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져야 할 때 따지는 거.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어쩔 수 없지 하면서 하나둘 넘기다 보면 그게 다 곪아서 병나요. 그러니까 억울한 일 당하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바락바락 따져요. 분이 풀릴 때 까지 따져. 아직 살날이 많잖아. 그래야 살 수 있어.˝이유를 알 수 없는 블랙홀이 나타나고 같이 발견했던 절친한 필희가 사라지며 실종에 대한 강한 트라우마를 가진 희영의 등장을 시작으로 각 인물들의 꼬리를 문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친구의 실종이 자신의 탓이라는 죄책감을 품고 쉽게 잠들지 못하고 베란다에서 타인의 삶을 망원경으로 몰래 훔쳐보고 다른 사람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오지랖을 보여주는 삶을 보면서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는 희영. 자식들을 버리고 또 다른 자식을 버린 남자와 어느 날 도망가버린 엄마를 미워하면서도 어쩌면 그리워하는, 그렇지만 사라진 언니가 생각나서 용서할 수 없으면서도 연락하게 되는 엄마. 이런 감정을 남은 아빠에게 털어놓을 수 없어 여름이면 ‘매앰매앰’ 시끄럽게 우는 매미가 아빠 탓이라고, 우는데 쳐다보지 않으면 미쳐버리지 않겠냐고 소리쳐 우는 필성. 다양하게 엮여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이들에겐 블랙홀의 구멍처럼 시커멓고 텅 빈, 가루로 사라져버린 돌덩이처럼, 그들 역시 지우고 싶은 아픔, 수치, 절실함, 미안함, 그리움을 가지고 있다.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 받은 감정들을 묵혀놔서 독을 품은 이들에게 블랙홀이 피난처로 보이진 않았을까?필희는 정말 어디로 갔을까? 자신에게 쓰나미처럼 몰려온 불행들을 견디지 못하고 블랙홀에 몸을 던졌을까 아니면 그녀를 못 알아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 불행들을 다루며 살아내고 있을까?자꾸만 궁금해지는 내용들에 붙잡혀서 마지막까지 읽어 작품은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것 같은 여운이 계속 남는다.
“나는 이 책에서 감각의 기원과 진화 과정에 대해 탐구해보고 싶다.”2004년 출간 이후 19년 만의 개정판으로 돌아온 해당 작품은 후각, 촉각, 미각, 청각, 시각 그리고 공감각의 여섯가지 목차와 위의 감각과 관련된 아주, 아주아주 다양한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감각에 관한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되지만 특히 후각에 관한 소설, 파트리스 쥐스킨트의 [향수]는 아직도 살색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절망적이고 절실해질 수 있는지 뼈져리게 느낀 작품이었다. ([향수] 추천합니다!!)각 감각을 주관하는 인체의 과학적 소견부터 이 감각이 어떻게 시작했고 발전해나가는지에 관한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감각과 동반된 그날의 기억들은 몸에 저장되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감각을 다시 경험하면 그날의 기억들이 되살아난다는 부분을 읽으며 적극적인 공감을 했다. 오랜만에 주변 자극에 몸의 감각들이 예민해지고 스스로 자각하는 시간이었다.
“한 명을 죽이는 정도로는 모든 학대범을 막을 수 없다면, 문화가 변화하는 추세를 되돌릴 수 없다면, 살상 무기의 발명을 막을 수 없다면,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없다면 ...... 그렇다면 더 많이 죽이는 수밖에.”<종이 동물원> 작품의 저자 켄 리우의 세 번째 단편집. 11편의 단편들 모두 다른 설정이라 신선했지만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은▫️육체를 떠나서 인간의 정신을 데이터 세계로 내보내게된 과정을 선보인 ‘포스트휴먼 3부작’▫️나라간 물품을 비행선으로 보급하며 비행선에서 살아가는 부부의 기록을 담은 ‘장거리 화물 비행선‘▫️불특정 시간에 잔혹하게 시행되는 상대방의 미래를 본 주인공의 선택을 그린 ’카산드라‘작품이 과학적인 부분도 많고 설정이 디테일하고 설명이 전문적이라 과학자인가 싶어 작가의 이력을 봤더니 프로그래머이자 변호사 그리고 하버드 출신. 그래서 ’포스트휴먼 3부작‘이 그렇게 전문적이었나…소프트(?) 공상과학 소설집을 읽고 싶다면 추천. 그렇지만 전문적인 과학 지식만 쓰여진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설정과 문화, 환경을 통해 단편마다 다른 분위기의 작품을 읽을 수 있었다. 전작을 두 권 모두 사놓고도 왜 읽지를 않았는가… 이 작품을 읽어보니 전작이 더 궁금해지는 시간이었다.
”나는 여성이 해야만 하는 모든 의무를 엄숙하게 수행하는 동시에 그런 일들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려 노력했다.“브론테 자매에 대한 어떤 사전 지식도 없이 읽어나갔지만 브론테 자매와 그 시절 환경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유명한 고전 작품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을 쓴 작가가 자매였다니! 이 사실을 알고나니 작품이 더 흥미로웠다. 책의 시작은 브론테 자매의 할아버지에 대해 페트릭 브론테가 보낸 편지를 시작으로 브론테 자매의 유년시절부터 그들의 죽음까지 이어진다.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고 힘든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일을 하며 글을 쓴 그녀들의 삶은 참 고단했다. 경제적 여유가 안되어 기숙학교에 생활하며 언니 둘을 잃은 가족들의 비극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브론테 일가의 자식들은 모두 40을 넘기지 못했고 형제들 모두 아이를 낳지 못하고 죽었다. 시대적으로 청결하지 못한 환경과 태생적 연약함이 그들 죽음의 원인인 것 같다.“문학은 여성에게 필생의 사업일 수 없으며 그렇게 되어서도 안됩니다. 여성은 자신에게 합당한 직분에 몰두할수록 그저 교양이나 기분 전환을 위해 문학에 시간을 쏟을 여유가 없어지니까요. 당신은 아직 그러한 직분으로 인도되지 못했지만, 장래에 그렇게 된다 면 명성을 얻고 싶다는 열망도 줄어들 겁니다. 즐거움을 위해 상상력을 발휘하려 하지도 않겠죠......“작가를 생계수단으로 여기려던 자매들은 그 시절 여성의 ‘위치’와 사회적 억압 때문에 글쓰기를 업으로 삼진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았고 꾸준한 노력 덕분에 결국 이뤄냈다. <제인 에어>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샬럿 브론테의 유년시절, 기숙학교에서의 삶이 <제인 에어>에 고스란히 표현되는 장면을 읽고나니 <제인 에어>가 궁금해졌다. 누군가는 영원한 고전이라고 하지만 누군가는 유치한 사랑이야기라고 하니… 언젠가 꼭 읽고 싶어졌다.실제 그들이 주고받은 편지와 다양한 삽화, 그림, 실제 자료가 더해져 실제로 브론테 일가의 시대로 돌아간 느낌을 받았다. 특히 이 책의 시리즈는 해당 작가의 팬들이 읽는다면 더 공감하거나 몰랐던 부분을 많이 알아가게 되는 작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