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여자들
록산 게이 지음, 김선형 옮김 / 사이행성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 어려운 여자들 - 록산 게이 ]
고작 150쪽의 짧은 글을 읽으면서 이렇게 잔인하게 파헤쳐질 수 있을까? 견디기 힘들지만 마주해야할 현실이다. 그저 소설 속 이야기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절대로 안된다.

다른 생각은 하나도 나지 않았고 그저 상처를 쿡쿡 파헤쳐 어디까지 스스로를 아프게 할 수 있을까, 오로지 그 생각만 했다. 53p
: 자기파괴가 자학이나 자해가 본능일 수 있을까? 아무 이유없이 아무 근거없이 나 자신을 학대할 수 있을까? 아무 생각없이 그들을 비난하기만 할텐가?
한 번은 남자 친구에게 이런 걱정거리들을 털어놓은 적이 있는데 그가 말했다. "자기 완전히 미쳤구나." 직장에서 새로 사귄 친구에게 똑같은 말을 했더니 그녀가 말했다. "자기는 미친 게 아니야. 여자일 뿐이야." 58p
: 가장 잔인한 것은 같은 여자들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하는 순간이다. 그 공포와 고통을 망상에서 비롯되었다 여기는 사람들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이게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방식이야. 끝내는 당신이 내 안의 모든 걸 알게 될 때까지 껍질을 한 겹 한 겹 벗겨내고 있는거야. 125p
: 고백하고 싶지않지만 고백해야하고 몰랐으면 하지만 알려야한다. 이래도 나를 사랑할래?라고 쏘아붙이는 것이 아닌 두려움을 안은 간절한 소망이다.

그 순간에는 한없이 가엽고 비천한 존재가 된 기분이었어. 128p
: 우리는 어떤 순간에도 그런 존재가 되어선 안되는 게 아닐까? 누구도 그런 존재여선 안되지 않을까?

당신이 다시 호숫가를 가리키며 말하지, 우리가 같이 있으면 얼마나 멀리 올 수 있는지 보라고, 그런 순간에 어김없이 난 울컥 목이 메어. 130p
: 사랑이 사랑으로 들리지 않고 고백이 반갑지 않고 소망을 품을 수 없을 때, 예쁘고 다정한 순간들은 더 세게 사람을 할퀸다. 겨우 버티며 일말의 소망을 품어도 될까, 내게 그게 허락될까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우리는 피해자를 동정하면서도 조롱한다. 그들의 약함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가해자의 입장을 고려해준다. 성격적 기질, 어두운 과거, 술, 심리적 질병, 생리적 특징 등등 다양한 이유로 가해자를 보호한다. 피해자의 공포와 고통에 대해 너무도 무지하다. 피해자가 숨고 피하고 감추며 살아가야 하는 세상은 너무도 끔찍하다. 알고 싶지 않고 굳이 긁어서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이 없던 일오 치부하는 편이 좋다고 외면하는 이유는 정확히 무엇인가? 불편한 진실은 모른 척 해도 되는가? 피해자는 영원히 고통받아야 하는가? 없던 일인 척 한다고 그 일의 기억이 그 상처가 그 공포와 고통이 한 점이라도 사라지는가? 우리는 우리보다 약한 자를 위해 싸워야한다. 우리가 정의로워서가 아니라 우리도 언제든 약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명하고 정당하고 확실하게 하지만 아주 느리고 힘겹고 지칠때까지 싸워야한다. 일부의 문제라고 생각해선 안된다-고 다시금 다짐하게 된다. 이 소설집은 그것을 위한 것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이기호 지음 / 마음산책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생에 나라를 구하신 듯 하다.

예쁘고 귀엽고 다정한 가족이다.
사소한 문제들이 있지만 가족의 사랑으로 만사 오케이! 라는 느낌.
"이건 뭐, 자동적으로 타인 지향에서 내부 지향으로 된 거 아니야? 타인 지향이 얼마나 피곤한 건데."

내겐 어쩐지 비현실적이고 생경하다.
가족의 사랑을 받고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라서 좋은 상대를 만나 알콩달콩한 가정을 꾸리는 이야기라니- 아, 이상적이다.
라면서도 딴지를 걸고 싶어진다.

절대로 부러워서 그러는 것은... 맞다, 쳇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티네의 끝에서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20년전 그의 데뷔작인 [일식]에 반했는데, 바로 다음 출판된 글에서 그를 인정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20년 그의 글을 한사코 외면해왔다. 이제 어쩐지 마음이 동해 신작을 구입했다.

아련하고 말랑한 그림의 표지답게 운명적인 사랑이야기다. 서로에 대한 절대적인 이해가 아무런 조건없이 이뤄지고 그 깊은 공감이 시간과 상황을 거슬러 서로에게 빠지게 만든다.는 것은 어쩌면 모두의 로망이 아닐까 싶다.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내 말의 의미와 의도를 모두 알고 있는 사람, 말하지 않은 부분까지 짐작하고 있는 사람.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바라고 같은 것을 꿈꾸는 상대를 만나는 일은 기적과도 같다. 나는 때로, 아직도 그 기적을 꿈꾼다. 그것만이 내가 세상속에서 구원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역시 현실에선 불가능하고 기적은 아무에게나 찾아오지 않으므로 책이나 차에서 찾아내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기적이라는 이름으로 근사하고 놀랍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톱밥 하나하나가 모여 가구가 되는 것처럼 완성되기까지는 전혀 실감이 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그 순간을 기다린다. 얼추 뭔가 되어가고 있다고 인식할 수 있는 순간을 고대한다.

운명적인 사랑이야기임에 분명하지만 그것은 애정에 대한 욕구가 아닌 이해받고 싶은 욕구가 아닐까 싶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내 세계에 대한 깊고 진실하지만 유쾌하고 아름다운 공감. 사랑이야기네- 나도 저런 사랑한 번!정도의 기분으로 읽다가 끄트머리에서 순간 확. 이 문장을 위해 이 글을 읽었구나 싶어졌다.

그의 전작들을 하나씩 찾아내야겠다.
-
그 다정함 때문에 네가 받아들이게 될 인생의 고난을 나는 걱정하고 있어.
그러니까 지금이에요, 잘못이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지금 이 순간. 내 과거를 바꿔주는 지금 이 순간.

-
쓸데없는 망상은 말고, 어딘가 밫나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번쩍번쩍 까지는 아니라도 반딧불 정도의 밝기는 가지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통
앙드레 드 리쇼 지음, 이재형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문장은 아름답고 이야기는 놀라웠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이런 문장으로 쓸 수 있을까-
거의 백년전.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을까-
동시대 작가들의 이야기는 무엇이었던가-
국내에 출간된 글이 이것 뿐이라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그녀는 자신이 처한 비장한 상황에 경탄했다. 자기희생과 용기를 주제로 삼은 어느 위대한 소설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10p'

내 안의 욕구와 행동이 타인에게 끼치는 영향.
절대적인 애정과 신뢰에 대한 배반.

사실 이 이야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할 수가 없다. 어떤 것도 말할 수가 없다. 줄거리를 언급하고 싶지 않다. 문장을 마주하며 직접 느껴보길 권한다.
어린시절의 나와 현재의 나를 모두 만날 수 있다.
그래, 최소한 카뮈가 이 책에 매료된 이유는 납득할 수 밖에 없다.

'아, 삶이란 가장 잘 짜인 소설보다도 더 치밀하고 잔인한 것이 아니던가! 180p'

어머니와 아들에 대한 이야기므로 다시 엄마로서의 나를 돌아본다. 그 놀라운 세계를 내가 망가트린 적은 없었던가- 그 섬세한 마음에 먹구름을 드리운 적은 없었던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벨 훅스 지음, 이경아 옮김, 권김현영 해제 / 문학동네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과연 페미니스트인가에 대해 생각했을 때의 의문은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에 대한 오해와 왜곡에 근거한다. 과격한 페미니스트, 다른 의미의 성차별주의자들이 존재하고 그것은 온전한 페미니즘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여겨진다. 물론 여성으로서 두렵고 억울한 것들, 성차별에 대해 우리 사회는 아직 갈 길이 멀고 험난하다. 그렇다고 해서 역차별이 있어선 안되고 모든 남성을 대상화하고 비난해서도 안된다. 그런부분들이 늘 불편했고 인정하기 힘들었다. 요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해!인 것이다.

-한국에서 남성과 여성으로 편을 가를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관심사는 출산(월경)과 군대이다. 그것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한국은 휴전이라는 특수상황 탓에 한창 좋을 나이의 젊은 남성들의 시간을 국가에 헌신해야 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몹시 안타깝다. 이 문제는 성에 대한 문제가 아닌 국가가 그들의 청춘에 온당한 대우와 보상을 해줘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비교된 여성의 출산(월경)은 생리적인 특징이고 겪지 않은 당사자가 언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군대 역시 마찬가지지만-). 최소 3-40년 매달 고통을 당해야하고 출산은 자기 생명을 건 숭고한 과정이다. 그것은 비교대상이 아닌 상호 존중되고 감사해야하는 부분이다.

'페미니즘은 성차별주의와 그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끝내려는 운동이다, 18p'

-대원칙으로 보아 나는 분명 페미니스트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살아있는 존재에 대한 차별을 반대한다. 차이가 차별의 대상이어선 안된다. 다름은 틀린 것이 아니다. 그 다름과 차이가 인간을 성장시켰고 다른 것은 존중되어야할 가치이다. 획일적인 평등이 아닌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은 인간애(나아가 생명존중사상)를 기반으로 한다. 내 개성과 자유와 권리를 인정받고 싶다면 타인의 그것 역시 존중하고 배려해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회는 겉잡을 수 없는 양분화로 치달을 것이다.

-작가는 여성과 남성, 흑인과 백인, 어른과 아이의 차별에 대해 언급한다. 하지만 유색인종인 나는 흑인이 황인종(아시안)에게 갖는 차별과 우월의식을 경험한 적이 있다. 결국 종으로 구분될 수 없는 피부색이 차별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성에 대한 터부는 성차별로 변모한다. 음지의 성을 양지로 끌어내고 그것들이 건강하고 바람직하게 자리잡아야 한다. 그 부분에 대한 언급도 있다. 성의해방은 무분별한 성행위를 말하는 것이 아닌 성의 주체 즉 자기결정권을 갖는 것이라고 건강한 성문화 그것 역시도 상호존중과 인간애에 답이 있는 게 아닐까? 존중과 배려, 건전한 소통이 성관계에도 필요한 것이다.

-한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사회적,물리적 약자로 살아간다는 의미다. 아이, 노인, 빈곤층, 장애인 등 모든 약자를 대변해야 한다. 증오범죄, 무차별 범죄들은 상대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다. 우리는 이 두려운 사회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