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투라 CULTURA 2025.08 - Vol.133, 안동
작가 편집부 지음 / 작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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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쿨투라 2025년 8월호 — 안동에서 느끼는 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

2025년 8월호 『쿨투라』 잡지를 처음 접하니 마음이 기뻤다.
늘 관심 갖고 지켜본 문화전문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안동이 테마로 소개되어 기뻤다.

안동은 좋은 기회로 몇 번씩이나 여행을 통해 가본 곳이었다. 하회마을이나 이육사 시인의 생가, 안동 전통 음식을 맛보며 다양한 문화의 깊이가 묻어난 곳이구나 속으로 감탄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정신문화의 수도라고 일컬을 만큼 안동은 문화의 뿌리가 깊이 내린 지역이다. 깊이 있는 전통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고, 현대의 시점에서 살아온 이들의 기억에서 발현된 일상의 모습이 보는 내내 술술 읽혔다.

이번 테마를 안동으로 삼은 것은 전통과 현대를 포괄하는 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이 잘 뿌리내린 지역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이번 테마의 기사에서 가장 좋았던 글은 <어떻게 사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권정생 선생이 살던 집’ 바로 그 집!>었다. 김용락 시인이 과거에 만났던 권정생 선생님과의 교류에서 회상하며 쓴 글이었다. 묵직한 감동이 전해지는 글이ㄹ였다.

“사는 거야 어디서 살든 그것이 문제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느느가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라고 말한 권정생 선생님의 말씀이 책에 적혀 있었는데 또렷하게 내 귀에 들리는 듯 ‘집’에 대한 공간의 의미가 새롭게 느껴졌다.

집은 단순히 머물고 거주하는 공간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닌 살아가는 사람의 삶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여주는 일상의 자연스러움이자 일체화된 공간으로 권정생 선생님의 집에 가장 걸맞는 곳이 아니었을까 느꼈다.

1983년 늦가을 손수 지으신 흙담집이 현재에도 그 위치에 남아 있다. 선생님의 집을 자주 찾아가 안부를 물으며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는 그때를 회상하며 회고하고 있다. 행간 내에서 나는 때로는 그가 느끼는 선생님의 소탈한 모습에서 가지는 웃음을 엿볼 수 있었다. 반면에 약간의 스산한 마음도 느껴졌다. 선생님의 집은 현재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기념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이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은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에 아쉬움을 느낀다.

한 번쯤은 대단한 무언가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도 겉으로는 소박하며 인정 많은 모습으로 대할 때 새로운 낯섬을 느끼게 된다.
인생은 그저 소박함으로 묻어난 아름다움이 어떤 것보다 빛날 수 있음을 느낀다. 어줍잖은 마음보다 내면을 향한 자신의 모습에서 삶의 기쁨으로 뿌리 내린 권정생 선생님을 기억할 수 있는 좋은 글이어서 참 유익했다.

이번 쿨투라 8월호를 통해 북미에서 화제가 된 영화 <킹 오브 킹스>의 감독님과의 인터뷰도흥미로웠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전환점과 기회를 통해 더욱 확산될 수 있는 가능성이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응원이 되었다. 이처럼 문화예술의 깊은 이해와 관점에서 폭넓은 질문의 사유를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쿨투라 #cultura #쿨투라2025년8월호 #안동 #권정생 #빌뱅이언덕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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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가와카미 데쓰야 지음, 송지현 옮김 / 현익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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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기억 속에 내가 살던 곳에 동네에 있던 작은 서점이 떠올랐다. 자주 찾아갔기에 금새 단골이 되었다. 동네에 있는 서점 치곤 책이 꽤 많았다. 책을 좋하는 나에게는 더없이 놀이터와 같은공간이었고 행복했다.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는 읽으면서 책에 대한 소설 이전에 사회 속에서 이루는 사람과의 관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기도 하면서 안으로는 직업으로서의 일에 대한 마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주인공인 리카와 고바야시 서점의 주인 유미코 씨와의 인연은 참 정겨우면서도 관계에 대한 의미를 내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처음이라 자신의 일에 대한 확신이 없는 리카의 이야기도 공감되지만 첫 직장에서 마음을 졸이며 잘 할 수 있을지 걱정하던 나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그렇기에 공감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초심을 가지는 자세로 내 마음을 다잡고 집중 해가려는 모습에서 일에 대한 자부심을 점점 느껴가는 변화의 지점도 일종의 성장소설처럼 느껴졌다. 유미코도 처음 고바야시 서점을 운영할 때는 어려움과 걱정이 많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우산을 팔겠다는 생각을 하고 서점에서 특별한 도전을 한 유미코의 모습에서는 용기를 갖게 된다. 처음은 낯선 일이기도 하지만 조금씩 내가 가진 단점을 특별한 장점으로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일종의 주문. 자신에게 더욱 잘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깊이 심어주었다.

내가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면 그것은 내가 만들어낸 두려움인지도 모른다. ‘이대로도 충분하다. 더 나아질 수 있다.’라는 따듯한 위로와 용기는 유미코가 리카에게 해준 말이다. 

괜찮아. 천천히 해도 늦지 않아. 그러니 괜찮아. 마음이 위로가 되는 그러한 작은 말들이 나에 게 들려오는 것 같다. 책을 좋아하는 리카는 하나의 세계 속으로 풍덩 빠져든다. 결국 사람과 사람, 책을 통해 연결되는 깊은 만남은 좌절했던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원동력으로 변하게 되었다. 

일상의 작은 계기가 변화를 끌어올리는 순간으로 바꿔간다. 자신에게 도전하고픈 일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앞을 나갈 용기를 갖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오늘도고바야시서점에갑니다 #서점이야기 #힐링소설 #출간전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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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은 물에 들기 전 무릎을 꿇는다 - 김정숙 시집
김정숙 지음 / 책나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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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은 물에 들기 전 무릎을 끓는다』 서평

 

 직지문학상을 수상한 김정숙 작가님의 첫 시집 햇살은 물에 들기 전 무릎을 끓는다를 서평단 선정이 되면서 우연히 읽게 되었습니다처음 이 시집을 접했을 때는 문보영 시인의 추천사가 책 뒤편에 실려 있었습니다보기에도 아주 자신의 삶을 흠씬 깊이 있는 정조로 지어졌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그 추천사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그녀의 솔직함에상상력에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넉넉하고 강인한 마음에 놀란다.” 이 말이 박혔습니다왜 이 말에 집중이 되었을까 생각을 해 봤습니다오롯이 살기에도 수십 년간 살아왔던 삶의 시간순간들이 모여 그녀의 시로 이끌어 왔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특히나 이 책이 의미가 있었던 이유는 바로 10여 년간 편집자로 일했던 딸과 수십 년 시인으로 살아왔던 시인이자 어머니와의 관계 때문이었습니다직접 출판사를 차려 책나물이라는 아주 정겨운 이름이 돋보이고어머니를 향한 마음도 따뜻하게 다가 왔습니다시인에게는 첫 시집 역시 그동안 모은 시편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했을지 선연히 나타나 보였습니다시는문학의 한 장르로서 기능도 하지만시인으로서 살아가는 마음의 중심을 들여다보게 하는 한 편의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읽으면서 마음에 투영되었던 시 2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쓰레기

 

밟힐수록 파닥거리며

꼭꼭 눌러도 꺾이지 않을

날개를 달고

거리에 나선다

녹록지 않은 삶 속에서

간간이 묻어나는

역한 비린내 얼른 털고

바람으로 온몸을 헹군다

아침을 열고 떠나야 하는 길모퉁이

달리는 차에도 겁 없이 올라탄다

다져질 대로 다져진

서글픔은 이미

먼지기 되어 부서져 내렸고

새로운 생성을 위하여

사력을 향해 달려본다

 

  30쪽에 있는 <쓰레기>라는 시는 우리 주변에 볼 수 있는 흔한 대상의 물건으로 받아들여집니다버려지고 쓸모없는 것으로 취급되는 쓰레기는 우리의 삶과 인간의 삶 역시 닮아 있는 존재라는 점을 인식하게 됩니다사람은 가능성의 존재로서 모든 일을 수행합니다회사나 기관에서 소속된 사람들은 소속감을 갖고 일을 하고 최선을 다해 일을 합니다그렇지만 어떤 일이라도 때로는 수많은 일들에 사로잡혀 하나의 존재를 뭉개버리거나 대상화해 버리기도 합니다그 속에서 우리는 상처를 받고쉽게 회복하지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그것이 쓰레기가 가진 특성인 쓸모없음으로 치환되어 버리면 우리의 존재를 잃습니다가끔은 우리가 그만큼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지기도 합니다개인으로서의 우리는 어떻게 중심을 회복해야 할까요이 시를 읽으면서 여러 감상과 생각이 듭니다개인으로서의 자유를 찾아가고자신이 의미 있는 바를 하나의 행위를 통해서 점점 인식해가면 그 중심을 회복해 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여치

 

 

검은 엿처럼 녹아내리는 아스팔트,

 

늪에 빠진 여치

 

모시고 나와 방생하니

 

외할머니 모시옷 닮은 여치의 날개에서

 

비파 소리 난다

 

풀밭이 술렁거린다

 

 

두 번째 시는 <여치>라는 시입니다여치는 농촌이나 시골 고향집에 내려가면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곤충입니다여치는 메뚜기 과의 종류입니다그래서 흔히 메뚜기와 여치를 닮아서 쉽게 혼동하기도 합니다저도 어릴 때 살던 고향집은 뒤에 숲이 있어 여치가 아주 많이 있어서 잡고 놓아주기도 했어요이 시를 읽으면 여치를 통해서 자신의 외할머니를 떠올리게 합니다여치가 내는 소리를 외할머니의 모시옷과 닮았다고 표현하는 부분에서도 재밌는 표현임을 떠올리게 해 줍니다저에게도 할머니외할머니에게는 정말 오랜 시간 같이 살기도 하고 정을 나누던 가족 구성원의 한 존재였습니다깊은 정과 사랑을 나누어 주시고 만들어 주신 음식이며할머니를 따라 구경 간 절의 풍경 등 다양한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시인도 그러했겠죠어딘가를 가서 들었던 소리가 외할머니의 모시옷으로 떠올렸을 것 같아요왠지 짧은 시에서 더욱 진한 여운을 느끼는 것은 저만 그런 것은 아니죠? ^^ 감각의 전이는 그만큼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마법 같은 효과를 냅니다삶은 늘 최선을 다해 나갔다고 생각하지만 뒤돌아보면 아쉬움도 가득한 것이 우리의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인의 삶을 온전하게 다 알 수는 없지만그녀의 일생에서 가장 값진 시간과 경험들이 체화되어 녹아진 시들은 우리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주었습니다그로 인해 우리는 각자의 이야기 속에서 피어나는 그 물결에 자연스레 휩쓸리고공감하기도 합니다. ‘란 한 편의 따뜻한 마음을 통해서 우리의 마음으로 스며들게 합니다시인이 들려주는 작은 시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고마주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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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목걸이 - 딜쿠샤 안주인 메리 테일러의 서울살이, 1917~1948
메리 린리 테일러 지음, 송영달 옮김 / 책과함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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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행촌동에 위치한 딜쿠샤는 기쁜 마음의 궁전이라는 뜻을 가진 주택이다. 예전부터 나는 딜쿠사에 관심이 생겨 우연히 이 곳을 개방하기 전 둘러본 경험이 있다. 최근 딜쿠샤를 재정비하면서 2021년 3월쯤 개관을 하여 고대하던 딜쿠샤의 공간을 둘러볼 수 있었다.


책에 나오는 모습처럼 앨버트와 메리 테일러 부부가 이곳에 살았던 모습들이 책을 읽으면서 쏟아져 나오는 그런 기쁨이 넘쳐났다. 1917년부터 1942년간의 그들의

흔적이 잠시나마 그곳의 숨결을 불어넣어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해주려고 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호박 목걸이를 소중히 여겼던 메리 여사는 조선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한편으로는 삶의 궤적을 그리는 기록이자, 삶의 한 방향의 이정표와도 같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딜쿠샤에서 당시 일했던 김주사와 공서방 김보이 등 다양한 인물들의 매력을 깊이 느껴보게 해준다. 진심으로 함께 했던 그들을 위해 초상화를 남기고 지금까지도 그들의 얼굴을 기억할 수 있다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당시 3.1 독립운동에 대해 알리는 일도 하였던 앨버트의 삶도 단순히 금광을 운영하는 사업가로서의 역할을 한것 뿐만 아니라 진심으로 조선을 사랑한 한국인의 모습으로 지금도 그가 행한 일들에 대해서도 존경심을 갖게 된다.

그의 인간적인 모습에 감동하고 그의 곁에는 호박 목걸이라는 삶을 생생하게 보여준 부부의 사랑도 온전하게 느끼게 해준 호박 목걸이 책은 너무나 따뜻하게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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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목걸이 - 딜쿠샤 안주인 메리 테일러의 서울살이, 1917~1948
메리 린리 테일러 지음, 송영달 옮김 / 책과함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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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부부가 살았던 딜쿠샤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습니다. 호박목걸이에 나오는 이 모습에서 당시 테일러와 아내인 메리 테일러의 이야기 속에 담긴 소소한 서울 생활과 독립운동에 대한 도움을 적극적으로 행하였던 당당한 모습들이 저에게는 가장 중요하고 깊이 감동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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