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 : 대한민국의 첫 번째 봄
박찬승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19년, 이 정도의 세세한 기록이 또 있었던가? 우리가 표면적으로 알고 있는 1919년과 독립선언문과 만세운동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 때, 그 날. 그 문장과 그 사람들. 이토록 낱낱이 알 필요가 있다. 그 위에 우리가 서 있기에. 100년이라는 긴 시간을 건너 여기에 와 있다. 그 시작점. 우리가 우리의 주체이고 자유와 권리를 외치던 목소리와 몸짓들. 그것을 속속들이 확인할 수 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우리는 아는 만큼 겸손해진다. 아는 만큼 견디게 된다. 아는 만큼 공감하게 된다. 여기서 안다는 것은 지식과 정보를 잔뜩 쌓아올린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것들을 통해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우리가 안다고 오해하는 것들은 기실은 표면에 지나디 않는다는 사실. 무지의 자각. 정확히 알지 못했다. 여기저기서 들은 말들에 불과한 그 때의 진실은 조각일 뿐이었다. 읽고 바로 알고 좀 더 알게 되면 마주할 수 있다. 지금 선 이 땅에 스민 피와 헌신에 대해.
_
사실은 조금 아쉬웠다. 정보의 양이 방대하다. 정말 세세한 부분까지 기록하려는 저자의 의도는 나를 샌만하게 만들었다. 시간 순도 아니어서 머릿속에서 열심히 재구성해야 하는데, 인물과 사건과 상황들이 너무 많아 그것이 쉽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여겨진다. 그래도 이렇게 사실에 기초한 상세한 기록은 너무 중요하다.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1919 #박찬승 #다산북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아쉬웠다. 팟캐스트를 통해 작가를 먼저 만났고 좋은 부분들을 소개받았다. 책과 나 사이에 뭔가가 끼어드는 일은 좀 애매하다. 대체로 책과 먼저 만난 후 두리번 거리는 쪽으로 해두자. 미리 만나면 반감된다. 무엇이든 간에.
_
유명세에도 직함에도 잘 휘둘리지 않는다. 속 빈 강정도 많고 머리에 아무리 든 게 많아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꽤 까다롭고 성가신 독자일 수도 있겠다. 아무리 좋다고 좋다고 해도 별로일 수 있고 저 구석에 구겨져 있어도 찬탄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고집스러움이 장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내가 그렇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_
자, 읽으며 아주 많이 웃었다. 낄낄 대다가 뒤통수를 맞기도 하고 인상 쓴 얼굴로 박장대소 하기도 했다. 분석하고 통찰하고 거기에 자신의 해석을 더한다.
그 해석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르겠지만 급작스럽다. 그 급작스러운 우스갯소리에서 한 쪽 입꼬리만 올라간 저자의 하관이 드러난다. 아, 그래요. 몹시 시니컬하시지만 시니컬하지 않다고 말하고 계시는 군요. 비난과 비아냥 사이. 긍정과 갈망 사이. 진실과 농담 사이. 어려운 문장이 간혹 나와도 가볍게 여겨졌다. 잘 모르겠다. 기대가 커서 그런걸거야 하면서도 아쉬움이 진득하게 들러붙는다.
_
뒷 쪽 저자의 인터뷰를 읽다가 내가 참 건방지지 하고 깨달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그렇게 느껴진 걸 어쩌라고. 나는 분명히 안다. 이 저자의 농담은 편치 않고, 저자의 성격도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태도의 중요성을 본다. 그리고 저자는 왼쪽 세번째 발가락에 튀어나오지 않은 큼직한 티눈을 숨기고 있을 것이다. 아무도 모를테지. 나는 알 것만 같다. 역시 건방지다.

#아침에는죽음을생각하는것이좋다 #김영민 #어크로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벤야멘타 하인학교 (무선) - 야콥 폰 군텐 이야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6
로베르트 발저 지음, 홍길표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독특하고 이상한 이야기를 읽으며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있는 나날을 떠올렸다. 하인을 부리는 사람과 하인. 그리고 그들의 상반된 세계. 그러니까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정반대를 향한다는 점.
_
이름에서 부터 알 수 있는(‘폰’이 들어가는-) 이름있는 집안의 아들인 야콥이 하인학교에 입학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분명 그러한데 어딘지 이상하게 여겨진다. 숨겨진 장치나 의미가 있을 것만 같고 어디쯤 반전이 터질 것만 같은 그런 기분. 줄거리로서는 별 것이 없을 수도 있겠다. 야콥의 시선으로 보고 듣고 생각하고 끼적거린 글들을 고스란히 옮겨둔 이야기다. 두 대비되는 사회 속에 양립하는 야콥. 주인공을 통해 우리가 읽어야할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단순하고 명징한 듯도 하고 중의적인 듯도 하고 그냥 그저 도련님의 일탈 같기도 한 이야기는 매력적이다. 다만 아리송할 뿐이다. 내가 지금 읽은 이야기가 뭐더라. 자잘한 의문 부호들이 여러개 떠올라서 커다란 의문 부호가 되었다가 나뉘었더가 하는 모종의 그래픽 아트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더 읽는다고 의문부호가 사라질 것 같진 않다. 다분히 관념적이고 치기어린 주인공은 과연 그렇게 사막으로 간 것인가. 생각할수록 의문부호가 추가된다. 단 하나의 완전한 의문부호가 아닌 여러개의 자잘한 의문부호의 군무가 진행되고 있다.

#벤야멘타하인학교 #야콥폰군텐이야기 #로베르토발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 낸 자
서귤 지음 / 디자인이음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언젠가 책낸자가 되고 싶었다(분명 과거형이다-). 내 어머니는 아직도 책낸자를 꿈꾸실 게 분명하다. 당신의 글과 그림과 사진과 흔적들이 가득한 책을 내거 싶다고 이십 몇 년전에 말씀하셨다. 그 뒤로도 종종. 올해 어머니는 칠순이신데 잔치고 뭐고 말고 전시회를 하신단다. 가을 즈음 광주 어디서- 그림도 그리고 글씨도 쓰고 사진도 찍고 시도 쓰고 자수도 놓고 당신이 좋아하는 것들 다 모아서 전시회를 준비하고 계신다. 준비를 시작한 지도 3년째. 표구까지 죄다 어머니 손을 거쳐서 돈 대신 시간과 수고를 바쳐 준비하고 계신다. 이것저것 좋아하는 거 많은 것은 어머니를 닮았다. 성격도 반절은 딱 어머니인데, 어머니께선 내내 그것을 부정하셨다. 그래도 우리는 한 때 책낸자를 꿈꾸었고 나는 남몰래 편집자를 꿈꾸기도 했다.
_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책을 만들어낸 사람에 대한 동경이 있을 것이다. 이 책엔 작가로서와 편집자(독립출판이니-)의 서귤이 등장한다. 전작인 고양이의 크기를 좋아한다. 책낸자엔 고양이의 크기를 만드는 과정이 담겨있다. 읽은 후 고양이의 크기를 책장에서 꺼내고 있었다.
_
참 애매하다. 내 기준은 대체 뭘까? 나는 잘 만들어진 책을 좋아한다. 표지나 번역에도 신경을 쓰고 책의 무게나 글자 크기나 자간, 오탈자에도 민감하며 펼침에 대해서 종이질에 대해서 문체나 메세지도 중요하다. 물론 제목도 중요하고 가격도 꽤 신경쓰인다. 그래도 덥석 집어들게 되는 책들이 있다. 혹은 내내 미루다가 결국은 구입하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은 후자였고 전작인 고양이의 크기는 덥석 집어든 책이다. 책장에 자리 잡은 지 오래된 고양이의 크기도 새로 온 책낸자도 모두 이따금 나를 즐겁게 혹은 슬프게 할 것이다.

#책낸자 #서귤 #이후북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의 크기
서귤 지음 / 이후진프레스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자가 많은 책을 좋아한다. 그림 위주의 책은 더 까다롭다. 물론 고양이가 나를 무장해제 시키긴 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이 책은 글자도 거의 없고 그림도... 흠흠 대충 그린 그림 같다.(책낸자에서 보면 꽤 열심히 그린 그림인 걸 알 수 있다). 고양이 외엔 전혀 매력이 없는 절대 내게 선택되지 않을 하물며 13,000원이나 하는 그런 책을 갈등 없이 집어든 이유가 뭘까. 그 뒤로도 종정 꺼내보게 만드는 이유가 뭘까. 작가에게 따져 물을까 하다가 참기로 했다. 씨우면 내가 질 것 같다. 여간하면 안 질 자신있는데 어쩐지 그렇다.
_
거대 고양이가 등장하는 만화가 있다. 예전에 나의 지구를 지켜줘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내사랑 앨리스. 그 거대 고양이의 이름은 ‘캬아’였다. 아, 다시 보고 싶다.
_
거부할 수 없는 매력도 아닌데, 이번에도 서귤 작가의 책을 구입하고 말았다. 텀블벅에 참여했는데 책이 좀 늦어진다고 한다. 좀 더 기다리지 뭐.

#고양이의크기 #서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