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타는 성당 종탑에 목을 맨 채로 발견되었다. 이미 숨진 채로. 비가 내린 어느 날 저녁에.“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가 딸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풀어 쓴 이야기인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다소 어지러운 시간 전개를 가진다. 비오는 날의 성당을 극도로 싫어했다는 리타는 공교롭게도 비오는 날 성당의 종탑에 목을 맨 상태로 발견되었다. 딸의 자살을 믿지 못한 엘레나가 딸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파킨슨 약 기운에 몸을 맡긴채 움직이는 모습은 인상 깊다.특히 파킨슨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이 책의 자세한 묘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 컨트롤 할 수 없는 신체가 얼마나 무기력한지… 그런 몸을 케어하는 리타의 고됨이 책을 읽을 수록 느껴졌다. 결국 리타의 마지막 행적들을 찾아나서며 본인을 돌보는 리타의 감정을 되돌아보게 되는 엘레나.작품을 읽다보면 앨레나가 그랬듯 독자도 리타의 죽음의 진실을 알게 된다.특히 엄마와 딸, 부모와 자식의 관계 크게 나아가 가족간에 병수발이 얼마나 서로를 좀 먹는 것인지 통감하게 된다.내가 아프지 않은 병에 대해 이해와 공감을 하며 나를 희생시킨다는 생각으로 케어하게되는 자식의 입장과 자기보다 소중한 자식의 병을 대신 아파할 수 없어 마음아파하며 케어하는 부모의 입장은 얼마나 다른지 아이를 낳고 보니 알게되었다.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독자의 입장에선 누군가를 탓하게 되는 작품. 리타의 마음과 엘레나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어느 누구의 편도 들 수 없는 공감을 자아냈던 작품.
“순간 ˝다행이다.” 말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아빠를 거절 할 수 있는 아이라면 원하지 않는 어떤 문제와 권위와 명령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안 된다고 자기의 의사를 분명하게 말할 테니 말이다.“봉태규라는 작가의 작품집을 처음 읽어서 궁금했는데 너무 솔직한 고백이라 좋았다.배우를 시작한 계기와 가족의 경제난으로 힘들었던 학창시절이 너무 솔직해서 놀랐다. 특히 부모에 대한 아쉬움과 섭섭함이 나타났는데 그리움도 같이 있는것 같다.여기저기 흩어져야만 했던 가족, 어린 나이에 친척집에 맡겨져 눈치보며 살던 세월, 어린 나에게 관심도 없던 부모 그렇지만 애정에 굶주리고 그리워하던 모습이 안타까웠다.그런 그가 가족을 꾸리면서 안정감을 찾은 것 같았다. 어릴 때 받지못한 부모의 관심과 사랑, 애정표현을 아내와 아이들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모습을 보면 공감을 느꼈다. 나 역시 맞벌이로 바쁘시던 부모님의 부재로 항상 동생과 어린시절을 보내야했고 경제적으로 안정되었을때는 감정의 골이 깊어져있던 상태였다.부모님도 나름의 애정표현을 하셨을테지만 다른 친구 가족들처럼 영화도 보러가고 외식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정을 꾸린 지금, 어린 시절의 나와 다르게 애정표현도 많이 하고 자주 놀러다니고 아이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하도록, 친구같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 중이다.이제는 더 가까워 질 수 없는 엄마와의 관계가 슬프고 그립지만 지금 기억하는 추억을 곱씹으며 살아가야겠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기에 추억은 옅어지겠지만 아이들이 엄마인 나와 많은 추억을 가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보살펴야겠다.
미쓰다 신조의 새로운 시리즈 방랑청년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이번 작품 <하얀 마물의 탑>은 전작인 <검은 얼굴의 여우>가 번역된지 4년만에 출간된 작품이다. 전작이 태평양전장 직후의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저자 특유의 호러감으로 표현되었다면 이번작은 주인공이 바다 마을의 등대지기가 되어 민간 신앙 속 하얀마물을 만나게 되는 설정이다.거친 파도와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 우뚝 선 등대의 존재. 이미 이곳이 불길하다고 느끼지만 부임받운 장소를 거부하긴 힘들다. 등대로 향하는 험난한 산길에서 결국 길을 잃고 우연히 발견한 하얀 집에서 하룻밤을 묵는 하야타. 여관 주인이 싸준 도시락 뚜껑을 여는데 ‘만약 길을 잃어도 하얀 집에는 가지 마세요. 거기서 묵으면 안 됩니다.‘ 라는 쪽지를 발견한 순간 소름이 쫘악 !‘시라몬코’라는 하얀 마물의 등장. 하얀 집 안에 있던 무녀와 무녀의 손녀에게 ‘시라몬코’의 존재를 듣게 된 하야타. 자신을 쫓던 녀석도 마물이였을까?그리고 어렵게 도착한 등대의 등대장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하야타.하야타와 하얀 마물은 어떻게 될 것인가.전작을 안 읽어서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연결되는 부분이 없었다. 중간중간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전작의 하야타가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패전국인 일본의 상처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초중반은 스토리가 진행되는 과정이라 그런지 크게 감흥 없다가 끝으로 달려가면서 응축된 스릴러와 추리물이 폭발하고 역시나 없으면 안 될 반전까지! 추리 소설은 아무리 읽어도 추리가 되지않고 역시나 반전도 맞추기 힘들어서 그런지 한 번씩 환기한다는 느낌으로 읽으면 뭔가 맑아지는 느낌?오랜만에 읽은 일본소설, 재미있게 잘 읽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출간 이후 16년만의 신작으로 돌아온 저자의 이번 작품 또한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언어에 대한 매력적인 생각을 가진 주인공의 둥장으로 끌리듯이 집중하며 읽었다.전작에서 느꼈던 언어에 대한 저자의 독특한 주장이 작품에 짙게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살아온 삶을 돌아보는 주인공을 통해 내가 살아온 날과 앞으로 살아온 날을 생각하는 시간도 가졌다.시한부를 판정받고 자신의 삶을 정리하며 삼촌에게 물려받은 저택에서 삶을 마무리하려 하는 주인공. 저택에서 찾은 삼촌의 편지와 레이랜드가 아내에게 썼던 편지들을 읽으며 현재까지 살아온 삶을 돌아보게 되는 주인공.과거 삼촌과 동양언어에 대한 궁금증을 말했던 날들, 아버지와 학교로부터 달아나 호텔의 여간경비원으로 일했던 날들, 독학으로 시행한 번역이지만 결국 번역가로 데뷔한 날, 기차에서 처음 아내를 만나고 유산으로 받은 아내의 출판사를 운영한 날들 등 과거의 다양한 일들이 교차된다.이 소설은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며 이탈리아와 영국을 여행하게 된다.레이랜드는 문학을 통해 다양한 많은 사람을 만나게되며 그들의 삶도 함께 돌아본다. 그렇게 자신을 찾아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레이랜드. 자신이 진정 살아가고자 했던 삶은 물론 타인의 입장도 돌아보게 되는 모습들에서 삶에 대한 철학적 자세 같은 것들이 무겁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전편에서 느꼈던 어떤 집중과 흥분이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작품을 끝까지 이끌어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