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확인 홀
김유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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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야 할 때 따지는 거.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어쩔 수 없지 하면서 하나둘 넘기다 보면 그게 다 곪아서 병나요. 그러니까 억울한 일 당하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바락바락 따져요. 분이 풀릴 때 까지 따져. 아직 살날이 많잖아. 그래야 살 수 있어.˝


이유를 알 수 없는 블랙홀이 나타나고 같이 발견했던 절친한 필희가 사라지며 실종에 대한 강한 트라우마를 가진 희영의 등장을 시작으로 각 인물들의 꼬리를 문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친구의 실종이 자신의 탓이라는 죄책감을 품고 쉽게 잠들지 못하고 베란다에서 타인의 삶을 망원경으로 몰래 훔쳐보고 다른 사람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오지랖을 보여주는 삶을 보면서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는 희영.

자식들을 버리고 또 다른 자식을 버린 남자와 어느 날 도망가버린 엄마를 미워하면서도 어쩌면 그리워하는, 그렇지만 사라진 언니가 생각나서 용서할 수 없으면서도 연락하게 되는 엄마. 이런 감정을 남은 아빠에게 털어놓을 수 없어 여름이면 ‘매앰매앰’ 시끄럽게 우는 매미가 아빠 탓이라고, 우는데 쳐다보지 않으면 미쳐버리지 않겠냐고 소리쳐 우는 필성.


다양하게 엮여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이들에겐 블랙홀의 구멍처럼 시커멓고 텅 빈, 가루로 사라져버린 돌덩이처럼, 그들 역시 지우고 싶은 아픔, 수치, 절실함, 미안함, 그리움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 받은 감정들을 묵혀놔서 독을 품은 이들에게 블랙홀이 피난처로 보이진 않았을까?



필희는 정말 어디로 갔을까? 자신에게 쓰나미처럼 몰려온 불행들을 견디지 못하고 블랙홀에 몸을 던졌을까 아니면 그녀를 못 알아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 불행들을 다루며 살아내고 있을까?


자꾸만 궁금해지는 내용들에 붙잡혀서 마지막까지 읽어 작품은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것 같은 여운이 계속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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