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열대
해원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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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처음엔 분명 하드보일드 액션 장르였는데- 읽을수록 슬퍼졌다.
-가장 밑바닥의 선택에 불가능한 삶, '만약'을 가정하는 것이 불가능한 삶. 주어진 대로 이끌려가며 그저 살아내는 삶은 도처에 있다. 이렇게 극단적이고 과격하지 않아도 그 처참한 삶들을 종종 만난다. 왜 이렇게 밖에 살 수 없는가- 누가 이들을 사지로 내몰았는가-
그 처절하고 절박한 삶이 더 와닿을 수 밖에 없는 것은 목숨을 부지하는 선택(이것을 선택이라 부를 수 있다면)이기 때문이다. 그 참담함 속에서도 목숨을 이어가는 삶에 대한 무조건적인 집착이기 때문이다.
왜, 무엇을 위해 사는 가에 대해 끝없이 생각해봐야 이미 자리한 생존에 대한 지독하고 끈질긴 집착은 인간을 쉬이 놓아주지 않는다. 상대를 죽여서라도 내가 살고, 죽어가는 이를 외면하면서라도 내가 살고, 끝없이 의심하고 배신하면서라도 내가 살고, 모진 악몽을 끌어안고서라도 살아간다. 그것의 생명의 처연함이고 숭고함이 아닐까.
-작가의 첫 작품이라고 한다. 시종일관 긴장감이 팽팽한 500쪽이 넘는 글이다. 너무 잔인하고 분노와 증오가 가득찬 글이다. 작가가 이 글을 쓰면서 얼마나 자신을 닥달했는지가 느껴진다. 시시각각 죽음에 직면한 삶을 그리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해는 이 모진 목숨의 처절함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게 하는 손톱만큼의 희망, 그 희망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던 삶을 붇들기엔 부좀함이 없다. 첫작이 이 정도라면 앞으로 작가의 다른 글들을 기다릴 이유가 충분하다. 전혀 길다고 느껴지지 않는 500쪽이었다. 소설 속에는 많은 아픔을 담겨있다. 몇몇 장면 들에서 현실의 비극을 연상하게 된다. 그 처절함이 몸에 부딪혀오는 생생함이 몰입도를 높여주었다.
-장르소설을 좋아한다. 하지만 자극적인 장르소설에는 더더욱 그것을 관통하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없는 장르소설은 그저 뾰족하고 번쩍이는 자극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그런면에서 이 소설은 잘 씌여진 장르소설이라 생각한다.
-통쾌한 하드보일드 액션물이 아닌 '슬픈 열대'라는 제목 답게 무엇으로도 가시지 않을 슬픔이 진득하게 베여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라는 이상은의 노래처럼 부질없을 지언정 희망을 부여잡고 생명을 부여잡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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