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을 이슈메일이라고 해두자. (Call me Ishmael.) - P31
마지막으로 말하거니와, 나는 언제나 일개 선원으로서 바다에 나간다. - P35
다른 사람들은 고상한 비극에서 당당한 역할을 맡거나 우아한 희극에서 짧고 쉬운 역할을 맡거나 익살극에서 유쾌한 광대 역할을 맡는데, ‘운명‘이라는 무대감독이 왜 나한테는 고래잡이 항해의 이 초라한 역할을 맡겼는지, 그 정확한 이유는 나도 알 수 없다. - P36
"여러분, 이 세상에서는 죄인도 돈만 내면 여권이 없어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선량하지만 가난한 사람은 모든 국경에서 저지당하고 맙니다." - P80
"모든 고통의 우현 쪽에는 확실한 기쁨이 있습니다. 그리고 고통의 바닥이 깊은 것보다도 그 기쁨의 꼭대기가 더 높습니다. 내용골이 낮은 것보다 돛대 꼭대기의 장관이 더 높지 않습니까?" - P86
"돛대 세 개가 모두 뱃전에 부딪혀 끊임없이 요란한 소리를 내고 사방에서 파도가 밀려와 부서지는데, 그런 와중에 죽음과 심판을 생각하라고? 그때 에이해브 선장과 내가 생각한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이었어. 어떻게 하면 선원들을 모두 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임시 돛대를 세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가장 가까운 항구로 갈 수 있을까? 그것만 생각했단 말일세." - P135
노인들은 대체로 잠이 오지 않는 법이다. 삶과 더 오래 연결되어 있을수록 인간은 죽음을 생각하게 하는 그 무엇과도 관계를 덜 갖게 된다. - P173
"이마에 주름이 잡혀 있고 아가리가 우그러진 고래를 발견하는 자, 대가리가 희고 오른쪽 꼬리에 구멍이 세 개 뚫린 고래를 발견하는 자, 그 흰 고래를 발견하는 자에게 이 금화를 주겠다!" - P214
"그래, 스타벅. 그리고 모두 잘 들어주기 바란다. 내 돛대를 앗아간 녀석은 바로 모비 딕이었다. 그리고 내가 지금 의지하고 서 있는 이 죽은 다리를 가져다준 놈도 모비 딕이었다." 그는 비탄에 빠진 사슴처럼 동물적인 소리로 울부짖었다. "그래, 그래. 나를 파괴하여 영원히 의족에 의지하는 가엾은 신세로 만든 건 바로 그 가증스러운 흰 고래였다!" - P215
"나는 희망봉을 돌고 혼 곶을 돌고 노르웨이 앞바다의 소용돌이를 돌고 지옥의 불길을 돌아서라도 놈을 추적하겠다. 그놈을 잡기 전에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대륙의 양쪽에서 지구 곳곳에서 그놈의 흰 고래를 추적하는 것, 그놈이 검은 피를 내뿜고 지느러미를 맥없이 늘어뜨릴 때까지 추적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항해하는 목적이다." - P216
"말 못 하는 짐승한테 복수라니!" 스타벅이 외쳤다. "그 고래는 단지 맹목적인 본능으로 공격했을 뿐인데! 이건 미친 짓이에요! 말 못 하는 짐승에게 원한을 품다니, 천벌을 받게 될 겁니다." - P217
그들은 이익이 남는 항해에 정신이 팔렸고, 그 이익은 조폐국에서 찍어낸 달러로 헤아릴 수 있는 것이었다. 반면에 에이해브는 무엇으로도 누그러뜨릴 수 없는 대담하고 초자연적인 복수에 몰두해 있었다. - P245
오오, 인간들이여! 고래를 찬미하고, 그들을 본받아라! 그대들도 얼음 속에서 따뜻한 체온을 유지해라. 그대들도 이 세상의 일부가 되지 말고 이 세상 속에서 살아라. 적도에서는 시원하게 지내고, 극지에서도 피가 계속 흐르게 하라. - P383
늙어빠지고 외팔이에다 장님이지만, 이놈은 인간들의 즐거운 결혼식과 흥겨운 잔치를 밝혀주기 위해, 또한 만물은 만물에 대해 절대로 해를 끼치면 안 된다고 설교하는 엄숙한 교회를 밝히기 위해 죽어야 하는 것이다. - P437
나는 고래를 모른다. 앞으로도 영원히 모를 것이다. 고래의 꼬리조차 모르는데 어떻게 머리를 알 수 있겠는가? 게다가 고래는 얼굴이 없는데, 내가 어떻게 고래의 얼굴을 알겠는가? 고래는 나한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그대는 내 뒷부분인 꼬리는 보겠지만, 내 얼굴을 보지는 못할 거라고. 그런데 나는 고래의 뒷부분인 꼬리조차 완전히 이해할수 없으니, 그가 제 얼굴에 대해 어떤 암시를 주더라도 나는 다시 말할 수밖에 없다. 고래에겐 얼굴이 없다고. - P460
오! 친구들이여. 이것은 정말로 사람 죽이는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인생이다. 우리는 오랜 고생 끝에 이 세상에서 가장 덩치 큰 동물에게서 비록 적지만 귀중한 경뇌유를 빼낸 뒤, 몸은 녹초가 되었지만 참을성 있게 몸에 묻은 오물을 씻어내고, 영혼의 임시 거처인 육신을 깨끗이 유지하면서 사는 법을 배우자마자 "고래가 물을 뽑는다!" 하는 외침소리에 영혼은 분출되고, 우리는 또 다른 세계와 싸우리 달려가, 젊은 인생의 판에 박힌 일을 처음부터 다시 되풀이한다. - P516
"기름은 새든 말든 내버려둬. 나도 줄줄 새고 있어. 암, 새고말고! 내게는 새는 기름통이 가득 차 있을 뿐만 아니라, 새는 기름통을 싣고 있는 배도 새고 있어. 그건 ‘피쿼드‘호보다 훨씬 심한 곤경에 빠져 있지! 하지만 새는 구멍을 막으려고 멈춰 서지 않아. 짐을 잔뜩 실은 배에서 새는 구멍을 어떻게 찾을 수 있겠나? 구멍을 찾았다 해도, 이렇게 으르렁거리는 인생의 강풍 속에서 어떻게 구멍을 막는단 말인가?" - P566
"선장님은 웃을지 모르지만, 에이해브는 에이해브를 경계해야 합니다. 영감님, 자신을 조심하십시오." - P568
"우리의 삶에도 온 길로 되돌아가지 않는 한결같은 전진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정해진 단계를 거쳐 나아가다가 마지막 단계에서 멈추는 것도 아니다. 즉 유년기의 무의식적인 도취, 소년 시절의 맹신, 청춘 시절의 의심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운명), 이어서 회의, 그다음에는 불신의 단계를 거쳐 마침내 ‘만약에‘를 심사숙고하는 성년기의 평정 단계에서 정지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그 단계를 다 거치고 나면 우리는 다시 첫 단계로 돌아가서 유아기와 소년기를 거쳐 어른이 되어 ‘만약에‘를 영원히 되풀이하는 것이다. 우리가 더이상 닻을 올리지 않을 마지막 항구는 어디에 있는가?" - P585
"하지만 선장님은 이 항해에서 죽기 전에 바다에서 두 개의 관을 보게 될겁니다. 첫번째 관은 인간의 손으로 만든 게 아니고, 마지막 관은 눈에 보이는 목재를 보면 미국에서 자란 나무가 분명합니다." - P592
"그러면 자네 자신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하던가?" "그게 마지막이 될지라도 나는 역시 선장님 앞에서 수로 안내자 역할을 할 겁니다." "그래서 자네가 앞서 간다면 그런 일이 정말로 일어난다면-내가 자네를 따라가기 전에 자네가 내 앞에 나타나 나를 안내해야 한단 말이지? 그러지 않았나? 나는 자네 말을 모두 믿었지? 오오, 나의 수로 안내자여! 나는 여기서 두 가지를 맹세하겠네. 모비 딕을 죽이고, 나는 살아남겠다고." "한 가지만 더 맹세하세요, 선장님." 배화교도는 어둠 속에서 반딧불이처럼 눈을 빛내며 말했다. "삼밧줄만이 선장님을 죽일 수 있다고." - P592
그들은 서른 명이 아니라 한 사람이었다. 그들을 모두 태우고 있는 한 척의 배는 온갖 잡다한 것-참나무, 단풍나무, 소나무, 쇠, 역청, 삼베-이 모인 것이고, 그것들이 복잡하게 서로 얽혀서 하나의 구체적인 배가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중앙에 긴 용골이 배치되어 균형과 방향성을 부여해야만 물 위에 뜰 수 있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선원들의 다양한 개성-이 사람의 용기, 저 사람의 두려움, 죄와 결백-이 하나로 융합되어 그들의 주재자이며 용골인 에이해브가 가리키는 대로 그 숙명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 P660
"보세요! 모비 딕은 당신을 노리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당신이 모비 딕을 미친 듯이 노리고 있단 말입니다." - P676
바다라는 거대한 수의는 5천 년 전에 굽이치던 것과 마찬가지로 물결치고 있었다. - P683
나만 홀로 피한고로 주인께 고하러 왔나이다. -「욥기」 - P683
비극도 너무 장엄하면 슬픈 게 아니라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걸 미학에서는 숭고미라고 하는데. 내가 뭔가 고양되는 느낌, 그래서 내 삶이 구원받는 느낌이 드는 것, 그게 문학을, 예술을 접하고 경험하는 이유가 아닐까. 『모비 딕』을 읽는 것도 그렇다. 그 과정은 모비딕을 쫓아가는 그 험난한 항해만큼이나 길고 어렵지만, 그 끝에 이르러 위와 같은 장면과 마주치면 어느 순간 독자들은 자신의 영혼이 한껏 고양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부록 中) - P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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