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단정지을 수 있었던 단 한 가지 이유는 자신의 계획이 <범죄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 P109

<어디서 읽었더라? 사형 선고를 받은 어떤 사람이 죽기 한 시간 전에 이런 말을 했다던가, 생각했다던가. 겨우 자기 두 발을 디딜 수 있는 높은 절벽 위의 좁은 장소에서 심연, 대양, 영원한 암흑, 영원한 고독과 영원한 폭풍에 둘러싸여 살아야 한다고 할지라도, 그리고 평생, 1천 년 동안, 아니 영원히 1아르신밖에 안 되는 공간에 서 있어야 한다고 할지라도, 그래도 지금 죽는 것보다는 사는 편이 낫겠다고 했다지! 살 수만 있다면, 살 수만 있다면, 살 수만 있다면...! 어떻게 살든, 살 수 있기만 하다면...! 그만한 진실이 또 어디 있겠나! 그래, 이건 정말 대단한 진실이 아닌가! 인간은 비열하다...! 또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그를 비열하다고 하는 놈도 비열하다.> - P230

「우리 모두는 사실 미친 사람과 거의 비슷할 때가 무척 많이 있습니다. 다만 아주 작은 차이로 <환자들이> 우리보다는 약간 더 미친 거지요.」 - P329

문득 그는 자신이 지금 무서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 앞으로 다시는 모든 일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 더 이상은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그 누구와도 결단코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분명하고 확실하게 다시금 이해하게 되었던 것이다. - P333

그렇게 웃으면서, 그는 뽀르피리 빼뜨로비치의 방으로 들어섰다. 바로 이것이 라스꼴리니코프에게는 필요했던 것이다. 웃으면서 들어가 현관에서 그들이 여전히 웃는 것을 안에서도 듣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 P360

「하나는 저급한(평범한) 부류로서 오로지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을 출산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사람들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가 처한 환경 속에서 <새로운 말>을 할 줄 아는 재능 혹은 천분을 부여받은 사람들입니다. 첫 번째 부류, 즉 재료는 대체로 말해서 자기 천성상 보수적이고 체면을 차리는 사람들로 복종 속에서 살아가면서 순종하기를 좋아합니다. 제 생각에 그들은 반드시 복종을 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그것이 그들의 사명이고, 그렇게 하는 게 그들에게는 전혀 굴욕적으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부류의 사람들 모두는 그 능력에 따라서 법률을 어기는 파괴자들이거나 그럴 경향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 대부분은 다양한 분야에서 더 좋은 것의 이름으로 현재의 것을 파괴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그는 자기 사상을 위해 시체와 피를 건너뛰어야 한다면, 자기 내면의 양심에 따라서 피를 뛰어넘는 걸 스스로 스스로에게 허용할 수 있습니다.」 - P378

「하지만 그것도 사상과 그것의 중요도에 따라서 그렇다는 겁니다. 저는 제 논문에서 이런 의미에서만 범죄에 대한 그들의 권리가 유효하다는 것을 말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대중은 거의 한 번도 그들의 이러한 권리를 인정한 적이 없으므로, 이제까지 그들을 처형하고 교살해왔습니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아주 정당하게 자신의 보수적인 사명을 수행했던 거지요. 다만 다음 세대에서는 대중들이 처형당한 사람들을 연단 위에 올려놓고 그들에게 경배심을 표하지요. 첫 번째 부류는 항상 현재의 사람들이고, 두 번째 부류는 미래의 사람들입니다. 전자는 세계를 보존하고 그 수를 늘립니다. 후자는 세계를 움직여서 그 목적으로 인도하지요. 이 부류도 저 부류도 존재할 권리를 완전히 동등하게 소유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제가 보기에 모든 이들은 동등한 권리를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 P378

「그러니까 너 자신만의 의견은, 내 생각에는 정말 무서운 일이지만, 어쨌거나 네가 <양심상> 유혈을 허용한다는 점이야. 바로 이 점이 네 생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야. <양심상> 유혈을 허용한다는 것, 그것은...그것은 내 생각에 유혈을 공식적으로 그리고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것보다도 더 무서운 일이야...」 - P383

「만일 그렇다면, 실제로 당신은 살다가 겪는 실패나 어려움 때문에 또는 전 인류를 돕겠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장애를 뛰어넘으려는 결단을 내리지는 않으셨습니까? 그러니까 예를 들면, 살인을 하고 도둑질을 하는 일 말입니다...」 - P386

<나는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라. 원칙을 죽인 것이다! 나는 원칙을 죽였지만, 도저히 그것을 뛰어넘을 수가 없어서, 아직 이쪽에 남아있는 것이다... (중략) 삶은 내게 단 한 번만 주어질 뿐, 그 이상은 주어지지 않는다. 나는 《전 인류의 행복》을 기다리고 싶지 않다. 나는 나 자신의 삶도 살고 싶다.> - P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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