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의 도전 - 한국 사회 일상의 성정치학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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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언어는 정치적으로 협상하는 언어들... ' 


한겨레 칼럼을 통해 그의 글을 읽어 왔었다.

그때마다 날카로운 말들이, 피할 틈도 없이 나를 베고 아린 상처를 남겼었다.

에세이를 즐기지 않지만 이 책은 아주 심각하게 읽었다.

읽고 생각하고, 또 읽고 생각하며 많은 메모를 남겼다.


그의 언어는 단호한 정치적 선언이다.

그럼에도 줄곧, 자신의 주장이 상대에게

또 다른 억압과 차별이 될 수 있음을 끝없이 성찰하고,

맥락과 상황을 고려한 '관계'를 문제 삼고 있다.

이것이 바로 그의 윤리성이고 진정성이다.

그의 힘이기도 하다.


오래 전, 딸을 낳고서야

대한민국이 '여성'에게 얼마나 폭력적인 사회인지 깨닫고

밀려오는 분노와 안쓰러움이 나를 변하게 했다.

그것으로부터 시작해, 나는 변했다.

차이와 다양성에 대한 정치적 의식. 

어느새 나는, 나의 의식이 대한민국에서 상식으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고

이 견고한 사태 앞에서 분노와 절망을 거쳐, 그 단련을 통하여

나의 정치적 좌표를 분명히 하였다.

하여 깨달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 바로 정치적인 것이다. 

우리의 일상은 정치적 자장을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정희진의 말대로 '존재의 전이가 일어나도록 변태'해야겠다.

몸이, 일상 속에서 내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나는 한갓 백면서생.  길이 멀다, 내 몸이 멀다.

  

사랑하는 딸의 아버지로서, 사랑하는 아내의 남편으로서

우리, 함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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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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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키득키득 웃기는

웃다가 금세 가슴이 서늘해지는

빠를로 네루다를 몰라도 그냥 재미있는

빠블로 네루다를 좋아하면 숨막히게 재미있는

책을 덮고도 네루다의 잔영으로 한동안 깊은 한숨을 토해내게 만드는

소설이란이런거야소설이란 이, 런, 거, 야, 정, 말, 이, 런, 거, 라, 니, 깐, 소, 설,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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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의 금기를 찾아서 살림지식총서 136
강성민 지음 / 살림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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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의 금기들-스승비판, 전공불가침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공개적으로 한다는 것 자체가 용기 있고 의미 있는 작업이다. 대학원에서 석 박사 과정에 참여해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아쉬운 점은, 이런 주제는 학계에 관심있는 자들을 主 독자로 할 것인데 예상 독자에 비해 그 내용이 평범하고 , 특히 후반부는 글의 논지에서 벗어난 것 같다.

  책을 보다가 어?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져 몇 말 올린다.

‘진보 없는 보수, 보수 없는 진보’를 말하는 50쪽에서, ‘사회의 모순을 구조적인 차원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비판하는 진보주의자가, 자신의 주 고민 영역이 아닌 부분에까지 일관되게 행동하기를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 무리한 주장’이라는데 과연 그럴까? 이 말도 일정 부분 동의한다. 글쓴이의 의도는 알겠는데, 한편 지식인이란 자신 밖의 영역으로 인식과 실천을 확장해 가며 사회적 연대 책임 의식을 갖는 자라고 생각한다.

74쪽에 이르러, 진중권이 정치판에서는 소신있게 행동하면서 문화판에서는 물렁물렁하다고 비판한다. 그럼 글쓴이 자신이 앞서 말했듯 ‘자신의 주 고민 영역이 아닌 부분에까지 일관되게 행동하기를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 무리한 주장’은 어떻게 되는가? 아미면, 진중권이 미학 전공자이어서 그는 문화판에서 더 선명하게 놀아야하고 정치판은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인가? 그런 구분이 곧  일종의 ‘전공불가침의 법칙’이 아닌지?  왜 그런 구분을 하는가? 글쓴이의 현실 인식 수준이 의심스럽다. 

  더불어 말하건데, 우리 사회의 소위 ‘진보’와 ‘보수’는 그 담론의 과잉에도 불구하고 그 층위가 분명하지도 않고(민주/반민주, 상식/비상식, 그리고 세대와 계층 심지어 지역까지) 중층적으로 분포한다고 본다. 글쓴이를 이를 너무 단순화시켜 단정하고 있다.  특히 소위 ‘진보’를 비판하면서도,  ‘보수’의 여러 행태에 대해서는 왜 아무런 언급이 없는지 궁금하다. 설마 글쓴이에게 어떤 금기가 작용하는 것은 아니겠지?

‘학계의 금기’를 지적한다는 책 제목을 보고 구입한 나 같은 독자에게는, 이 짧은 책에서 상대적으로 장황(?)하게 늘어놓는 생태주의 , 문화비평을 접할 때, 반은 속은 기분이 든다. ‘빈약한 내용’(78족)으로 ‘고도의 구상화 없는 글쓰기’(80쪽)가 바로 지은이 자신에게 해당하지 않는 것인지 반문해볼 일이다. ‘대중적 글쓰기의 허구성’이라고?  이 짧은 글에서 저자는 너무 많은 것을 다루려 한다. 그러다보니 독자의 시선을 잡아두지 못하고, 논지의 전개도  산만하다.

책 사서 귀한 시간을 할애한 독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다시 말하면 본전 생각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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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 (상)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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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문학 수준의 압도적 명작’이라니, ‘하루키 최대의 대작’이라니,  판매를 위한 광고이지만  굳이 이런 수사로 출판사 스스로 자찬의 인플레를 만들어야 하나?

역자인 김춘미의 번역 문체을 문제삼는 글이 많은데 이는 역자의 역량 탓이 아닌 것 같다. 하루키 문체가 후반기 작품으로 가며, 초기의 반짝이는 비유와 묘사가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확연하게 나타난 것 같다. 하루키는 문체작가이다 그러나 이제 하루키 문체는 죽었다.

  그런데 그 감각이 죽으니 남는 건 작위 밖에 없다. 그리고 오직 상징만이 있다. 상징이 너무 많아 작위적이고 소설적 즐거움도 반감한다.

  15살 소년이 아버지의 저주를 극복하기 위해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자를 만나 섹스하고 그녀의 영매인 15살 소녀와 만나 재생을 완성한다는 이 이야기를 900여쪽에 이렇게 장황하게 쓸 이유가 있었을까? 군데군데 슬데없는 삽화와 대화가 너무 많아 산만하고 지루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15살은 너무 어리다.  하권 123~127쪽에  ‘메타포와 가설’ 등의 논쟁에 이르면 이건 너무 지나치군 하는 느끼함이 저절로 일어난다.   째즈나 프린스를 흥얼거린다고?  다무라의 생활은 지금 하루키 세대인 50대 그대로이다.  

  소포클레스의 희곡에서는 인간의지와 상관없이 다가오는 운명의 비극성을 뛰어난 긴장감으로 독자를 흡입한다.  인물은 자신의 운명을 피하려 하지만 결국 자신의 앞날을 예상하지 못한다. 그런데  하루키는 다무라가 스스로 그 운명의 정면에 다가가지만 - 그리고 이때 사에키와의 섹스가 구원이 될지 파탄이 될지 모르는 다무라가 무슨 확신으로 그렇게 확실히 섹스 쪽으로 밀어붙이는지? 세계의 끝이라고는 하지만 그들의 섹스가 파탄이 아니라, 화해와 극복의 제의적 행위가 될 것이라는 너무 확실한 예측을 소설 초반부터독자에게 던져주고 있어,독서의 긴장감을 완전히 죽이고 있다. 

  외디푸스 콤플렉스라는 낡은 이론을 뻣뻣하게 적용시킨 것도 너무 식상하고 도식적이다.

 마르께스의 마술적 비현실성이 엄청난 긴장감과 리얼리즘을 획득한 데 비하면 하루키의 여러 환상성은 이야기의 설득력을 줄일 뿐 아니라, 사건을 손쉬운 방법으로 진행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느껴진다.

 또한 인물의 현실적 고통과 방황을 서술하지만, 관념적 대화와 진술이 지나치게 많아 소설적 구체성을 약화시키고 있으며,  또한 고통스런 세계를 통과하고 세계의 끝까지 가야한다는 주제가  하루키의 전작뿐 아니라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과 비슷하다. 물론 달의 궁전에는 근친상간은 없지만 근친의 혈연성이 중심 축으로 드러나는 것과는 유사하다. 

이 소설은 '기억'과 '경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것도 아주 비효율적인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나는 하루키를 좋아한다.

단지 나의 실망은 그를 너무 깊이 사랑하기 때문이다.

꽃피는 봄날 

건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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