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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박스 - 남자다움에 갇힌 남자들
토니 포터 지음, 김영진 옮김 / 한빛비즈 / 201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사윗감은 이런 남자였으면-
이 책을 읽으며 감동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느낌이었다.
세상에 이런 남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여성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진정한 배려심
그리고 육체적으로 강하고 눈물을 두려워하지 않는 남자.
사실 나는 이런 남자를 포기한 지 오래였다. 왜냐면 20대 어딜 둘러봐도 이런 남자는 없었다.
내가 고른 남자는 이런 남자다.
˝나쁜 남자도 있지. 그렇지만 나는 그런 남자가 아니지.˝
7년을 사귀고 9년을 같이 살았다.
정말 ‘그런 남자‘는 아니지만 슬픈 사실은 ‘그런 남자‘도 있을 수 있다는 자조적인 남자란 사실이다.
남편은 자신같이 ‘착한 남자‘(‘여자 같다.‘라는 말을 들어도 한 번은 참아줄 수 있는 남자)를 찾는 건 힘든 일이니 차라리 ‘시집을 가지 말라‘라고 한다.
뭐, 지금 딸들이 예쁘니 평생 데리고 살 욕심이라기보다는 다른 남성을 믿기 힘들다는 게 내 분석이다.
이 책 저자 토니 포터는 남자들이 부러워하는 건강한 체격과 건강한 사고를 갖고 있다.
사회가 남성을 우위에 놓고 생각하는 사고를 꼬집고 ‘내 딸‘을 위해 그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세상을 바꾸기 위해 직접 몸으로 뛰는 사람이다.
격렬한 반발, 남자 적은 남자?
역시나 이 강의는 미국 남성들 반발을 샀다고 한다.
자신이 말하는 방식과 내용이 아니라 이제껏 갖고 있는 상식을 깨는 발언에 대한 빈정거림이 대부분이었다고 이야기한다.
내게 직접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은 전혀 없는데 유독 온라인에서는 ˝난 이 자식이 하는 말은 하나도 공감이 안가!˝ 같은 코멘트가 넘쳐난다. 이들은 말싸움을 시작한다. 사람들은 키보드 위에서만큼은 자신들이 ‘진짜로‘ 믿는 바와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곤 하니 말이다. p.155
그렇기에 그는 힘주어 말한다. 이런 밑도 끝도 없는 혐오 발언이 계속되는 한, 자신 같은 남자가 많아져야 한다고 말이다. 여성 입장에서 억울함을 알리는 것보다 남자 입장에서 바른 말을 하는 게 오히려 더욱 영향력이 있다고. 그렇기에 자신이 하는 싸움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여성 만을 위한 게 아니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남녀평등은 절대 여성을 위한 일이 아니라고 말이다.
남성이 자신이 권력 우위를 점하기 위해 행하는 여러 가지 일은 그들을 불행하게 만든다.
강한 자는 남성이고 약한 자는 여성이라는 그 보이지 않는 ‘상식‘은 남성 스스로를 좀먹는다.
일단 그들 감정 가드를 올린다. 울어도 안 되고 불만도 이야기하면 안 된다. 아름답다는 이야기나 좋은 것을 보며 감동해서도 안 된다. 그건 약한 사람이나 하는 짓이다. ‘여자같이‘라는 말은 욕이다.
‘벌레같이‘, ‘애같이‘와 동의어 같은 그들 세상에서 둘도 없는 욕.
여성이 대상화되고 물건화되면서 대등한 시각을 갖지 않는다. 이런 공격성은 열등감을 강화시킨다. 자신보다 못하다는 전제를 가진 ‘여성‘이 자신보다 우월할 때 공격성을 갖게 되고 폭력으로 증폭된다. 이는 또 다른 명제인 ‘남성은 폭력적이다‘라는 명제를 성립시킨다. 결국 여성에서 거의 ‘모든‘ 남자는 성폭행과 성추행을 가할 수 있는 잠재적 폭행범으로 점철된다. 이로 인해 억울한 남성이 나오는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저자가 근본적으로 근절하려는 목표도 바로 이 남성이 가진 ‘물리적 폭력성‘에 있다.
생각 전환이 좋은 세상을 만든다.
여성으로서 나는 남성에게 차별받고 억울한 존재라고만 생각했다. 남성들 또한 자신이 가진 ‘우월감‘을 유지하기 위해 이면에 갖고 있는 ‘폭력성‘ 또한 그 억울함 중 하나일 뿐이었다. 남성으로서 저자는 내게 왜 ‘평등해야 하는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우월해야 한다는 강박은 남성을 고립시키고 힘들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런 생각이 허세와 폭력 속에 숨어있는 한없이 어리고 겁에 질린 소년이 보였다. 이들은 소년을 위로해 주지 않은 채 그렇게 으스대며 평생을 살고 있다. 어쩌면 짠했다. 평등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애정과 사랑, 그리고 공감과 동정을 거부한 채 외로운 광야에서 옷을 찢으며 발악하는 늑대 한 마리가 보였다. 진정 멋진 사람은 약할 때 약함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다. 타인을 인정하고 낮아질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은 여자가 될 수도 남자가 될 수도 있다. 성별은 상관없다.