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독특하고 이상한 이야기를 읽으며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있는 나날을 떠올렸다. 하인을 부리는 사람과 하인. 그리고 그들의 상반된 세계. 그러니까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정반대를 향한다는 점. _ 이름에서 부터 알 수 있는(‘폰’이 들어가는-) 이름있는 집안의 아들인 야콥이 하인학교에 입학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분명 그러한데 어딘지 이상하게 여겨진다. 숨겨진 장치나 의미가 있을 것만 같고 어디쯤 반전이 터질 것만 같은 그런 기분. 줄거리로서는 별 것이 없을 수도 있겠다. 야콥의 시선으로 보고 듣고 생각하고 끼적거린 글들을 고스란히 옮겨둔 이야기다. 두 대비되는 사회 속에 양립하는 야콥. 주인공을 통해 우리가 읽어야할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단순하고 명징한 듯도 하고 중의적인 듯도 하고 그냥 그저 도련님의 일탈 같기도 한 이야기는 매력적이다. 다만 아리송할 뿐이다. 내가 지금 읽은 이야기가 뭐더라. 자잘한 의문 부호들이 여러개 떠올라서 커다란 의문 부호가 되었다가 나뉘었더가 하는 모종의 그래픽 아트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더 읽는다고 의문부호가 사라질 것 같진 않다. 다분히 관념적이고 치기어린 주인공은 과연 그렇게 사막으로 간 것인가. 생각할수록 의문부호가 추가된다. 단 하나의 완전한 의문부호가 아닌 여러개의 자잘한 의문부호의 군무가 진행되고 있다. #벤야멘타하인학교 #야콥폰군텐이야기 #로베르토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