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하루 일본문학 컬렉션 4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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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가와 비평사에서 펴낸 단명한 일본 작가들의 작품(짧았기에

더욱 빛나는), 일본 여성 작가들의 이야기(발칙한 그녀들), 추리와 미스터리

모음집*비밀이 묻힌 곳)에 이은 네번째 작품이다. 일본 문학의 190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이 포진 된 이번 책에는 특별히 내가 좋아하는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도 들어있다. 역행, 사양, 인간실격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私は確信したい。 人間は恋と革命のために生まれてきたのだ(사양)

恥の多い生涯を送って来ました。 自分には、人間の生活というものが、

見当つかないのです(인간실격)

줄곳 나의 시선을 붙잡아 놓았던 그의 이번 작품은 '훌륭하다는 것에 대해'

이다. '다른 이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나는 일부러 실패하고

호색한처럼 굴고 웃기지도 않은데 배똡을 잡고 뒹굴어야 하는 거다.'(다자이

오사무. 훌륭하다는 것에 대하여) 다자이 오사무의 이 말은 근대를 살아온

우리네 부모 세대의 애환이 들어있다. 그래야 하기에 그래야 버틸수 있기에

그래야 가족을 챙길수 있기에 억지로라도 그렇게 해야만 했던 그들이 우리의

부모들이다. 그리고 그는 이것을 훌륭하다고 말한다. 이 수필에서도 예의

허무는 그대로 드러난다. 허무와 현실 도피와 퇴폐를 더하는 그의 글은 역시

흥미롭다. 그는 그의 글 인간실격에서 행복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관념과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이라는 관념이 서로

엇갈린 것 같다는 불안, 나는 그 불안감 때문에 밤마다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며 신음했고, 발광할 뻔한 적도 있습니다. 도대체 나는 행복한 걸까요.'

그는 원고 청탁을 받았지만 글 쓰는게 힘들다고 고백한다.

익숙함과 낯섬의 경계는 분명하다. 익숙하게 앍혀지는 글과 뭔가 막히고

끊기는 느낌을 가지는 글이 있다. 가난에 대해 이야기하며 겨울의 추위와

다정한 미소를 동시에 발견하는 시마다카 도손의 글이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마사오카 시키의 글은 낯섬과 익숙함을 동시에 가져다 준다.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꾸밈없이 진솔하게 써내려간 작가들의 글을 읽노라면

묘한 쾌감과 자유가 느껴진다. 직접적인 표현과 쉬운 언어를 사용하며

독자와의 눈높이를 맞추는 시도를 하면서도 자신의 경험과 느끼는 감정을

가감없이 전하려는 노력이 글 속 자유로움으로 표현되는 것 같다.

누군가를 엿보는 것은 묘한 쾌감을 가져온다. 이 책에는 일본 문학계의

한 획들을 그어 온 이들의 일상과 성격 그리고 인간관계들이 드러나며 우린

그것을 엿볼 기회를 가진다. 작가들의 글을 통해 그들의 삶의 부분을 엿보는

재미도 나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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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 탐구 생활 - 완벽주의와 자기의심에 대하여
사월날씨 지음 / 왼쪽주머니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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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저자의 솔직한 고백이 담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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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 탐구 생활 - 완벽주의와 자기의심에 대하여
사월날씨 지음 / 왼쪽주머니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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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가. 저자의 이 말은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이 글을

쓰는 동안 고통스러웠다. 들여다 보고 싶지 않은 것의 구덩이를

손을 들어 파헤쳐야 했다. 힘들어도 이 파헤침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고 되뇌었다. 손톱을 바짝 세우고 손을 높이

쳐들자, 충분히 파헤치고 나면 나는 잔인하게 꺼내 놓은 것을

다른 땅에 옮겨 묻고 떠날 것이다. 다른 땅이라 해봤자 여전히

나의 마음 안 이겠지만 그래도 나는 이것을 새로운 땅에 넓게

바르고 자리를 털고 일어날 것이다. 그 땅에서 천천히 걸어

나올 것이다. 이것이 나의 쓰기의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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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아침에 싸우면 밤에는 입맞출 겁니다
유래혁 지음 / 북로망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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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본 사람은 안다. 얼마나 치열하고 숨막히는 절정이며 말이나

글로 채 표현하지 못할 강렬한 폭풍인지. 그러한 절정의 순간을 모아

포토그래퍼 유래혁이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이 책은 그의 사람에

대한 사랑에 대한 소망이 50여장의 사진과 글로 담겨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의 모든 페이지는 사랑입니다'

달달하다. 사랑이 이렇게 달달했나 싶을 정도로 곳곳에 달달함이

존재한다. 책장을 넘기노라면 오래전 아련한 추억들이 '아 나도

그랬지'하며 하나 둘 스믈스믈 소환된다. 사랑은 역시 같이 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문장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혼자

흔들리면 불안해 보여도, 나와 같이 흔들리면 그건 꽤 볼만한

춤 같을 겁니다. 그리고 다 함께 흔들리면 누구도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테죠' 사랑은 이렇듯 서로 같이 함께 하는 것이다.

'부디 같이 나아갑시다. 보잘것 없는 질서 속으로, 예상할 수 없는

혼돈 속으로'

먹먹해진다. 사랑하기에 사랑하므로 사랑때문에 그렇게 먹먹해진다.

사랑은 그런것 같다. 가슴 저리게 시리고 가슴 뜨겁게 강렬하며 가슴

터지게 맹렬하다. 다만 시간이 우리의 사랑을 방해할 뿐이다. 저자의

카메라는 그 사랑의 순간을 포착하고 우리는 그 감정을 읽는다.

그래서인가 이 사진에 오래도록 머물렀다. 잠시 잊고 있던 부모님의

사랑을 일깨워준다. 그분들은 늘 그자리에 계신다고 생각했던

어리석음과 한결 같이 그 모습일거라고 생각했던 무지함이 깊게 패인

주름과 구부러진 허리, 잘 들리지 않는 귀로 억지로 들으시려는 노력을

통해 절절히 전해진다. 이 분은 어딜 가시는 걸까?

사진들이 참 곱다. 곱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한장 한장이 예쁘다.

방황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석양이 가득한 가로등이나 창 너머로 보이는

바다의 푸르름이나 어둔밤 불켜진 창문의 감성들이 아름다운 색으로

표현되어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65편의 에세이에

담긴 진심은 마음에 와 닿고 함께 수록된 사진들은 그 자체로 이미

힐링이 된다. 책을 보는 내내 마음 따뜨하고 편안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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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는 그림 - 숨겨진 명화부터 동시대 작품까지 나만의 시선으로 감상하는 법
BGA 백그라운드아트웍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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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알고 이해한다는 것은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실제로

난 그림에 대해 잘 모른다. '넘사벽'이라는 말처럼 내겐 좀처럼 넘기

힘든 벽이다. 그런데 저자는 마치 이런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림을 알려하지 말고 그림을 느끼세요'. 안다는 것과 느낀다는

것은 본질적인 차이를 가진다. 안다는 것을 지식의 체계에 기반하지만

느낀다는 것은 감정적 체계에 의존한다. 떄문에 아는것과 느끼는 것의

정점은 같을지 모르지만 그것으로 향하는 방법은 전혀 다르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예술 작품을 대하는 순간 우리는

작가의 의도는 무엇인지, 무엇을 말하려 하며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한 번민에 빠지고 혹여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이런 두려움은 때론 예술 작품으로의 접근을 막는다. 이 책은 '다른 시각'을

존중한다.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고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전제는

문외한과 같은 나에게 한 줄기 빛이다. 만약 예술 작품에 답이 정해져

있다면 그것 자체로 이미 예술로서의 '자유'를 잃어 버린 것이 아닐까하는

자위로 책을 편다. 이 책은 우리에게 평론가나 전문가의 시선이 아닌 오늘

내 마음에 가장 가까운 시선으로 미술 작품을 즐기라고 주문하며 매일 밤

11시 마다 BGA에서 발행한 콘텐츠 중 121편에 각각의 에세이를 더해

편안한 예술여행의 세계로 이끈다.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주로 현대 작품을 그것도 한국 현대 미술 작품들이

다수 실려 있다는 점이다. 당연히 생소했다. 모르는 작가의 모르는 작품을

처음 대하는 느낌은 한참을 헤매다 겨우 길을 찾았는데 거기서 다시 길을

잃은 느낌이다. 다행히 벡그라운드아트웍스의 저자들의 친절함이 나를 겨우

완주의 길로 이끌었다. 필자들의 다양한 삶이 그대로 뭍어나는 글들은

그들이 살아온 환경이나 경험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알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작품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며 동질감과 이질감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이들의 이 자유로움은 그대로 우리에게 적용된다.

예술가의 자유로움은 그냥 우리에게 희망이 된다. 그들도 그렇게 다양한

시선을 가지는데 일반인인 우리에게 예술 작품을 보는 '자유'는 허락된

사치가 아닐까 싶다. 그런 사치는 예술 작품에 대한 막연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우리에게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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