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이 소설은 실패에 대한 이야기다.화자인 여교수는 왕오천축국전에 대해 주석을 달았지만 이걸 쓴 사람 마음이 무언지 확실히 알지 못한다.주인공인 남자는 여자친구를 잃었다.여자친구가 자살했다. 유서는 세상 부조리에 대한 내용이다.그에게 죽음에 대한 어떤 단서도 남겨놓지 않았다.그는 그 허탈함에 여자친구가 마지막으로 빌렸던 책, 왕오천축국전을 탐독한다.여자친구 입장이 되어 소설도 써 본다. 별 노력을 다 했지만 말없이 떠난 여자친구를 이해할 수 없다.그는 미친 듯이 책을 읽고 또 험한 산을 오르겠다고 덤빈다.화자와 주인공은 여자친구를 이해하기 위한 소설을 통해 만났다.그가 쓴 소설은 상품성이 있었다. 진실이 느껴졌다. 그는 이 소설을 세상에 보일 생각이 없다 했다.그는 등단이 아닌 등반을 선택한다. 1988년 올림픽을 기념하는 원정대 중 한 명이 되어 낭가 파르트에 등정한다.그는 과연 실패한 것일까?이 소설을 읽으며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그건 아마도 살아가는 게 아닐 거다.삶을 버텨나가는 일이다.작가는 버티는 삶을 ˝실패는 거기 없었다.˝라고 표현한다.여자친구를 잃은 그는 삶을 버티기 위해 책을 읽고 불가능한 도전을 한다.결국 그는 성공을 강요하는 대장에 의해, 거대한 자연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다.대원을 죽음으로 이끌고 등반에도 실패한 대장에게 더 이상 도전은 없다.실패했다.정상 공격조원인 그는 과연 실패한 것일까?어쩌면 끝까지 여자친구가 갖고 있는 흔적인 왕오천축국전을 읊조리며 죽음이 왔을 때 비로소 여자친구를 이해했을지도 모르겠다.이 소설은 성공과 실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이 세상을 버티는 80년대 청년, 더 나아가 지금 청춘에게 바치는 헌사다.강산은 변했지만 사람은 그대로다.외부에서 보이는 압력과 강요.그 안에서 나름 버티기 위해 노력하는 청춘들.낙오된 사랑에 대해 끝까지 이해하려는 시도. 결국 같이 절망으로 들어가는 사람들.그럼에도 우린 계속 도전한다.
앉은 자리에서 이 책을 수어 번 읽은 첫째.두 동생을 거느린 장녀는 개구리 마음을 백 번 천 번 이해했다.마지막 여러가지 맛을 느끼는 개구리 그림을 보며 한참 생각에 잠겼다.책임감 뒤에 오는 달콤함을 내 딸이 개구리를 통해 깨달을 수 있을까?그건 딸이 짊어질 몫이다.
한 사람 일생을 돌아보는 책.어쩌면 자신이 쓴 책을 따라가는 여정일지도 모르겠다.마지막 부분이 중구난방이라 살짝 아쉬웠다.그 당시 안암으로 통증과 싸우고 있는 중임을 책으로 알게 되곤 그가 끝까지 자신 삶을 쓰고 남기고자 하는 의지를 느낄 수 있어 전율이 흘렀다.이 책은 그렇기에 만점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