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원제: Преступление и наказание(1866)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Фёдор Миха́йлович Достое́вский, 1821~1881) 지음/김연경(1975~) 옮김, 세계문학전집 284•285권, 132×225×25mm 1권 512쪽 557g • 2권 536쪽 579g, 민음사, 1판 8•7쇄 2014(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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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동기는 가난이며 사회의 책임이기에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작가 말대로 범죄의 사회 심리 보고서로 범죄와 속죄 사이에서 대립하는 내면 묘사

스물세 살 청년 라스콜니코프가 처한 형편과 상황을 1부 7장 중 여섯 장(1~6장)에서 심란한 내면의 심리를 변호하고 마지막 7장에서 실행한다. 범죄자는 나머지 다섯 부(2~6부)와 에필로그의 긴 부분 동안 스스로를 감금하다가 자수하여 감금을 당한다. 파스카를 넘는 과정일 수 있는데 회개는 없다. 지금은 기대하지 못할 속편에서나 볼 수 있었을까. 아니면 읽는이의 몫으로 남긴 것일까? 분명히 복음서가 전편을 관통하고 있다.

표지 그림을 알렉산드르 코스니체프(Александр Косничев, 1970~)의 2006년 작 <수도사>)로 고른 이유도 이런 점에서 짐작이 간다. 라스콜니코프가 보낸 긴 시간은 분명 어둠이지만 수도사의 손은 여전히 성서를 들고 있다. 표지 디자이너가 묘하게 손을 가렸다.

1860년대 후반 페테르부르크 배경이면 러시아정교회인데 천주교회 용어인 ‘미사, 부제‘ 등으로 번역한 이유가 따로 있을까 궁금하다. 성서 본문도 천주교회에서만 쓰는 《성경》(한국천주교주교회의CBCK, 2006)보다는 정교회에서 쓰는 《공동번역성서 개정판》(대한성서공회KBS, 1999)으로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한다. 차별 경향이 있는 ‘미망인, 노파‘ 등은 앞으로 어떤 말로 대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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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버리기 전에 한 번 더 읽기]
#죄와벌 #Преступление_и_наказание #표도르_미하일로비치_도스토옙스키 #Фёдор_Миха́йлович_Достое́вский #김연경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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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 읽고 나서 문단 몇 고르기]
˝
‘˝상태가 영 엉망이시구려, 자, 의자! 여기 의자에 앉으세요. 좀 앉아요! 물 좀 가져와!˝
라스콜니코프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지만, 영 마뜩치 않은 듯 깜짝 놀란 일리야 페트로비치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쳐다보며 기다렸다. 물을 가져왔다.
“바로 제가••••••.” 라스콜니코프가 말문을 열었다.
˝물부터 마셔요.˝
라스콜니코프는 한 손으로 물을 물리치고 조용히 띄엄띄엄, 하지만 또박또박 말했다.
“바로 제가 그때 관리 미망인인 노파와 그 여동생 리자베타를 도끼로 살해하고 금품을 훔쳤습니다.˝
일리야 페트로비치는 입을 딱 벌렸다. 사방팔방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라스콜니코프는 자신의 진술을 되풀이했다.
˝
-2권 467쪽 <6부 8장>

˝
[•••] 게다가 과거의 이 모든, 모든 고뇌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  모든 것이 최초의 격정에 사로잡힌 지금은 [•••] 숫제 자기에게 일어난 일이 아닌 것처럼 여겨졌다. [•••]  생각할 수도, 뭔가에 생각을 집중할 수도 없었다. [•••] 오직 느낄 따름이었다. 변증법 대신에 삶이 도래했고, 의식 속에서는 뭔가 완전히 다른 것이 생겨나야 했다.

베개 밑에는 복음서가 놓여 있었다. [•••] 라자로의 부활 부분을 읽어 준 [•••] , 그녀는 [•••] 복음서를 권한 적도 한 번도 없었다. [•••] 여태껏 펴 보지도 않고 있었다. [•••] 지금도 그것을 펴 보지 않았지만 머릿속에서는 한 가지 생각이 번뜩였다. ‘과연 그녀의 신념이 이제 나의 신념이 될 수는 없을까? 적어도 그녀의 감정, 그녀의 갈망이라도••••••.‘ [•••] 겨우 칠 년! [•••] 둘 다 이 칠 년을 칠 일처럼 바라볼 준비가 돼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이미 새로운 [•••], 한 인간이 점차 새로워지는 [•••] 점차 다시 태어나는, 점차 하나의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옮겨 가 여태껏 전혀 몰랐던 새로운 현실을 알아 가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것은 새로운 얘기의 주제가 될 수 있겠지만, ㅡ우리의 지금 얘기는 끝났다.
˝
-2권 497~499쪽-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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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 모던 - 60년대 한국 개발 체제의 기원
한석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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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 모던- 60년대 한국 개발 체제의 기원》,
한석정(1953~) 지음, 158×230×30mm 518쪽 803g, 문학과지성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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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부지런히 대충대충 어영부영 민족과 조국‘ 아마도 남북한 공통으로 친숙한 구호가 아닐까. 잠시 스쳐 지나간 만주제국을 되돌아보니 저 모든 것의 원류라 한다.
남북한은 만주제국의 복제국가라니? 만주제국에 관한 시대 사료와 연구가 대부분 일본 위주인 한계가 있다. 자칫 아버지 일본이 요절한 아들 만주를 그리워 흘리는 눈물인 양, 식민주의  미화로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지은이는 <머리말>에서 ‘60년대 불도저 체제의 연원이 어디인지 고찰한다‘고 분명히 못을 박는다. 지나치게 확대해서 생각할 것이 아니다.

만주제국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따라 할 말이 많아질 것이다. 일본제국의 괴뢰국이냐? 새시대의 다민족 연합 신흥국이냐? 부산에서 하행선 기차를 타고 서울을 거처 만주로 가는 철길은 수탈에 지친 농민의 마지막 탈출구 엑소더스(구약성서 탈출기)이며, 지식인이라 자처하던 식민지 출신자의 도피처나 병역 기피 수단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에겐 독립운동의 기억만 남아 있었다.

한국 역사에서 근대라는 의미, 근대라는 용어가 타당할지도 의문이다. 유럽 열강의 식민지 운영은 일본 식민주의와는 다르다. 한반도는 일본에게 식민지보다는 이주 목적이었겠다. 오늘 현재까지도 마찬가지이다.

‘건국, 재건, 선전, 대중예술, 개척•••‘ 내로라하는 알만한 이의 친일 행적과 만주제국 이력이 이런 관계였다니! 더욱이 우리가 겪어온 육칠십년대의 모델이 만주제국이었다니 그동안 들었던 의문이 다소 풀린다. 다만, ‘존재하는 모든 것의 원류요 원조‘라는 논조의 지나친 확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꼭 만주이기 때문일까? 이제 슬슬 동아시아 융합 역사해석이 필요한 시점일까? 아직 멀었다. 적어도 남북한이 고루 대등해지고 중국이 스스로 친 보호막이 걷힌 이후에야 가능하리라. 사랑하는 벗의 권유로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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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모던 #60년대한국개발체제의기원 #한석정 #문학과지성사 #만주국 #만주제국 #만주 #滿洲 #Manchuria #남북한독재정치 #개발독재의_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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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년 [•••] 관동군의 선공으로 만주사변이 발발한다. 불과 1만 4천 명의 관동군이 장쉐량 휘하의 25만 동북군을 기습해 손쉽게 승리했다. 그리고 이듬해 2월까지 만주 전체를 석권했다. [•••] 관동군은 일본 제국에서 항명과 독단으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로부터 꼭 30년 후인 1961년, 제2차 세계대전 이래로 동북아 초유의 군사 쿠데타가 한국에서 발생했다. 박정희 육군 소장이 이끄는, 전군의 1퍼센트도 안 되는 불과 3천여 명의 병력이 단시간에 한강을 넘어 수도를 장악했다. [•••] 휴전선에 주둔한 최대 병력인 제1군 사령관 이한림(공교롭게도 박정희의 만주군관학교 동기생이었다)을 사전에 체포한 것도 쿠데타 성공에 한몫했다. 봉건 시대의 일본 사무라이 문화에 특유한 하극상과 기습으로 쿠데타를 성공시킨 것이다. [•••] 약 20년 뒤 전두환 소장의 쿠데타도 이런 패턴을 밟았다. 이번에도 1개 사단밖에 안 되는 소수 병력을 신속히 태평로로 진주시키고 보안대 요원들이 삼군사령관, 특전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을 기습적으로 체포함으로써 성공했다. 박정희는 만주국군 시절 상관이었던 간노 히로시菅野弘(2.26 사건에 가담했다가 관동군으로 좌천된 인물)에게 감화받았다고 한다. 박정희는 정치화된 장교들, 즉 한국전쟁 후 장성 진급의 동결이 촉발한 ‘하극상 사건‘의 가담자들과 의기투합했다. 이들의 목숨을 건 거사의 본보기는 바로 항명의 무대, 만주였다. 그런데 관동군의 영향은 쿠데타에 그치지 않았다. 관동군이 주도한 급속한 산업화, 건설, 사회동원 역시 재건 체제의 모델이 됐다.˝
-159~160쪽- <3장 건국과 재건> 중에서

˝이 연구는 1960년대 한국에서 식민주의와 근대가 맺는 복잡한 관계를 논한 것이다. 전쟁은 파괴요, 새 출발이다. [•••] 1930년대 총동원의 현장 만주국의 통제경제는 1960년대 한국의 체제 경쟁과 세계체제 내의 상향 이동에 공헌했다.[•••] 한국의 오늘과 직결되는 만주는 장기간 억제되어왔다. 조선 농민들의 엑소더스, 경계의 확장, 광활한 대륙을 달리는 만철, 폭력과 근대,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 오족협화, 고난과 개척, 이류들의 약진, 국방국가의 비전, 국제적 계보의 영화·음악 등이 만주를 설명하는 장면들이다. 1930~40년대 만주는 이러한 것들의 일종의 콜라주로, 그리고 1960년대 한국은 그 시대와의 중첩적 국면으로 파악될 수 있다. [•••] 냉전의 시작으로 해방 당시 조선인 인구가 약 200만 명 정도로 치솟았던 만주의 기억은 편리하게 망각됐다. 이 공백 속에 오로지 항일 서사만이 살아남았다. 이 시선 앞에 만주 출신들ㅡ장교에서 관료, 협화회원, 관현악 단원, 문인, 교사, 만철 기술자들ㅡ은 모두 침묵으로 일관했다. 만주 체류는 곧 친일을 의미했다. 만주의 공백은 사람과 사물의 자연적 소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억제와 침묵이 빚은 것이다. 만주는 욕망의 대상이요, 은닉의 상자였다. 이제 그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힐 때가 되지 않았는가?˝
-449~450쪽- <8장 맺으며: 식민과 변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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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 읽고 나서 문단 둘 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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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와 신비로운 이야기 - 삼국유사의 인물, 신령, 괴물들
최희수 외 지음 / 바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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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와 신비로운 이야기- 삼국유사의 인물, 신령, 괴물들》,
최희수(1962~)•이문영(1965~)•이상호 지음, 신국판152×224×19mm 312쪽 463g, 바오출판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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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三國遺事는 일연一然(1206~1289)이 1281~1285년에 편찬하여 1310년대에 간행한 역사서이다. 말할 것도 없이 한국 사람이라면 남북한을 막론하고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어린이 대상부터 연구서에 이르는 수많은 역본아 있는데 왜 또 삼국유사일까? 호기심을 유도하는 듯한 제목과 부제가 차례를 보게 한다. 지은이는 머리말에서 이 책을 쓴 이유와 목적을 명확하게 말한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사람을 중심으로 풀어 헤쳐 주제별로 다시 엮어냈다. 시대 요구에 부응하는 적절한 시도가 새롭다.

머리말을 보니 자연히 1장과 2장 본문보다 부록을 먼저 읽고 싶었다. 삼국유사를 이 책으로 다시 읽어 보아야 할 이유이기 때문이다.

'역사'라고 하면 조선 시대까지가 상상의 절정인 우리 아이들에게 고조선과 삼국과 가야는 박물관 출토물이나 보아야 간신히 떠오를 이미지일까? 이미지만 아니라 서사-이야기도 많지 않다. 가뜩이나 많지도 않은데 지나치게 짧다. 이러다보니 다른 나라 고대 신화나 설화를 먼저 접하는 현실이다. 이 책이 이런 빈 자리를 채우고 빠진 블록을 끼워 맟추는 길이 되면 좋겠다.

#삼국유사와_신비로운_이야기 #삼국유사의_인물_신령_괴물들 #최희수 #이문영 #이상호 #바오출판사 #삼국유사 #三國遺事 #일연 #一然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아태지역목록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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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삼국유사』 속의 사람들을 중심으로 『삼국유사』를 읽는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의 방법을 제시하는 글이다. 책이니까 그냥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나가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최근의 독서 트렌드는 디지털 독서의 방식이다. 과거처럼 한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독자가 흥미로운 대목이나 필요한 대목들을 찾아서 읽는 방식이다. 디지털시대 인터넷 검색과 필요한 부분의 발췌, 편집이라는 상황에 익숙해지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방식이다. 이것이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보편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에 맞춰서 출판 자체의 트렌드 또한 변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기존의 책을 주제 중심으로 재편해서 독자들에게 다가서는 것도 필요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8~9쪽 <머리말>- 중에서

"••• 귀신이 사라진 땅을 파 보자 거북이 한 마리가 나왔는데, 등껍질에 "백제는 둥근 달이고, 신라는 초승달"이라고 적혀 있었다. 무당이 “둥근 달은 기울어질 것이고 초승달은 앞으로 커질 것"이 라고 말했다가 죽임을 당했다. 다른 사람이 “둥근 달은 융성한 것이고 초승달은 미약한 것”이라고 아첨을 떨자 의자왕이 기뻐했다. 징조가 도달해도 알아내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260쪽- <2장 삼국유사와 신이한 영괴 사전 ㅡ 9. 읽어야 도움이 된다ㅡ백제 멸망과 징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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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에서 온 편지 - 밀라노의 숨은 기적 찾기
박홍철 지음 / 생활성서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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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홍철 다니엘(1975~) 지음, 140×205×15mm 264298g, 생활성서사 펴냄, 2022.

https://youtu.be/VFL47_sai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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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재속 사제인 지은이가 이태리 밀라노에서 다섯 해 남짓 동안 유학하는 중 생활성서에 두 해 동안 연재한 칼럼 글을 다시 다듬고 엮어 묶어낸 수필집이다. 미술을 공부한 지은이의 눈으로 찾아내어 소개하는 숨은 사연인 만큼 사진 설명과 묵상이 읽고 보는 이에게 더욱 깊은 여운을 준다.

지은이가 이곳저곳 기적 발현지를 찾아다니면서 보고 느낀 것처럼 나약하고 겁 많은 사람의 세대는 줄곧 기적을 원해 왔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이러한 바람과는 아랑곳없이 나타나는 기적이란 치우쳐 기운 상태를 다시 평형으로 돌려놓는 경고이며 치료제이고 백신이겠다.

 

책 제목이 밀라노에서 온 편지이나 밀라노에 관하여 직접 언급한 부분은 아래 전체 본문 이백쉰한 쪽 중 백스물네 쪽으로 반절이다. 나머지는 이태리 각지의 숨은 성지를 찾아본 이야기이다.

I장부터 장까지(13~121),

장 중 <세 사람을 위한 하나의 무덤> 암브로시오 성인 (199~207),

장 중 <미소와 눈물의 성모> (209~217).

 

종신서원 마지막 수련과 피정을 앞둔 2011년 오월 05일 부활 제2주간 목요일 아침 숙소를 나서서 미사 하러 처음 가본 밀라노 두오모의 첫인상은 아니 이럴 수가!’이었다. 두오모 건물 옆면에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현수막이라,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그 내용이 가히 충격이었다. <Transformers: Dark of the Moon 2011> 포스터, 바로 우리나라에서 2011년 유월 말에 세계 최초로 개봉을 앞둔 영화 <트랜스포머 3>이었다. 앞면보다 옆면을 먼저 보게 된 두오모. 조금 더 걸어 앞면 광장에 서니 스텔스 전투기가 하늘을 바라보고 수직으로 서 있는 듯, 이것이 바로 트랜스포머인가!

- 70~77<세 가지 얼굴의 대성당> 참조

 

이어서 성 암브로시오 성당Basilica di S. Ambrogio에서 본 성 게르바시오와 성 프로타시오 안내문도 열한 해를 지난 지금 이 책을 보니 새 눈으로 다시 보였다. 역시 아는 만큼 본다.

밀라노에서 지은이가 마리우챠 할머니에게 들은 것처럼 착하고 적절한 가격의 에스프레소 커피와 암브로시오 성당 주랑과 마당의 기둥 생각에 한동안 잠겼다. 그리고 그때 사진을 다시 꺼내어 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적절한 가격과 상황의 커피란, 카드 결제 등의 흔적과 꼬리를 남기지 않고 에우로(유로) 동전 하나나 하나 반을 내며 그 자리에서 선 채로 커피caffe 한 잔에 굵은 황설탕 한 봉을 털어 넣고 한입에 잔을 털어 마시는 것이다. 지은이가 마리우차 할머니에게 현지 커피 맛을 쓴맛과 단맛, 불안과 희망, 슬픔과 웃음으로 배워 가는 것처럼 맛에는 까닭이 없다. 그때 그 상황의 주관적 느낌이 바로 내가 느끼는 맛이다. 남에게 아무리 설명을 해도 모를 맛. 그 자리 그 시간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같은 느낌은 없을 것이다. 밀라노는 활기가 넘쳐 흐르는 창의의 도시였다.

- 199~207<세 사람을 위한 하나의 무덤> 참조

지은이는 밀라노를 떠나 거처를 옮기기 전 작은 성당을 찾았다. 그 성당의 지속적인 성체 조배 현장을 목격하고 밀라노는 겉으로는 화려하나 깊숙한 내면에는 차갑고 신중한 신앙심을 간직한 곳이었다고 한다. 처음 왔을 때 온전하게 비워 둘 수밖에 없던 때가 기도의 시간이었고 하느님을 만날 수 있었던 자리였다고 고백한다. 사진에서 성체 조배를 하는 수도자가 입은 흰 수도복을 보니 어느 수도회인지 대략 짐작이 간다. 이 세상의 참으로 거룩한 불침번이다.

- 259~260쪽 참조

 

 

옥에도 티가 있다면

 

4~6쪽 추천사, 지은이 얼굴 사진도 넣지 않은 책에 그것도 머리말 앞에 추천사란 명목으로 올라앉은 추천자의 사진과 글이 생뚱맞다. 요즘 누가 책을 보느냐지만 쏟아지는 출간물 홍수 시대에 추천사를 보고 고르지는 않는다. 출판사가 자기 책에 자신과 신념이 있다면 유명세에 편승할 이유가 있나? 고르는 사람 입장이라면 오히려 장황하고 화려한 칭찬 일색의 추천사가 많을수록 제쳐놓거나 관심 밖으로 밀어 놓는다. 진심으로 추천할 요량이라면 출간 후에 매체를 통해 서평이나 소개 글을 쓰던지 감상 글을 남기면 될 것을 굳이 책 머리 지면을 차지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이 책을 예로 드는 것은 아니지만 추천자가 그렇고 그런 이라면 더욱 들춰보고 싶은 생각이 가실 것이다. 차라리 지은이나 엮은이가 후기를 붙이는 것이 낫겠다.

 

80쪽 그림, 성당 건물을 보여주는 사진인데 때마침 앞에 노면 전차(트람)가 지나가며 건물 반을 가렸다. 사진 출처 표기가 없는 것으로 보아 지은이가 직접 찍은 사진인 듯하니 건물 전경을 볼 수 있는 것으로 바꾸면 좋겠다.

 

사람 이름, 지은이가 천주교인이고 종교 출판사이니만큼 앞날개 뒷면 <글쓴이(지은이) 소개란>에 수도 이름이나 세례 이름을 병기倂記하면 좋겠다. 그렇다고 세례 이름이나 수도 이름을 소속 국가법에 따른 본명 뒤에 괄호를 쳐서 마지못해 부기附記하는 부적절한 행태는 바라지 않는다. 5<추천사>의 추천인 이름과 9<머리말>의 글쓴이 이름 표기도 마찬가지이다. 솔선수범을 바란다.

 

 

이런 이에게 추천

 

이 책은 그리스도교 신자뿐만 아니라 역사 안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유용하다. 여행 안내서로도 묵상집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 특히 유적지나 사적지 성지에서 혼자 일정 기간 조용히 머무르며 세상 안의 자신을 숙고하고자 하는 이, 교회 건축이나 미술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이가 본다면 더욱 좋겠다.

 

 

책 한 권 읽고 나서 문단 둘 고르기


연 피정을 위해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로마 남동쪽 알바노 호수Lago di Albano 근처에 있는 바오로수도회의 피정의 집 '카사 디빈 마에스트로Casa Divin Maestro'였습니다. '카사 디빈 마에스트로'1959년 복자 야고보 알베리오네 신부의 영적인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세워졌으며, 1967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 일치를 위한 회의가 개최된 곳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함께한 친구 돈 시모네의 말로는, '저기 보이는 호수 건너편에 교황님들이 전통적으로 가시던 여름 휴양지 카스텔 간돌포Castel Gandolfo가 있는데,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더 이상 가시지 않고 대신 이 수도원에서 매년 피정을 하신다.'고 귀띔해 주었습니다.

피정의 집으로 돌아온 저는, 복도에 걸린 사진들을 보며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주로 앉으셨던 성당 좌석에 가만히 앉아 눈을 감아 보았습니다. 행복이나 기적을 빌기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교황님이 기도하며 보셨을 그 시선으로 제대와 성당 십자가를 보고 싶었습니다. 단지 가난에 대한 지향만으로 교황님의 새로운 선택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기에.”

- 236~241<교황님의 휴가> -

 

"밀라노를 떠나기 전 저의 발걸음은, 시내의 조그만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은 별도의 성인 유해나 기적이 일어난 장소가 아니었습니다. 너무나 유명하고 거대한 밀라노 대성당과 세계적인 쇼핑몰이 화려하게 들어선 도시의 중심가에서 한 뼘 정도 거리를 두고 조용히 서 있는 성 라파엘 성당Chiesa di San Raffaele. 그 작은 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발소리 숨소리 하나에 촛불 끝이 흔들릴 만큼 꽉 찬 침묵을 마주하게 됩니다. 제대 위에 예수님의 성체를 모신 성광이 자리하고, 훌쩍이는 콧소리가 미안할 정도로 밤낮없이 수녀님의 지속적인 성체 조배가 이뤄지는 자리. 그래요, 도시 밀라노는 겉으로 화려하다 할지 몰라도 그들의 내밀한 자리에서는 성 라파엘 성당처럼 차갑고 신중한 신앙심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 259~260<밀라노에게 보내는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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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티아고 신부다 - 한 수도승 선교사의 순례 영성
인영균 끌레멘스 지음 / 분도출판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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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티아고 신부다- 한 수도승 선교사의 순례 영성》
인 영균 끌레멘스 OSB(1964~) 지음, 150×225×17mm 256쪽 481g, 분도출판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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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 두 갈래'로만 날 일이 아닌 여러 갈래 길, 걷고 나면 어디든지 길이 되는 땅. 그 중에서도 성 야고보 사도를 통해 좀더 가까이 하느님을 느끼고 만나 보려 걷다가 자신을 먼저 발견하는 길이 산티아고 순례 길이다. 그 길 위에 순례자를 돌보는 수도원이 있고 수도자가 산다.

가물가물한 기억 너머 오래 전에 성 베네딕토 왜관수도원에서 피정을 하면서 지은이를 만난 적이 있다. 참 파릇푸릇했던 인상이었는데 지금 이 책 표지에서는 푸근히 미소를 머금고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는 초로의 수사이다. 책을 통해 순례 길에서 겪고 느낀 이야기를 들려 준다. 땅에서 살며 길을 걷고 있는 모든 순례자는 서로가 다 이런 모습이리라.

여정에서 만난 이의 일화 소개도 흥미롭고 감동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산티아고의 흰 지팡이>(Santiagoui huinjipangi/Buen Camino, 이종은 감독, 99분, 한국, 제이리미디어 제작, 2020개봉 2019.)로 깊은 감동을 선사했던 박재한 젬마와 김다희의 이야기도 있다(191~193쪽). https://youtu.be/B-cMtHxjJzE

책을 보면서 언급한 노래를 바로 들을 수 있도록 큐아르QR 코드를 넣은 편집도 섬세하고 고맙다.
▪︎183쪽 <Salve Regina모후이시며> https://youtu.be/CAmydVsNMqM
▪︎197쪽 <In Pradisum천상 낙원으로> https://youtu.be/S7F-N-Yd8dE
'옥에 티'가 있다면 :
▪︎ 53쪽 위에서 셋째 줄 '재위'는 '재임',
▪︎ 57쪽 위에서 열째 줄 '평신도'는 '재속(교구)성직자나 평신도'.
라고 함이 적절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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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는 '인생길의 축소판'이다. 순례자들은 외적으로는 눈에 보이는 흙길을 걸어가면서 내적으로는 지나온 인생 여정을 되돌아본다. •••. 정신의 카미노에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지친 마음을 만난다. ••• 인생길에서 빛이 있는 곳에 어둠도 있음을 인정하듯, ••• 카미노가 주는 체험은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 헛된 눈물은 없다. 모든 눈물은 사람을 성숙하게 한다.
••• 다 자기 나름의 삶의 무게를 지고 사는 것이 우리 인간 아닌가. 나의 한계를, 나의 어둠을, 나의 죄스러움을, 나의 민낯을 아프지만 인정해야 한다.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 자신을 미워하지 말고 껴안아야 한다. 카미노는 이런 우리의 적나라한 모습을 드러내는 ‘계시의 길’이 다. 이 계시를 온전히 나의 것으로 삼을 때 새로운 발걸음이 시작된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과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으로 가득 찬 나를 가슴으로 안을 때, 놀라운 기적이 일어난다. 거기서 새로운 카미노, 곧 '영혼의 카미노'가 열린다. 그 출발점이 라바날델카미노, 라바날 수도원이다."
-126~128쪽-


"다음 날 아침 스테판 부부와 마지막 인사를 하고 기념으로 사진을 찍었다. 두 사람의 배낭에는 코팅한 종이가 달려 있었는데, ••• “집으로 가는 긴 여정. 집, 그곳은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이다.” 이 단순한 문구에서 막 새롭게 출발한 신혼부부의 순례 지향을 깨달았다.
이들에게 순례는 집을 향해 가는 여정이다. 그 ‘집’은 분명 외적인 집이 아니라, 인간의 깊은 갈망의 장소, 영원히 머물 수 있는 곳, 바람이 모두 채워지는 곳, 아무 걱정 없이 그냥 평안히 안길 수 있는 곳이다. 이 두 사람도, 나도 그곳에 가려고 걷고 있다. 우리는 모두 집을 찾는 존재이며 집으로 걸어가는 존재다. 그곳에 나의 사랑, 나의 평화, 나의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185~1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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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 읽고나서 두 문단 고르기.
一本の本読んでから、二つの段落を選択する。
Leggi un libro e scegli due paragrafi.
Leer un libro y elegir dos párrafos.
Read one book and choose two paragrap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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