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 낸 자
서귤 지음 / 디자인이음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언젠가 책낸자가 되고 싶었다(분명 과거형이다-). 내 어머니는 아직도 책낸자를 꿈꾸실 게 분명하다. 당신의 글과 그림과 사진과 흔적들이 가득한 책을 내거 싶다고 이십 몇 년전에 말씀하셨다. 그 뒤로도 종종. 올해 어머니는 칠순이신데 잔치고 뭐고 말고 전시회를 하신단다. 가을 즈음 광주 어디서- 그림도 그리고 글씨도 쓰고 사진도 찍고 시도 쓰고 자수도 놓고 당신이 좋아하는 것들 다 모아서 전시회를 준비하고 계신다. 준비를 시작한 지도 3년째. 표구까지 죄다 어머니 손을 거쳐서 돈 대신 시간과 수고를 바쳐 준비하고 계신다. 이것저것 좋아하는 거 많은 것은 어머니를 닮았다. 성격도 반절은 딱 어머니인데, 어머니께선 내내 그것을 부정하셨다. 그래도 우리는 한 때 책낸자를 꿈꾸었고 나는 남몰래 편집자를 꿈꾸기도 했다.
_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책을 만들어낸 사람에 대한 동경이 있을 것이다. 이 책엔 작가로서와 편집자(독립출판이니-)의 서귤이 등장한다. 전작인 고양이의 크기를 좋아한다. 책낸자엔 고양이의 크기를 만드는 과정이 담겨있다. 읽은 후 고양이의 크기를 책장에서 꺼내고 있었다.
_
참 애매하다. 내 기준은 대체 뭘까? 나는 잘 만들어진 책을 좋아한다. 표지나 번역에도 신경을 쓰고 책의 무게나 글자 크기나 자간, 오탈자에도 민감하며 펼침에 대해서 종이질에 대해서 문체나 메세지도 중요하다. 물론 제목도 중요하고 가격도 꽤 신경쓰인다. 그래도 덥석 집어들게 되는 책들이 있다. 혹은 내내 미루다가 결국은 구입하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은 후자였고 전작인 고양이의 크기는 덥석 집어든 책이다. 책장에 자리 잡은 지 오래된 고양이의 크기도 새로 온 책낸자도 모두 이따금 나를 즐겁게 혹은 슬프게 할 것이다.
#책낸자 #서귤 #이후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