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산타클로스는 한물 갔다. 한때 잘나가던 산타들도 하나 둘 세상을 뜨고 남은 네 사람도 고령이다. 산타를 기다리는 아이도 없는 세상에서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하나? 희망이 없다. 그런데! 스무 해 만에 기별이 왔다.산타는 아이보다는 어른에게 더 필요하다. 산타 기억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희망이 보인다. 이런 희망을 찾아 줄 어른 동화이다.#산타들 #방종우 #HYUN_HO #어른동화 #레벤북스 #산타_할아버지_저에게_희망을_선물해_주세요---"초저온 상태의 구름 물방울들이 증발하기 시작했다. 기계에 빨려 들어간 수증기들이 미세한 얼음 결정이 되어 세상으로 몸을 날렸다. 미처 날아가지 못한 결정들은 폴의 얼굴에 머물러 수염을 반짝반짝 빛냈다. 90퍼센트의 공기로 만들어진 눈송이들이 세상을 더욱 고요하게 만들었다. 작은 눈송이들은 세상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하나의 솜뭉치가 되어 가라앉았다. 내일이면 아이들은 기쁜 마음으로 눈을 반기며 거리로 뛰어나오겠지. 늦은 시간이지만 벌써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손을 흔들고 있는 아이가 있을지도 몰랐다."-10쪽- "술이 잔뜩 오른 존이 새로운 보드카를 꺼내 들 었다. 모스크바의 지점장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챙겨 준 것이었다. 임금은 좀 짰어도 예의 하나는 발랐는 데 말이야. 존이 입맛을 다시며 보드카의 뚜껑을 돌렸다. 그 순간 팔랑, 네 산타의 머리 위로 오랜만에 듣는 종이 소리가 거대하게 울려 퍼졌다. 팔랑 팔랑, 팔랑, 팔랑. 얼굴이 벌게진 산타들이 떨어지고 있는 봉투를 동시에 쳐다봤다. "지금 이거, 누군가가 소원을 빈 거지?" 분리된 보드카 뚜껑을 움켜쥔 존이 중얼거렸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정확히 20년 만의 소원이었다. 피터가 놀란 얼굴로 몸을 일으켜 종이를 주워 들었다. 그리고 모두가 볼 수 있게 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초록색 편지지 위에는 어린아이의 삐죽삐죽한 글씨가 자리 잡고 있었다. "산타 할아버지 저에게 희망을 선물해 주세요." "-48~4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