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한복판의 유력 용의자

도쿄 한복판의 유력 용의자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3년 2월

두개의 공주 실종 사건이라는 가상을 바탕으로 한일관계를 다시 들여다 보며 바른 관계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불과 몇일전 누군가가 한 3.1절 기념사가 오버랩된다.

'세월이 상처를 덮어 줄 순 있어도 죄까지 덮지는 않는단다.'

일왕이 학교에서 이지메를 당하고 돌아온 아이에게 한 말이다.

이외에도 이 책은 준기와 아이코의 대화를 통한 진실과의

마주함을 시도한다. 강제징용배상 문제에 대한 문제가 이슈가

되어 버린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준기의 담담한 이야기는 왜

근본적인 사죄가 필요한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그곳에서

고생만 했지 제대로 된 품삯을 받지 못했으니 억울할 수밖에'

아.. 혼자만 진리를 알고 있다는 건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역사는 늘 승자의 전승기록물이기에 패자의 기록이나 상황은 고려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패자의 기록은 누군가의 노력이 아니면 전승되기도 옮겨지기도 어려운게 현실이다. 작가는 여기에서 기인한 사건들을 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늘 그렇듯 가족간의 비극과 슬픈 역사의 반복은 약간의 식상함을 주나 일본 경찰 히데오의 등장은 식상함을 넘어서는 긴장감을 더해준다. 한국과 일본 거기에 북한까지 더해져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분명 우리의 슬픈 역사의 한 부분이다. 여전히 제대로된 사과조차도 하지 않는 일본과 그 일본에게 어떻게든 자신의 이익을 찾아 보려는 정부, 그 틈바구니에서 '악' 소리 한번이라도 제대로 내고 싶은 힘없는 백성들. 작금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책은 '노비종친회' '악플러 수용소' '평양에서 걸려 온 전화'를 쓴 고호 작가의 작품이다. 책의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작가 특유의 창작력과 센스가 돗보이는 작품들을 쓰는 작가이다. 푸리와 역사적 사건을 그럴듯하게 잘 조합하여 멋드러진 작품을 써내는 것으로 유명한데 본의 아니게 세권을 모두 본 나로서는 이미 익숙한 글의 전개가 오히려 가독성을 높여주었다. 추리 소설은 작가의 의도를 독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것이 그 목적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분명 탁월한 작가임에 분명하다. 책을 읽고 난 후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충분히 슬퍼할 것

충분히 슬퍼할 것 - 그만 잊으라는 말 대신 꼭 듣고 싶은 한마디
하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3월

누군가를 떠나 보낸다는 것, 특별히 사랑하는 사람을 무방비 상태로 떠나 보내는 것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며 되돌리고 싶은 일이다. 이 책은 엄마와 준비도 없이 배워 보지도 못한 이별을 한 SNS에서 다람쥐 알상툰을 그리는 작가의 마음을 그린 만화 에세이다.

​세상에는 공평한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1일 24시간 1440분이라는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이다. 어떠한 죽음도 어렵고 힘들고

안타깝고 어쉽다. 우린 늘 죽음 앞에서 '조금만...'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그러나 이미 죽음은 우리를 지나 가버렸다.

작가 김수현은 이러한 죽음애 대해 '자신이 믿어온 한때의

진실과 이별한다'라고 표현한다. 그런것 같다. 죽음은 우리가

가진 유일한 진실과의 헤어짐이며 떠나보냄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과 반드시 마주한다.

충분히 슬퍼할 것. 죽음을 맞이할 우리에게 전하는 저자의 주문이다. 가장 사랑한 이와의 이별후에 찾아 오는 온갖 어려움을 대처하는 방법이다. 충분히 슬퍼하고 충분히 시간을 가지며 충분히 추억하면서 조금씩 흔적을 지워가는것이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낯설다. 낯설기에 어렵고 당황스럽다.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것은 '충분히'이다. 그래서인가. 전하는 저자의 글과 그림에서 절절함이 전해진다. 얼마나 힘겨웠을지, 얼마나 외로웠을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지 충분히 전해진다. 물 속으로 가라 앉는 그림과 눈물 방울 속에 갖힌 표현은 울컥하게 한다. 슬픔은 그렇게 우리의 곁을 지나쳐 가는 바람과 같다.

죽음은 준비된 이에게도 마주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책은 그 죽음에 대해 이별과 상실에 대해 담담히 그려낸다. 귀여운 그림을 보고 쉽게 접어 든다면 중간에 울컥함과 눈물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아직 죽음의 아픔을 마주하지 않은 이들을 향한 따뜻함이, 이미 죽음과 이별을 경험한 이들을 위한 안아줌과 함께함이, 그리고 모두를 추억하는 애틋함이 들어있다. 쿨내 풀풀 풍기며 '위로'를 전하는 그런 멋(?)스러움이 아니라 그냥 '충분히 슬퍼하라'는 담백한 위로가 더 좋다. 슬픔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참아내는 것이다.

[100자평] 작지만 큰 브랜드

작지만 큰 브랜드 - 우리 가게를 위한 10가지 브랜딩 법칙
우승우 외 지음 / 북스톤 / 2023년 2월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생각과 자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들어 있는 책입니다.

작지만 큰 브랜드

작지만 큰 브랜드 - 우리 가게를 위한 10가지 브랜딩 법칙
우승우 외 지음 / 북스톤 / 2023년 2월

아주 오래전 브랜드 네이밍에 대한 공부를 한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생소한 부분이었지만 무려 두 학기를 수강하면서 브랜드의 중요성, 강점, 네이밍이 왜 필요한가등을 배웠는데 이 책에 그런 내용들이 담겨 있어 살짝 놀랐다. 그때 강의하셨던 교수님이 하신 말씀 중 브랜딩은 고객을 향한 진심이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브랜딩에는 자신의 마음도 들어가야 하지만 고객을 향한 진심이 담겨야 한다는 말씀이셨는데 이 책에서도 그런 내용을 소개한다. 자신의 가족이나 지인에게 자신있게 판매할 수 없는 제품이고 브랜드라면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제품이든 브랜딩이든 그 이름에 자신을 걸어야 한다. 저자는 여기에 발란스를 더한다. 드러냄과 진심의 발란스 혹은 제품과 브랜딩의 발란스는 브랜드의 가치를 유지시키며 잔존능력을 향상시킨다. 단 모두를 만족시킬수는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대부분의 실패는 여기서 기인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경영주들이 브랜드의 가치에 대해 인색하며 브랜딩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브랜드명을 정하고 로고나 앰블램을 만들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알리고 전해야 하는데 사실 여기까지 가는 길이 난감하다. 덕분에 이 책에 실려 있는 가게 브랜드들의 사례는 훌륭한 지침이 된다. 몇몇곳은 직접 가본 곳이고 몇몇곳은 이름은 들어 본 곳이다.

기업의 존재 목적은 이윤의 극대화이며 창업의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해서이다. 브랜드 전략의 핵심을 이 책에서는 '장사전략'이라고 말한다. 창업을 한다는 것은 무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창업자 스스로 자신있는 부분을 선택하겠지만그 선택 역시 확실한 보장은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브랜딩은 그 사업의 모든것이 된다. 프랜차이즈를 흉내낼것이 아니라면 브랜딩에서 부터 신중해야 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적게 시작해서 꾸준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적게라는부분도 그렇지만 꾸준하게라는 점에 더 마음이 간다. 내가 사는 곳 주변엔 소위 말하는 노포가 두군데 있다. 그들은 60년을 훌쩍 넘긴 세월을 한 메뉴에만 집중하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찾는 고객층이 연령대 별로 나뉜다. 처음 문 열때부터 다녔던 분들이 이제는 자녀에 손주들을 대동하고 오기도 하며 중년의 분들이 자녀들과 오기도하며 그렇게 와본 자녀들이 오기도 한다. 대부분 그 집의 맛을 안다. 그래서 주인은 장도 마음대로 바꾸지 못한다고 말한다. 아마도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꾸준함'은 이런것 같다. 마치 하리보가100년동안 젤리 하나만 팔면서도 3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 처럼 말이다.

이 책은 창업을 준비 중이거나 창업에 대한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분들이 꼭 읽어 보면 좋을 기본에 충실하고 실제적인 예가

들어 있다.

독일 사람들의 시간관리법

독일 사람들의 시간관리법 - 단순하고 합리적인 미니멀 라이프, 시간관리부터 시작하라!, 개정판
로타르 J. 자이베르트 지음, 송소민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3년 1월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죽음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이다. 누구도 죽음을 피해갈 수 없고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하루 24시간 1440분이 주어진다. 다만 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크로노스 (Cronos)와 카이로스(kairos)의 시간으로 바뀌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에서 더 나아가 시간을 내것으로 만드는 방법을 독일 사람들의 시간관리법을 통해 전한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이지만 삶의 방법이나 패턴에 따라 길게도 짧게도 느껴진다. 저자는 우리에게 '단순하게 살아라'로 알려진 로타르 자이베르트(Lothar Seiwert)로 적절한 마인드 맵과 사진 설명으로 독자의 가독성과 정보 전달력을 높인다.

목표는 중요하다. 그러나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이 다양함을 인정하고 적절한 쉼과 여유룰 갖는 것이 중요하다. 빨리빨리에 익숙한 우리는 무엇이든 빨리 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그러나 빠르다고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그 빠름을 유지하되 적절함이 필요하다. 무조건 앞만 보고 내달리기보다는 브레이크를 사용하여 속도를 줄이기도 하고 잠시의 쉼을 가지는것도 더 멀리 더 빠르게 가기 위한 방법이 된다. 저자는 이에 대해 '휴식한다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시간 활용법이다. 직장에서 틈틈히 쉬어주는 것은 스트레스를 없애고 에너지를 충전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방밥이다'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시간관리를 잘하기 위해서는 목표, 계획, 우선순위를 두고 시간을 설계하라고 주문한다. 동기부여가 되는 목표를 세우되 무슨 목적으로 그 일을 하는지에 대한 확신을 가져아 하며 구체적이어야 한다. 계획이란 '시간을 얻는 것'이다. 시간을 얻는다는 것은 온전히 자신만이 사용할 시간을 만드는 것임과 동시에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계획은 반드시 문서로 남길것을 주문한다. 머릿속의 계획은 쉽게 잊혀지기에 계획이 섰다면 문서화하여 눈과 머리로 기억하게 하라는 것이다. 그가 조언하는 방법들 중 '한계를 명확하게 하라'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아니오'의 한계를 명확하게 해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명확한 의사표현이 필요하며 이는 자신과 상대방의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떄 거절은 예의 바르고 분명하게 사유를 설명해야 한다. 사실 이 부분이 참 어렵다. 말이나 글로는 충분히 이해가 되고 설명이 되나 막상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이 역시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시간관리를 이야기 하면서 왜 독일 사람이었을까라는 의문은

칸트의 일화를 보면 알 수 있다. 그가 얼마나 시간을 철저하게

지켰는지 그가 사는 동네의 사람들은 시계가 필요 없었다고

전한다. 매일 정확한 시간에 정확한 장소를 지나가는 칸트의

일상으로 시간을 알수 있을 정도였다고 하니 왜 독일인인지에

대한 설명은 충분할듯 하다.

​이 책은 시간이라는 한계점에 사는 우리 모두가 시간을 자유롭고

편리하게 활용하기 위한 좋은 지침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