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는 이루 - 구한나리 주니어소설 학교도서관저널 주니어소설
구한나리 지음, 조성흠 그림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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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는 이루》 서평

나의 재능은 무엇인지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간과 노력, 수고를 덜 수 있는 뽑기와 같은 방식으로 그것이 결정된다면 어쩌면 좋은 방식이라고 여길 수 있겠다. 하지만 정작 책을 읽어 가는 동안에는 두렵고 마음이 이상했다. 나의 미래를 예상하고 준비하는 방법이 이것이라면 나의 노력과 수고를 들여서 만들어가는 일은 그저 복권에 당첨된 행운과도 같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의 진정한 꿈을 이뤄가는데 과정을 다해 노력해 간다는 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학예회를 준비하면서 진수와 이루는 한마음으로 나가는 모습에서 나의 색은 결국 내가 만들어가는 길임을 깨닫는 시간이 되었던 것임을 생각했다. 꿈은 단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정답을 찾아가는 하나의 여정이라고 느낀다.

“근데, 그래도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내가 가는 길이 그 색의 길이 되는 거잖아. 그리고 다음부터는 누군가 그 색의 공을 뽑으면 서이루처럼 된다고 하는 거지. 그치만 사실은 그게 아닐 수도 있지. 우리 부모님처럼.”

-151p.

아이들은 자신의 꿈을 키우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고 수없이 실패하며 과정을 통해 실현해 간다. 하지만 미래는 먼일이기에 정해지지 않은 꿈을 키우는 동안 서서히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맞춰나간다. 어쩌면 불안과 초조함 속에서 자신의 미래를 알 수 있는 어떤 물건이 생긴다면 편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 마음이 불편해지는 완성됨이 아니라 내가 개척해서 나가는 용기가 바로 꿈을 이루는 일임을. 부모는 자식을 위해 꿈을 고정된 상태로 묶어두지 않고 꿈이 나아갈 수 있는 방향성의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그렇게 과정 안에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이정표와도 같은 역할을 지원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느끼게 된다.




“어느새 1월 4일에 뽑을 공이 어떤 색이든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서로 같은 색이라면 우리 셋은 닮은 꿈을 꾸면서 같이 걸어갈 수도 있을 거다. 혹시라도 누군가의 공이 사람들의 이해를 받기에 너무 어려운 색이어도, 괜찮다고 말해 줘야지. 괜찮아. 우리의 공이 모여서 예쁜 팔찌가 될 거야.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팔찌가.”

-164p.

작품 속 주인공인 이루는 기존의 질서와는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꿈이란 자신에게 집중하고 행복하고 즐거움을 위해 노력해 가는 모습이란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다. 모든 아이가 그동안 구슬을 뽑기 위해 학원에 다니면서 자신의 미래를 위해 노력해 가는 모습과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색깔이 어떤 색깔이든 중요치 않다. 자신만의 색깔을 지니고 나갈 수 있는 용기로 한층 성장해가고 있음을 우리는 같이 느끼고 응원하게 된다. 내가 중심을 굳건히 지켜가는 일에서 내가 가진 꿈과 그것을 이루기 위한 재능이 무럭무럭 자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나만의 색깔, 단 하나의 특별한 나만의 꿈을 위해 나서는 이루와 친구들이 있어 우리가 씩씩하게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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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태양
우미오 유 지음, 정미애 옮김 / 키다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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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지만, 막상 드러내고 싶지 않을 때 숨기고자 하는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다. 다만 그것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도 있고, 과감하게 드러내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는 비밀이 탄로 났을 때 부끄러워하기도 한다. 그만큼 자신의 취미나 좋아하는 일에 대해서 드러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여름의 태양》에서는 이처럼 각자의 취향을 우연히 드러나면서 다른 시선에도 따뜻하게 그려내고 사랑스럽게 표현하는 청소년 소설이다.

‘내가 가진 마음의 중심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에 대한 보편적인 청소년이 가지는 고민과 질문이 번뜩였다. 한쪽으로 쏠리는 것 같으면서도 너무 과잉되지 않도록 하는 일에서 자신의 좋아하는 마음을 어떻게 드러내면 좋을지 고민하게 해 준다. 물론 주인공인 고타로와 시노다는 서로 가진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점점 그들은 이해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게 된다.

자신의 개성과 나다움을 표현하는 일은 청소년 시기에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외부의 시선에서 “남자가 그걸 한다고?, 남자 망신 다 시킨다.”라고 말하는 어른들의 따가운 말과 행동은 내가 좋아하는 행동을 위축시킨다. 그럼에도 고타로는 뜨개 인형을 만드는 취미가 있고, 시노다는 로켓 모형을 만드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어려운 일임을 이 책에서는 ‘남자다움’을 강조하는 일보다 인물의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남자다움은 강요되고 규정된 형태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자신 내면의 아름다움을 키워가고 스스로 만들어가는 자연적인 나다움을 갖춰가는 것이다. 씩씩한 모습을 요구받는 것도, 요구하는 일도 나다움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안에는 무언가 고정관념을 갖고 누군가를 판단하는 일에 한 번쯤 그렇게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되돌아본다. 우리는 자연스러움 속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모습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비밀을 공유하며 자연스레 서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모습이 시노다와 고타로의 관계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이었다.
마음이 일렁이는 물결을 만난 것처럼 읽는 동안 마음은 평온했다. 성장하는 일이란 몸소 겪으며 외부 환경과 맞닿아 있는 세계를 관통하며 비로소 자신을 갖춰 만들어가는 하나의 일과 같다. 결국 나다움을 표현하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 아닌 자신의 개성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방식이다. 표현하지 않으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내가 누구인지, 어떠한 것을 좋아하는지 모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나를 드러내고자 한다면 용기를 갖는 자세로 나가야 하는 어떤 마음이 전해졌다.

#한여름의태양 #우미오유 #키다리 #청소년소설 #성장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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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이지만 걱정 마세요 푸르른 숲 58
최상아 지음 / 씨드북(주)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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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이지만 걱정마세요>를 읽고

광복절은 조국광복에 대한 염원이 실현된 기념일인 동시에 조국 독립을 위해 희생하신 독립운동가분을 비롯한 순국선열에 대해 기억하고, 추모하는 마음을 담아 기억하는 날입니다. 잊지 않고 계속 독립운동에 대해 기억하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얼마 전 씨드북 출판사에서 나온 따끈따끈한 신작 소설인 최상아 작가님의 <1944년이지만 걱정마세요>를 읽었어요.

표지에 나오는 그림이 먼저 눈에 띄었는데요. 오른손을 들면서 관객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표정이 그려져 있어요. 이 그림에서 이 남자가 주인공인 강수혁이구나 알게 되었어요. 발레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상상됐어요. 역사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인물이 나타나 있어 읽는 내내 흥미로웠어요.

주인공 17세 발레리노 강수혁은 발레를 하면서 자신의 꿈을 실현해가는 학생이에요. 그가 우연히 유령 발레리노 ‘이고르’를 만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소설입니다. 유일한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슬픔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그 아픔이 책을 읽어가는 내내 눈에 밟혔어요.

유령 이고르를 만나면서 수혁에게 부탁을 하게 되는 장면에서 애타게 찾는 ‘쏘냐’라는 인물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궁금함이 들었어요. 유령 이고르 역시 과거에 발레를 했기 때문에 공통분모로서 가지는 점이 우리가 주목해서 바라볼 지점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1944년이라는 특정한 시점과 러시아의 발레 공연장에서 일어나는 모습은 당시의 암울하지만 조국독립을 위해 나아가는 역사적 시대를 잘 드러내고 있어요. 독립운동을 하는 여정에서 그토록 찾아 헤맨 쏘냐로 나오는 선화 누나와 수혁이와 동갑내기인 여진이를 만나게 돼요.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일은 하나 같이 참 소중한 만남이라고 여겼습니다. 점점 쏘냐와 여진이를 챙기면서 수혁 역시 독립운동의 현장에서 도와주고 그들을 챙기게 되는데 이 장면에서 나이는 어리지만 성장하는 과정의 모습을 깊이 감동하면서 읽었답니다.

타임머신을 타듯 과거와 현재를 반복해가면서 수혁은 점차 느끼는 감정은 왜 옆의 사람을 도와야 하는지 마음으로 느끼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애타게 연인을 찾는 이고르, 할머니의 부재 속에도 자신의 꿈을 위해 나가는 수혁 둘 사이에서 보여주는 관계는 서로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인연이라고 느꼈어요. 무슨 일에도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줘요.

나중에는 할머니의 죽음의 진실을 알게 되고, 자신이 내키지 않았던 쏘냐를 찾는 일에 대한 분명한 이유를 발견하게 되는데 참 마음이 이상하더라고요. 누군가를 위해 도와주는 일은 참 어렵지만, 곁에서 힘이 되어 주기로 마음먹으면서 저도 덩달아 힘이 났어요. 언제나 혼자하고 느끼는 외로움과 쓸쓸함은 자신도 극복해 가는 과정이 청소년들이 읽었을 때 참 많은 생각을 갖게 해 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가 조국의 독립이 이뤄지기 전인 1944년에도 많은 사람들이 희생하며 투쟁했던 독립운동의 과정은 지금의 일상을 살아가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수혁이 페트루시카 발레공연을 연습하며 선보이는 모습은 ‘라파엘’이라고 불러주는 모습은 따뜻함이 감도는 존재의 환대로 느껴졌습니다. 발레라는 행위를 통해 나라를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이 참 좋았다고 느낍니다.

“너와 나의 소원 아니냐. 빛낼 이 너와 나로다.”

소설에서 독립투사들이 서로 건네는 암호 문장에서 저의 눈을 사로잡는 한 문장이었어요. 우리가 진정하게 바란 소원은 조국 독립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많은 분의 헌신과 희생 덕분에 지금 안온한 일상을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독립운동에 뛰어든 독립운동가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세상은 빛이 나는 존재처럼 우리는 모두 곁에서 힘이 되어 주는 친구가 될 수 있어요. 이번 책에서는 참 오랜만에 소중한 가족과 친구를 떠올리며 고맙다는 말을 한 번쯤 건네보는 시간이 되어서 저에게는 값진 시간이었어요.

감동이 밀려오는 진한 여운이 느껴진 <1944년이지만 걱정마세요> 청소년 학생 여러분과 어른 모두 남녀노소가 읽기에 충분한 역사소설입니다. 같이 읽어 봐요 ^^

#1944년이지만걱정마세요 #최상아 #씨드북 #독립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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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이 반했습니다 - 꿰맨 눈과 기울어진 사랑
김하진 지음 / OTD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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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집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각 편의 인물은 저마다 가지는 상황과 갈등 속에 풀려가는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아픔 속에 숨겨진 마음이 가득하기도 하고, 상처 안에서 구원처럼 다가오는 암시적인 내용 등 소설의 내용은 다채롭게 마주하게 된다. 짧은 소설에는 우리가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들이 염원처럼 다가오길 바라는지도 모르겠다. 안타까움 안에서도 희망의 빛이 깃드는 그런 소망이 읽는 독자의 마음에 자라난다.

각각의 이야기가 저마다의 색채가 다양하게 그려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상 깊게 읽은 작품은 <견인지역>이었다. 제목 안에 함축된 견인이라는 의미는 기존에 알고 단어와는 다르게 변용되어 풀어나가는 지점이 된다. 차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견인해 간다는 의미로 재해석되는 부분이 새롭게 깨닫게 해준다.

소설에 투영된 공간은 작은 사회의 축소판이 라고 할만큼 사회문제가 곳곳이 드러난다. 견인시설을 통해 그곳을 낙원이라고 여기는 곳이 언제가는 다시 시설이 폐쇄되면서 우리가 바라는 낙원인 곳이 다른 세상으로 받아들여지는 과정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무 씨, <고도를 기다리며> 들어봤죠.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인물 이름까지는 모르려나.
아무튼 두 노인이 고도라는 사람을 기다리는데, 고도라는 사람은 작품이 끝날 때까지 나타나지 않아요. 고도라는 이름이
신과 비슷해서 작품 속 고도가 신으로 해석될 만도 한데, 작품을 쓴 사무엘 베케트는 작품 속에서 신을 찾지 말라고 했대요. 고도가 누구인지는 극을 쓴 자신도 알 수 없다면서. 그러니까, 우리가 기다리는 게 뭐든지 간에 오늘 여기서는 찾지 맙시다."


작품에서는 가족인 아버지의 죽음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아버지와 그동안 마주치지 않고 겪는 단절이 가족과의 붕괴라는 현실을 느끼게 만들기도 했다. 서늘했던 그러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무엇보다 바라는 존재가 무엇인지를 고민해보고 생각하게 하는 일이 되었다.

구원이라는 대상에 대해 묻는 물음 속에 조금씩 인물들이 나가야 하는 자신의 길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봤다. 지금보다는 나아지길 바라는 소망에서 김하진 작가의 현실의 시선을 소설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우리에게 소설을 통해 현실의 아픔 속에 깊이 나가고자 하는 마음의 여정을 따라가는 소중한 책이었다.

#한눈이반했습니다 #김하진 #OTD #상도덕서평클럽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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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각본집
곽재용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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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 보면 과거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오래전 순수했던 마음이 몽글몽글해져 특별한 기억으로 다가왔다.

『클래식 각본집』에는 영화에서 느끼지 못했던 장면을 따라가며 자세히 인물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주인공의 내밀한 감정의 묘사가 잘 드러나 있고,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밀도가 높은 책이었다.

첫사랑이 주는 진한 감정이 묻어난다. 어머니와 딸의 이어진 사랑이 마치 우연이라도 마주친 듯 운명이라는 이름이 포개어진다. 그런 마음이 연결되는 것이라고 느꼈다.

사랑은 매우 추상적인 대상이지만 마음으로 느끼고, 바라보며, 상대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분명해지는 것이 그런 마음이 아닐까 한다. 사랑은 오래도록 지켜가는 믿음 속에 굳건해진다. 영화 <클래식>에서 봤던 준하와 주희의 사랑이 그랬다. 간절함과 기다림 속에서 우리의 마음을 흔드는 그러한 순간이 이러한 사랑이 주는 본연의 깊은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각본집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신 50번 도서관 앞에서 지혜와 상민이 함께 비를 맞으며 뛰어가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웃는 모습에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단순한 장면 같지만, 이 장면을 봤던 사람이라면 분명히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좋아하는 마음을 들킨 것처럼 내 마음이 드러날까 숨기는 그런 모습에서 우리는 공감한다. 가까이서 보는 장면처럼 숨죽이고 지켜보게 된다.

영화와 각본이 주는 선명한 차이는 바로 상세함에 있다고 본다. 영화는 관객에게 보여주기 방식을 통해 인물의 감정표현을 직접 드러내는 것이라면, 각본은 인물의 감정표현에 대한 자세한 표정 연기와 묘사를 통한 설명을 통해 구체화하여 드러내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점이 각본집을 읽는 내내 영화에서 생략된 여운에 대한 설명을 들려주듯 천천히 장면 하나하나가 내 마음으로 들어왔다. 장면을 복기하다 보면 소중한 인연의 의미는 그만큼 소중한 일이라고 마음으로 느낀다.

평형 세계로 이어주는 구성처럼 준하와 준희, 지혜와 상민은 서로 과거와 현재의 시점에서 사랑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며 나타낸다. 이는 결국 사랑은 어느 시대든 본질적인 애정과 순수함을 보여주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흐릿해지는 기억 속에 문득 지난 사랑을 떠올려본다면 그것은 나에게 가장 소중한 기억이라고 생각한다. 잊힌 것은 반드시 사라지지 않는 고유성을 지닌 사랑이니까.

“오랜 세월 이어지는 사랑을 진심으로 다해 썼기 때문에, 촌스럽다고만 여기지 말고 클래식하다고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으니까요. 당시에는 제 필모그래피에 <클래식>이라는 제목의 작품이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감독님과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영화 <클래식>이 제작되기까지의 과정을 이해하고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던 소중한 작품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작지만 하나같이 소중한 기억으로 영화에 보이는 주인공의 사랑의 마음과 닮아있음을 알게 해 준다. 보내는 시간과 닮아 있
클래식이라는 영화 제목을 지은 이유에 대해 감독님은 위에 적은 말처럼 그렇게 말하고 있다. 고전적인 의미로서 지나간 시대라고 뒤떨어진 대상으로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오래도록 각자 기억된 사랑의 마음이 지속되고 오래 남도록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했던 것이라고 느꼈다.

지금의 순수함이 담긴 사랑의 의미가 점차 퇴색하고 있는 거 같아 안타까울 때가 있다. 외적인 조건에만 몰두하는 사랑, 인스턴트식의 짧은 사랑 등 무가치한 소모의 가치는 관계에 대한 마음을 어려움 속에 빠지게 된다.

사랑의 가치는 온유하며 오랜 보물처럼 가치 있는 기억의 선물이다. 각본집을 읽으면서 지나온 첫사랑의 순간이 우리에게 각자 어떠한 의미로 받아들이고 기억되는 시간이었는지를 소중한 독서의 시간이었다. 같이 함께한 시간 속에서 사랑은 오래도록 품어내고, 품었던 사랑은 오래도록 우리의 가슴에 머무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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