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지금 세상에서 월급 자리 얻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말한다. 하지만, 보통학교만 졸업하고도, 고등학교만 나오고도, 회사에서 관청에서 일들만 잘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어머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또 동경엘 건너가 공불 하고 온 내 아들이, 구해도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中) - P93

안전지대 위에, 사람들은 서서 전차를 기다린다. 그들에게 행복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은 분명히, 갈 곳만은 가지고 있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中) - P98

다만 구보는 고독을 삼등 대합실 군중 속에 피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오히려 고독은 그곳에 있었다. 구보가 한옆에 끼어 앉을 수도 없게시리 사람들은 그곳에 빽빽하게 모여 있어도, 그들의 누구에게서도 인간 본래의 온정을 찾을 수는 없었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中) - P114

벗과, 벗과 같이 있을 때, 구보는 얼마쯤 명랑할 수 있었다. 혹은 명랑을 가장할 수 있었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中) - P120

연민과 동정은 극히 애정에 유사하면서도 그것은 결코 애정일 수 없다. 그러나 증오는―, 증오는 실로 왕왕히 진정한 애정에서 폭발한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中) - P152

구보는 잠깐 주저하고, 내일, 내일부터, 내 집에 있겠소, 창작하겠소―.
"좋은 소설을 쓰시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中) - P157

사랑하는 사람은 항상 화제에 궁하다.
(애욕 中) - P164

(...) 사람과 사람의 관계란 어쩌면 그들의 실체의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에, 그들의 마음의 거리는 도리어 더욱더 가까워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나는 그러한 것을 마음 한구석에 느끼며 역시 아무도 다시 만나는 일 없이 나는 외로이 또 고요히 땅 위에서 사라지리라 마음먹었다.
(거리 中) - P240

도덕은 경제에 종속되고, 경제는 새로운 도덕을 창출하여 전에 비도덕적이었던 행위가 도덕적인 것으로 뒤바뀐다. 그래서 사람들은 불행해진다.
(작품해설 中) - P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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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을 이슈메일이라고 해두자.
(Call me Ishmael.)
- P31

마지막으로 말하거니와, 나는 언제나 일개 선원으로서 바다에 나간다. - P35

다른 사람들은 고상한 비극에서 당당한 역할을 맡거나 우아한 희극에서 짧고 쉬운 역할을 맡거나 익살극에서 유쾌한 광대 역할을 맡는데, ‘운명‘이라는 무대감독이 왜 나한테는 고래잡이 항해의 이 초라한 역할을 맡겼는지, 그 정확한 이유는 나도 알 수 없다. - P36

"여러분, 이 세상에서는 죄인도 돈만 내면 여권이 없어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선량하지만 가난한 사람은 모든 국경에서 저지당하고 맙니다." - P80

"모든 고통의 우현 쪽에는 확실한 기쁨이 있습니다. 그리고 고통의 바닥이 깊은 것보다도 그 기쁨의 꼭대기가 더 높습니다. 내용골이 낮은 것보다 돛대 꼭대기의 장관이 더 높지 않습니까?" - P86

"돛대 세 개가 모두 뱃전에 부딪혀 끊임없이 요란한 소리를 내고 사방에서 파도가 밀려와 부서지는데, 그런 와중에 죽음과 심판을 생각하라고? 그때 에이해브 선장과 내가 생각한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이었어. 어떻게 하면 선원들을 모두 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임시 돛대를 세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가장 가까운 항구로 갈 수 있을까? 그것만 생각했단 말일세." - P135

노인들은 대체로 잠이 오지 않는 법이다. 삶과 더 오래 연결되어 있을수록 인간은 죽음을 생각하게 하는 그 무엇과도 관계를 덜 갖게 된다. - P173

"이마에 주름이 잡혀 있고 아가리가 우그러진 고래를 발견하는 자, 대가리가 희고 오른쪽 꼬리에 구멍이 세 개 뚫린 고래를 발견하는 자, 그 흰 고래를 발견하는 자에게 이 금화를 주겠다!" - P214

"그래, 스타벅. 그리고 모두 잘 들어주기 바란다. 내 돛대를 앗아간 녀석은 바로 모비 딕이었다. 그리고 내가 지금 의지하고 서 있는 이 죽은 다리를 가져다준 놈도 모비 딕이었다."
그는 비탄에 빠진 사슴처럼 동물적인 소리로 울부짖었다. "그래, 그래. 나를 파괴하여 영원히 의족에 의지하는 가엾은 신세로 만든 건 바로 그 가증스러운 흰 고래였다!" - P215

"나는 희망봉을 돌고 혼 곶을 돌고 노르웨이 앞바다의 소용돌이를 돌고 지옥의 불길을 돌아서라도 놈을 추적하겠다. 그놈을 잡기 전에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대륙의 양쪽에서 지구 곳곳에서 그놈의 흰 고래를 추적하는 것, 그놈이 검은 피를 내뿜고 지느러미를 맥없이 늘어뜨릴 때까지 추적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항해하는 목적이다." - P216

"말 못 하는 짐승한테 복수라니!" 스타벅이 외쳤다. "그 고래는 단지 맹목적인 본능으로 공격했을 뿐인데! 이건 미친 짓이에요! 말 못 하는 짐승에게 원한을 품다니, 천벌을 받게 될 겁니다." - P217

그들은 이익이 남는 항해에 정신이 팔렸고, 그 이익은 조폐국에서 찍어낸 달러로 헤아릴 수 있는 것이었다. 반면에 에이해브는 무엇으로도 누그러뜨릴 수 없는 대담하고 초자연적인 복수에 몰두해 있었다. - P245

오오, 인간들이여! 고래를 찬미하고, 그들을 본받아라! 그대들도 얼음 속에서 따뜻한 체온을 유지해라. 그대들도 이 세상의 일부가 되지 말고 이 세상 속에서 살아라. 적도에서는 시원하게 지내고, 극지에서도 피가 계속 흐르게 하라. - P383

늙어빠지고 외팔이에다 장님이지만, 이놈은 인간들의 즐거운 결혼식과 흥겨운 잔치를 밝혀주기 위해, 또한 만물은 만물에 대해 절대로 해를 끼치면 안 된다고 설교하는 엄숙한 교회를 밝히기 위해 죽어야 하는 것이다. - P437

나는 고래를 모른다. 앞으로도 영원히 모를 것이다. 고래의 꼬리조차 모르는데 어떻게 머리를 알 수 있겠는가? 게다가 고래는 얼굴이 없는데, 내가 어떻게 고래의 얼굴을 알겠는가? 고래는 나한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그대는 내 뒷부분인 꼬리는 보겠지만, 내 얼굴을 보지는 못할 거라고. 그런데 나는 고래의 뒷부분인 꼬리조차 완전히 이해할수 없으니, 그가 제 얼굴에 대해 어떤 암시를 주더라도 나는 다시 말할 수밖에 없다. 고래에겐 얼굴이 없다고. - P460

오! 친구들이여. 이것은 정말로 사람 죽이는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인생이다. 우리는 오랜 고생 끝에 이 세상에서 가장 덩치 큰 동물에게서 비록 적지만 귀중한 경뇌유를 빼낸 뒤, 몸은 녹초가 되었지만 참을성 있게 몸에 묻은 오물을 씻어내고, 영혼의 임시 거처인 육신을 깨끗이 유지하면서 사는 법을 배우자마자 "고래가 물을 뽑는다!" 하는 외침소리에 영혼은 분출되고, 우리는 또 다른 세계와 싸우리 달려가, 젊은 인생의 판에 박힌 일을 처음부터 다시 되풀이한다. - P516

"기름은 새든 말든 내버려둬. 나도 줄줄 새고 있어. 암, 새고말고! 내게는 새는 기름통이 가득 차 있을 뿐만 아니라, 새는 기름통을 싣고 있는 배도 새고 있어. 그건 ‘피쿼드‘호보다 훨씬 심한 곤경에 빠져 있지! 하지만 새는 구멍을 막으려고 멈춰 서지 않아. 짐을 잔뜩 실은 배에서 새는 구멍을 어떻게 찾을 수 있겠나? 구멍을 찾았다 해도, 이렇게 으르렁거리는 인생의 강풍 속에서 어떻게 구멍을 막는단 말인가?" - P566

"선장님은 웃을지 모르지만, 에이해브는 에이해브를 경계해야 합니다. 영감님, 자신을 조심하십시오." - P568

"우리의 삶에도 온 길로 되돌아가지 않는 한결같은 전진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정해진 단계를 거쳐 나아가다가 마지막 단계에서 멈추는 것도 아니다. 즉 유년기의 무의식적인 도취, 소년 시절의 맹신, 청춘 시절의 의심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운명), 이어서 회의, 그다음에는 불신의 단계를 거쳐 마침내 ‘만약에‘를 심사숙고하는 성년기의 평정 단계에서 정지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그 단계를 다 거치고 나면 우리는 다시 첫 단계로 돌아가서 유아기와 소년기를 거쳐 어른이 되어 ‘만약에‘를 영원히 되풀이하는 것이다. 우리가 더이상 닻을 올리지 않을 마지막 항구는 어디에 있는가?" - P585

"하지만 선장님은 이 항해에서 죽기 전에 바다에서 두 개의 관을 보게 될겁니다. 첫번째 관은 인간의 손으로 만든 게 아니고, 마지막 관은 눈에 보이는 목재를 보면 미국에서 자란 나무가 분명합니다." - P592

"그러면 자네 자신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하던가?"
"그게 마지막이 될지라도 나는 역시 선장님 앞에서 수로 안내자 역할을 할 겁니다."
"그래서 자네가 앞서 간다면 그런 일이 정말로 일어난다면-내가 자네를 따라가기 전에 자네가 내 앞에 나타나 나를 안내해야 한단 말이지? 그러지 않았나? 나는 자네 말을 모두 믿었지? 오오, 나의 수로 안내자여! 나는 여기서 두 가지를 맹세하겠네. 모비 딕을 죽이고, 나는 살아남겠다고."
"한 가지만 더 맹세하세요, 선장님." 배화교도는 어둠 속에서 반딧불이처럼 눈을 빛내며 말했다. "삼밧줄만이 선장님을 죽일 수 있다고." - P592

그들은 서른 명이 아니라 한 사람이었다. 그들을 모두 태우고 있는 한 척의 배는 온갖 잡다한 것-참나무, 단풍나무, 소나무, 쇠, 역청, 삼베-이 모인 것이고, 그것들이 복잡하게 서로 얽혀서 하나의 구체적인 배가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중앙에 긴 용골이 배치되어 균형과 방향성을 부여해야만 물 위에 뜰 수 있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선원들의 다양한 개성-이 사람의 용기, 저 사람의 두려움, 죄와 결백-이 하나로 융합되어 그들의 주재자이며 용골인 에이해브가 가리키는 대로 그 숙명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 P660

"보세요! 모비 딕은 당신을 노리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당신이 모비 딕을 미친 듯이 노리고 있단 말입니다." - P676

바다라는 거대한 수의는 5천 년 전에 굽이치던 것과 마찬가지로 물결치고 있었다. - P683

나만 홀로 피한고로 주인께 고하러 왔나이다.
-「욥기」 - P683

비극도 너무 장엄하면 슬픈 게 아니라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걸 미학에서는 숭고미라고 하는데. 내가 뭔가 고양되는 느낌, 그래서 내 삶이 구원받는 느낌이 드는 것, 그게 문학을, 예술을 접하고 경험하는 이유가 아닐까. 『모비 딕』을 읽는 것도 그렇다. 그 과정은 모비딕을 쫓아가는 그 험난한 항해만큼이나 길고 어렵지만, 그 끝에 이르러 위와 같은 장면과 마주치면 어느 순간 독자들은 자신의 영혼이 한껏 고양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부록 中) - P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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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프랑켄슈타인 - 세계문학전집 094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4
메리 셸리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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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나는 인간 본성의 기초 원칙들이 지니는 진실은 훼손하지 않으려 애쓰되, 그 원칙들을 조합하는 데는 개선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 P6

과거 과학의 대가들이 불멸과 권력을 꿈꾸었던 것과는 몹시 달랐다. 그런 견해들은 현실적으로 무익할지언정 장대했다. 하지만 이제 과학계는 변했다. 연구자들의 야심은 애초에 나로 하여금 과학에 흥미를 갖게 만든 그 꿈들을 무너뜨리는 데 국한되어 있는 것 같았다. 말하자면 무한한 영화(榮華)의 환각을 버리고 보잘것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는 셈이었다. - P23

"이 과학의 고대 스승들은 불가능한 일을 약속하고 아무것도 실현하지 못했습니다. 현대의 대가들은 약속하는 바가 거의 없습니다. 금속의 형질 변형은 불가능하며 불멸의 묘약은 허깨비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 철학자들의 두 손은 기껏해야 흙이나 만지작거리는 데 쓰는 것이고 두 눈은 현미경이나 도가니를 들여다보는 물건 같지만, 이들이야말로 기적을 일구는 사람들입니다." - P24

"현대의 철학자들은 바로 이 사람들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에 지식의 근간을 빚진 셈이지. 그들은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쉬운 작업을 남겨주었다네. 상당 부분 그들 덕분에 조명된 사실들에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고 서로 연관된 분류 체계로 정렬하는 일이지. 천재들의 노고란 아무리 오도된 것이라도 결국은 인류의 선을 공고히 하는 데 쓰이기 마련이라네." - P24

계획이 아무리 장대하고 복잡하다 해도 실행이 불가능하다는 뜻이 될 수는 없었다. - P27

사랑하는 것이 남아 있는 한 두려움의 여지도 항상 남아 있기 마련이다. - P48

"사람들은 모두 끔찍한 흉물을 저주하지. 그러니 살아 있는 그 어떤 생물보다 비참한 나를 얼마나 증오하겠는가! 하지만 당신, 내 창조자인 당신이 나를 혐오하고 내치다니." - P52

"나는 당신의 피조물이니 당신이 내게 빚진 의무를 다하기만 한다면, 나 역시 본연의 영주이자 왕인 당신의 뜻을 고분고분하게 따를 생각이다. 오, 프랑켄슈타인,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대하면서 나만 짓밟지는 말란 말이다. 나야말로 당신의 정의, 심지어 당신의 관용과 사랑을 누구보다 받아 마땅한 존재니까. 기억하라, 내가 당신의 피조물이라는 사실을." - P53

"내 말을 들어달라. 그다음에, 할 수 있다면, 그리고 의지가 있다면, 자기 손으로 만들어낸 작품을 파괴하도록 하라." - P53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았고 누구와도 유대가 없었다. ‘내 떠나는 길은 자유로우니’ 내 죽음을 슬퍼할 사람 하나 없었다. 육신은 흉측했고 덩치는 거인과 같았다. 이건 무슨 뜻일까? 나는 누구일까? 나는 무엇일까? 어디서 왔을까? 내 목적지는 어디일까? - P67

‘내가 생명을 얻은 그날을 증오한다!’ - P68

"나는 외롭고 불행하다. 사람들은 나와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처럼 기형이고 추악한 존재라면 날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내 반려자는 나와 똑같은 종족이고 같은 결함을 가져야만 한다. 당신은 바로 이런 존재를 창조해내야 한다." - P75

"자신이 지혜롭다는 오만에 차 있지만 사실은 얼마나 무지한 위인인가! 그만둬.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 P106

"내가 생명을 준 존재를 추적해 파괴해야 합니다. 그때는 지상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마무리되니, 죽어도 좋을 거요." - P112

"(...) 그 후로 악은 나의 선이 되었다. 여기까지 몰리자, 이젠 자발적으로 선택했던 요소에 내 본성을 적응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악마적 계획의 완수가 도저히 충족되지 않는 열망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끝이 났다. 저기 내 마지막 희생자가 있으니!" - P117

"그러나 머지않아 나는 죽을 것이다." 그는 슬프고도 엄숙한 열정으로 부르짖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을 더 이상 느끼지 않게 될 것이다. 곧 이 타오르는 아픔도 끝날 것이다. 의기양양하게 장작더미에 올라, 고문하는 불길의 고통 속에서 희열을 느끼리라. 그 화염이 잦아들면 나의 재는 바람에 휩쓸려 바다로 날아가리라. 내 영혼은 평화로이 잠들 것이고, 행여 영혼이 생각을 한다 해도 설마 이렇지야 않겠지. 이만 안녕히."
괴물은 이렇게 말하며 선실 창문에서 펄쩍 뛰어 배에 바짝 붙어 있던 얼음뗏목에 올랐습니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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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는 사랑이 깃들어 있었다. 그의 증오심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는 어떤 감정을 다른 감정으로 잘못 받아들였던 것이다. - P600

「나는 죄다 잊어버리고 다시 시작하고 싶었어, 소냐.」 - P614

「난 말이야, 소냐, 궤변 없이 그냥, 자신을 위해서,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해서 죽이고 싶었어! (...) 나는 그때 알고 싶었던 거야, 어서 알고 싶었어. 다른 사람들처럼 내가 <이>인가, 아니면 인간인가를 말이야. 내가 선을 뛰어넘을 수 있는가, 아니면 넘지 못하는가! 나는 벌벌 떠는 피조물인가, 아니면 권리를 지니고 있는가...」

- P615

「본질적인 목적만 정당하다면 한 번 정도의 악행은 허용될 수 있다는 그런 식의 이론입니다. 단 한 번의 악과 수백 가지의 선행이라는 거지요!」 - P724

그들을 부활시킨 것은 사랑이었고, 한 사람의 마음을 위한 삶의 무한한 원천이 간직되어 있었다. - P808

그는 다만 느꼈다. 변증법 대신에 삶이 도래했고, 의식 속에서 무언가 전혀 다른 것이 형성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 P809

<그녀의 신념이 이제 나의 신념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적어도, 그녀의 감정, 그녀의 갈망은...> - P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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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단정지을 수 있었던 단 한 가지 이유는 자신의 계획이 <범죄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 P109

<어디서 읽었더라? 사형 선고를 받은 어떤 사람이 죽기 한 시간 전에 이런 말을 했다던가, 생각했다던가. 겨우 자기 두 발을 디딜 수 있는 높은 절벽 위의 좁은 장소에서 심연, 대양, 영원한 암흑, 영원한 고독과 영원한 폭풍에 둘러싸여 살아야 한다고 할지라도, 그리고 평생, 1천 년 동안, 아니 영원히 1아르신밖에 안 되는 공간에 서 있어야 한다고 할지라도, 그래도 지금 죽는 것보다는 사는 편이 낫겠다고 했다지! 살 수만 있다면, 살 수만 있다면, 살 수만 있다면...! 어떻게 살든, 살 수 있기만 하다면...! 그만한 진실이 또 어디 있겠나! 그래, 이건 정말 대단한 진실이 아닌가! 인간은 비열하다...! 또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그를 비열하다고 하는 놈도 비열하다.> - P230

「우리 모두는 사실 미친 사람과 거의 비슷할 때가 무척 많이 있습니다. 다만 아주 작은 차이로 <환자들이> 우리보다는 약간 더 미친 거지요.」 - P329

문득 그는 자신이 지금 무서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 앞으로 다시는 모든 일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 더 이상은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그 누구와도 결단코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분명하고 확실하게 다시금 이해하게 되었던 것이다. - P333

그렇게 웃으면서, 그는 뽀르피리 빼뜨로비치의 방으로 들어섰다. 바로 이것이 라스꼴리니코프에게는 필요했던 것이다. 웃으면서 들어가 현관에서 그들이 여전히 웃는 것을 안에서도 듣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 P360

「하나는 저급한(평범한) 부류로서 오로지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을 출산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사람들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가 처한 환경 속에서 <새로운 말>을 할 줄 아는 재능 혹은 천분을 부여받은 사람들입니다. 첫 번째 부류, 즉 재료는 대체로 말해서 자기 천성상 보수적이고 체면을 차리는 사람들로 복종 속에서 살아가면서 순종하기를 좋아합니다. 제 생각에 그들은 반드시 복종을 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그것이 그들의 사명이고, 그렇게 하는 게 그들에게는 전혀 굴욕적으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부류의 사람들 모두는 그 능력에 따라서 법률을 어기는 파괴자들이거나 그럴 경향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 대부분은 다양한 분야에서 더 좋은 것의 이름으로 현재의 것을 파괴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그는 자기 사상을 위해 시체와 피를 건너뛰어야 한다면, 자기 내면의 양심에 따라서 피를 뛰어넘는 걸 스스로 스스로에게 허용할 수 있습니다.」 - P378

「하지만 그것도 사상과 그것의 중요도에 따라서 그렇다는 겁니다. 저는 제 논문에서 이런 의미에서만 범죄에 대한 그들의 권리가 유효하다는 것을 말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대중은 거의 한 번도 그들의 이러한 권리를 인정한 적이 없으므로, 이제까지 그들을 처형하고 교살해왔습니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아주 정당하게 자신의 보수적인 사명을 수행했던 거지요. 다만 다음 세대에서는 대중들이 처형당한 사람들을 연단 위에 올려놓고 그들에게 경배심을 표하지요. 첫 번째 부류는 항상 현재의 사람들이고, 두 번째 부류는 미래의 사람들입니다. 전자는 세계를 보존하고 그 수를 늘립니다. 후자는 세계를 움직여서 그 목적으로 인도하지요. 이 부류도 저 부류도 존재할 권리를 완전히 동등하게 소유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제가 보기에 모든 이들은 동등한 권리를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 P378

「그러니까 너 자신만의 의견은, 내 생각에는 정말 무서운 일이지만, 어쨌거나 네가 <양심상> 유혈을 허용한다는 점이야. 바로 이 점이 네 생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야. <양심상> 유혈을 허용한다는 것, 그것은...그것은 내 생각에 유혈을 공식적으로 그리고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것보다도 더 무서운 일이야...」 - P383

「만일 그렇다면, 실제로 당신은 살다가 겪는 실패나 어려움 때문에 또는 전 인류를 돕겠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장애를 뛰어넘으려는 결단을 내리지는 않으셨습니까? 그러니까 예를 들면, 살인을 하고 도둑질을 하는 일 말입니다...」 - P386

<나는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라. 원칙을 죽인 것이다! 나는 원칙을 죽였지만, 도저히 그것을 뛰어넘을 수가 없어서, 아직 이쪽에 남아있는 것이다... (중략) 삶은 내게 단 한 번만 주어질 뿐, 그 이상은 주어지지 않는다. 나는 《전 인류의 행복》을 기다리고 싶지 않다. 나는 나 자신의 삶도 살고 싶다.> - P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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