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에서 온 편지 - 밀라노의 숨은 기적 찾기
박홍철 지음 / 생활성서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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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박 홍철 다니엘(1975~) 지음, 140×205×15mm 264298g, 생활성서사 펴냄, 2022.

https://youtu.be/VFL47_sai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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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재속 사제인 지은이가 이태리 밀라노에서 다섯 해 남짓 동안 유학하는 중 생활성서에 두 해 동안 연재한 칼럼 글을 다시 다듬고 엮어 묶어낸 수필집이다. 미술을 공부한 지은이의 눈으로 찾아내어 소개하는 숨은 사연인 만큼 사진 설명과 묵상이 읽고 보는 이에게 더욱 깊은 여운을 준다.

지은이가 이곳저곳 기적 발현지를 찾아다니면서 보고 느낀 것처럼 나약하고 겁 많은 사람의 세대는 줄곧 기적을 원해 왔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이러한 바람과는 아랑곳없이 나타나는 기적이란 치우쳐 기운 상태를 다시 평형으로 돌려놓는 경고이며 치료제이고 백신이겠다.

 

책 제목이 밀라노에서 온 편지이나 밀라노에 관하여 직접 언급한 부분은 아래 전체 본문 이백쉰한 쪽 중 백스물네 쪽으로 반절이다. 나머지는 이태리 각지의 숨은 성지를 찾아본 이야기이다.

I장부터 장까지(13~121),

장 중 <세 사람을 위한 하나의 무덤> 암브로시오 성인 (199~207),

장 중 <미소와 눈물의 성모> (209~217).

 

종신서원 마지막 수련과 피정을 앞둔 2011년 오월 05일 부활 제2주간 목요일 아침 숙소를 나서서 미사 하러 처음 가본 밀라노 두오모의 첫인상은 아니 이럴 수가!’이었다. 두오모 건물 옆면에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현수막이라,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그 내용이 가히 충격이었다. <Transformers: Dark of the Moon 2011> 포스터, 바로 우리나라에서 2011년 유월 말에 세계 최초로 개봉을 앞둔 영화 <트랜스포머 3>이었다. 앞면보다 옆면을 먼저 보게 된 두오모. 조금 더 걸어 앞면 광장에 서니 스텔스 전투기가 하늘을 바라보고 수직으로 서 있는 듯, 이것이 바로 트랜스포머인가!

- 70~77<세 가지 얼굴의 대성당> 참조

 

이어서 성 암브로시오 성당Basilica di S. Ambrogio에서 본 성 게르바시오와 성 프로타시오 안내문도 열한 해를 지난 지금 이 책을 보니 새 눈으로 다시 보였다. 역시 아는 만큼 본다.

밀라노에서 지은이가 마리우챠 할머니에게 들은 것처럼 착하고 적절한 가격의 에스프레소 커피와 암브로시오 성당 주랑과 마당의 기둥 생각에 한동안 잠겼다. 그리고 그때 사진을 다시 꺼내어 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적절한 가격과 상황의 커피란, 카드 결제 등의 흔적과 꼬리를 남기지 않고 에우로(유로) 동전 하나나 하나 반을 내며 그 자리에서 선 채로 커피caffe 한 잔에 굵은 황설탕 한 봉을 털어 넣고 한입에 잔을 털어 마시는 것이다. 지은이가 마리우차 할머니에게 현지 커피 맛을 쓴맛과 단맛, 불안과 희망, 슬픔과 웃음으로 배워 가는 것처럼 맛에는 까닭이 없다. 그때 그 상황의 주관적 느낌이 바로 내가 느끼는 맛이다. 남에게 아무리 설명을 해도 모를 맛. 그 자리 그 시간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같은 느낌은 없을 것이다. 밀라노는 활기가 넘쳐 흐르는 창의의 도시였다.

- 199~207<세 사람을 위한 하나의 무덤> 참조

지은이는 밀라노를 떠나 거처를 옮기기 전 작은 성당을 찾았다. 그 성당의 지속적인 성체 조배 현장을 목격하고 밀라노는 겉으로는 화려하나 깊숙한 내면에는 차갑고 신중한 신앙심을 간직한 곳이었다고 한다. 처음 왔을 때 온전하게 비워 둘 수밖에 없던 때가 기도의 시간이었고 하느님을 만날 수 있었던 자리였다고 고백한다. 사진에서 성체 조배를 하는 수도자가 입은 흰 수도복을 보니 어느 수도회인지 대략 짐작이 간다. 이 세상의 참으로 거룩한 불침번이다.

- 259~260쪽 참조

 

 

옥에도 티가 있다면

 

4~6쪽 추천사, 지은이 얼굴 사진도 넣지 않은 책에 그것도 머리말 앞에 추천사란 명목으로 올라앉은 추천자의 사진과 글이 생뚱맞다. 요즘 누가 책을 보느냐지만 쏟아지는 출간물 홍수 시대에 추천사를 보고 고르지는 않는다. 출판사가 자기 책에 자신과 신념이 있다면 유명세에 편승할 이유가 있나? 고르는 사람 입장이라면 오히려 장황하고 화려한 칭찬 일색의 추천사가 많을수록 제쳐놓거나 관심 밖으로 밀어 놓는다. 진심으로 추천할 요량이라면 출간 후에 매체를 통해 서평이나 소개 글을 쓰던지 감상 글을 남기면 될 것을 굳이 책 머리 지면을 차지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이 책을 예로 드는 것은 아니지만 추천자가 그렇고 그런 이라면 더욱 들춰보고 싶은 생각이 가실 것이다. 차라리 지은이나 엮은이가 후기를 붙이는 것이 낫겠다.

 

80쪽 그림, 성당 건물을 보여주는 사진인데 때마침 앞에 노면 전차(트람)가 지나가며 건물 반을 가렸다. 사진 출처 표기가 없는 것으로 보아 지은이가 직접 찍은 사진인 듯하니 건물 전경을 볼 수 있는 것으로 바꾸면 좋겠다.

 

사람 이름, 지은이가 천주교인이고 종교 출판사이니만큼 앞날개 뒷면 <글쓴이(지은이) 소개란>에 수도 이름이나 세례 이름을 병기倂記하면 좋겠다. 그렇다고 세례 이름이나 수도 이름을 소속 국가법에 따른 본명 뒤에 괄호를 쳐서 마지못해 부기附記하는 부적절한 행태는 바라지 않는다. 5<추천사>의 추천인 이름과 9<머리말>의 글쓴이 이름 표기도 마찬가지이다. 솔선수범을 바란다.

 

 

이런 이에게 추천

 

이 책은 그리스도교 신자뿐만 아니라 역사 안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유용하다. 여행 안내서로도 묵상집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 특히 유적지나 사적지 성지에서 혼자 일정 기간 조용히 머무르며 세상 안의 자신을 숙고하고자 하는 이, 교회 건축이나 미술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이가 본다면 더욱 좋겠다.

 

 

책 한 권 읽고 나서 문단 둘 고르기


연 피정을 위해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로마 남동쪽 알바노 호수Lago di Albano 근처에 있는 바오로수도회의 피정의 집 '카사 디빈 마에스트로Casa Divin Maestro'였습니다. '카사 디빈 마에스트로'1959년 복자 야고보 알베리오네 신부의 영적인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세워졌으며, 1967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 일치를 위한 회의가 개최된 곳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함께한 친구 돈 시모네의 말로는, '저기 보이는 호수 건너편에 교황님들이 전통적으로 가시던 여름 휴양지 카스텔 간돌포Castel Gandolfo가 있는데,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더 이상 가시지 않고 대신 이 수도원에서 매년 피정을 하신다.'고 귀띔해 주었습니다.

피정의 집으로 돌아온 저는, 복도에 걸린 사진들을 보며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주로 앉으셨던 성당 좌석에 가만히 앉아 눈을 감아 보았습니다. 행복이나 기적을 빌기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교황님이 기도하며 보셨을 그 시선으로 제대와 성당 십자가를 보고 싶었습니다. 단지 가난에 대한 지향만으로 교황님의 새로운 선택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기에.”

- 236~241<교황님의 휴가> -

 

"밀라노를 떠나기 전 저의 발걸음은, 시내의 조그만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은 별도의 성인 유해나 기적이 일어난 장소가 아니었습니다. 너무나 유명하고 거대한 밀라노 대성당과 세계적인 쇼핑몰이 화려하게 들어선 도시의 중심가에서 한 뼘 정도 거리를 두고 조용히 서 있는 성 라파엘 성당Chiesa di San Raffaele. 그 작은 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발소리 숨소리 하나에 촛불 끝이 흔들릴 만큼 꽉 찬 침묵을 마주하게 됩니다. 제대 위에 예수님의 성체를 모신 성광이 자리하고, 훌쩍이는 콧소리가 미안할 정도로 밤낮없이 수녀님의 지속적인 성체 조배가 이뤄지는 자리. 그래요, 도시 밀라노는 겉으로 화려하다 할지 몰라도 그들의 내밀한 자리에서는 성 라파엘 성당처럼 차갑고 신중한 신앙심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 259~260<밀라노에게 보내는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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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티아고 신부다 - 한 수도승 선교사의 순례 영성
인영균 끌레멘스 지음 / 분도출판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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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티아고 신부다- 한 수도승 선교사의 순례 영성》
인 영균 끌레멘스 OSB(1964~) 지음, 150×225×17mm 256쪽 481g, 분도출판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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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 두 갈래'로만 날 일이 아닌 여러 갈래 길, 걷고 나면 어디든지 길이 되는 땅. 그 중에서도 성 야고보 사도를 통해 좀더 가까이 하느님을 느끼고 만나 보려 걷다가 자신을 먼저 발견하는 길이 산티아고 순례 길이다. 그 길 위에 순례자를 돌보는 수도원이 있고 수도자가 산다.

가물가물한 기억 너머 오래 전에 성 베네딕토 왜관수도원에서 피정을 하면서 지은이를 만난 적이 있다. 참 파릇푸릇했던 인상이었는데 지금 이 책 표지에서는 푸근히 미소를 머금고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는 초로의 수사이다. 책을 통해 순례 길에서 겪고 느낀 이야기를 들려 준다. 땅에서 살며 길을 걷고 있는 모든 순례자는 서로가 다 이런 모습이리라.

여정에서 만난 이의 일화 소개도 흥미롭고 감동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산티아고의 흰 지팡이>(Santiagoui huinjipangi/Buen Camino, 이종은 감독, 99분, 한국, 제이리미디어 제작, 2020개봉 2019.)로 깊은 감동을 선사했던 박재한 젬마와 김다희의 이야기도 있다(191~193쪽). https://youtu.be/B-cMtHxjJzE

책을 보면서 언급한 노래를 바로 들을 수 있도록 큐아르QR 코드를 넣은 편집도 섬세하고 고맙다.
▪︎183쪽 <Salve Regina모후이시며> https://youtu.be/CAmydVsNMqM
▪︎197쪽 <In Pradisum천상 낙원으로> https://youtu.be/S7F-N-Yd8dE
'옥에 티'가 있다면 :
▪︎ 53쪽 위에서 셋째 줄 '재위'는 '재임',
▪︎ 57쪽 위에서 열째 줄 '평신도'는 '재속(교구)성직자나 평신도'.
라고 함이 적절하겠다.

#나는산티아고신부다 # 한수도승선교사의순례영성 #인영균_끌레멘스_OSB #분도출판사 #boondobook #성베네딕토수도회 #라바날 #rabanal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Santiago_de_Compostela #카미노데산티아고 #Camino_de_Santiago #Buen_Camino #La_strada_bu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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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는 '인생길의 축소판'이다. 순례자들은 외적으로는 눈에 보이는 흙길을 걸어가면서 내적으로는 지나온 인생 여정을 되돌아본다. •••. 정신의 카미노에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지친 마음을 만난다. ••• 인생길에서 빛이 있는 곳에 어둠도 있음을 인정하듯, ••• 카미노가 주는 체험은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 헛된 눈물은 없다. 모든 눈물은 사람을 성숙하게 한다.
••• 다 자기 나름의 삶의 무게를 지고 사는 것이 우리 인간 아닌가. 나의 한계를, 나의 어둠을, 나의 죄스러움을, 나의 민낯을 아프지만 인정해야 한다.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 자신을 미워하지 말고 껴안아야 한다. 카미노는 이런 우리의 적나라한 모습을 드러내는 ‘계시의 길’이 다. 이 계시를 온전히 나의 것으로 삼을 때 새로운 발걸음이 시작된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과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으로 가득 찬 나를 가슴으로 안을 때, 놀라운 기적이 일어난다. 거기서 새로운 카미노, 곧 '영혼의 카미노'가 열린다. 그 출발점이 라바날델카미노, 라바날 수도원이다."
-126~128쪽-


"다음 날 아침 스테판 부부와 마지막 인사를 하고 기념으로 사진을 찍었다. 두 사람의 배낭에는 코팅한 종이가 달려 있었는데, ••• “집으로 가는 긴 여정. 집, 그곳은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이다.” 이 단순한 문구에서 막 새롭게 출발한 신혼부부의 순례 지향을 깨달았다.
이들에게 순례는 집을 향해 가는 여정이다. 그 ‘집’은 분명 외적인 집이 아니라, 인간의 깊은 갈망의 장소, 영원히 머물 수 있는 곳, 바람이 모두 채워지는 곳, 아무 걱정 없이 그냥 평안히 안길 수 있는 곳이다. 이 두 사람도, 나도 그곳에 가려고 걷고 있다. 우리는 모두 집을 찾는 존재이며 집으로 걸어가는 존재다. 그곳에 나의 사랑, 나의 평화, 나의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185~1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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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 읽고나서 두 문단 고르기.
一本の本読んでから、二つの段落を選択する。
Leggi un libro e scegli due paragrafi.
Leer un libro y elegir dos párrafos.
Read one book and choose two paragraphs.
#책 #독서 #책읽기 #꾸준히 #書冊 #冊 #圖書 #図書 #本 #libro #liber #βιβλίο #book #books #reading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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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instagram.com/p/ClxpzBcJ3PW/?igshid=YmMyMTA2M2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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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들
방종우 지음, HYUN HO 그림 / 레벤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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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산타클로스는 한물 갔다. 한때 잘나가던 산타들도 하나 둘 세상을 뜨고 남은 네 사람도 고령이다. 산타를 기다리는 아이도 없는 세상에서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하나? 희망이 없다. 그런데! 스무 해 만에 기별이 왔다.
산타는 아이보다는 어른에게 더 필요하다. 산타 기억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희망이 보인다. 이런 희망을 찾아 줄 어른 동화이다.

#산타들 #방종우 #HYUN_HO #어른동화 #레벤북스 #산타_할아버지_저에게_희망을_선물해_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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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온 상태의 구름 물방울들이 증발하기 시작했다. 기계에 빨려 들어간 수증기들이 미세한 얼음 결정이 되어 세상으로 몸을 날렸다. 미처 날아가지 못한 결정들은 폴의 얼굴에 머물러 수염을 반짝반짝 빛냈다. 90퍼센트의 공기로 만들어진 눈송이들이 세상을 더욱 고요하게 만들었다. 작은 눈송이들은 세상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하나의 솜뭉치가 되어 가라앉았다. 내일이면 아이들은 기쁜 마음으로 눈을 반기며 거리로 뛰어나오겠지. 늦은 시간이지만 벌써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손을 흔들고 있는 아이가 있을지도 몰랐다."
-10쪽-

"술이 잔뜩 오른 존이 새로운 보드카를 꺼내 들 었다. 모스크바의 지점장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챙겨 준 것이었다. 임금은 좀 짰어도 예의 하나는 발랐는 데 말이야. 존이 입맛을 다시며 보드카의 뚜껑을 돌렸다. 그 순간 팔랑, 네 산타의 머리 위로 오랜만에 듣는 종이 소리가 거대하게 울려 퍼졌다.
팔랑
팔랑,

팔랑,
팔랑.
얼굴이 벌게진 산타들이 떨어지고 있는 봉투를 동시에 쳐다봤다.
"지금 이거, 누군가가 소원을 빈 거지?"
분리된 보드카 뚜껑을 움켜쥔 존이 중얼거렸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정확히 20년 만의 소원이었다. 피터가 놀란 얼굴로 몸을 일으켜 종이를 주워 들었다. 그리고 모두가 볼 수 있게 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초록색 편지지 위에는 어린아이의 삐죽삐죽한 글씨가 자리 잡고 있었다.
"산타 할아버지
저에게 희망을 선물해 주세요." "
-48~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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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과 철학의 공간 우리 궁궐 - 탐방의 재미를 더하는 궁궐건축에 숨은 이야기
권오만 지음 / 밥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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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과 철학의 공간 우리 궁궐》,
권 오만 지음, 150×220×13mm 216쪽 415g, 밥북 펴냄, 2022.

'탐방의 재미를 더하는, 궁궐건축에 숨은 이야기'라는 책 표지 소개처럼 재미있는 안내서이다. 환경 생태적 측면에서 유교 정치 윤리와 융합한 풍수를 이해하고 참 의미를 알 수 있게 도와준다.
#디자인과_철학의_공간_우리_궁궐 #권오만 #밥북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풍수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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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하여 생활의 근본인 물을 얻는 것이 풍수의 최우선이라고 하였다. 결국, 풍수설은 생활상의 적지(敵地)*'適地' 오식이 아닌지?*를 고르려는 사고에서 출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사항들을 고려하여 판단한다면 풍수는 예전에는 신앙이자 삶의 터전을 찾기 위한 지리학이었지만, 현대에는 자연의 생명활동이 가장 왕성하여 보호, 관리해야 할 대상지와 관련된 환경 과학적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20쪽-

"현대에 들어 ••• 서울은 과거와 비교하면 공간적 범위는 넓어졌지만, 여전히 한 나라의 수도로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특히 도시를 관통하는 한강과 도시를 둘러싼 북한산 등의 자연조건은 오늘날 1천만 명이 모여 사는 거대도시가 유발하는 극심한 환경오염에서도 깨끗한 공기를 공급해주는 동시에 순환시켜주고 있다. 아울러 이런 자연 조건은 각박한 도시생활에 지친 시민들의 훌륭한 안식처이자 휴식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오늘날에도 세계적인 도시로서 손색없는 적지(適地)임을 생각할 때, 600여 년 전 땅의 기운과 미래를 내다보며 한양을 수도로 정한 혜안은 참으로 경이롭다.
-38쪽-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화려했던 영광이 탈색된 공간, 박제된 듯 딱딱하게 멈춰버린 시간들. 그곳은 지금까지 우리가 돌아본 오래된 공간, 궁궐이다. 그렇게 빛바랜 공간들이 오랜 세월을 지켜오고 이어올 수 있는 까닭은 감히 견줄 수 없는 최고의 디자인, 공간의 쓰임에 꼭 맞는 설계, 그리고 거기에 더해 깊이 있고 둔중한 철학이라는 가치가 스며있기 때문이다."
-2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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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 음식과 맛에 관한 새로운 인식을 위하여, 2022 경기도 우수출판물 제작지원 선정작
박석준 지음 / 바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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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음식과 맛에 관한 새로운 인식을 위하여》,
박 석준(1959~) 지음, 140×209×17mm 272쪽 359g, 바오출판사 펴냄,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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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아는 것이요 나누는 것이며 생존과 번식의 문제라 한다.
소금과 간장- 생각해 보니 지은이의 고찰이 타당하다. 식탁 아니 밥상 기본차림에서 간을 맞추는 것은 간장종지였었지 소금통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이제는 소금도 터부시하고 쫓겨나고 있다. 터부의 도구가 터부를 당하고 있다니!

단맛에 관하여 옛 임금이 경연 직전에 조청을 먹던 전통이 오늘날 입시 엿으로 이어졌다는 주장도 흥미롭다. 단맛은 건강의 적이라지만 누가 쉽사리 고개를 돌릴 수 있을까? 비장한 각오를 해야 한다. 어딘가에서는 당장 누군가의 목숨을 살릴 수도 있다면 그 공도 치하하자. 강제수용소 생활에서 배급받던 뜨거운 물과 설탕 조금이 시베리아 혹한에서 섭취할 수 있는 유일한 고열량 식품이었다던 경험(월터 J. 취제크 지음/최진영 옮김, 《러시아에서 그분과 함께》, 바오로딸, 1979. 참조)을 읽으면서 다소 의아했으나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다.

몸에 병이 들어 괴로운 싸움을 시작한 후에야 비로소 진단을 내리고 처방을 하여 치료하고 완치율을 따져 공을 세우고 경제에 이바지하여야 할까? 아니면 병이 들기 전에 몸이 환경과 자연과 함께 살도록 조화를 이루게 해야 할까? 대답은 간명하나 실행은 어렵다.

#밥상을_바꾸면_세상이_바뀐다 #박석준 #바오출판사 #동의 #한의 #음식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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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내가 맛보는 것만이 아니다. 맛은 음식이 나에게 맛으로 자신의 본성을 알리는 것이기도 하다. 음식이 드러내는 맛을 알면 음식과 내 몸과의 관계를 알 수 있다. 음식이 드러내는 맛을 알면 음식이 자연과 맺고 있는 관계를 알 수 있다. 음식이 드러내는 맛을 알면 음식이 사회와 맺고 있는 관계를 알 수 있다. 이렇게 음식을 알고 내 몸을 알고 자연을 알고 사회를 알면 맛이 보일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중용의 길, 맛의 도 역시 깨닫게 될 것이다."
-13쪽-

"70년대는 경제개발계획에 따라 •••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여성 노동력을 사회화할 필요가 ••• 음식도 사회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 노동자를 수용할 연립주택과 같은 '양옥'이나 아파트는 전통 음식을 해먹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런 집들은, 김치는 물론 간장과 된장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 정부는 건강을 위한 식생활 개선을 외치며 '국민'에게는 '근대화된 레시피를 제공하였다. 각종 언론에서는 '간편하게' 해먹을 수 있는 요리가 인기를 끌었다. ••• 이에 따라 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간장이나 된장 또는 젓갈이 아니라 소금이 사용되었다.••• 과거에는 큰 문제가 아니었던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병이 늘어난 것이다. 이때 마침 소금이 고혈압의 주범이라는 '과학적' 논문도 발표되었다. 이제 소금은 천덕꾸러기 ••• 건강의 '주적'이 되어 모든 죄를 뒤집어썼다.••• 만성 질환의 발생은 대부분 전통적 식생활을 하지 않고 근대적 공장에서 생산된 음식을 먹기 때문에 온다. 급격한 식생활의 변화 때문에 과거에는 크게 문제되지 않았던 병이 유행하고 알 수 없는 새로운 병이 생긴다."
-166~167쪽-

"음식을 바꾸어야 한다. 음식을 바꾸면 분명히 세상이 바뀐다. 그러려면 먼저 지금 내가 먹고 있는 음식부터 돌아보아야 한다. 이 책이 그런 반성의 한 계기 또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2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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