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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신전
최류빈 지음 / 보민출판사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오렌지 신전이라는 제목을 처음 접하고 무언가 모를 시적 상상력이 풍부한 시집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20대 젊은 작가가 표현하는 그 제목처럼 무언가를 사로잡게 만드는 책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보았다. 더군다나 그리스 신화의 다양한 신들을 소재로 삼아 시를 물 흐르듯 쓰는 그 감각적 표상은 뜻하지 않는 만남 속에 피어나는 조우와도 같다. 우리는 짧은 시 속에서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구절 하나에서 새로운 흐름과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신화와 신전이라는 고대 그리스의 문화의 원형이 담긴 대상에서 읽는 독자로 하여금 천천히 그 의미를 곱씹어보게 되는 시들이 많이 있었다. 시적 대상을 어떤 소재로 삼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내느냐에 따라서 조금씩 그 의미는 달라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화 속에 드러나는 신들이 처한 운명을 직접 만나게 되기도 하고 우리 삶에 반추해 보기도 하게 된다. 사람은 그저 살아가는 대로 살아지는 것이 아닌 어떤 대상에 대해 지속적인 세상의 벽과 마주할 때 더 빛나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은 신전을 오렌지로 표현한 의미를 시집의 끝까지 읽고 나서야 그가 추구한 아포리즘의 표현의 마침표를 찍어내는 지점이라고 결론을 얻게 되었다. 다양한 세계 속에 우리의 삶이 철학적 세계관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듯이 시인도 마찬가지로 자신이 평소 생각한 바를 시적대상과 긴밀하게 구조적으로 잘 짜여진 한 편의 조각보로 완성해낸 결과물이 바로 오렌지 신전 시집이다.
우리의 삶은 늘 더디고 어려운 순간들이 많이 있다. 이것들을 더 내려놓고 가끔은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질서도 온전하게 내려놓은 자신의 마음을 객관적으로 들여다 보게 된다. 이 시집을 보고 있으면 내가 처한 상황들에 대해서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주기 때문이다.
각자의 영역 내에서 나직한 목소리로 이 시집에 귀를 기울이면 마음이 어지러울 때 그 고요함을 얻게 해 줄 수 있는 시집이다. 2017년의 겨울의 마지막을 보내는 그 시간에 조용히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처한 어려움을 잠시간 내려 놓고 삶의 의미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그 시에 주목해 본다면 더 가벼운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삶과 죽음, 인생의 시간이라는 흐름 속에서 신화의 각 소재가 보여준 다양한 표현들은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의미이자 이 시집을 읽으면서 느꼈던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