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누아르 1 : 3월의 제비꽃 (북스피어X) 개봉열독 X시리즈
필립 커 지음, 박진세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전형적인 탐정 소설의 묘미.
나치 독일의 상황과 시대에 어울리는 위트 넘치는 탐정.
심지어 소신있고 용기도 넘치고 상황 판단도 빠르고 운도 꽤 따른다. 미스터리소설은 더 말할 것이 없이 재밌으니 한 번 읽어보세요!가 가장 좋은 평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하는 볼군과의 밤대화에서 히로인을 구상하길래, 슬쩍 이야기한 이 소설 속의 세 여자.
일단 셋 다 미모가 출중하다. 그것은 기본이 아닌가-(이 부조리한 외모지상주의 같으니라고!! =_=)
첫번째 여자. 남부러울 것이 없는 조건에 심지어 인성도 꽤 괜찮은 듯 하다. 돈 많고 학교 선생을 할 정도의 지식과 학식이 있고 이쁜 건 당연하고 전도유망한 남자와 결혼했고 돈이 많지만 사치없이 우아하다. 하지만 한번의 실수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두번째 여자.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돈다고 생각하는 타입으로 가진 거 많고 많은 만큼 화려하게 휘날리며 살지만. 속은 별 거 없다. 모든 남자의 우상이지만 그래봐야 속빈강정!
세번째 여자.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도 과거의 직업을 고려해도 그에 넘치는 용기와 기백이 있달까? 머리좋고 당연히 이쁘고 순발력 좋고 거침없는 성격이지만 왠지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느낌적인 느낌? 미스터리에 가장 어울리는 타입이다.

여자가 주연이건 조연이건 매력적인 캐릭터는 독자를 사로잡는다. 이 소설 속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고 그 중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단연 주인공 탐정이다. 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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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열대
해원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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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처음엔 분명 하드보일드 액션 장르였는데- 읽을수록 슬퍼졌다.
-가장 밑바닥의 선택에 불가능한 삶, '만약'을 가정하는 것이 불가능한 삶. 주어진 대로 이끌려가며 그저 살아내는 삶은 도처에 있다. 이렇게 극단적이고 과격하지 않아도 그 처참한 삶들을 종종 만난다. 왜 이렇게 밖에 살 수 없는가- 누가 이들을 사지로 내몰았는가-
그 처절하고 절박한 삶이 더 와닿을 수 밖에 없는 것은 목숨을 부지하는 선택(이것을 선택이라 부를 수 있다면)이기 때문이다. 그 참담함 속에서도 목숨을 이어가는 삶에 대한 무조건적인 집착이기 때문이다.
왜, 무엇을 위해 사는 가에 대해 끝없이 생각해봐야 이미 자리한 생존에 대한 지독하고 끈질긴 집착은 인간을 쉬이 놓아주지 않는다. 상대를 죽여서라도 내가 살고, 죽어가는 이를 외면하면서라도 내가 살고, 끝없이 의심하고 배신하면서라도 내가 살고, 모진 악몽을 끌어안고서라도 살아간다. 그것의 생명의 처연함이고 숭고함이 아닐까.
-작가의 첫 작품이라고 한다. 시종일관 긴장감이 팽팽한 500쪽이 넘는 글이다. 너무 잔인하고 분노와 증오가 가득찬 글이다. 작가가 이 글을 쓰면서 얼마나 자신을 닥달했는지가 느껴진다. 시시각각 죽음에 직면한 삶을 그리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해는 이 모진 목숨의 처절함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게 하는 손톱만큼의 희망, 그 희망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던 삶을 붇들기엔 부좀함이 없다. 첫작이 이 정도라면 앞으로 작가의 다른 글들을 기다릴 이유가 충분하다. 전혀 길다고 느껴지지 않는 500쪽이었다. 소설 속에는 많은 아픔을 담겨있다. 몇몇 장면 들에서 현실의 비극을 연상하게 된다. 그 처절함이 몸에 부딪혀오는 생생함이 몰입도를 높여주었다.
-장르소설을 좋아한다. 하지만 자극적인 장르소설에는 더더욱 그것을 관통하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없는 장르소설은 그저 뾰족하고 번쩍이는 자극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그런면에서 이 소설은 잘 씌여진 장르소설이라 생각한다.
-통쾌한 하드보일드 액션물이 아닌 '슬픈 열대'라는 제목 답게 무엇으로도 가시지 않을 슬픔이 진득하게 베여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라는 이상은의 노래처럼 부질없을 지언정 희망을 부여잡고 생명을 부여잡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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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0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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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야행.을 읽고 나니 작가의 전작이 너무 궁금해져서 중고로 겨우 구한 책.
여주인공에서 왠지 현실의 모.양이 연상되어 어쩐지 더 즐거워졌달까? 으흥~ 하는 기분이!

"하지만 행복해지는 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25p

이 소심하고 망상에 빠진 남자 주인공은 자칫하면 스토커.로 잡혀갈 게 빤하지만- 둥실둥실 떠다니는 밤공기 같은 이야기임으로 그런 것 쯤이야 친구펀치 한방으로 해결될 듯 하다.
이 깜찍하고 귀여운 이야기들은 마음을 몽글몽글하고 살랑거리게 한다.
여름밤에서 시작되어 겨울낮에 끝나는 이 두 녀석(?)의 앞날에 무궁한 축복이...라기엔 이미 삼십대 중반으로 지긋지긋한 연애나 어쩌다보니 결혼이나 진즉 헤어지고 각자 딴 사람을 만났거나. 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상상을 하고 있다.

누가 먼저 좋아하느냐, 얼만큼 좋아하느냐는 두고라고 요즘 '썸'이라 부르는 그 미묘한 상태는 참 사랑스럽다. 본인들은 애가 타고 혼란스러울지언정 지켜보는 입장에선 '좋을 때구나, 청춘이로고!'하며 놀리고 싶어진다.

망상이 가득한 즐거운 남의 청춘을 엿볼 수 있었다. 아, 나는 언제 그랬던가- 싶어지는 마음은 슬쩍 미뤄둬야겠다.

"아아, 제기랄! 부럽다! 나도 그들 편에 서고 싶다!"249p

책 속의 문장이 대신해준다.

야행과 밤은.. 둘 모두 작가의 상상력(망상력?)이 돋보이는 글이다. 이 작가는 혼자서도 참 잘 놀겠구나 싶어진다. 우울한 마음이 올라올랑말랑할 때 꺼내고 싶은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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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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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며 당황했다.
선생의 연세가 70대고 오랜동안 써오신 글의 모음이라고 해도 최소 4-50대의 글들일테고 책으로 펴내시며 분명 고르셨을텐데. 어쩌면 이렇게 나와 유사하단 말인가.
종종 아들이 엄마는 너무 보수적이야.라고 말하는데, 그러기엔 너무 제멋대로에 너무 진보적인 부분이 있어서 에이- 내가 도덕이나 윤리에 예민해서 그런가보다. 했다. 최근 너무 좋아서(그러니까 내 가치관과 똑 닮아서-) 읽고 선물하고 했던 책도 일본의 어느 할머니 글인데, 이 글 역시 뭐야! 왜 이렇게 나랑 생각이 비슷해! 싶어졌다. 분명 감수성 부분은 차이가 크다. 선생이 살아온 시대와 내가 산 시대에는 차이가 있고 그 사이에 한국은 많은 시대적, 역사적, 사회적, 과학적 변화가 있었다. 감수성의 간극은 당연한 일이다. 허나 가치관, 생각의 닮음에 놀라게 된다. 선생이 진보적인 것인지 내가 보수적인 것인지 아니면 그것이 당연한 것인지 종잡을 수 없다.
그러면서도 내심 반갑다.
내 속이 늙었을 지언정,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그래도 잘못된 것은 아니겠구나 싶어진다.

내용을 말할 것이 아니라 이런 가치관이나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다. 아, 이런 시각도 가능하구나-를 생각할 수 있다.

내가 더 나이들어도 젊은 세대(흑- 어린 세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가치관을 지닌 사람이고 싶다. 어른이니 모두 그래그래, 좋은 게 좋은 것이고 인생사 새옹지마,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요 하며 허허로운 것도 좋지만 그래도 이것은 틀렸고 저것은 아니고 저것은 나도 배우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것이 때론 예민하고 모나서 불편한 사람도 있겠지만 세대를 넘는 공감대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인간의 다양성이 위대한 것이 아닌가. 각자 제 생긴대로 다듬어나가면 될 일이다. 그렇게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때 더 좋은 쪽으로 나갈 수 있으리라. 물론 귀를 열어두는 것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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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외 세계문학의 숲 5
다자이 오사무 지음, 양윤옥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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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로 사기치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것처럼 실로 훌륭한, 그야말로 맑고 밝고 명랑한 불신의 사례가 인간의 삶에 가득한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석인다는 것에 딱히 특별한 흥미는 없습니다. 나 역시 광대 짓으로 아침부터 밤까지 다른 사람들을 속이고 있으니까요. 나는 바른생활 교과서에 나오는 정의감이니 뭐니 도덕성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오히려 서로가 서로를 속이면서도 맑고 밝고 명랑하게 살아가는, 혹은 살아갈 자신이 있는 것 같은 인간이 내게는 난해하기만 합니다. 사람들은 끝내 내게 그런 요령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그것만 알았다면 나는 인간을 이토록 두려워하며 죽을 둥 살 둥 광대 짓 서비스 따위는 하지 않았겠지요. 인간의 삶과 대립하며 밤마다 지옥같은 이런 고통도 맛보지 않았겠지요. 26,27p

아름답다고 느낀 것을 그대로 아름답게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건 얼마나 만만하고 어리석은 짓인가. 대가들은 아무것도 아닌 자신의 주관에 따라 아름답게 창조하고, 혹은 추한 것에 구역질을 하면서도 그에 대한 관심을 숨기지 않고 표현의 기쁨에 젖는다. 즉, 타인의 생각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화법의 원초적인 비전을 다케이치에게서 전수받은 것입니다. 40p

아무 타산도 없는 호의, 강매하지 않는 호의,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사람에게 보여주는 호의. 47p

나는 그때 목을 움츠리며 웃던 납치의 얼굴에 드러난 그 교활한 기척을 잊을 수 없습니다. 경멸의 기척 같기도 하고, 그게 아니라 세상을 바다로 비유한다면 그 바닷속 천길만길 깊은 곳에 그런 기묘한 기척이 떠돌 것 같은, 뭔가 어른들의 삶의 깊은 밑바닥을 흘끗 드러낸 듯한 웃음이었습니다. 80p

그건 내가 속이고 있기 때문이야. 이 아파트의 사람들이 모두 내게 호감을 품고 있다는 건 나도 알아. 하지만 내가 얼마나 그들을 두려워하는지 모르지? 두려워하면 할수록 그들은 내게 호감을 갖고, 나는 그런 호감을 받을수록 더욱더 겁이 나서 사람들을 멀리하게 되는 이 불행한 병적인 성격. 91p

아아, 인간이란 서로를 전혀 알지 못하고, 아예 완전히 잘못 보았으면서도 둘도 없는 친구라고 생각하고, 평생 그걸 깨닫지도 못한 채 상대가 죽으면 울면서 조사 따위를 읽고 있는 건 아닐까요? 92p

지금 나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갑니다. 내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이른바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라고 생각되는 건 그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간다. 134,1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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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39세고 다자이 오사무는 39세에 이 글을 쓰고 죽었다고 한다. 다자이 오사무의 글을 읽다보면 그래, '당신은 아직 철이 들지 않았군. 괴롭다고 해봐야 그저 도망일 뿐인 건 알고는 있나? 비겁한 변명인 것은 알지? 아, 물론 당신도 알고 있으니 저런 글을 써댄 것일 게야. 분명 그렇겠지.' 싶은 마음이 든다.
인간이란 그렇지. 사는 것이란 그렇고. 그렇다면- 우리는 힘차게 살아가야하나? 아니면 그저 살아지는 대로 살면 되나? 나는 어느 쪽도 좋다고 생각한다. 각자 감당할 수 있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괴로울 것도 없다. 누구는 그것을 감당하고 누구든 저것을 참고 누구는 또 즐기면서 그렇게들 산다. 다르다고 괴로울 것도 없고 다르다고 비난할 것도 없다.
고등학교 때던가-
'엄마는 재미도 없다면서 왜 살아?'라고 물은 적이 있다. 내겐 그 장면과 대화가 선명하게 남아있다. 마지못해 살아가는 것, 끝없이 한탄하는 것.에 대해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당장은 재미있지 않더라도 일단 내가 뭘 재미있게 생각하는지를 먼저 찾아야 되지 않나- 알고 있다면 최대한 노력해서 그 즐거움을 가까이하면 되지 않겠나- 한 이십년쯤 더 살고보니 그것 역시 만만치않다. 그래도 엉망진창, 아비규환이라도 제멋대로 살았더니 내가 뭘 좋아하는 구나 정도는 어렴풋이 알게 된 것 같다. 운이 좋았구나 싶어진다. 그래서 오늘도 싫은 것들 가득한 사이에 재미있는 것 한 두개를 끼워서 지낸다. 더 재밌을 것들도 머릿속에 하나씩 쟁여둔다. 그것이면 족하다.

다자이 오사무가 더 오래 살았다면 좀 다른 글을 썼을까?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면 계속 그것만 보이고 그것만 생각하게 된다. 모종의 중독이랄까? 관념이나 생각도 그와 같아서 점점 더 좀스러운 세계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그렇지 않았을까? 아니면 도통한 어르신이 된다거나- 여튼 상상조차도 극과극에 닿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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