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조곡
온다 리쿠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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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감상적인 미스테리를 보여주는 온다 리쿠를 꽤 좋아했다. 작가의 책을 열심히 읽어대던 시기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다 비슷비슷하게 느껴져서 관심을 접었다. 중고책을 찾다가 발견해서 슬쩍 함께 샀다. 간만에 읽어서 좋았지만 역시 작가의 소설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제일 처음 만났던 '밤의 피크닉'이다.

-함께 동경하고 좋아하고 시간을 나눴던 사람의 죽음. 4년 만에 꺼낸 그것을 직접 마주한 자들의 비밀.
각자의 비밀과 각자의 진실이 한사람에게 닿아있다. 역시 각자의 비밀과 진실을 모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낸다. 진실과 비밀들이 모였다고 해서 그것이 완전한 진실일 수는 없다. 그 안에도 비밀이 있다.

-글을 잘 쓰고 싶어하고, 글로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 천재적 재능을 가진 작가는 어떤 느낌일까. 심지어 혈연으로 이어져있다거나 자주 만나게 된다면? 선망과 동경, 시기와 질투, 기대와 실망. 그 상대에게 자신을 투영하고 더 많은 것을 바라고 기대하고 제멋대로 실망하고 원망하고 강요하게 된다면 그것은 뒤틀린 애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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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해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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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교코에게는 세상 모든 것이 남몰래 다가오는 것이다. 24p'

감정을 입밖으로 꺼내는 과정에서 얼마만큼이 더해지고 빼지는 것일까. 표현을 위해 정리하고 다듬는 과정이 그 알맹이를 더 유연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인지- 더 매몰차고 차갑게 만드는 것인지-에 대해선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예쁘게 말하는 사람들이 참 부럽다. 내 언어와 표현은 너무도 직접적이고 직설적이고 때로 차갑고 딱딱해서 의도와 달리 오해하게 하고 불편하게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나를 잘 아는 상대에게조차 때론 부담이고 상처로 다가가는 일이 꽤 많다.

감정과 언어 사이. 얼마나 많은 것이 숨겨지고 더해지는 지- 그 간극이 때론 갈등이 되기도 하고 상처가 되기도 한다. 감정은 혼자서도 충분하지만 그것을 누군가에게 전해야할 때는 곤혹스럽다. 몇 번을 생각하고 머릿속에서 문장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다. 그러다가 때를 놓치기도 하고 입속에서 맴도는 말을 뱉지 못해 거리가 멀어지기도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타인에게 그닥 관심이 없고 건조한 편이지만 그러기엔 또 너무 전전긍긍하고 소심하기도 하다. 타인에게 비취지는 내가 어떨지를 걱정하진 않지만 내 표현이 바르게 전달되는 가에 대해선 늘 신경쓰게 된다. 똑바로 확실히 전하고 있을까?
사랑의 말이든 진실의 말이든 위로의 말이든 충고의 말이든. 나는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안녕'이라고 말했고 그 의미는 반가움이었어요. 라고 주석을 달고 싶어진다.
이래뵈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랍니다. 최소한 말을 만들어서 떠벌이고 다니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건 장담할 수 있어요! 라고 외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표현은 참 어렵다. 알아서 잘 해석해주길 바랄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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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 지음, 송은주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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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러고보니 나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안 읽고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이라는 에세이만 읽었다. 작가의 존재나 정체에 대해 아무런 사전지식없이 제목이 재밌어서 읽었던 책. 다 읽고 난 후 '참 재밌는 할아버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밑줄만 모아도 책의 1/3이겠구나, 차라리 필사를 하는 게 낫겠다 생각했다.

쇼스타코비치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 아는 것이라고는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에서 나왔던 왈츠 2번곡 밖엔 없다. 책을 읽으며 그 곡을 틀었더니 볼군이 '음악이 어째 무섭다'고 했다. 아,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왈츠치곤 어딘지 어둡고 슬프고 쓸쓸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무섭다고 느껴본 적은 없었다. 그 곡 어딘가에 쇼스타코비치의 공포와 불안이 스며있었을까?

러시아인들에 대해 그 무뚝뚝하고 분노에 차 있는 것 같은 그들에 대해서도 딱히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러시아 소설들을 좋아하지만 그것은 우리와 시대적 상황이 닮아서 그 안에 비장미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독재 정권에서 살아간다는 것, 자신의 가치나 의지완 상관없이 살아내는 것에 대해서 더 생각해봐야겠다. 한국도 독재하에서 민주주의를 부르짖고 자유를 갈망하며 숱한 목숨이 스러져 갔다. 지금의 자유는 그들의 희생과 목숨 위에 놓여있다. 하지만 그 고통외에 그저 감내하고 살아낼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안타까움 외의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추구하는 가치와 간절히 바라는 것들과 생존이 서로 다툴 때, 나는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농으로 지금의 삶이 이토록 고달픈 것은 전생에 죄를 많이 지은 모양이다.라며 전생에 최소 친일파가 아니었냐고 웃으며 지껄였다. 후생에 감당하는 것 말고 그 생에 감당해야 한다면 나는 그 괴리와 부조리를 견딜 수 있었을까? 차라리 죽는 것이 쉽고 차라리 제 몸 하나 던지는 것이 쉽다는 말에 그 지독한 삶이 그려졌다. 그렇게라도 살아가야하는 삶의 날카로운 고통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면 오만이겠다. 독재가 아니라도 생존이 걸려있지 않더라도 우리는 삶에서 많은 것들을 포기하며 산다. 기회비용, 무엇을 택하고 무엇을 취하느냐는 반드시 어떤 것을 버리고 포기하고 감수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것이 온전히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선 안된다. 의무와 책임이 있다. 도덕적 가치관과 사회의 요구도 따른다. 그래서 함부로 비난할 수 없다. 남의 일은 쉽고 가벼워서 함부로 규정하고 판단하고 평가한다. 그들과 나의 삶의 무게가 달라서가 아니라 내게 적용하는 순간, 수없이 많은 이유와 갈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어렵지만 생각해야하고 또 생각해야만 한다.

줄리언 반스의 다른 책들을 더 읽자.
일단 더 읽고 그 다음에 작가에 대해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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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
닐 게이먼 지음, 박선령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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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0
[ 북유럽 신화 - 닐 게이먼 ]
키득키득 웃다가 그 잔인함에 찡그리다가 변화무쌍한 표정으로 재미나게 읽었다.

이 신화를 만들어낸 처음 이야기하고 그것에 살을 붙여간 사람들은 로키에 대한 '애증'을 갖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로키는 모든 욕구의 산물이라 할 수 있고 아마도 그를 통해 신들과 대적하는 인간을 그린 것이 아닌가 싶다.
토르를 표현한 것은 한 문장으로 충분했다.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게 바로 토르가 가장 잘하는 일이었다.' 229p

북유럽 신화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이 읽기에 무리가 없다. 좀 더 알고 싶어진다면 다른 책이 필요하겠지만 이 책은 신화의 처음부터 끝을 아우르는 이야기 이기에 쉽게 접근해 즐길 수 있겠다. 볼군이 좋아할 듯!
신화는 그들의 세계관에 맞춰 만들어진다. 과거의 북유럽을 상상하자니 현재의 평화롭고 편안하고 자유로운 그들과 너무도 상이하다. 그 극단적인 변화는 문명의 발달일텐데, 문명의 발달로 가장 자연스러워진 지역은 그 지역 뿐인 것 같다. 과거에 잔인함과 흉폭함을 모두 써버린 탓일까? 이제 더 이상 혹한이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지 않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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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을 걷는 게 좋아, 버지니아 울프는 말했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승민 옮김 / 정은문고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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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작가가 정한 제목이 아니고 편집자가 정한 제목이다. 작가는 아무 직접적이고 확고한 제목을 선호했다. 예를 따로 들고 말 것도 없다. 잡지에 연재된 글이라하니 작가의 어떤 글보다도 대중적이고 가벼운 것은 당연하다.

떡볶이를 먹으면서 생각했다. 사람들은 같은 것을 보고 얼마나 다양한 생각을 하는 걸까- 시선과 태도는 얼마나 많은 것을 좌우하는가-
나는 떡볶이를 보며
1. 탄수화물이 너무 많다. 신선한 풀이 먹고 싶지만 장보러 나가는 것은 위험하게 느껴진다.
2. 인간은 왜 먹어야 하는가. 아니 나는 왜 굳이 먹으려 애쓰는가.
3. 역시 떡볶이엔 밀크티보다 얼그레인데 게으름이 부조화를 만들어냈다.
4. 떡볶이를 싫어한다는 @jorba 는 부탄으로 출발했을까 꽃무늬원피스를 입고?
5. 떡볶이의 종류는 얼마나 될까. 집집마다 가정식 레시피가 있을테고 가게마다 레시피가 있을테고 요즘은 크림소스, 짜장소스, 간장 등등 다양한 소스의 변화가 있는데- 된장떡볶이도 나오려나?

이런 잡다한 생각 말고 무엇을 대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얼핏 본심을 드러낸다. 버지니아 울프가 런던을 산책하며 생각하고 상상한 것들은 아마도 작가 자신이 가장 골몰하는 무엇과 닿아있을 게 궁금하다. 그런면에서 좋아하는 작가의 삶에 닿아있는 것들은 즐거움을 준다.

산책이 가능한 동네에서 살고 싶다. 자꾸 자동차를 피하고 왠갖 소음과 공해 속의 산책이 아닌 '좋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산책. 아들은 집에서 산책한다. 좁은 집을 빙빙 돌며 걷는다. 걸으면 생각을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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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D 2017-07-28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놓고 아직 한 페이지도 읽지를 않았는데 byN님 리뷰를 읽으니 리뷰가 적고 싶어 서둘러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재미있는 리뷰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