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농담이다 오늘의 젊은 작가 12
김중혁 지음 / 민음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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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담이 되고 싶은 컴퓨터 as기사이자 클럽 스탠드업 코메디언인 주인공. 나이 서른이 넘고 아버지도 어머니도 모두 안남은 주인공. 형제면서 형제가 아닌 실종된 형에게 어머니의 유품을 전달하려는 주인공. 그 주인공에게 응답하는 우주 저편의 목소리.
- 이렇게 살아도 저렇게 살아도 그만이건만 참 애들 쓰며 산다. 그래봐야 목숨은 하나 뿐인데, 하다가도 고작 2,3년 뒤에 후회할 10년도 못되서 땅을 칠 일들에 미친듯이 애쓰며 사는 것도 좋겠구나 한다. 미친듯이 열심히 간절히 바라며 한 것들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그 바람이나 소망을 꺾을 순 없고, 후회로 돌아봐도 같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마는 것이다. 삶은 잔인하면서도 관대해서 언제고 다시 기회를 준다. 회한의 눈물이라도 펑펑 흘릴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렇게 한바탕 울고 나서 든든히 먹고 나면 살아지는 것이다. 또 후회할지도 모르는 삶을 열심히 애쓰며 종종 즐겁게.
- 좀 더 가까웠으면 좋겠다. 덜 오해할 수 있게, 오해가 있어도 금새 풀리게. 원망이나 후회가 있어도 같이 부여잡고 울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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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집 - 하 - 미야베 월드 제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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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지 수가 많은 소설이 의례 그렇듯이 초반 집중력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에 필요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야기엔 배경이 필요하고 그것은 이 소설의 근간이 된다.
- 시대물이지만 현대를 사는 우리와도 닮았다. 대의를 위해 약하고 순진한 사람들은 희생 당한다. 그것이 희생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희생당한다. 그래도 어둠을 뚫는 것은 순진한 눈동자요, 거짓을 모르는 마음이다. 현명함과 어리석음을 가르는 기준을 누가 정하는지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면 그것을 옳다고 할 수 있는지. 인간이 인간 위에 서는 것, 인간이 인간의 목숨을 이용하는 것은 어느 때도 용납되어선 안된다.
- 모두가 그렇게들 살아가고 어쩔 수 없다고 타협해도 누군가는 그것이 잘못되었다 외치고 그것은 아니라고 기억하고 그것은 이상하다고 의심하고 그 모든 것들이 진실을 밝힌다. 참고 견디고 살아남는 것만이 삶을 잘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의심하고 확인하고 부정하고 바꾸려는 것도 삶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그런 모두가 한데 모여 엎치락뒤치락하는 곳이 이 세상이다. 그 세상이 좀 더 살만한 곳이길 소망한다.
- 우리는 아주 사소한 것에도 흔들리고 아파한다. 늘 혼란스럽고 믿음은 순식간에 무너진다. 쉽게 감취고 당당하게 타협한다. 인간은 끝없이 연약하고 이기적이고 애처롭고 실망스럽고 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가끔 만나게 되는 그 애정과 의지가 그들을 포기할 수 없게 사랑스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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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몸을 살다
아서 프랭크 지음, 메이 옮김 / 봄날의책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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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고통과 질병을 부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드러낼 수 없고 괜찮은 척 하고 그것에 성실하고 긍정적으로 대처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고통과 질병에 대해 괴로워하고 분노하고 슬퍼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사실 그것은 육체의 질병에 국한되지 않는다. 모든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문제를 드러내는 것은 문제를 키우고 관계를 망치는 성숙하지 못한 행동이라 생각한다. '어른은, 남자는 아무때나 울면 안돼'같은 헛소리를 어디에나 적용하는 것이다. 문제를 드러내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고 그 중 하나는 그 문제를 정확히 확인하고 해결하기 위해서이다. 의도와 목적이 중요하다. 문제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질병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게 끝나진 않는다. 있는 문제를 없는 척, 있는 병을 없는 척, 아픈 몸을 괜찮은 척 하는 것은 해결이 아니다. 문제를 질병을 고통을 더 심각한 상태로 손 쓸 수 없는 상태로 끌고 갈 위험이 높다.
동시에 질병이나 통증, 문제에 사로잡혀서도 안된다. 부정적으로도 긍정적으로도 가장할 필요가 없이 그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아픈 몸을 사는 것은 그런 것이다.
작가는 자기가 어떻게 병을 이겨냈는가, 어떻게 그 불안과 통증과 공포와 싸웠는가를 말하는 대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였는가. 질병 이전과 이후 외에 그 시간 속에서 진정 중요하고 필요했던 것을 말한다. 치유와 힐링과 자연주의를 부르짖는 시대지만 사실 그것 역시 잘 만들어지고 꾸며진 것들인 경우가 많다. 무엇이 진짜 자연스럽고 편안한 것인지에 대한 이해가 없이 그렇게 보이는 것을 찾는 탓이다.
몇 달을 망설이다 구입한 책이다. 내겐 꼭 필요했던 책이었나보다. 많이 울고 반성도 하고 위로도 받았다. 큰 병이 아니어도 세상에 아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모두 아픈 몸, 아픈 마음을 살고 있다. 그것은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변화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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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D 2017-10-08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픈 몸으로 사는게 아프다 라는 ‘고통‘에 익숙해지는 거라고 생각해왔습니다. byN님께 꼭 필요했던 책이 어쩌면 제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좋은 리뷰 고맙습니다.
 

엠마뉘엘 카레르 지음, 윤정임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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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하가 추천한 책이었다. 어디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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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우리의 성실한 이웃, 우리의 착한 친구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일말의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그가 실존하는 허구의 인물일 수도 있다.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밝혀져도 믿을 수 없는 일도 있다. 그들의 거짓이 아디서 시작되었고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보다 어떻게 끝났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아니 끝나지 않고 어떻게 변했는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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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별 것 아닌 불안에서 시작된 거짓말이 결국 자신을 집어삼킨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 이야기. 그러다가 심리적,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어졌다.
주인공에 대한 결론은 다른 게 필요없다. 책속의 두 표현이면 충분하다.
'저자는 오래전부터 더는 사람이 아니었어. 그건 마치 시커먼 구멍 같은 거라고. 50p'
'맹목과 비탄과 비겁함의 비참한 혼합 2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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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소한 것을(지나고보면) 감추기 위해 약간의 거짓말을 한다. 사소한 시작은 약간의 오해, 약간의 불편, 약간의 부끄러움 등이다. 그 거짓말을 들키지 않기 위해 조금 덧붙이고 꾸며준다. 별 일은 아니고 언제든 돌이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생각하면 나중이 더 힘들거라는 것이 자명한데도 순간의 잘못된 선택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몰아간다. 처음은 분명 사소했다. 그것의 파장이라야 약간의 실망이나 꾸중에 불과할- 그것이 삶을 갉아먹고 불안을 키우고 급기야 파국에 이르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거짓말이 유독 능숙한 사람들이 있다. 사실 나도 그런 편인데, 그 뒤의 피곤과 불안과 막막함을 너무 잘 알아서 그냥 바로 욕먹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그것을 아이에게 가르쳤다. 들통났을 때의 고통, 들통날까봐 전전긍긍 하는 불안함. 아이는 몇년 후 말했다. '뒤가 짜증낙 피곤해서 안하기로 했어'라고. 물론 약간의 거짓말 들은 저도 모르게 일상에 침투해있다. 그것조차 의미없다는 것을 알기 위해선 고백의 순간이 어떤가에 달려있다. 혼자 천만번의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의미가 없다. 거짓말의 부질없음을 직접 겪어야 알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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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게 솔직할 수 없었던 아이가 친구에게 조차 솔직할 수 없었고 모든 것이 거짓으로 꾸며진 어른이 되고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살인. 그것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할 수 없는 살인. 주인공에겐 여러 이유와 상황과 사정이 있지만. 그것조차 진실이 아니고 그저 편할대로 좋을대로의 비겁함에 불과하다. 좋은 모습으로 보여지는 것과 실재의 나 사이의 간극. 그것이 드러난 후의 파급효과. 우리는 어떤 것을 믿을 것인가. 나는 좋은 사람으로 보여지고 싶지 않다. 그저 보여지는 것을 위해 꾸미고 속이고 숨기고 하는 피곤함을 겪고 싶지 않다. 그렇게 얻어진 무엇이건 간에 기꺼울 리가 없다. 그 고통을 왜 스스로 짊어지려 하는가. 무엇을 위해?

#적 #엠마뉘엘카레르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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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 대하여 오늘의 젊은 작가 17
김혜진 지음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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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삶요? 존경받는 인생요? 그런 건, 삶이 아주 짧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나 하는 말이예요. 봐요, 삶은 징그럽도록 길어요. 살다 보면 다 똑같아져요. 17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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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볼군이 불쑥 '살아야 되는 이유나 존재하는 목적이 따로 있는 건 아닌 것 같아. 꿈이 있든 없든 간에 살아가는 데는 다른 목적이 필요한 건 아닌 것 같아.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 같아'라고 말했다. 어쩜 이런 생각을 했을까. 또래보다 작은 아들이 나를 놀라게 한다. 그래, 다른 게 필요없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하고 가치있는 거야라며 대화를 이어갔다. 맞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대단하지 않아도 되고 남들처럼 살지 않아도 되고 뭔가 이뤄내지 않아도 되고 부족하거나 못나도 되고 아프고 약해도 된다. 존재하는 것은 그것만으로 충분히 넘치게 가치가 있다. 다른 기준도 없고 다른 의미나 목적도 없다. 그것은 모두 각자의 몫이다. 선택하고 결정하고 꿈꾸고 노력하고 견뎌내고는 모두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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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터져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읽었더니, 책장을 덮자마자 복받쳐 온다.
나는 한번도 강자였던 적이 없다. 나는 내내 약자였고 그래서 너무 일찍 삶이 길고 참담하고 지난하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그렇다고 내 삶이 끔찍했다는 것은 아니다. 이해받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너무 컸고 그것을 위해 너무 일찍 나와 주변을 다그쳐왔다는 말이다. 그래서 사랑해주지 않는 것, 이해해주지 않는 것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내가 그럴 수도 있는 것처럼 그들도 그럴 수 있다. 그것을 강요할 수는 없다. 어떻게든 인정하고 받아들이도록 해보자. 그래야 내가 괜찮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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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페미니즘이니 성소수자니 이런 것도 모르겠고 그저 선입견으로 약자를 만들고 그들을 찍어누르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 뿐이다. 사람이 사람을 재단할 수는 없다고 생각할 뿐이다. 누가 누구보다 더 가치있고 누가 누구보다 더 의미있는 삶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할 뿐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 모든 평가 역시 취향이나 성향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냥 좋고 싫고의 문제. 그것 뿐인데 편협하고 옹졸하다는 말을 듣기 싫으니 어딘가의 기준을 빌어와 들이대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너도 옳고 나도 옳다. 너도 그럴 수 있고 나도 그럴 수 있다.는 기준만이 유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존재하는 것만으로 존중받을 수 있기를 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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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젠도 엄마도 딸도 그 애도 모두 알겠더라. 다 참 착하고 상대를 사랑해서 라는 것도 알겠더라. 다들 참 닮았더라는 것도 알겠더라. 그래서 더 안쓰럽고 슬프고 속상했다. 그렇게든 살아내면서 그래도 최소한 그러면 안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하는 것들에 치열하게 맞서며 산다.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 덕에 그래도 세상에 희망이 남아있는 것이다. 맨 밑바닥에 아주 작고 아주 연약하게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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