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책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0
페르난두 페소아 지음, 오진영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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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나를 끌어당겼다. 107일에 걸쳐 읽은 것은 이 책을 읽기 위한 최소한의 무엇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기도 전에 몇 사람에게 추천했다. 이토록 내밀한 속내를 드러낸 글은 없었다.
- 자신에 대해 이렇게나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하고 느끼는 것이 가능할까? 작가는 끝없이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봤다. 거울에 비친 자신이 아닌 본모습을.이렇게 훌륭한 변명과 합리화와 위로와 고백을 또 만날 수 있을리 없다. 덕분에 울고 웃고 한숨을 나쉬었다가 눈을 감기도 하고 방안을 서성이기도 했다.
- 권태. 권태. 권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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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나폴리 4부작 3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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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폴리 4부작 중 세번째, 그 어느 때보다 마지막 권을 기다리게 된다. 이제야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물론 그 전 책들도 매력적이었지만 과정처럼 여겨졌다.
- 이 책은 너무 솔직했다. 일부는 불편할만큼 솔직해서 나를 비출 수 있을 만큼이었다. 내 자신에게 골몰한 채 20대가 되었던 나는 어느 시기가 지나자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누구나 그렇다는 것을 별반 다르지 않고 그렇게들 살아간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협하고 싶지 않았고 여전히 나인채로 존재하고 싶었다. 누구의 엄마고 누구의 아내고 누구의 딸이고 누구의 친구든. 여전히 나이고 싶었다. 내가 뛰어나고 대단치 않아도 그냥 나인채로 존재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마찬가질 것이다. 인간은 단수가 아니어도 주어진 책임과 역할외에 오롯이 자신일 필요가 있다.
- 책에서는 화자가 여성이니 만큼 여성에 대한 비중이 높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성에 관계없이 너무 큰 책임과 역할을 떠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도 부모도 남편도 아내도 젊은이도 늙은이도 모두에게 지나치게 요구된다. 자기만의 방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필요하다. 외향적이건 내성적이건 간에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모두에게 절실한 것이 아닐까. 레누는 이제서야 조금씩 완전한 자신을 찾으려 결심했다. 하지만 삶이란 그리 간단하지 않아서 또 여러번의 실수와 실패와 갈등과 혼란이 이어질 것이다.
- 어른이 되면 성장판이 닫히듯 성장이 완료되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끝나지 않고 완료란 죽음에 이르러야 그 냄새를 맡게 되는 정도인 것이다. 받아들이고 감내해야 할 것과 용기를 내어 버리고 나아가야할 것을 결정하는 것 역시 자신 혼자의 몫이다. 결정하고 그 것을 감당하는 것. 행동하고 반성하고 변화하는 것. 아직 다 성장하지 못한 채로 타인을 저울질 해선 안된다. 그저 의견을 가질 뿐. 생각이 많아진다.
#떠나간자와머무른자 #엘레나페란테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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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나폴리 4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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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이 페미니스트 소설이라는 데에 동의하기 어렵다. 그것은 '페미니스트'라는 단어의 여성성 때문이다. 나는 '페미니스트'라는 단어의 해석에 단서를 붙이고 싶다. 최근 페미니즘 서적이 많이 출간되고 있는데, 그 글들의 자극적인 제목에 대해 의도적인 성 구별에 대해 불만이 많다. 그런 구별이 그저 구별이 아닌 차별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이무렇지 않게 나는 좀 남성적이야, 여성적이야라는 말 역시 그러한데 나 역시도 그런 선입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고치려 노력중이다. 하지만 그것들이 고착화되면 남성과 여성의 대립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모든 성에 대해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그것은 생리적인 특징의 차이, 인간 개개인의 다름 이상이 되어선 안되는 것이 아닐까? 권리엔 책임이 따르고 그것이 성에 따라 달라지면 안되는 것은 아닐까? 좀 더 이해하기 위해 페미니즘 관련 서적들을 가까이 하고 있지만, 그것이 성에 따른 구분이 아닌 모든 약자에 대한 것이길 바라고 있다. 모두 존중되어야 하고 그것은 모든 생명에 동일하게 적용되길 바란다. 남녀노소의 구분 없이.
- 이 글을 페미니즘 소설이 아닌 휘둘리는 삶에 대한 소설이라 생각한다. 인간은 오롯이 혼자 존재할 수 없는 사회적 존재고 그 모든 존재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친다. 누가 누구에게 영향을 끼치는 가에 대해선 그들 모두가 다를 것이나 유독 두드러지는 개인은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그 관계에 대해 인식하고 대상화하기에 더욱 그 영향력이 큰 것이 아닐까? 의도와는 관계없이 그 영향력에 휘둘린다. 관계 속에서 개인의 관념과 추구하는 바에 따라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이다.
- 릴라와 레누.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가. 서로를 강하게 의식하고 사로잡혀 있다. 언뜻 일방적인 느낌이지만 그것은 누구를 탓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지나치게 타인을 이용하는 것도 교묘한 술수를 쓰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들 모든 질서 위에 존재할 수는 없다. 그것이 인간의 사회화가 아닌가. 야생적이고 이질적인 존재가 갖는 매력은 강렬하다. 하지만 그것은 역시 위험하다. 끝없이 도망치는 것은 레누 뿐이 아니라 릴라도 마친가지다. 아니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대부분 그렇다. 언어든 태도든 물리적인 것이든 폭력적이고 잔인한 것을 합리화할 순 없다. 그 시기 그 곳은 야만의 시대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지금도 다를 것은 없다. 좀 더 잘 포장했을 뿐이다.
- 등장인물들이 내겐 너무 어렸다. 지금의 내 기준으로 그들은 청소년이다. 그들이 그 만큼의 삶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은 가혹하게 여겨진다. 지나치게 야만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이 이야기가 궁금하다. 결국 그들의 삶이 어떻게 흐르게 될지 읽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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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치가 먹고 싶습니다
오즈 야스지로 지음, 박창학 옮김 / 마음산책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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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즈 야스지로의 글과 일기가 반 <도쿄 이야기>영화 각본이 반이다. 남긴 글이 많지 않다고 한다. 영화에 대해서도 나는 같은 태도라 보고 좋으면 족해서 딱히 좋아하는 감독이나 그런 게 없는 편이다. 사실 그만큼 영화를 많이 보지도 않고. 종종 보고싶은 영화가 있어도 가족의 취향과 달라서 못보는 일이 많고 그것이 약간 아쉬운 정도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사운드 오브 뮤직'이라니 말 다했다.
- 중일전쟁에 참전했다. 징집된 모양인데 그 시기의 일기나 편지들이 남아있다. 그것이 불편하지 않았던 것은 그저 사람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전쟁 중이지만 지극히 평범한 일상처럼 다가왔다. 전쟁 중이라고 일본 국민인들이 행복하고 들떠있고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징집된 자녀와 기다리는 어머니, 친구나 가족을 잃은 사람들.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에 대한 의문과 분노는 여전하다.
-
'정평을 갖는 것이 행복일까 불행일까. 나는 될 수 있으면 갖고 싶지 않다고 바라는 마음이다. 57p '
'하지만 이것은 작의가 아니다. 현실의 애처로운 풍경이었고, 그 때문에 더 마음에 울렸다. 102p'

- <도쿄이야기>라는 영화에 대해 모른 채 각본을 읽다보니 너무도 익숙해서 리메이크작을 살펴봤다. 내가 봤던 <동경가족>은 등장인물이 조금 다르고 내용은 거의 같다. 뒷 이야기를 보니 오즈 야스지로의 기법도 최대한 그대로 따라간 모양이다. <도쿄이야기> 각본의 몇 장면들은 고스란히 <동경가족>의 장면으로 떠올랐다. 그 시대에 가족의 해체와 위기를 그토록 담담하게 그려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딱히 어느쪽의 입장도 아니고 악당이 있다거나 한 것도 아닌데, 그저 그런 상황들- 당연하게 흘러가고 어딘지 슬퍼도 누구를 나무랄수도 없는 이야기랄까. 살아가는 것이 참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정을 버릴 수가 없다. 가족은 그 중심에서 어쩌지 못한 채 유지되고 있는 건 아닐까.
- 그저 그렇게 읽기 시작했는데, '가족'이라는 단어에 생각이 많아진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꽁치가먹고싶습니다 #오즈야스지로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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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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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에 어머니께서 책장을 보시곤 '네 책장엔 살인이니 죽음이니 고통이니 하는 책들이 왜 이렇게 많으냐'고 하셨다. 그 때 어머니의 눈에 가장 먼저 든 책은 아멜리 노통브의 '살인자의 건강법'이었나보다.

-이 책이 영화로 나왔는데 이 책이 집에 있는 것만 같은데 읽은 기억이 없었다. 살인자와 알츠하이머, 독특한 소재만으로도 인상적이었을 텐데도 말이다. 아멜리 노통브의 책과 헷갈렸던 모양이다. 한국작가의 글에 관심을 가진지 몇 년 안되었는데 왜 나는 그런 착각을 했을까.

-혼란에 대해 누가 얼마나 장담할 수 있을까. 기억은 제멋대로여서 기억하지 못하는 사이 각색되어있기 마련이다. 알츠하이머가 아니라 해도. 그래서 곤란하다. 나를 억울하게 만들었던 기억들이 모조리 각색되어진 것이라면 그간의 원망들은 다른 억울함으로 이어졌을 것이 분명하다.

-짧은 문장 아니 문단들이 읽는 속도를 재촉한다. 휘휙 페이지가 넘어가서 앉은자리서 다 읽고는 머릿속이 뿌옇다. 얇고 불투명한 피막에 둘러쌓인 것처럼.

-작가에 대한 내 관심은 에세이에서 시작되었는데 점점 더 궁금해진다. 어쩌면 질문을 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무엇을 어떻게 질문해야 할 지는 아직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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