단어는 ‘간구’였다. 이 단어는 간절하게 구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눈을 감고 주기도문을 읊으며 예배를 항상 드리던 때가 있었다. 기도로써 간구할 때 나에게 막혀 있는 무언가를 하나님이 알아주신다는 걸 마음으로 알아챘다. 나와 하나님을 연결하는 지점이 주기도문이다.



작은 기도 속에 마음이 겸허해지는 순간을 경험한다. 책에서도 기도문을 한 문장씩 읽을 때마다 하나님의 손길이 스치는 듯 어루만 지는 마음이 새겨진다. 개인의 삶은 지나간 시간과 의미를 되돌아볼 때 한없이 작아짐을 진솔하게 고백해간다. 그렇게 하나님께 다가간다.

“오래도록 지속되는 사랑.
배신하지 않는 사랑.
우리의 모습을 마주하게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을 믿는,
그런 사랑을 주소서.”


온유하며 인자하신 하나님의 품성을 닮은 기도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돌아보고 자신을 믿는 사랑은 참 어려운 일이자 끊임없이 자신을 돌보는 마음 가운데 필요한 과업이 아닌가 한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온유한 사랑을 전하는 일은 참 소중하고 기쁜 일이다. 마음을 어여삐 여기고, 자신보다 상대방을 위해 전하는 사랑의 마음은 지고지순하다. 하나님의 다함 없이 있는 그대로를 우리를 위해 사랑해 주신다.



상처받은 영혼과 같이 내가 볼품없는 존재라고 느낄 때, 자신을 실망스럽다고 여기는 순간이 있을 때 자신을 원망하지 않고 존중할 수 있는 사람임을 인정함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그런 마음가짐을 가질 때 내 안에 있어 단점을 장점으로 변화시켜 부족함을 채운다. 우리는 온전하게 자신을 아끼며 사랑할 수 있는 존재로 변화되고, 자신을 굳건히 믿는 일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힘겨움에 빠져 자신을 괴롭히지 말고 상처마저도 품어내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닮아가는 일이 되기를 기도한다.

어떤 위험에도 구해주시는 하나님의 주기도문이 때로는 큰 믿음으로 보호되고 나의 마음에 들어와 주신다고 느낀다.

“우리 안에 계시는 하느님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소서.
진정 살아 계신 당신 존재를
느낄 수 있도록.”

우리가 진정으로 마음으로, 뛰는 가슴으로 느끼는
것은 이 책에서 만나는 나와의 만남이다. 하나님의 통로를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잊지 않고 주신 기도에 활짝 문을 열고 나올 수 있기를.

힘들다고 말하면서 혼자서 끙끙거리지 말고 나에게로 와서 기도하며 함께 들어주며 함께 옆에서 동반자가 되어주시는 하나님의 깊은 은혜로움을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깨달았던 감정이다.

스러진 나를 일으켜 세운다. 기도는 그러한 마음과 닮아있다. 나를 일깨운다. 매일 일상을 하나님과 함께한다. 그러한 일상을 마주하며 지켜가는 나의 삶도 매일매일 하나님과 익숙해지는 온유한 삶을 바란다.

“아니면 그저 사랑을,
일상을 충만하게 하고
서로 합의하여 함께하는
온유하고 조화로운 사랑을 주소서.”

본 리뷰는 이온서가의 <서평단 모집> 을 통해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나의하느님 #시로쓴주기도문 #베아트리체제르비니 #소니아마리아루체포센티니 #김지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선을 넘는 북클럽 - 아무것도 아니지만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이수영 지음 / 메멘토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부 바지런한 서적상

 

“책방은 관광지도, 번화가도 아닌 다 스러져 가는 오래된 시장 한 모퉁이에 있다. 책을 사는 사람이 줄어드는 시대에, 지방에서 십 년을 버텼다고 대단하다고 말해주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먹고 사는 일의 어려움은 어느 업종이나 마찬가지다. 책방이 특별히 더 숭고하거나 더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호황이 없어서 불황도 없는, 이상하리만치 안정적인 업종이다. 단점인지 장점인지 알 수 없는 나의 요상한 성격 특성들이 공교롭게도 책방 운영과 잘 맞는다.”

28 p.

 

“독서뿐만 아니라 내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면 이렇게 소소한 부족을 만들어 서로 기대어 간다. 이타심이나 숭고한 공동체 정신의 발휘가 아니다. 나에게 정말 좋은 것이라면 남에게도 좋은 것이고, 남에게 도움이 되면 나에게도 도움이 된다. 그저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자기계발이 아닌가 싶다. 이기주의와 이타주의는 극과 극이라지만, 극과 극은 통한다. 나를 억지로 강하게 만드는 대신, 지금 있는 그대로 옆에 있는 사람들과 삼삼오오 뭉쳐서 강해지면 된다.”

48 p.

 

 

2부 아무것도 아니지만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어제보다 조금 더 나를 이해하고, 같은 실수를 덜 반복하는 것. 경직된 부분은 유연하게, 좁은 부분은 조금 더 넓게, 부정적인 부분은 조금 더 긍정적인 쪽으로 나아가는 것. 그 작은 차이들이 쌓여 어느 날 문득, 예전의 나라면 무너졌을 자리에서 온전히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77 p.

 

 

“오디오북 모임을 하면서 그의 말에 백번 천번 공감했다. 눈으로 읽을 때보다 훨씬 더 깊은 층위로 정보가 스며드는 느낌이다. 인간은 글을 배우기 전부터 누군가의 목소리를 통해 이야기를 들으며 살아왔다. 할머니의 옛날이야기, 어머니의 자장가,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이야기 역시 구전으로 이어져 왔다. 어쩌면 시각보다 청각이 우리에게 더 본능적인 읽기의 감각일지도 모른다. ”

89 p.

 

 

3부 실은 세상 모든 것이 책이니까

 

“요즘 책방에서 하는 독서모임에서는 책에서 얻은 앎을 삶으로 구현하는 독완행의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책을 읽을 때마다 이번 책에서 무엇을 내 삶으로 가져올 수 있을지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읽은 대로 한 번만 해보자고 들들 볶는다. 그러면 사람들은 다음 주에 볶이지 않으려고 실행하고 온다. 그 덕분에 모임원들은 길어지는 다크서클과 함께 점점 부지런해지고 있다. 물론 모든 변화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언젠가 일어날 변화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단 한가지라도 삶으로 옮길 수 있다면, 그 책은 제 몫을 다한 것이다.”

105 p.

 

“서로의 선은 밟아 봐야 어디쯤인지 알 수 있다. 오래 이어가고 싶은 관계라면, 선을 넘기도 하고 밟히기도 하며 서로의 경계를 확인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때로는 내 선을 조금 뒤로 물리기도 하고, 내 선이 어디에 있는지 미리 알려 주기도 하며, 서로의 선에 작은 틈을 남겨 두면서 말이다.”

135 p.

 

4부 사교의 장이 아니라 존재의 장

 

“모임도 마찬가지다. 같이 할 단 한 명을 찾는 것, 거기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물론 한 명과의 모임이 오래 지속되기는 어렵다. 둘 중 한 명이 바빠지면 모임이 흔들리고 다양한 관점이 부딪히는 대화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한 명이 두 명이 되고, 두 명이 세 명이 되는 과정이 중요하다. 한 명으로 시작하되 거기서 멈추지 않을 것.

 

 

독서모임에 참여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매력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독서는 단순히 읽는 행위에만 그치지 않고, 사유하며 함께 토론하면서 얻게 되는 희열이 있다. 앎을 통해 자신이 세우는 행동으로 실천하며 만족하는 참여자도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삶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마음을 느끼기도 한다. 나 역시 최대한 책을 자연스럽게 만나서 읽고 그것을 통해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책을 대하는 최선의 태도는 이 책을 친구처럼 마주하고 건네는 대화의 형태로 마주하는 것이었다. 가지런하게 바른 모습으로 책을 읽을 때는 참 행복하다고 느낀다. 책 속에서 읽은 부분에서 동의한 점도 있지만, 달리 보이는 관점으로 의견이 달라지기도 한다. 거기에서 나오는 다양한 생각과 사유가 발전되어 독서 모임이 풍부하게 꾸며진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모임을 유지하고 끌고 가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는 것도 책을 통해서도 접하게 된다. 실제 모임을 운영해 보니 적잖이 당황하기도 하고, 작가의 마음을 깊이 이해되는 지점도 있었다. 공감대가 형성되는 지점에서 독서모임은 어려움을 넘는 하나의 지름길이 된다.



책은 물성이 느껴지는 존재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만큼 앎의 폭을 넓게 하고, 어느 순간 머리가 ‘띵’하고 충격을 받아 왜 이렇게 못했을까 하는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책은 혼자서 읽는 것에 한계가 많아 독서모임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들어보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된다. 같음과 다름의 차이에서 얻게 되는 사유가 진정한 독서의 자연스러움이 아닐까? 저자 역시 지금까지 책방을 운영하면서 독서모임을 다양한 운영을 통해 얻게 된 북클럽은 많은 질문들을 놓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통해 만나는 관계는 오래도록 이어진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는 서로의 선을 통해 책에서도 말한 것처럼 작은 균열을 빚어진 것이나, 서로의 선에 작은 틈을 두는 방식으로 만들어 가게 된다고 말한다. 독서모임에 참여하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기도 하고, 어려움에 빠진다. 시작이 반이고,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 것이 독서 모임의 존재 이유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독서모임을 운영해 보고 싶은 좋은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좋은 책을 나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지를 말이다. 변화한다는 것은 내가 가진 무언가를 감내하고 견디는 과정을 동반한다. 내가 좋아하는 하나의 모임을 만들고자 한다면 작은 시행착오에서부터 시작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모범답안은 없기에 작가의 <선을 넘는 북클럽>을 읽으면서 나만의 독서 모임은 어떠한 방향으로 만들어 가고 이뤄가면 좋을지 상상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기억 빌딩 245 ㅣ 노는날 그림책 37
안오일 지음, 신진호 그림 / 노는날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서움의 감정을 먼저 떠올리니 손에는 땀이 났다. 책을 펼치며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읽는 동안, 1980년 5월 18일을 다시금 떠올렸다. 마치 1980년 5월 광주 전일빌딩 앞에서 일어났던 끔찍한 당시의 현장을 보는 듯 생생했다. 건물은 오래될수록 기억의 공간이 되고, 역사적 흔적을 대화로 이어가는 사실의 공간이 된다. 《기억빌딩 245》 그림책은 건물이 주인공이 되어 마치 서로가 대화하듯 서술해가며 순서에 따라 당시의 일을 지문과 그림 속에서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니는 온몸으로 총알을 막아내요.

쏟아지는 총탄을 막아요.

 

모두를 지키고 싶어요.”

 

모두 함께 나서면서 오롯이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평화는 지금에도 소중한 의미라는 사실을 일깨 운다. 책을 읽으면서 ‘각각의 시민들은 어떠한 마음으로 그날을 맞이하고, 당연했던 일상을 뒤흔든 5·18 총성과 어찌할 수 없는 막연한 위협 속에서 우편 배달부는 자전거를 몰고 가고 있다. 소식을 전한다는 것은 한 사람의 용기가 모두에게 힘을 전하는 공동체의 마음으로 확산하는 모습이 아닐까? 

어쩌면 위험에도 무릅쓰고 나가야 하는 사람은 얼마나 두려웠을지 감히 상상할 수 없다. 건물에 박힌 245개의 탄흔이 지금까지도 우리와 마주하고 있다. 헬기 사격으로 시민들을 위협한 계엄군의 흔적을 통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무자비한 진압으로 희생된 많은 사람의 희생까지 잇따른 5·18 민주화운동의 기억을 현재의 지점에서는 슬픔과 그것을 이겨냄으로써 올바름의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우리는 잊지 않기 위해서 함께 마음을 모으고, 서로 다독인다. 공동체라는 이름을 통해 주먹밥을 만들며 나누던 마음, 피가 모자라 헌혈해 달라고 외치던 소리, ‘물러서지 말라’고 함께 나서며 앞을 향해 나갔던 걸음, 슬픔을 서로에게 나누며 울부짖던 울음 이 모두가 지금의 일상이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고 회복해 나가고 있다. 그런 모습이 떠오르며 과거와 현재가 겹친다.

 

손을 마주하며 지켜가려는 시대의 가치를 전일빌딩 245는 현재도 그 자리를 묵묵히 지켜가고 있다. 일상의 소중함을 항상 인식하며 감사함을 갖는다. 앞으로 우리는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는 온전함을 안고 나가는 의미로서 인식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것의 의미를 계승하며, 개인의 영역에서 기억하며 일상의 평화를 위한 소망을 기도한다.

 
#기억빌딩245 #안오일 #전일빌딩 #광주518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