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서 책을 뜯어내는 과정은 오래된 그림을 패널에서 떼어내는 일처럼 까다롭고 위험스러운 일일세. 안전하게 떼어내려면 뇌 전체를 긁어내야 해 - 그런데 그렇게 수고를 들인다고 하더라도 떼어낸 그림이 그만 한 가치가 없을 수도 있지.”<모비딕>을 열 번 넘게 읽었다는 저자가 책 <모비딕을 파헤쳤을 뿐 아니라 모비딕의 저자 멜빈 그리고 모비딕의 등장인물 이슈메일과 에이해브까지 들여다본 작품이다.이 책은 단순히 모비딕에 대한 소개와 작품 해설이 아니라 저자의 삶이 작품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여러번 읽지 않고서는 알지 못하는, 책 평론가의 입장이 아닌 독자의 입장으로 해체하였다.모비딕이 지금의 삶에서 어떤 부분에 영향을 주고 어떤 메시지를 담고있는 작품인지 작품 속 상황이나 문장을 통해 해석하고 멜빈의 당시 삶이 문장의 표현법에서 나오거나 등장인물 간의 상황에서 비춰지는 것도 있었다. 모비딕은 그 두께부터 위압감이 넘쳐서(ㅎㅎ) 쉽게 펼칠 수 없지만 책을 읽으면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생생한 후기들!이 책은 특히 모비딕을 적어도 1독 한 사람이 읽는다면 이해가 쉬울 것 같고, 모비딕을 읽을 예정인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모비딕을 펼치고 싶은 욕구가 생길 것 같다.
전작인 빛 혹은 그림자의 영향으로 작가 로런스 블록이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엮은 이번 책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전작이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이용한 소설을 엮었다면 이번엔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통한 소설을 엮었다.미켈란젤로, 고흐, 고갱 부터 시작해 고대 벽화까지. 저자들에게 영감을 준 다양한 작품들을 읽었다.특히 인상 깊었던 단편은 고흐의 작품이자 이 책의 제목인 <주황은 고통, 파랑은 광기>이다.고흐의 작품에 숨겨진 의미를 찾다 그의 삶을 알고 그대로 따라가며 죽음까지 이르는 친구를 보며 안타까워하다 왜 그가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결국 자신도 고흐의 삶을 따라가게 되는 내용인데 그 뒤에 숨겨진 반전 또한 좋았다.그 외에 <이발사 찰리> <의미있는 발견> <홍파> <가스등>이 기억에 남는다.다음 시리즈가 있을지 모르지만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메리트는 충분한 것 같다.
“세상은 어쩔 수 없는 일들로 넘쳐 나고 있으니. 부당하다고 성을 내도 에너지만 소모될 뿐이다. 그러니 깊이 생각하지 않도록 마음을 누르고 사는 수밖에.”롤리타 콤플렉스라는 다소 예민한 주제를 다룬 소설 작품. 성인 여성 아닌 어린 아이에게 관심과 사랑을 느끼는 남자 주인공 ‘후미’와 어릴 때 두 부모를 잃고 친척에게 위탁되었지만 사촌의 성적 희롱으로 후미를 만난 여자 주인공 ‘사라사’.설마 설마 했던 잔인한 범죄 이야기가 아니라 두 주인공의 섬세한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특히 후미의 인자하고 바다같이 넓은 마음씀씀이가 참 매력적이었다.사라사는 전형적인 답답이 스타일(?)!내면이 강인하게 비춰지는 것 같아도 자신의 부당함을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휘둘리는 것만 같아 답답했다.그런 둘의 만남은 참 좋은 시너지. 이야기 전개는 다소 억지스럽고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가독성은 좋았다.세상이 ‘나’를 평가하는 잣대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게 얼마나 힘든지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다시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