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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시대를 엮다 - 사전으로 보는 일본의 지식문화사
오스미 가즈오 지음, 임경택 옮김 / 사계절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사전, 시대를 엮다- 사전으로 보는 일본의 지식문화사》
▪︎원서 뜻: 백과사전이 말하는 일본 역사
원서: 『事典の語る日本の歴史』( 講談社学術文庫 1878, 240쪽, 講談社, 2008.)
원서 초판: 『事典の語る日本の歴史』 -そしえて文庫 14, 228쪽, アイノア, 1988.)
▪︎오스미 가즈오(大隅 和雄, 1932~) 지음/임경택 옮김, 145×204×16mm 296쪽 371g, 사계절출판사 펴냄,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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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전후 어렸을 때 마땅히 볼 거리가 많지 않던 시절 가장 많이 본 책이라면 바로 말글 사전(辭典)이다. 청람 문세영(靑嵐 文世榮, 1888/1895?~1952?)의 국어사전은 버렸지만 옥편은 아직도 갖고 있다.
표지는 천을 덧대기 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마 몇 번 덧대었을 것이다. 그만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표제지 표기는 ‘국한모범신옥편 숭문사(國漢模範新玉篇 崇文社)이다. 권두에 있는 ‘자전석요 원서(字典釋要原序)‘와 ‘증정부도 자전석요 범례(增正附圖字典釋要凡例)‘ 말미에 광무십년송촌거사지석영(光武十年松村居士池錫永, *광무10년=1906년) 이라는 서문과 본문 시작과 마침을 ‘증정부도 자전석요 상(增正附圖字典釋要上) 증정부도 자전석요 하(增正附圖字典釋要下)‘로 표기하고 있다. 판심제(版心題)마저 그대로 살려 인쇄한 것을 보면 본문은 『증정부도 자전석요』를 영인하고 권두에 부수색인(部首索引)과 부수명칭(部首名稱)을, 권말에 부수음고색인(部首音考索引)을 덧붙여 1956[단기 4289]년에 숭문사(崇文社)에서 펴낸 콘사이스형 양장본이다. 표지와 본문이 닳아 천과 종이를 여러 차례 붙였다. 간기면(刊記面)도 덧붙이고 ‘파란 잉크 연필(볼펜)로 떠듬떠듬 옮겨 적었다. 이 옥편으로 부모님과 필담놀이를 하던 기억, 모르는 글자 찾아 놀라던 기억이 새롭다.
옥편만큼 국어사전만큼 재미있는 책이 어디 있을까! 눈으로는 검정 글자를 보지만 일단 머리 속에 들어간 글자는 온갖 색색 그림으로 바뀐다. 옥편 본문 천두(天頭)에 실은 전서체(篆書體) 덕택이다. 그러면서 이십 년 동안 껌벅거리다가 『동아한한대사전』(東亞漢韓大辭典, 동아출판사 펴냄, 1982)에서 멈췄다. 그런데 그 많던 글자는 다 어디로 갔을까? 이후 사전(辭典)에서 사전(事典)으로 관심을 돌렸다. 브리태니커 전성기를 지낸 사전(事典)은 덩치가 점점 커지다가 디지털 시대에 최적화한 모습으로 손바닥 안에 쏙 들어와 있다.
지은이의 관점은 명확하다. 이 책에서는 한 사회를 성립하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여러 지식과 정보 중 문자와 관련한 책의 형태에 대해서만 다룬다. 특히 동아시아 전통에서 ‘유서(類書)‘라고 하는 백과사전류를 통해서 시도해 본다고 하였다. 우리나라는 어떠했나. 섬나라 일본은 조선 연륙교에 영양가가 떨어지자 과감히 다리를 끊고 바다 건너 서양에서 새 문물을 직구했다. 생소한 개념을 동아시아 전통 한자 조합어로 번역하여 수용하였다. 부랴부랴 새 개념어를 만들었다. 한국이 고민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 이 일본식 한자 조합 용어는 한국인에게는 뜻도 다르고 역사도 다른 새로운 외래어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도 그러하다. 젊은 세대의 문해력만 탓할 것이 아니다.
한자를 적되 뜻 표기 훈독을 하지 않고 한 음절 음독을 준수하며 한자를 한문 표기 수단으로만 써온 우리 조상에게 무한 감사한다. 이두나 구결을 훈독 문자로 키우지 않고 다른 글자로 한글을 만들어 주심에 더욱 감사한다. 같은 글자를 제각기 다르게 읽는 상상을 해 보면, 아니 일본 이름 표기의 예만 보아도 끔찍하다. 얼마나 다행인가!
일전에 제목만 보고 덜컥 열어 보니 백과사전 함께 읽기 풀이였던 《그 많은 개념어는 누가 만들었을까- 서양 학술용어 번역과 근대어의 탄생》(원서 뜻: ‘백과사전 읽기‘, 원서 제목: 『「百學連環」を讀む』, 三省堂, 2016. 야마모토 다카미쓰(山本貴光, 1971~) 지음/지비원 올김, 145×214×300mm 568쪽 669g, 메멘토 펴냄, 2023.)과 연관이 있어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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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에티▪︎
* 218쪽 12줄, ‘혈(皿, 접시)류‘는 ‘さら‘이므로 —> ‘명(皿, 접시)류‘
* 책이 어디선가 수해를 입었나 보다. 읽는 데는 지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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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 읽고나서, 두 문단 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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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을 추진하면서 겪은 최초의 문제는 알파벳순으로 배열되어 있는 항목을 A부터 하나하나 번역할 것인가, 당장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항목을 추려서 번역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프랑스에서 편찬되고 네덜란드인의 생활에 맞추어 증보된 백과사전의 전 항목을 극동에서 쇄국정책을 고집하던 일본 국민이 올바르게 이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번역어도 거의 안정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번역을 추진하는 일 역시 참으로 어려운 작업이었다. 백과사전이란 생각이 미치는 범위 안에서만 항목을 선택하여 그 항목 하나하나를 해설하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항목의 선정, 각 항목의 대소경중을 취급하는 방법과 기술 방식 등 모든 부분에 그것을 만드는 사회와 문화가 반영된다. 외국의 백과사전을 읽는다는 것은 그 사전에서 해설한 항목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며, 동시에 그 항목을 그렇게 해설하는 외국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다.
-180~182쪽 「제9장 서구의 백과사전을 번역하다 『후생신편』」 -「번역할 항목의 선정」 중에서.
지금 서점에 가보면 색상이 화려한 외국어 사서들이 한쪽 공간에 진열되어 있어 우리는 용도에 맞게 여러 가지 사서를 선택할 수 있다. 그 사서들은 이 책에서 아주 일부만을 소개한 사람들의 오랜 고심의 결정체를 이어받아 그 후 100년, 200년에 이르는 개량의 결과로 탄생했다. 막부 말기 메이지 유신기에 나타난 수많은 사서는 서구의 언어를 통해 선진국의 사회와 문화에 관한 지식을 일본인에게 전해주었고, 이윽고 서구의 사회와 문화를 해설하는 백과사전적인 책을 낳았다. 이처럼 오랜 고난의 역사에 힘입어 개국 이후 일본인들이 서구 지식을 흡수하는 속도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7쪽 제10장 「가로쓰기 문자와의 격투 『하루마화해』에서 『삼어편람』까지」-「서구의 지식과 문화가 들어오는 통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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