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에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 보려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나로부터 시작하여 나를 향하는, 치열한 성장 기록인 데미안의 한
구절이다.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규정하고 치열하게 나를 찾고, 다시 놓아주고, 다시
찾는 인생의 무한궤도를 여실히 보여주는 이 책. 참 어렵다. 인식 안에 있던 분리로
인해 저지르지도 않은 도둑질로 크로머에게 지독하게 시달리는 싱클레어 그 속에서
만난 데미안은 선구자이자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런 그가 던지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이미 진리이고 참이었다. 카인에 대한 이야기는 싱클레어에게 충격적이었듯 나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된다. 시대적 상황 자체가 무거운 시대였고 별것 아닌것도 심각하고
대단한 일인양 묘사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시기였기에 얼마든지 그럴수 있고
모든것이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지기에 더더욱 그렇다. 그런 그에게 데미안은
너무도 특별한 존재이다. 그저 믿고 따를 수 밖에 없는 그렇기에 더욱 위험하다.
절대적 믿음이 깨어지고 난 후의 폭풍은 쉽게 감당하기 어렵기에. 가인과 아벨에
대한 설명이 그렇다. '달리 볼 수 있다. 그점에서 비판을 가할 수도 있다.' 그가 말하는
카인은 우리의 상식 속 카인이 아니다. 스스로 성찰하고 구도하는 새로운 인간형이자
자연인을 만들어 낸다. 또 하나의 인물이 등장한다. 싱클레어가 꿈 속에 열망하던
이미지가 현실로 등장한 데미안의 어머니인 에바 부인(독일어로 Eva는 영어의
이브이다)을 만난다. 싱클레어의 눈에 비친 에바 부인은 '자신의 내면의 상징'이었고
별이었고, 열망 그 자체였다. 서로가 서로를 향했으며 서로가 자석처럼 이끌렸고 함께
머물렀고, 함께였다. 물론 이 부분이 우리의 정서와는 조금 어울리지 않긴 하다.
그럼에도 이 둘의 관계는 추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에바 부인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돌이켜 생각해 봐. 그 길이 그렇게 어렵기만 했나? 아름답지는 않았나? 혹시 더
아름답고 더 쉬운 길을 알았던가?' 그 길이 어떠한지를이 아닌 그 길 자체를 묻는
질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멈춰섰었다. 나도 그랬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지나온 길을 생각하면 여전히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