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기까지책 이름이 신선하다.˝사랑해 선영아˝ 마케팅 이후 또 흔한 이름으로 하는 마케팅이라니..관심이 없을 수 없다. 내가 82년생. 나름 흔한 이름. 초등학교, 대학교 때 친했던 친구 이름도 김지영이었다. 우리 과에도 김지영 박지영(2명) 한지영 등 많은 지영이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 책에 그다지 큰 관심이 가진 않았다. 그러다 차츰차츰 입소문이 들려왔다. 대단한 책이라고 머리를 한 대 맞는 듯한 충격을 준다고..내가 이 책을 펼친 이유는 다르다. 나는 책을 쓰고 싶었다. 그렇다고 거짓말과 허풍으로 소설을 쓰고 싶지 않았다. 평론을 쓴다고 잘난 척하고 싶지도 않았다. 누군가를 평가하는 일은 참으로 불편한 일이라는 걸 잘 안다. 책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물론 맨땅에 헤딩. 딱 한 주제를 가지고 머리를 모았다. 그래도 쓰기만 하면 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구상을 끝냈다. 큰마음을 먹고 제안서를 출판사에 뿌렸다. 결론은 거절이다. 그나마 위즈덤하우스가 애매한 거절 답변을 했을 뿐 다른 출판사는 감감무소식이었다. 좌절했을 때 책 쓰기 교실을 하는 작가가 쓴 구절을 봤다.(꼭 완성된 원고가 있어야 합니다.)아... 일단 잘 쓰든 못 쓰든 글이 있어야 했다. 이런 답을 알게 됐을 때, ‘82년생 김지영‘이 나온 과정도 알게 됐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상을 타고 등단했다. 그럼에도 원고 청탁은 오지 않았단다. 어느 순간 자신이 미리 쓰고 이 글을 어필을 해야 책이 나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 이후 탄생한 작품이 바로 이 ‘82년생 김지영‘이다. 그럼에도 많은 출판사는 이 원고를 거절했다. 결국 민음사 편집자가 가진 탁월한 안목으로 ‘대박‘을 터뜨렸지만 말이다. 이런 내용 글을 읽고 당장 책을 펼쳤다. 어설픈 평론 그렇구나.편집자가 뭘 아쉬워했고 출판을 주저했는지도 살짝 알 것 같았다. 김지영은 지금 이 순간 느끼는 80년생 세대들이 가진 트라우마를 적절하게 건드렸다. 좋은 문장과 스토리텔링으로 책을 잘 안 읽는 독자들조차 끝까지 읽을 수 있게 했다. 저자가 가진 문장력은 실로 뛰어났다. 살짝 아쉬웠던 점이 있다. 시점 이동에 대한 부분. 처음 남편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그리고 의사 시점으로 이동한다. 이는 ‘채식주의자‘가 가진 단편과 같은 전개다. 채식주의자는 세 중편 소설이 모여 장편이 된 경우다. 반면 이 책은 아니다. 그렇기에 세 부분이 뭔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작가 입장에서 남자 입장에서 보는 여성을 보는 시점을 넣고 싶었을게다. 그 폭력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보인다.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텐데.. 오히려 앞 뒷부분이 작품 일관성과 방향을 흔들었다. 아쉬운 부분이다. 다시 아무리 생각해봐도 앞 부분 남편이 보는 지영이에 대해 뭘 말하려고 하는지 뚜렷한 답을 못 찾았다. 오히려 채식주의자 속 남편이 시점에서 미쳐가는 주인공 모습만 겹쳐 보일 뿐이었다.그럼에도 가운데 부분 지영이 일생을 보여주는 객관적 관찰자 시점인 글은 깔끔하고 뛰어났다. 그 부분은 보면서 어떤 누가 이렇게 압축적으로 사람 인생을 세련되게 설명할 수 있을까.. 감탄에 감탄을 했다. 이 부분만 떼어내고 상을 줄 수 있다면 어떤 상을 주어도 아깝지 않았다. 작가란 누구일까?글을 뛰어나게 잘 쓰는 사람? 그런 사람은 아주 많다. 정말 많다. 심지어 허경영도 자신이 하는 말을 글로 쓰는 능력만 있으면 진짜 엄청 뛰어난 문필가다. 그러니까 그런 투자자를(호구라고 하고 싶으나) 확보할 수 있었을게다. 작가란 시대를 읽어내고 꼬집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쓴 조남주 작가는 선천적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책이 많은 사랑을 받고 많이 읽힌다는 사실만으로 기쁘다. 이런 작가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앞으로 이 분이 나온 다음 책을 목이 빠져라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